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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지(시흥, 광명, 안산 활동을 소개합니다~)

광명지역 활동가 이정원

 저는 광명지역 활동가 이정원입니다.

 꾸준히 이어온 광명지역 새터민 봉사 활동을 소개할 기회가 주어져 영광스럽습니다.

 광명지역은 2018년 새터민들과의 만남에 첫발을 떼었고, 부천에서 진행한 ‘밥상 전달식’을 계기로 새터민들을 만났습니다. 2019년 시흥에서 ‘좋은 이웃되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터민 20가구를 만났습니다. 방문 활동을 연결하다 보니 새터민들과 만날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아 연락을 담당한 활동가가 새터민과 만날 시간을 먼저 정한 후, 참석 가능한 활동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 했습니다.

 새터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 당시 할 수 있었던 건 최대한 시간을 내어 자주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초보 입장에서는 방문 시 전달할 선물이라도 푸짐하면 마음이 한결 든든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재정 상황은 넉넉지 않았고 “지원금 2만원은 너무 작다”며 봉사자 대부분 불평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하기로 했으니 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무조건 찾아 갔습니다. 방문을 이어가다보니, 새터민들이 하고싶어 하는 말이 많다는 것과,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떠나온 상처 속에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방문이 새터민들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닌가 싶던 막연한 생각은 방문을 해갈수록 조금씩 해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새터민을 알아갈수록 일어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나라에서 초기 정착 지원도 되고, 복지관, 경찰서, 교회 등에서 충분히 지원하는 상황을 파악하자, “우리가 이렇게 안 해도 저분들 잘 살아요. 이렇게 할 필요 있을까요?”라고 봉사자가 질문 했습니다. 새터민의 외로운 마음을 우리가 함께 살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저 또한 경험이 적고 확신이 들지 않아 봉사자에게 우리 활동의 목적을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무렵, 서울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42살, 6살 새터민 모자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집에는 고춧가루만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음식이 넘쳐나 쓰레기가 되는 요즘 세상에, 집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을 텐데, 문을 걸어 잠그고 죽음을 택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6살 아이는 장애가 있었다고 합니다. 상처 속에서 아등바등 살았을 괴로움을 떠올리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봐왔던 새터민 중, 사람을 경계하여 그늘져있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이 때 우리 봉사 활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인연된 분들을 지켜보면서 격려하고, 잘 살면 잘 사는 대로 축하하고, 도와줄 것이 있으면 돕고, 그렇게 ‘좋은 벗’이 되어 따뜻한 관심을 전하면 되겠구나, 적어도 좋은벗들과 인연 맺은 몇몇 분들이라도 우리가 함께 위로할 수 있고, 때로는 살리는 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그것으로 활동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오던 중, 12월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그간 잘 꾸려가던 활동도 주춤했습니다.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끈이 필요해 새터민 연락 담당자들과 월 1회 meet에서 온라인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회의에서는 활동가별 새터민 방문 또는 통화한 근황을 공유하고, 마음 나누기도 했습니다. 새터민 분들의 아픈 이야기에 숙연해진 마음, 넘치는 감사를 받아 황송했던 마음, 때로는 새터민 분이 약속을 잊거나 번복해서 황당했던 마음, 활동하기 싫은 마음 등 있는 그대로 함께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며 출렁이는 마음은 마음공부 거리로 삼았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호전과 악화를 오가던 중, 기존에 인연된 새터민 분이 영유아 가정을 소개해주셨고, 지원을 받은 분이 또 소개를 하며 인연이 늘었습니다. 예쁜 아가들이 쑥쑥 크는 모습을 보며 방문에도 활기가 더해졌습니다.

 2021년에는 시흥, 안산, 광명 3지역이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곧바로 활동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광명과 안산의 활동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광명지역은 서태원님이 담당을 맡아 활동을 유지하고 계셨고, 안산지역은 박용숙님이 홀로 틈틈히 방문을 하고 계셨습니다. 안산다문화센터 원장 유애경님의 소개로 고려인 가정에도 의료지원을 하였고 안산의 새터민 2가구도 인연맺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세 지역 봉사자들이 다 함께 모여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북적이며 첫 나들이를 함께 했고, 통일축전 때는 우리지역 새터민이 3등을 하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습니다. 방문 때 보조역할을 해주시는 어르신들은 활동에 앞장 서있는 연락담당들을 늘 격려해주셨고, 김장행사 때는 김장경력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주셨습니다. 덕분에 김치가 너무 맛있다는 칭찬을 매년 듣습니다. 안산JTS다문화센터를 빌려 처음으로 세 지역이 다 함께 치른 김장행사에는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해서, 그동안 김장때마다 바빴던 새터민 봉사자들이 별로 할 일이 없음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제가 세 지역의 총괄담당을 맡게 되어, 시흥지역에서 꾸준히 함께 봉사를 해온 신미순님이 실무담당을 맡아주셨습니다. 신미순님이 살뜰히 잘 챙겨주시고, 봉사자들과 새터민 분들이 서로 믿고 함께 해주신 덕분에 23년 한 해도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올해는 안산의 선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밥상전달식도 재게되고,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도 진행해주셔서 활동이 더욱 풍성했던 한 해였습니다.

 초기 방문할 때, 봉사자들이 문을 나서며 ‘저희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하고 말씀을 나누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새터민 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연락을 주십니다. 이제는 가벼운 선물을 들고 편안하게 방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기까지, 각자의 상황과 근기에 따라 꾸준히 함께 해 온 봉사자 분들에게 말로 다 못할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좋은벗들 사무국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새터민 분과, 살구꽃이 너무 예쁘게 핀다는 북한의 고향땅에 함께 가보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통합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이웃들과 다 함께 손잡고 북으로 가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북에서 남으로까지 이어진 이 인연이 참 소중합니다. 덕분에 전쟁을 종결하고 화합할 날을 잊지 않고 기다리게 됩니다. 더불어 이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의 활동가들에게도 참으로 감사하고 늘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