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과 한반도 평화
-이라크전쟁, 한반도위기, 평화운동-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이라크민중의 죽음과 고통 앞에서 말, 논리, 행동조차 변명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음; 부끄러움이 오히려 슬픔을 달래는 유일한 감정; 과연 무력감과 슬픔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존재론적 고민이 되는 시대; 21세기 벽두의 희망은 사라지고 문명사적 절망에 빠져드는 경향이 발생
○ 다른 한편으로 반전평화운동에 참여하면서 세상의 근본적 문제에 좀더 접근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음; 이러한 경험이 나의 조그마한 사회참여를 좀더 살아있는 형태로 발전시켜 줄 것으로 믿음; 동시에 학문적 치열함도 더욱 강해지는 느낌
○ 오늘 네 가지 주제로 말씀을 드리고자 함
1) 이라크전과 파병 논란
2) 한반도위기, 또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
3) 한국 사회에서의 반전 평화운동
4)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1. 이라크전과 파병 논란
미국의 이라크침략이 갖는 모순성
-대량살상무기 무장해제, 테러 예방, 독재자 교체 등이 오히려 대량살상무기를 사용, 테러 양산, 세계적 차원의 독재 및 중동의 독재 발생 가능
-수단이 목적을 부정
결국 미국의 이라크침략은 다른 목적이 존재한다고 할 수밖에 없음
미국의 이라크침략이 갖는 비인간성, 부당성, 불법성; 여기에서는 불법성을 다시 확인
-유엔헌장은 두 개의 예외를 설정: 집단안보체제의 예외, 자위권의 예외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의 교훈
-미국의 단일패권체제 하에서 미국의 일방주의가 견제되지 않음; 세계질서의 극단적 불균형성 및 유엔체제의 한계 노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질서의 힘의 정치와 비도덕성을 노출; 인류 사회는 문명의 이름으로 새로운 평화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전쟁은 더 이상 문명질서의 수단이 될 수 없음;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수단; 전쟁의 불가능성; 전쟁은 가장 비인간적이면서 가장 비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정의를 넘어서, 전쟁은 목적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전쟁 자체의 존재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에 이름;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정책수단을, 그리고 갈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 국제정치학에서 현실주의는 학문적 무능이나 안이함이거나(무이론), 도덕적 알리바이이다(이데올로기).
-군사적 수단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음; 군사적 수단이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보완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념은 이론적 허구이거나 전략적 속임수(책략)일 뿐임
-문명사적으로도 석유산업문명이나 신자유주의적인 빈곤과 갈등의 세계화가 군사적 억압체계 이외의 방법으로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
파병반대운동과 파병동의안 국회 통과의 역사적 의미
-파병반대운동은 한국 사회가 전쟁주의, 군사문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음; 동시에 한국 사회가 세계사적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위자로서 행동하려고 한다는 의식의 각성을 보여주었음
-하지만 파병동의안 국회 통과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지배계층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안보의식과 대미의존성을 보여주었음
-특히 한미동맹(비대칭, 불평등)의 강조, 국익론 등은 한국 사회가 갖는 편협한 안보관과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드러내 보여주었음
파병논란의 심각성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살상할 때 파괴되지 않는 인간성(양심)이란 없다
-국익론의 허구성: 북한핵문제, 경제적 국익
-국민의 보편적 양심과 인권을 보호하고 평화적 생존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을 파괴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국익이란 존재하는가; 그러한 국익은 누구의 국익인가
더욱 중요한 문제는 53년 정전체제를 극복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
-이미 우리는 53년에 성립된 정전체제와 한미동맹이 남북화해와 민족통일에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 작년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 사업
-2002년 북한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과연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지혜를 가질 수 있는가
-미국의 단일패권체제를 거부할 수 있는 세계관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2. 한반도 위기, 또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
북한핵문제인가, 북한과 미국의 갈등인가
-위기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인식
-북핵위기라는 표현을 피하자
-오히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라는 표현을
위기와 관련한 일지 참조
북한의 핵개발프로그램에 대한 우리의 태도
-우선 핵무기 개발: 북한 지도부의 유혹(양면성을 유지); 그러나 세 가지 평가 – 한반도위기 및 남한의 대미의존도 강화, 북한의 경제난 심화(전략적 무능), 동북아지역 무기 경쟁 악화 및 한반도 평화 통일 저해
-상호불신이 문제인가, 북한핵무기 개발 자체가 문제인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체보다도 상호불신 자체가 위기를 고조시키는 경향이 존재; 북한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태도는 너무 단순(이라크의 경우도 비슷함); 근본적으로는 평화질서를 위한 상호인식전환이 필요; 현재 누가 더 문제인가(미국인가, 북한인가); 이는 2000년 이후의 경험으로부터
-그러나 여기에서 현실적 판단;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현재 상황의 위험성; 과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는가?
-이라크에는 석유가 있다면, 북한에는 무엇이 있는가? 동북아의 중요성; 동북아는 경제적, 군사적 요충이다(인구 25 %, GDP 20 %, 잠재적 적 중국 존재; 북한을 이용)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와 상호불신 심화는 제일의 위험요소이다. 오해와 불신은 복잡화된 국가제도와 국제관계를 거치면서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북 미 사이의 오해와 불신만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남 북 사이의, 남한과 미국 사이의, 그리고 주변국들 사이의 의사소통과 상호신뢰는 문제해결의 기본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남한의 중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한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청취하고 신뢰를 획득해야만 한다. 남한이 신뢰받는 중재자가 될 때, 북한과 미국의 협상은 시작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북한이 제시하는 양 극단의 세계관을 벗어나 좀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세계관에 기초하여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국론이 양극으로 분열될 소지가 있다. 아직까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민족의 장래와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여 의견을 조정해 나가지 않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위기를 과장할 필요는 없음; 이라크전 이후의 국제질서는 당분간 조정 국면; 미국 역시 무기의 재고가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 위기의 해결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사항들 중의 하나는 북한에 대한 시각을 조정하고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기는 쉽지 않지만, 비교적 분명한 사실로부터 다소 까다로운 판단으로까지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다.
1) 변화하는 북한, 변화하지 않는 북한; 역으로 변화하지 않는 북한을 보는 눈: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체제를 위협하는 경제위기를 겪었다. 아직도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북한 체제는 불안정하다. 사실 북한의 핵무기개발이 아니라 북한의 경제위기가 당장의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2) 위기의 북한; 북한을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절망이다: 북한을 대미강경정책으로 몰아가는 것은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현실을 타파할 수 없는 절망감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압박은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북한은 희망을 갖고 국제사회로 나오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내비치고 있는 내용 없는 다자해법은 북한이 나올 문을 더욱 걸어 잠그는 꼴이 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에 대한 지원과 북미간 대화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실행하고 촉진시킬 수 있는 국가는 남한이다. 남한의 정부와 시민사회가 민족의 생존권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만 한다.
하나의 제안으로서 남한 사회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북한을 다자대화의 틀로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 그 뒤에 양자 회담을 만들어 나가야
3. 한국 사회에서의 반전 평화운동
한국 사회: 전쟁주의, 군사문화
-예를 들면, 조국해방전쟁, 민족해방전쟁 등; 북 – 적화통일, 남 – 승공통일
-전쟁을 주요한 정책수단의 하나로
-군사문화가 갖는 파괴력; 소위 배제적 사회경제질서
헌법 질서가 파괴된 경험
-경제건설이 인권이나 평화보다 중요한 가치
-선성장 후건설
지역 갈등이 지배
다행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2년 월드컵, 2002년 촛불추모집회 등
-2002년 대통령선거의 핵심 화두 중의 하나가 ‘전쟁이냐 평화냐’
-불행하게도 이러한 화두로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현실주의에 안주
-역사는 우회적으로 새로운 길을 만든다; 거리와 광장이 축제와 자유의 공간으로; 참여민주사회의 기반
21세기 한국 사회의 문명사적 고민, 세계사적 고민, 한국사적 고민을 평화운동이란 새로운 화두,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는 시도가 발생
4.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 1 : 53체제를 벗어날 새로운 안보관 형성
-평화운동은 국가중심의 안보관을 벗어나야 한다
-53체제는 불균등한 형태로 재편되었으며, 한미동맹은 53체제가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도록 하는 핵심이다; 한미동맹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분단체제를 넘어설 수 없다
-53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안보협력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안보협력체제는 국가중심의 안보관에 의거해서는 불가능하다; 동북아는 심각한 국가간 불균형이 존재한다(인구, 경제력, 군사력 등)
-전쟁의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동북아지역에서 공유될 때, 지역안보협력은 가능해 질 것이다
-한국 또는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국가 또는 중심지가 아니라, 동북아의 가교 또는 균형추가 되어야 한다; 21세기 새로운 안보질서와 안보관에 기초해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바라보자; 미래에서 현재를 보자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현실주의는 새로운 세계관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자기검열기제이다; 한국의 평화외교 속의 한 부분으로서 한미동맹을 위치시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 2 : 평화문화의 형성
-평화운동은 문화운동이다
-민족해방전쟁의 논리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문화의 핵심은 언어와 생활방식이다(반전운동, 촛불시위와 대미공격적 행동); 평화캠프, 갈등해결교육센터
-하나의 생활양식으로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공생과 다양성의 삶, 또는 관용의 질서를 생활 속에서 만들어야 한다; 평화교육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국익론이 갖는 도덕적 파괴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살상할 때 파괴되지 않는 인간성이란 없다
-결국 이는 우리를 민족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민족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때, 불평등과 갈등의 세계화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 3 : 새로운 사회경제체제 모색
-평화운동은 억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추구한다
-평화운동은 환경운동이자 평등주의운동이다
-잘못된 사회경제체제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면, 국익론은 언제라도 다시 우리를 억압할 것이다; 국익론은 역설적으로 파병이 가져다 줄 이익의 불평등성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파병동의안에 대한 지역, 계층, 세대에 따른 지지도 차이); 국익은 허구이자 이데올로기이다
현재의 한반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력도 당연히 포함; 남한 시민사회의 주도로
-남한내 설득구조를 만들자(통일운동단체 설득, 북한 설득; 보수 평화세력 설득, 미국 설득)
결국 이는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의 형성
-언론감시운동, 생활양식 변화 운동
-사소하게는 우리의 언어습관, 시민운동의 형태 변화를 추구
성공적인 평화시민운동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
-이라크전쟁, 이라크민중의 희생이 21세기 인류 평화를 위한 경고가 되도록 노력하자;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하자; 그들의 희생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부끄러움을 적극적인 형태로 바꾸는 노력
-이러한 노력이 한국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미국 사회를 바꿀 것이다
미,영-이라크 전쟁과 한반도 평화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1. 문제의식
유엔의 반대와 세계적인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함으로써 21세기 인류사회는 심각한 혼란에 직면하게 되었음
–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마비됨
–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질서의 구축(미국의 자국 이익만을 고려하는 일방주의에 대한 견제, 테러 방지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위한 평화적이고 효과적인 국제협력수단 확보 등)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정치경제체제의 수립(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정치경제체제의 전환)을 위한 적절한 제도적 장치와 효과적 방안을 찾기 힘들게 됨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국익을 고려하여’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고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한국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심각한 반대여론이 형성되었음
– 한국 정부는 현재 북한의 핵무기개발프로그램을 둘러싼 북 미간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음
–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견해는 ‘전쟁에 반대한다’가 80%를 넘지만, 파병 자체에 대한 찬반양론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
– 전쟁과 파병 모두에 반대하는 평화애호세력, 전쟁에 반대하지만 국익을 고려하여 파병을 수용하는 현실주의세력, 전쟁에 찬성하며 한미동맹에 따라 파병을 주장하는 전쟁지지세력 등으로 국내 여론이 크게 나누어진다고 판단됨
전쟁 자체와 파병을 둘러싸고 국론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일이며, 지금은 민주적 토론과 입법과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국가정책을 결정해야 할 시기임
– 한국이 처한 특수한 안보상황(정전체제 하의 분단국, 비대칭적인 한미동맹에서 약소국의 지위, 변화하는 남북관계 등), 특히 북 미 갈등의 지속을 고려할 때, ‘국론 분열’은 자연스러운 현상임
– 이러한 상황에서 현명한 정책결정을 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충분한 민주적 토론과정이 필요함
– 정부가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하였으므로,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절차에 따라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결정해야 함
– 국회의 결정과 국민의 여론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지나친 괴리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신을 낳을 것임
우리는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이 지닌 부당성과 불법성을 지적하고 한국 정부의 ‘국익에 기초한 변론’이 적절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음을 논박함으로써, 파병동의안에 반대하고자 함
– 소위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 지닌 논리적 모순과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고, 파병이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로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밝히려고 함
2. 동요하는 세계질서와 변화하는 사회의식
파병 관련 논의가 ‘국론분열의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기에 이른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질서 및 한반도질서의 변화, 한국 사회의 의식 변화 등을 살펴야 함
미-이라크전쟁(이후 ‘이라크전’으로 줄임)은 미국 중심의 단일패권체제에 내포된 모순이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함
– 미국의 단일패권체제 형성과정은 경제와 문화의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치장되고 있지만, 빈곤과 갈등의 세계화를 내포하고 있음
– 새로운 패권질서의 지배자인 미국은 단일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잠재적인 적대세력을 압박하는 정책을 추진함
– 특히 미국의 부시 정부는 ‘문명충돌패러다임’과 ‘근본주의적 종교관’을 결합한 단순화된 세계관에 기초하여, ‘힘에 의존한 패권 유지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함
– 9 11테러는 미국 중심의 패권체제에 대한 아랍문명의 극단적(따라서 정당화될 수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대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음
– 9 11테러 이후 부시 정부는 무력행동을 단일패권체제 유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하기 시작함
이라크전과 관련한 세 가지 사실
– 미국의 단일패권체제 하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는 쉽게 견제되지 않음; 이는 세계질서의 극단적 불균형을 보여주는 동시에 2차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유엔체제의 한계를 노출시켰음; 무엇보다도 국익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한 견제는 국제사회의 여론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으며 미국 내 여론의 변화를 요구함
– 군사적 수단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란 매우 어려움; 군사적 수단이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보완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념은 이론적 허구이거나 전략적 속임수(책략)일 뿐임
– 전쟁은 결코 구상된 계획대로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으며 전쟁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함; 극단적 수단인 전쟁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수단’의 하나로 선택하는 상태는 이미 비합리적 상황이므로, 전쟁이 발발하고 나면 전쟁의 진행과정은 결코 통제될 수 없음(네이팜탄, 집속탄, 열화우라늄탄, MOAB의 사용; 이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더 잔혹한 대량살상무기); 극단적 상황에서 약자가 굴복이라는 합리적 선택을 하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임; 전쟁의 종식은 전쟁당사자 일방의 패배나 전쟁당사자 쌍방의 한계적 상황에 의해서만 강요됨
이라크전쟁은 현존하는 세계질서의 한계를 드러내 보여주면서, 인류사회가 세계평화를 위해 새로운 세계질서를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줌
– 유엔중심의 안전보장체제(또는 국제기구중심의 다자간협력체제)와 미국 중심의 단일패권체제 사이의 불안정한 공존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다고 판단됨(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이 취한 일방주의에 따른, 불구화된 국제협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 중동지역이 분쟁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20세기 물질문명(미국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의 기초인 석유자원이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구공간정치 차원에서 전략적 요충이기 때문임
– 세계적 차원의 경제적 불평등, 군사적 불균형, 문화적 비타협성은 인류 사회가 21세기 세계평화를 위한 새로운 질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함을 보여줌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는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지만,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평화질서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과도적 상황임
– 냉전체제의 완전 해체를 위한 교차승인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의 적극적인 대유럽, 대일본 외교관계 개선 노력으로 교차승인을 향한 진전이 나타났음
–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교류 협력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었음; 현재는 남북이 화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교류 협력단계로 나아가려는 과도기라고 판단됨
– 물론 이러한 남북관계의 개선이 주변국의 대한반도 정책, 국제환경의 변화, 북한 내부 사정의 악화 등으로 정체하거나 퇴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음
– 예를 들면, 2002년 10월 야기된 북한 핵개발프로그램을 둘러싼 북 미 갈등은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요인이자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전망은 북한 핵개발프로그램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면서, 북한의 개혁 개방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교류 협력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임
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한반도에서 안보환경과 안보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
– 동북아지역의 안보질서가 기존의 동맹관계 중심의 대결적 구도에서 지역안보협력체제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제안이 점차 설득력을 얻기 시작함
– 한미동맹 유지와 남북관계 개선 사이에 존재하는 잠재적 모순이 경의선, 동해선의 육로 철로 연결사업 추진과정에서 나타남
– 1993~4년 한반도전쟁위기는 남한 사회의 안보와 관련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을 낳았으며,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한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음
– 변화하는 세계질서와 동북아질서에 걸맞은 새로운 안보정책이 필요하다는 의식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함
최근 남한 시민사회도 분단과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형성된 전쟁과 관련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화를 새로운 가치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음
– 남북정상회담, 남북관계 개선, 한 일월드컵, 촛불추모집회 등을 거치면서, 반세기가 넘도록 강요된 ‘전쟁을 정책수단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군사주의’를 거부하는 평화애호세력이 일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음
–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평화운동단체들이 만들어지고, 국제연대활동이 조직되기 시작함
한국 사회의 안보 및 평화와 관련한 의식 변화는 정부의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을 거부하도록 만들었다고 판단됨
– 이러한 거부는 정부가 안보와 관련하여 ‘과거에 기초한 관점/정책’을 내려놓고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정책’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
3. 정부가 제시한 미국 지지 및 파병결정의 이유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대이라크전에 대한 지지 표명과 국군파병 결정을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음
–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의 불가피성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를 논의하는 데 명분과 논리도 중요하나 이런 외교적 사안은 현실적 상황인식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덧붙여 "우리의 제1순위 국익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어떤 전략적 선택이 바람직한 것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음
–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으로부터 평화적 해결과 관련한 확고한 보장을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음
정부 내 외교당국자는 미국 지지 및 파병결정과 관련한 몇 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으며, 핵심요지는 한미동맹 관계의 유지가 한반도 안보상황 및 남한 경제의 안정에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임
1)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지지 및 파병을 요청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이미 이루어졌으며, 2002년 11월 한국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음;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 연속성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
2) 현 정부 핵심 정책목표 중의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국정과제 1)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긴요함
3) 2002년말부터 한미관계는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으며, 우리 정부의 입지가 매우 약화되어 있음
4) 한미동맹관계는 일종의 군사적 관계이며, 군사적 의무를 요구하고 있음; 특히 미국 부시 정부가 ‘우/적’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초해서 세계전략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적 선택폭은 매우 좁음; 더욱이 북한핵문제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한미동맹 관계의 악화는 남한의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음
일부 파병옹호론에 따르면, 파병이 직접적으로 가져다 줄 경제적 이득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적 고려사항임
– 남한 에너지 수입의 거의 80%가 중동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후 미국의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여 파병을 할 때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할 것임
– 전후 복구사업 참여가 거대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라크전 참여를 통해 전후 복구사업 참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함
4. 전쟁의 비인간성과 정당하지 못한 전쟁
현대 전쟁은 고도로 발달된 대량파괴, 대량살상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그 자체로 비인간적인 행위임
– 미국은 이미 이라크전에서 네이팜탄, 집속탄, 열화우라늄탄, MOAB(Massive Ordnance Air Burst, 공중폭발대형폭탄) 등을 사용하고 있음
– 특히 열화우라늄탄은 방사능을 방출함으로써 심각한 후유증을 남김; 1차 이라크전 때 미국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 때문에 이라크인들이 현재에도 고통을 받고 있음
수단의 비인간성은 목적 자체의 정당성도 부정하게 됨
– 아무리 고귀한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수단이 극단적인 야만성을 띠었을 경우 결코 고귀하다고 할 수 없음; 비인간적인 전쟁은 더 이상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부정하는 야만행위에 불과함
미국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자체도 정당하지 않음
– 미국은 테러예방, 대량살상무기 해체, 독재정권 교체 등을 전쟁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어느 것도 정당화의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음(아래 ‘파병 반대 7 가지 이유’ 중 두 번째 참조)
– 미국의 실질적 목적은 이라크 석유자원(매장량 2위)의 지배와 전략적 요충지의 확보라고 해석되고 있음
만일 미국이 독재정권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해야 한다면, 현재에도 지구상에는 무수히 많은 독재정권이 존재하며 미국은 이 모든 독재정권의 교체를 위한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사실 독재정권과 관련해서 말한다면, 역대 미국정권은 무수히 많은 독재정권을 지원하였다. 미국은 ‘자신들의 독재자’가 권력을 장악하지 않고 있는 독재정권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중동에서 미국은 ‘모든 독재의 근원’이었다.
더욱이 미국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목적 자체의 달성을 위해서도 전쟁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음
– 전쟁은 보복테러를 불러일으키고, 대량살상무기 획득을 위한 경쟁을 격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독재정권을 낳을 것임
– 전쟁이 올바른 수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선택한 것은 미국의 실질적 목적이 다른 곳에 있음을 확인시켜 줌
전쟁 자체의 비인간성과 이라크침공의 부당성이 너무도 명백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을 통해 미국 지지와 파병을 국민들에게 요청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음
– 이는 한국의 대외이미지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가치관도 혼란스럽게 만들 것임
– 현실주의는 도덕적 부당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의 하나이지만, 동시에 타인이 강요하는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함정임
전쟁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의 적법성을 따지는 방식을 통해 국제사회는 도덕적 부담감을 최소화하고 전쟁의 위협도 줄이려고 함
5. 이라크전과 한국군 파병의 불법성
유엔헌장은 국제적 분쟁을 평화적 수단에 의해 또한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해결한다(1조)는 전제 위에, 무력사용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정하고 있음
– 집단안보체제의 예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해 승인하였을 경우(39조, 42조)
– 자위권의 예외: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개별적 또는 집단적 지위의 고유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경우(51조)
유엔헌장에 따른다면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은 적법한 전쟁이 아니라 불법적인 침공이며, 따라서 오히려 이라크의 무력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음
– 유엔은 안보리의 결의안(1441호)에 따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무장해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가고 있었음
– 미국은 유엔의 평화적 해결 노력이 실패하였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후, 새로운 결의안 제출을 포기하고 전쟁을 위한 최후통첩을 발표하고 전쟁이 돌입하였음
– 분명한 사실은 미국 자신이 참여하여 의결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행사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임
–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 스스로도 유엔의 2차 결의를 추진하였음
국제사회는 불법적인 전쟁에 대해 국제법적 책임을 묻는 수단을 강구하고 있음
–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주도적 외교로 출범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원칙에 따르면,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은 범죄행위에 대한 공범행위에 해당됨(한국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초대 재판관을 배출하였음)
– 조만간 민간 국제전범재판소 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며, 여기에서 이라크전 참전국가는 모두 피소되고 역사에 기록될 것임; 한국은 설혹 피소되지 않더라도 국가위신에 커다란 손실을 입을 것임
미국 지지와 파병결정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위배하는 불법 행위임
– 헌법 5조: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 헌법 정신을 위배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국익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국익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거나 또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도 거부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을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주장의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함임
– 예를 들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사이의 갈등이 존재할 때, 경제성장의 이름으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임
파병의 근거로 제시되는 한 미상호방위조약조차 침략전쟁에 대한 파병을 부정하고 있음
– 한 미상호방위조약 1조는 국제분쟁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과 국제연합 의무의 준수를 강조하면서,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규정하고 있음
1조: 당사국은 관련될지도 모른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가할 것을 약속한다.
국제법, 국제조약, 국내법을 위반한 전쟁지지와 파병결정이 장차 한반도 위기와 관련하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음
– 원칙의 훼손, 외교정책 내 논리적 모순 등
6. ‘전략적 선택’과 국가이익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서 미국을 지지하고 파병을 결정한다는 논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음
–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 강화
– 한반도 안전보장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
– 남한의 국제신인도 유지와 경제 안정을 위한 한미결속 강화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논의는 최근의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주목해야 함
– NATO, NAFTA에 속한 동맹국 및 경제협력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이라크를 침략하였음
– 미국은 북한핵문제와 관련하여 한편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음
– 최근 미국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또는 철수를 주장하면서, 북한에 대한 정책수단의 결정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판단하고 있음
– 동북아지역에서 안보협력 및 경제협력을 위한 노력은 쌍무적 동맹관계 때문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음
– 북 미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남한의 국제신인도를 유지시켜 주고 있음
한미동맹의 이중적 성격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전망에 기초하여 한미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
–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안정을 보장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정치 군사 경제를 미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장치임(비대칭적 동맹)
– 한미동맹은 남한의 이익을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위한 장치임; 때로 남한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이 더 많이 고려되는 경우도 있음(상호이익동맹이자 불균등동맹)
– 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정책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점차 작동하고 있음(남북관계 발전, 동북아지역협력 등)
–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과 미국 모두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라는 압력을 내부로부터 그리고 주변국으로부터 받게 될 것임
–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정당하지 못한 전쟁으로 비판을 받고 있을 때, 올바른 한미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임(현실주의적 관점에서나 이상주의적 관점에서나 이러한 고민은 당연한 것임)
– 반대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미국이 남한을 더욱 약하게 보도록 만들 것임; 소위 비대칭적 동맹관계가 압력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는 오해를 낳을 것임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을 벗어나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
–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빠른 시일 안에 남한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여 북한과 주변국을 설득할 때 가능함; 특히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북한이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핵개발의혹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 미국 부시 정부의 대북관을 바꾸기 위한 출발점은 북한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함; 결국 부시 정부의 세계관과 세계전략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미공조에 기초하여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전략은 현재의 긴장상태를 계속 끌고 가자는 주장임; 이는 경제위기에 처한 또는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하여 급박한 처지에 놓인 북한을 벼랑끝전술로 몰아가도록 만들 것임
– 한반도의 안정은 남한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나아가 미국에게도 필요함; 한반도의 안정 없는 동북아의 안정은 불가능하며, 동북아의 안정 없이는 일본, 중국, 미국 모두 심각한 국익의 침해를 받을 것임; 한반도 안보에 대한 적극적 방어논리 필요
– 남한의 경제위기는 가까이는 일본 경제에, 궁극적으로는 세계경제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남한의 경제안정이 갖는 적극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함
‘과거에 기초한 관점/정책’에서 본다면 한미동맹의 약화가 남한 사회의 모든 것을 불안정한 상태에 빠뜨릴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정책’에서 본다면 한미동맹의 유지가 남한의 역량과 기회를 제한하는 장애요인으로 인식될 수도 있음
– 장기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의미를 재규정하는 태도가 필요함
– 현실주의는 ‘변화하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약이기도 함
– 미래의 변화된 동북아질서를 상정해 본다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한미동맹을 둘러싼 한 미간의 긴장은 ‘중대한 변화’의 전조라고 할 수 있음
단기적으로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은 남한의 대외이미지를 추락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세계화시대 남한의 실질적인 국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임
– 안보 자체가 포괄적 안보 또는 인간안보로 변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군사동맹은 외교적 자산의 한 부분에 불과하게 될 것임; 물론 군사안보의 중요성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군사안보만으로 국익을 지키기는 쉽지 않음; 특히 세계여론을 등진 전쟁, 비인간적인 참혹한 전쟁을 국익을 위해서 지지하는 것은 외교적 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적 신뢰를 상실하는 태도임
– 이미 남한 사회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국가라는 별로 좋지 못한 평판을 얻고 있음
– 캐나다와 멕시코,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이 참조해야 할 주요한 외교노선을 보여주었음
전쟁과 관련한 경제적 이득에 대하여
– 전후 국제경제질서의 변화를 미국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며, 에너지 자원 확보와 전후 복구사업 참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능가하는 부정적 여파(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 전쟁반대국가들과의 관계 악화, 국가의 대외이미지 손상으로 인한 협상력 약화 등)가 파병 때문에 다가올 수도 있음
–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경제발전과 사회경제체제의 전환을 위해서는 국익 개념의 올바른 정립이 중요하다고 판단됨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이 패배하거나 치명적 손실을 입을 경우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음
– 이미 미국은 침략전쟁을 시작함으로써 외교적 패배를 안게 되었음
– 새로이 형성될 국제질서는 미국의 독주를 막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미국 또한 이를 수용해야만 전쟁에 따른 부정적 여파(전후 국제사회의 비난,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경제침체 등)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임
7. 이라크전과 한반도핵위기
당장 북한의 핵무기개발프로그램에 따른 북 미관계 악화에 직면한 남한에게 이라크전 파병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가
– 남한의 미국 지지와 파병결정은 미국이 남한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끼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음; 남한 정부는 거래가 없었다고 했으며, 다만 한 미 정책공조에 좀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만을 하고 있음; 미국은 여전히 북한핵문제와 관련하여 모든 수단을 다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
– 과연 남한 정부가 이라크전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대안을 개발하여 북한핵문제의 해결을 주도하는 것을 미국이 용인할 것인가
– 미국이 내세운 이라크전쟁의 명분을 고려할 때, 미국이 평화적 수단만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임
– 이미 이라크전 자체가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음; 북한 지도부에게 이라크전은 미국 부시 정부의 공격성을 실질적으로 확인하는 계기임
– 남한이 결코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북한 지도부에 심어줌으로써, 남한의 대북 협상력이 약화될 것임; 최근 남북 당국간 접촉이 중지된 사실에 주목해야 함; 내달 초로 예정된 남북장관급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불확실함
이라크전의 조기 종식
– 미국은 전쟁을 효과적 수단으로 확인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대화보다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큼
– 당장 군사적 수단을 북한에 사용하지는 않겠지만(이라크전의 피로),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양보가 없는 한 추진하지 않을 것임
– 북한은 대외관계 개선 정책이 봉쇄된 상태에서 경제적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미국에 대한 벼랑끝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음; 북한에게 미국은 ‘위협의 본산’임
–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하여 이라크전에 파병한 남한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음
이라크전의 장기화
– 미국의 대북한 접촉 단절이 지속될 것임
– 이라크전에 파병한 남한 정부가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를 설득할 명분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음
– 더욱이 남한 사회 내부의 대북강경론을 설득하는 자체도 쉽지 않음
무엇보다도 원칙의 훼손 때문에 남한 정부의 입지와 설득력이 매우 좁아질 것으로 판단됨
8. 이라크전 이후의 세계질서와 한반도 평화
이라크전 이후에 예상되는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임
평화 통일외교와 한미동맹의 상관관계를 지금부터 조정해 가야 할 것임
– 평화 통일외교의 틀 속에 한미동맹을 자리매김하는 장기적 구상을 가져야 함
– 동북아지역협력과 한반도 평화 통일을 연계시키는 정책기조를 추구해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