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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지(상하이 윤봉길 기념관 기행)

스물다섯살 의사 윤봉길을 기리며

 2023년 10월 23일 토요일 오전 상하이에서는 역사기행 참가자 10명이 상하이시 중심으로부터 약간 북쪽에 자리한 루쉰(魯迅)공원 앞에 모였다. 이곳은 과거 홍커우(虹口)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로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공원 의거가 일어났던 곳입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 중국에서는 세계 어느 곳보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 3년 간 서로 오프라인 만남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 속에서 류유신님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가 깊이 새겨진 상하이를 활용해 역사기행을 기획했습니다.

 이 기행은 윤봉길기념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홍커우공원 윤봉길의사 사진>

 화창한 토요일의 홍커우공원은 주말을 즐기는 상하이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공원 초입의 광장 무대 뒤편에는 공원의 역사를 새겨 놓은 벽이 있었고 그 중앙에는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는 중국인들도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저항 운동 중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높이 평가하고 기억한다는 증거라 할수 있습니다.

 윤봉길기념관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서, 홍커우축구장을 배경으로 한 넓은 푸른 잔디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감행한 장소로 추정됩니다. 이곳에서 청년 윤봉길은 가슴에 품은 도시락 폭탄을 던졌고, 당당하게 체포에 응했던 곳입니다.”

 역사기행 해설을 맡은 류유신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에 홍커우공원에서 열린 일본군의 상하이 점령 전승 경축식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 수뇌부를 폭사시켰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윤 의사는 일본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오사카 위수형무소에 수감된 뒤, 가나자와(金澤)에서 12월 19일 총살형으로 순국하셨습니다.

 그날의 비장함을 품은 땅 위에 푸른 잔디와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저마다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매헌기념관>

 우거진 가로수길을 따라 걸으니 윤봉길기념관이 자리한 매헌(梅軒)이 나타났습니다. 기념관의 이름은 윤봉길 의사의 호인 매헌을 따라 지은 것입니다. 지나온 길의 이정표처럼 매표소에도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윤봉길의사 의거 기념비>

 철문을 들어서자 멀리 바위에 새겨진 윤봉길 의거 기념비가 우뚝 서서 우리들을 맞이했습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글귀를 자세히 읽고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윤봉길기념관 건물로 향했습니다. 단아한 2층 중국 전통 건물인 매헌에 다다르자 한국 기업에서 설치한 윤봉길 의사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소개하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윤봉길의사 흉상>

 참가자들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기념관 건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청년 윤봉길의 의지가 드러나는 흉상과 그의 의거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비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은 먼저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여 긴 묵념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흉상 앞에는 매주 주상하이총영사관에서 헌화하는 싱싱한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는데, 이는 대한민국 정부도 윤의사를 기억하는 예는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념관은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와 상하이 홍커우구 인민정부가 공동으로 건립했습니다. 이 2층 규모인 기념관에는 윤봉길 의사의 초상화와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다양한 자료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류탄과 혈서를 들고 한인 애국단에 입단할 당시의 사진, 처형 직전의 사진, 김구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의거 당시 일본군 도열 상황과 폭탄 낙하 지점을 보여주는 그림, 의거에 사용된 폭탄과 비슷한 도시락 폭탄 모형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윤 의사의 시와 친필 편지, 대한민국 정부에서 받은 훈장도 볼 수 있습니다.

 1층의 전시물과 영상 자료를 꼼꼼히 본 후 기념관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여기에는 윤봉길 의사의 생애와 4월 29일 의거를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의거 당시 스물다섯이였던 윤 의사는 어린 두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장한 유언을 남겼습니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 젊은 청년의 굳은 의지와 용기, 그리고 희생 덕분에 우리가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와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각자 준비한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매헌 뒤쪽의 조용한 숲에서 야외 명상 시간을 가지며 소감을 나누고 이 날의 역사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상하이지역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가 가득한 상하이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으며 역사기행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상하이모둠은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따라 제2, 제3의 역사기행 활동을 준비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