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청년들이 의기투합했어요.
이혜정(교사. 청년평화모임)
청년회 평화모임이 꾸려진 후 6개월 남짓
지난 12월 17일 대성리로 평화모임 MT를 다녀왔다. 쭉 둘러앉아 긴장하면서, 머리를 써가며 재미나게 했던 369게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더 가까이서 바라보며 마주앉아 서로의 얼굴 그리기, 인생 곡선을 통해 살아온 이야기를 밤새 나누면서 그간 멀리 있었던 법우들이 좀 더 다가와 있음에,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에 얼마나 뿌듯해했던가.
우리는 내 안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로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발원을 모르는 사이에 했었나보다. 평화모임이 주체가 되어 “북한 동포와의 송년모임”을 치러낸걸 보면.
박선미, 전성지 두 분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짜서, 역할을 분담하고, 준비를 했는데, 서너 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2주일 동안 노래 연습하고, 떡 준비하고, 김밥 분량 정하고 하면서 정성이 한껏 더해졌다.
많이 서투르고 분주했지만 정성껏 차, 음식. 행사장 장식. 최종 노래연습까지 준비는 끝!!!
송년모임 전날 최종 점검하면서 동포 청년들이 예상보다 적게 참여한다는 소식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행사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서너 명 정도 밖에 참여하지 않자 진행 맡은 전성지, 정상오 두 분이 재치 있게 순서를 옮겨 북한 ‘테레비죤 단막극 [산간역에서]’ 상영을 먼저 시작하면서 드디어 송년모임이 시작되었다.
2000년에 북한 TV에서 방영된 단막극으로, 동포 청년들은, 97․8년에 중국으로 이탈해왔기에 그간 변화된 고향을 실감했고, 또 우리는 북한의 TV극을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상영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 강당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어 모임을 준비한 우리는 이젠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율동과 함께 한 소개시간은 잠시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흥겨워서 금방 어색함이 사라졌다. 떡과 과일을 먹으면서 지난 가을에 있었던 “통일체육축전” 감동의 순간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일체감은 점점 더해갔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김은수씨의 거문고 연주는 분위기의 격조를 한층 더해 주었고. 귀여운 고깔을 쓴 평화 모임의 빵빵한 노래로 모임은 최고 절정으로 무르익어 갔다. 생각보다도 많은 분들의 참석했기에 물어봤더니, 외로워서 좋은 모임에는 함께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2차로 간 식당에서 가벼운 반주와 함께 나누었다. 사투리가 아니면 구분이 잘 안되어 소개 시간에 직접 동포인지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동포청년들은 한국사회에 잘 적응을 해나가는 듯 했다. 희망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어, 정말 기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검정고시 준비하는 스무 살의 젊은 청년들은 국사(북한에서 배운 것과 달라서)와 영어(적게 배워서)가 어렵다는 이야기, 용접 등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 북한 실상의 얘기(영화를 보면서 북한의 기차가 2-3일정도 멈춘다는 이야기는 참 이해가 안되었는데, 전기공급이 안되어 그렇다는 이야기), 중국에서 3-4년 지냈기 때문에 적응에 별로 어려움이 없다는 이야기 등등…
이렇게 하나된 마음으로 노래방에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선곡해서 저절로 흥을 나눌 수 있었다. 락. 랩 등 장르를 초월해 흘러간 노래에서 최신 가요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가무를 곁들여 가며 신명나게 그렇게 놀았다.
그리고 10여일 지나 평화모임 학습시간에 그때 참석했던 한정선 씨(동포)를 다시 만났다. 참 속이 깊고 마음이 고운 친구였다.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친구였다. 서로 달랐던 경험을 나누니 내용이 풍부해지고 깊어질 수 밖에..
북과 남이 벽을 허물고 만나 마음을 나누면 이런 것이겠구나 !!!
그리고 [통일 체육 축전 비디오]의 자막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2004년에도 좋은벗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좋은 친구로 함께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