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염원기도를 하며 찾은 내 마음의 평화
창원 김은숙 활동가
가야 불교 초전법륜 성지, 봉림사지 중창불사 및 평화통일 염원 기도에 2022년 봄부터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봉림사지에서 기도에 참석해 단체사진에 찍힌 동기의 모습을 보고 은근히 경쟁심이 올라왔던 것이 첫 참석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들도 하는데 나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2022년 4월에 처음 봉림사지에 참석했는데, 봉림사지 입구에서 언덕길을 걸어서 15분 가량 올라가면 철망울타리가 보이고 입구에 들어서면 이름대로 봉림사가 있었던 자리에 건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둥그런 땅만 보였습니다.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었고 봉황이 알을 품은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아늑하고 고요한 성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쑥 캐는 것을 좋아해서 창원에서 양산 통도사까지 쑥을 캐러 간 적도 있었는데, 봉림사지에는 쑥도 많이 자라고 있어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더욱 들었습니다.
맨바닥에서 절을 어떻게 하나 주저하고 있는데, 각자 가져온 요가 매트와 절 방석을 깔고, 부처님 사진을 울타리에 걸고 목탁을 치며 300배 정진 집전을 시작하였습니다.
집에서는 108배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는데 300배 정진을 함께 하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연꽃 속에 포옥 안긴듯한 봉림사지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너무 아름다워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염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통일기도 발원문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뉴스로만 북한 소식을 접하며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이었습니다. 통일 염원 기도를 하면서 그들이 우리의 동포이고, 현재 고통받고 있으며, 한반도가 평화롭지 않음이 더 와 닿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올리는 우리의 통일 염원 기도가 작은 씨앗이 되어 ‘언젠가는 통일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화 재단에서 발행한 현안진단을 읽으며 한반도의 정세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작은 자석의 자력이 떨어졌을 때 큰 자석에 붙여 놓으면 다시 자력이 증가하는 것처럼 저는 봉림사지에 갈 때마다 점점 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워졌습니다.
저희 남편은 제가 봉림사지에 다녀오면 얼굴이 아주 편안해 보인다며 새벽에 나가기 좋도록 전날부터 주차에 신경도 써 줍니다.
전에는 남편이나 시어머니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면 어디든 남몰래 사라지거나 외국으로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봉림사지가 나의 최고 힐링 장소가 되었습니다.
2년 정도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꾸준히 봉림사지에 다니다 보니, 마음이 많이 평화로워져서 시어머니를 미워하거나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전보다 90% 정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추운 한겨울에도, 비가 쏟아질 때도, 태풍이 오는 날에도 봉림사지에서 도반님들과 함께 정진하다 보니, 부처님의 제자로서 함께하는 자부심과 형제보다도 끈끈한 믿음과 정이 생겨났습니다.
1월에는 새벽 5시가 아주 깜깜해서 하늘에는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 등의 새벽 별이 보이고, 플래시를 켜고 봉림사지로 들어서면 땅에는 서리가 내려, 별 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거리는 서리를 밟고 가는 기분은 황홀하였습니다.
한겨울 새벽에 봉림사지에 기도하러 다니지 않았다면 평생 보지 못했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봉림사지에서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300배 정진을 하였습니다. 봉림사지 중창 불사와 코로나19 극복, 우크라이나의 평화도 기원하며 기도했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할 때, 도반들이 “지금 영하 10도라 손가락이 이렇게 시린데, 북한에 사는 동포들은 얼마나 춥고 힘들지 마음이 아프다”는 말씀하실 때 제 삶이 얼마나 행복한 상태인지 생각할 수 있었고 북한 동포들의 삶에 대해 상기해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남북관계가 경직되어 통일 염원보다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발원을 많이 합니다.
평화와 통일 염원 기도를 하며 북한 동포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더욱 정진하고 검소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탁을 치며 집전하시는 박태화님은 함께 정진하는 분들이 있어 봉림사지에서 기도하는데 큰 의지가 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셋째를 임신하고 출산하기 몇 주 전까지도 봉림사지 기도에 참석하신 분은 얼굴이 마애불상처럼 편안해 보였습니다.
일주일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매주 일요일 봉림사지 통일기도를 하며 씻어내는 듯해서 좋다는 분,
엄마품처럼 포근한 봉림사지에서 새소리, 바람소리, 개구리소리 들으며 기도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라는 분,
평소 생활속에서는 잊고 살다가 정진에서 통일과 봉림사 중창불사를 되새기며 기도할 수 있어 봉림사지에서 하는 기도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또 봉림사지 기도를 꾸준히 하며 처음에는 엄청 오기 싫은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오는 자신을 지켜보며 자신에게 뿌듯한 마음 든다는 분의 나누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분들과 기도를 할 수 있었기에 내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었습니다.
또, 봉림사지에서 300배 정진도 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풍경도 매주 느낄 수 있었고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 세계의 평화를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이 평온해지고 자연스럽게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어 뿌듯하고 날마다 부처님께 감사하는 행복한 나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