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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지(철원 DMZ 기행)

좋은벗들 광명지역 활동가 이동림

2023년 가을, 동래 역사기행을 한 바로 다음 날,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서초 큰 대로변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철원역사기행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저기 멀리 전라도에서 경상도에서, 부산에서도 오셨습니다.
전국에서 92명이 모여 버스 두 대가 거의 찼습니다.
저는 오늘도 스탭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다녀온 동래역사기행 덕분에 기운이 솟고 있었습니다.

2시간가량 이동해서, 자가용으로 철원까지 오신 분들을 버스로 모시고, 30분가량 더 이동했습니다.
가다 보니 점점 철책선이 보이고 지뢰 경고 문구와 표시가 보입니다.
분단국가임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사라진 마을 김화 이야기관”이었습니다.
6.25전쟁으로 통째로 사라져 버린 김화마을의 비극을 남아있는 사진 자료로 봤습니다.
1940년대였던 그 시절 영화관도 있었고 은행도 있었던, 지금의 행정구역으로 군이나 시쯤 되는 마을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전쟁의 참담함이 느껴졌습니다.
예전 김화마을에 부모님께서 땅을 갖고 계셨다며 아직 땅을 찾지 못했다는 참가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날은 날씨가 어느 날보다도 화창하고 가을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철책선과 대조되게 철원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예전 김화마을도 이랬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쓸쓸해졌습니다.

우리는 충렬사지로 향했습니다.
충렬사지는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있습니다.
충렬사지에서는 내 나라 우리 땅임에도, 남녘을 향해서는 사진 촬영할 수 없다는 군인들의 엄중한 경고를 들었습니다.
중요 군사지역이므로 남쪽을 향해서는 어떤 것도 촬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저격능선 전투 전적비를 둘러보았습니다.
6.25전쟁에서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크게 승리해서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입니다.
우리가 이긴 전투이긴 하지만 양쪽 모두 많은 생명이 죽은 비참한 전투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해서 승일교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승일교가 있는 지역은 6.25전에는 북한에 속해있는 지역이어서 북한이 다리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6·25 이후에는 그 지역이 남한에 귀속되게 되어 다리의 절반은 남한이 완공하게 되었습니다.
북과 남이 반반씩 만들어서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김일성의 이름을 따 “승일교”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승일교>

고석정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참가자 중 두통약을 찾는 분이 계셔서 두통약을 구하러 주변을 다니다가 고석정은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ㅠㅠ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 약을 구해서 전달은 했습니다.

진지함 속에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혼자 늦게 밥을 먹게 되었었는데 식당 종업원들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역사기행 참가자들이 잔반도 안남기고 그릇도 닦아먹고 하니까,
“아유, 이 단체는 잔반 안남기네. 안 남기니까 얼마나 좋아 ~~설거지하기도 좋고.” 하니 다른 분이, “좋은 벗들이라는 단체래. 환경운동 하는 단첸가 봐~~”
철원의 어느 식당에 좋은 벗들이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백마고지로 향했습니다.
백마고지에서는 6.25 전쟁 막바지에서 백마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남과 북이 며칠 밤낮으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이어진 폭격으로 산 높이가 2m가량 줄었다는 이야기와 그 폭격에 사용했던 탄피를 모아 만든 조형물을 보며 영화에서 보았던 젊은이들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영상이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기념비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형물을 보며 전쟁 당시 곳곳에 널려있었을 시체와 진동했을 피 냄새가 생생하게 상상이 되어 도리질을 쳤습니다.

<백마고지 기념비>

노동당사는 보수공사 중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버스 안에서 앉은 채로 창밖으로 노동당사를 보며 해설을 들었습니다.
저와 다른 한 스탭은 우리 버스 두 대가 정차한 관계로 도로 양방향 차량의 운행을
조절했습니다.
노동당사에 대한 해설도 듣지 못했습니다. ㅠㅠ

마지막 행선지인 소이산 전망대에 천천히 올라 저 멀리까지 보이는 북한 땅을 봤습니다.
28일 부산 동래 기행 날도 하늘이 더없이 맑고 좋았는데, 29일 철원 역사기행도 환영해 주듯이 하늘은 더없이 맑고 파랬습니다. 덕분에 시야도 훤하게 탁 트였었습니다.
소이산 전망대에서 북녘땅이 이렇게 환하게 보인 건 드물다고 해설을 해 주신 이승용 님도 말씀하셨습니다.
넓고 기름진 철원평야가 한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용암대지, 철원.
위도상 쌀농사를 짓기에 적절해 보이지 않는 철원에서 쌀이 유명한 이유입니다.

이날 우리는 좋은 가을날, 한가로이 버스를 타고 관광 다니듯 철원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70년 전에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끊이질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영평교를 지났습니다.
영평교 이름처럼 온 세상에, 평화가,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