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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2

[성명서]

중유공급중단·핵시설 재가동 선언 동시 철회하고

북·미 대화에 즉각 착수하라

-북미간 공세적인 자극정책 즉각 중단하라-

1. 북미간의 공세적 상호자극 공방의 결과로 한반도에 극단적인 대결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이 국제법도 무시한 채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화물선을 나포하고 ‘대량살상무기(WMD)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을 명시한데 한 데 이어, 12일(목)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12월분 중유중단에 대해 핵동결조처를 해제하고 전력생산에 필요한 핵시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2. 지난 10일 미국이 예멘 행 북한 화물선을 공해 상에서 강제로 나포 및 억류한 것은 설사 대량무기 확산 방지나 테러위협에 대한 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한 것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도 없는 공격적 행위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이 문제삼은 스커드 미사일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 동맹국인 예멘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입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취한 행동은 대단히 일방적인 행위라 할 것이다. 이는 2000년 말 거의 타결직전까지 진전되었던 북미간 미사일협상이 부시행정부에 의해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규제할 합의된 수단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제 1위 미사일 수출국인 미국이 미사일 수출입을 문제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출항 전부터 미사일 선적사실을 알고 있던 미국이 왜 이러한 충격적이고도 무리한 방식의 무력시위를 택했는가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이 이를 통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패권적 노선을 정당화하는 한편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들의 항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나아가 불과 일주일을 앞둔 남한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3. 한편, 우리는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발표를 통해 또다시 재연된 북한의 충격적 대응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번 조치가 핵동결의 대가로 제공키로 한 미국의 중유공급 의무 이행 중단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핵시설 재가동은 사실상 제네바 합의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파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함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긴장을 조성하는 극약처방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미국의 대북 불신과 봉쇄정책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벼랑 끝 외교’ 노선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중유공급 중단으로 인해 혹심한 동절기 에너지 위기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북한의 절박성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핵 재가동 발표가 결과적으로 또 다른 강경론을 유발함으로써 사태의 평화적이고 조속한 해결의 여지를 좁힌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4. 강압과 강변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우리는 지난달 KEDO의 중유제공 중단 결정에 대해 이러한 강경대응이 오히려 북한의 극단적 대응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방해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핵동결을 해제하고 핵개발을 협상카드로 삼는 것이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중유제공 중단’ 결정이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KEDO 관련국들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북한이 "핵시설들을 다시 동결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책임을 미국에게 떠넘기면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화의 재개는 상호간의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절차와 방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미국과 북한 양측이 중유공급 일방 중단, 핵시설 재가동 선언 등 서로를 자극하는 공격적 태도를 즉각 철회하고 포괄적인 해법을 찾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그것이다.

5. 우리는 북미간 조성된 극단적인 대결과 갈등의 국면에서 한국정부와 정치권이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해 줄 것을 촉구한다.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견지해온 한국정부는 북미간에 조성된 갈등과 긴장을 해결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중재자임에 틀림없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러한 위치를 적극 이용하여 갈등과 대결국면을 평화적 대화국면으로 이끄는데 모든 외교적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야 한다. 대선을 앞둔 각 후보와 정치권 역시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국가적 중대사로 인식,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의 합리적 수단을 찾아나가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각 당 후보들은 대선국면에서의 무책임한 주장이 민족의 앞날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정부와 함께 문제의 객관적 원인과 합리적 해법을 찾는데 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사실 확인에 충실하면서, 책임있는 보도 태도를 취할 것을 당부한다.

2002년 12월 13일

녹색연합, 참여연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