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활동소식지(부산, 동래 역사산책)

좋은벗들 광명지역 활동가 이동림

2023년 10월 무렵에 다녀온 역사기행 소식을 이제서야 전하게 되었습니다.
역사기행에 스탭이 안내자를 포함해서 두 명뿐이라는 말에 “나”라도 스탭을 해야겠다는 혼자만의 사명감으로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갔습니다.
오랫동안 차를 타고 이동해서인지 멀미와 두통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습니다.
기행 코스가 시내 중심부여서 평소 부산시민들이 친근하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소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 역사기행 부제가 “역사산책”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동네 산책하듯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 23명 중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먼 지역에서 이 기행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 부산에 내려왔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모이는 장소는 동래향교였습니다.
평소 운동 부족으로 살짝 숨이 차며 동래읍성을 올라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있을까 말까, 파랗고 둥그런 가을하늘이 가을이라고 자꾸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동래읍성 역사관을 둘러보며 해설을 들었습니다.
부산에 의인들이 참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래 부사 송상현의 용기와 충절에 감동했습니다.
장영실 과학동산에는 정교하고 신기하고 알아볼 수 없는 많은 측정 기구가 있었습니다.
동양 해시계 광장에서 오늘 날짜와 맞는지 봤습니다. 잘 모르는 무지랭이인 내가 봐도 오늘 날짜와 일치하는 것 같았습니다. 장영실의 위대함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천문”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영화를 보길 잘했습니다.
위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를 키워낸 세종대왕님도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장영실 과학동산>

발길을 옮겨 복천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분묘인 복천동 고분군이 1970년대부터 발굴되었고 박물관은 그 옆에 건립되었습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중요도시인 부산이 삼국시대에도 요지였고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복천박물관>

두통에 공복이어서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머릿속이 가득했습니다.
오늘 기행에서는 오래전 알았던 지인 가족도 만났습니다.
가족, 지인 동반이 가능한 기행이었고, 지인 가족은 부산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가 둘 있는 단란한 가족이었습니다.
함께 식사할 곳을 물색하다가 동래시장 안 들깨칼국숫집으로 갔습니다.
재래시장 안, 서민들이 주방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식사를 할수 있게 만든 식당이었습니다.
허기지고 두통에 시달렸던 제게 들깨칼국수는 음식이 아니라 “보약’이었습니다.
뜨끈한 칼국수를 한 그릇 먹고 나니 기운이 펄펄 났습니다.

역사기행이 진행될수록, 두통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아!! 나는 역사기행이 체질이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두통도 없어졌겠다, 들깨칼국수로 에너지도 충전했겠다,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동래부 동헌으로 갔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충절을 지킨 송상현의 곧은 절개에 다시 한번 감동했습니다.
동헌 앞마당에 널뛰기와 투호 기구가 있어 아이처럼 잠시 놀기도 했습니다.

<동래부 동헌>

수안역 임란역사관은 지하철역에 있었습니다.
우왕좌왕하다 보니 해설을 제대로 듣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지상으로 나와 박차정 의사 생가를 방문했습니다.
박차정 의사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의 부인이시고, 육 남매 중 세 분이 치열하게 독립운동하신 애국지사 가문의 일원이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을 아직까지 내가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멋지고 훌륭한 여성이었습니다.

<박차정 의사 생가>

마지막으로 충렬사를 방문했습니다.
오늘 역사기행을 마무리하며 충렬사 등나무 아래에서 자유롭게 앉아 소감을 나눴습니다.
서울에서 기행에 참석하려 전날부터 온 부부, 사랑스러운 아이 둘을 포함한 4인 가족,
동갑내기 친구 셋, 혼자 참석한 젊은 여성 등 구성이 다양했습니다.
기록 일일이 다 하진 못했지만, 모두 하나같이 오늘 기행이 너무 좋았고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나누기를 하셨습니다.

<충렬사 등나무>

부산은 구석기, 신석기 유적지도 참 많았습니다.
옛날부터 사람 살기 좋은 곳이었구나 싶습니다.
역사기행을 응원하듯 파랗다 못해 투명한 듯한 가을 하늘,
아름답게 물든 부산의 나무들을 보며, 역사해설을 들으며, 스탭역할도 하며, 따뜻한 가을 햇살을 쬐며 걷다 보니 약 2만보 가량 걸었습니다.
의미 있고 즐거운 산책이었습니다.
몇십 년째 삶을 살고 있는데 부산은 태어나서 스치듯 두 번 방문했습니다.
이번 역사기행을 계기로 세 번째 방문이었는데 정말, 제대로, 부산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스탭으로 참여했지만, 이번 기행은 제게 귀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참가하다 보니 돌아가야 할 길이 멀어 아쉽지만 정해진 시간만큼만 진행하고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기행 일정이 정해지면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