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
북한 식량난 해결과 남북 농업회생을 위한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제안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비록 베이징에서 북중미 회담이 열렸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가장 확실한 기반은 남북의 신뢰구축과 교류협력을 통한 공존과 상생의 질서를 만드는 것을 통해 조성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오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한민족으로서의 당위적 의무이자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전제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남북경협추진위에서 북한에 40만톤의 쌀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앙발언’등을 내세워 북핵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등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NLL에서의 충돌사태 여부에 따라 쌀지원을 연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쌀지원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는 전제 없이 원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국제사회에서 인도적 지원의 문제는 정치성을 배제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다. 냉전시기 한 때, 미국이 조건부로 대외지원을 한 적이 있으나 강력한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었다.
우리는 전제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의 원칙이 이미 지난 대선 전후 여야 정당에 의해 확인된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지난 대선 시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전략적 상호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상호주의는 현금지원 등에 관한 것이며 식량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전제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쌀지원 문제는 형식적으로는 차관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본질적인 성격이 식량난 해결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경협 역시 정경분리원칙에 입각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치군사적 상황이 어려울수록 인도적 지원의 유지가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 역시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는 투명성 문제에 유의하되 전제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힌 점 역시 다시 한번 상기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한 대북 쌀지원은 전제 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와 여야정치권이 이 문제에 보다 일관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남북 농업회생 차원에서 정부 저장미의 대북지원을 포함한 남북농업협력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쌀지원은 남한의 쌀 수급조절과 남한 농업의 회생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남한의 저장미는 이미 1100만석에 이르고 있어 사료화, 가공식품화, 심지어 폐기까지도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1-2년간 이어진 심각한 쌀값 폭락사태는 남한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쌀 농업 기반을 근저로부터 흔들고 있다.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조사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정상적인 노동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100만톤 이상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장미의 북한 지원문제는 북을 돕는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돕는 일이다. 정부가 저장미를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북한동포들에게 지원함으로써 남북이 각각 처한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정부 저장미의 북한 지원이 남북농업회생과 통일농업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남한 저장미의 지원비용은 국제기준의 쌀구입 비용에 비해 다소 높게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단기적인 경제적 고려에 의해 판단할 문제가 아니며 농업정책적 차원에서 전략적인 이익과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정부 저장미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남한내 적정 쌀가격 유지에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러한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안정화되고 농업생산기반이 정상회되는 단계에서는 논 중심의 남한 농업과 밭 중심의 북한 농업의 효과적인 협력을 통해 남북한 농업기술협력과 농산물 시장안정, 나아가 통일조국의 식량자급의 기초를 닦는 전략과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차원의 북한돕기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민간차원의 대북지원활동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으나 정부의 정책혼선과 일관된 태도의 부재로 인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인도주의적 지원의 문제를 정쟁거리로 삼아왔던 정치권의 정략적 냉전적 태도도 시민사회의 인도적 실천의지를 가로막아 왔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북 쌀지원이 인도주의적 문제임을 분명히 함과 아울러 시민사회의 인도적 대북지원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03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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