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함께 먹고 함께 일할 때
윤원정
7월 16일 일요일, 장마로 인한 폭우 속에서 수해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남부터미널역을 향해 강연을 듣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남부터미널역에 도착하자마자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길가에서 강연 안내표지판을 들고 서 계신 봉사자분을 보며 감사함을 느꼈고, 그 덕분에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습니다.
이번 강연은 북한이탈주민 강사님이 진행했습니다. 이런 주제의 강연을 처음으로 듣게 되어 기대감과 긴장감이 뒤섞였습니다. 강연장에 모여든 관객들 앞에서 강사님은 경수로 사업을 접한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북의 근로자들이 어떻게 함께 일하고 생활했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최OO 강사님은 경수로 사업(1995~2006)의 내면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강사님이 직접 목격한 남과 북의 근로자들이 함께 식사하며 일하는 모습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경수로 사업 착공식 때 제물로 사용된 돼지머리, 북한 농촌에 처음 도입된 포장도로의 모습, 포장 후 소똥을 피하려고 소에게 기저귀를 착용시킨 일화 등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또한, 밤에는 어두운 북한 농촌 마을과 대조적으로 경수로 남한 근로자 숙소만이 밝은 불빛을 내뿜었고, “밝은 세상, 깨끗한 에너지”라는 표지판이 돋보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강사님은 열차가 경수로를 지나갈 때의 특이한 모습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열차 지붕에 올라탄 사람들을 숨기려 했으며, 창밖으로 손을 흔들지 못하게 했지만, 열차 안에서는 사람들이 창밖으로 허리를 내밀며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한 나라의 동포임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남한 사람이 제작한 북한식 자력갱생의 파리채 사진을 보여주면서, 남한 근로자들이 “통일되면 파리채 장사로 돈 많이 벌겠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통해, 한 민족임을 잠시 잊고 있을 뿐인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강사님은 인민병원의 열악한 상황과, 남한 차량이 지나갈 때 북한이 보이기 싫어하는 잡상인 물건을 치우는 모습 등, 북한이 자신들의 경제적인 격차와 열악한 환경을 숨기려는 모습도 있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최OO 강사님은 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북한 문화와 그들의 생활 방식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셨습니다. 북한 농촌에서는 소를 통한 환자 운반 방식이 특이했으며,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남측 근로자들을 위해 준비된 푸짐한 식사와 함흥 신흥관의 냉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남측 근로자들의 이발을 위해 평양에서 이발사가 와서 남한 스타일의 머리가 유행하게 되었으나, 문제가 되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감자와 옥수수를 주고받으며, 신라면과 다른 남한 제품도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하지만 체제의 개입으로 이런 동포 간의 교류는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남측 근로자가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 그것을 들은 북한 주민들은 생존에 위험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1988년 올림픽을 통해 남한은 경제적으로 성장하며 체제 경쟁에서 앞서갔지만, 북한은 남측의 영향을 우려했고, 그래서 남측의 영향을 차단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경수로 건설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남북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직접 만나, 함께 일하고 식사하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 문제가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는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한반도의 중심지인 개성공단(2002~2016)에서는 북한 주민의 취업에 특별한 조건이 있었습니다. 성분이 복잡하거나 이혼한 사람은 취업에서 제외되었고, 한 가정에서는 오직 1명만이 취업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이 전 군인 중심이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첫 시제품은 냄비였는데, 이 제품은 2004년 12월 15일에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판매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평양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슬로건 ‘이밥에 고깃국’에 따라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에게 제공된 급식은 주로 국물 위주였습니다. 이로 인해 남측에서 제공하는 급식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처럼 보였습니다. 북측 근로자들은 공단 급식으로는 국만 제공받고 밥과 반찬은 도시락으로 지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간식으로 제공되는 초코파이를 의아해하였습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한다’라는 자본주의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북한의 수공업자들은 뛰어난 솜씨를 활용해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남은 천과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다양한 물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능력은 산업 쓰레기 처리에도 활용되며, 그들의 장인정신은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아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사진, 1980년대 남한 청년들의 민주화 투쟁 모습이 북한 TV에서 방영되었을 때, 그리고 1989년 임수경의 방북 때의 패션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문화와 생활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남한 사람들 모습, 발전된 도시 풍경, 그리고 청년들의 패션 등을 보며 남한의 풍족한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부분은 남한이 풍요롭지만 북한 사람들은 화상 환자에게 자기 피부를 떼어주는 등 윤리적 면에서 사랑을 실천하기 때문에 남한, 미국, 중국도, 아이들로 낮춰 부른다고 하셨습니다.
개성공단은 고급 브랜드 가치를 확립하여, 상징과 기능 측면에서 민족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근대와 현대의 만남으로 인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최OO 강사님은 북한의 2천만 동포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계셨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몇 분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스탭들이 준비한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노래를 듣고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모임을 마무리하며 3시간 동안의 강연과 프로그램을 완료했습니다. 긴 여운을 남기며, ‘평화’와 ‘통일’의 소망을 담아 박노해 님의 ‘간절한 염원’ 시를 인용하겠습니다.
간절한 염원
박 노해
베를린 장벽은
우발적인 오보로 무너졌다고 한다
1989년 동독 정부 대변인 사보프스키가
동서독 여행 자유화 정책을 발표하는데
한 기자가 대뜸 언제부터 발효되는가 물었더니
엉겁결에 ‘지금 즉시’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 말이 ‘장벽이 무너졌다’로 잘못 보도되었고
그날 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베를린 장벽으로 물밀듯이 몰려들어
장벽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무장한 경비대들은 상상조차 못 한 일이 벌어지니
총을 쏠 수도 없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28년 동안 가로막고 선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져 버렸다
그것이 언론의 오보 때문만이었을까
동서독 사람들 모두가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열망,
지금 우리에게 그런 염원이 있는가
그런 사무치는 마음이 있는가
오보이건 우연이건
어떤 순간이 벼락처럼 왔을 때
다 같이 달려나갈 수 있는
그런 간절한 염원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