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이 한자리에 모인, 2023년 제 20회 통일축전
가을에 있었던 통일축전은 올해로 스무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전국 23개 지역에서 새터민과 고려인 269명, 활동가 308명이 함께 흥겨운 민족 한마당 잔치를 벌였습니다. 유튜브 참가자는 948명이었습니다.
전국이 함께 줌에 모여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참여하셨고, 새터민들의 각종 장기자랑과 공연, 합동차례를 지낸 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전국 행사 후 23개 지역 현장에서는 나비장터, 레크레이션, 차담, 식사시간을 가지며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래는 지역에서 통일축전에 참가한 활동가의 글입니다.
< 통일축전 지역 현장1 _ 광명지역 활동가 신미순>
2023년 10월 7일, 설렘과 긴장되는 마음으로 안산 JTS다문화센터로 향했습니다.
광명지역 소개를 맡은 새터민 김민희(가명)님이 일찍 도착하여 리허설 준비를 도왔습니다. 봉사자들과 새터민들이 한 명 두 명 도착하기 시작하니 센터가 북적였습니다.
작년 나들이 때는 나비장터를 낯설고 어려워하는 새터민 분이 계셨는데, 이번에는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이 있으면 가지고 오면 되겠네” 하는 말씀에, 나누고 비움의 취지가 전해졌구나 싶어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봉사자 한 분이 예쁜 연꽃이 담긴 연잎 차와 비트 차를 준비해주었습니다. 다도에 담긴 깊은 의미와 매력에 관한 설명도 곁들이니 윗동네 아랫동네 같이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어 참 좋았습니다.
통일축전 본 행사가 시작되자 광명지역 활동가가 멋지게 한복을 입고 사회자로 등장해 반가웠습니다. 감동적인 합동차례 영상에 이어 광명지역은 여섯번째로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연습을 열심히 한 김민희님의 야무진 소개에 이어 새터민과 활동가 모두 함께 피켓을 들고 ‘우리는 하나,광명’을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광명지역에서는 김향은(가명)님이 질문을 준비하여 법륜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새터민들도, 조금씩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김향은(가명)님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스님께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신명나고 뜨겁던 전국 행사가 마무리되고, 따뜻한 사회와 함께 이어진 뒷풀이는 윗동네 아랫동네 노래 솜씨로 이어졌습니다.
마무리로 참가한 새터민들의 소감을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어렵게 살아온 이야기와 한국에 대한 감사함, 좋은벗들에 대한 감사함을 들으며 뭉클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내내, 수많은 분들의 살핌과 정성이 있었구나 돌아보며 참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통일축전 지역 현장2_천안지역 활동가 강영미>
천안지역은 최근에 다섯 명의 북한이탈주민들과 좋은 이웃되기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첫 방문을 앞두고 있던 중 통일축전 알림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두가지 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부담감을 느껴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다섯명의 북한이탈주민들과 봉사자 다섯~일곱명, 대략 열 두명 가량이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수용 가능한 장소를 정하는 일이 가장 급한 것 같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공간을 활동가들과 함께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열두명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영상 시청도 가능해야 했기에 적당한 곳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추가로 찾아보기도 하고 또 도반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던 중 천안 콘텐츠 코리아 랩에 무료 대여하는 회의실이 있는 걸 알았습니다. 게다가 영상 장비를 설치 가능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예약했고 일의 반은 해결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북한이탈주민 방문 날, 설레는 맘으로 통일축전 행사 홍보물을 챙겼습니다. 동시에 북한이탈주민이 부담감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걱정과 달리 따뜻한 환대로 맞아준 북한이탈주민 덕분에 감사하고 가벼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방문이 마무리 될 무렵에는 어렵지 않게 통일 축전 행사 안내를 하며 참석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아뿔싸! 놓친 게 있었습니다. 통일 축전 행사날이 통일부(하나원) 충청지부에서 주최하는 행사 일정과 겹친 것을 알았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중 네명은 이미 통일부 행사에 참석 신청을 했기 때문에 통일축전에는 참석이 어렵다 대답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떡해야 하나 고민 했습니다. 천안지역 활동가들과 통일축전 진행 여부를 다시 논의했습니다.
‘한명만 참석 가능하니 온라인 행사로 계획을 변경하여 진행할까?’
사실 이 편이 몸도 마음도 속 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벗들 활동가다! 쉽고 편한 길로만 가지 않겠다.”
북한이탈주민은 한 분이지만 다섯분 다 오시는 것처럼 똑같이 준비하여 경험과 체험의 기회로 삼아보자고 의기 투합했습니다. 여러 활동가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처음 계획했던대로 모든 것을 그대로 준비하기 시작 했습니다.
영상 담당인 저로서는 해본 적 없는 현장 영상 시청과 송출이라는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에 ‘그냥 온라인으로 진행 하자고 할 걸 그랬나’ 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영상지원 활동가의 세세하고 친절한 안내를 따라 시키는 대로 해보니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두차례에 걸친 리허설, 영상 환경과 송출 점검을 받고 나니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뒤에서 살뜰한 지원으로 챙겨주시는 활동가가 있으니 “역시 하고자 한다면 못 해낼 일이란 없다”. 싶었습니다.
영상회의를 하며 다과 준비, 장소 꾸미기, 현수막 제작 등 각자 역할을 정하기도 했는데 내내 즐겁고 편안했습니다.
서로 “내가 하겠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하는 활동가들에게 많이 배웠고
순간 순간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활동가가 일하는 농장에서 행사 날 사용할 머리띠 등 소품을 만들며 해지는 농장풍경을 바라보았던 날도 참으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드디어 10월 7일 한 명의 북한이탈주민을 모시고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통일 축전을 시작했습니다. 한 분 참석으로 예상 되었을 때 차라리 통일축전을 진행하지 말까 했던 마음이 있었지만, ‘당일 못 오신다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변덕 같은 제 마음도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박 OO님은 예정대로 참석하셨고 한 분이지만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행사 장소를 보시고는,
“나 혼자 왔는데 이렇게나 많이 준비하셨군요” 하며 놀라고 기뻐하셨습니다.
좋아해 주시는 모습에 저도 좋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행사라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있었는데 박OO님은 행사 내내 기뻐하시며 화면 속 다른 북한 이탈 주민들을 보고 “이런 행사 진행 방식은 처음인데 신선하다. 좋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헤어질 때 “참 좋은 일 하십니다”라는 말씀에는 갑자기 제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중간 중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던 저에게,
그 한마디는 제가 얼마나 좋은 일에 쓰이고 있는지를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제 안위에만 급급하며 살던 제가 평화를 위해 작은 손 하나라도 보태며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은혜였습니다. 저를 쓰일 수 있게 해주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화면 속 법륜스님과 북한 이탈주민, 함께 준비한 활동가의 환한 웃음 속에서 왜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지를 백가지 설명 없이도 그대로 체험하게 했습니다.
역시 윗동네 아랫동네 함께 만나니 참 좋습니다~.
2024년에 또 반갑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