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돈주들, 내년 식량난대비 알곡 사들여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는 돈주들이 내년에도 식량난이 계속될 것이라 보고, 시장에서 옥수수와 두부콩 등 알곡들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 중기, 공업품, 중고 자전거 등 장사를 하던 사람들도 밑천을 팔아 옥수수 등 알곡을 사들여 저장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시장 단속이 더 강화되고 있어서 장사하는데 제약이 많을 것이라 보고, 저마다 경쟁적으로 농작물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음식 장사, 채소 장사, 국수 장사 등 하루 벌이 하는 사람들은 밑천이 없다보니 알곡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일은 꿈도 못 꾼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요즘 옥수수 값이 1kg에 800-900원대이지만, 내년 봄이면 kg에 1,500원 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낟알을 저장하고는 값이 더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돈이 없어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낟알 값이 내려가기만 바라고 있다.
평성에서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을 왔다갔다하며 도매장사를 하는 김철주(44세)씨는 “돈주들, 그러니까 돈이 많아서 이맘때쯤 낟알을 많이 사들여 저장해놓는 사람들은 외국에서 식량 지원이 들어오면 큰 타격을 받는다. 식량 값이 떨어지면 자기네들 이익이 줄어드니까. 반대로 생계유지하기도 바쁜 사람들은 외국에서 주는 식량이 목숨 줄이나 마찬가지다. 목숨을 연장하느냐, 못하느냐가 거기 달려있으니까”라며 외부의 식량 지원이 돈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거듭 강조했다.
■ 식량소식
개성, “군량미 좀 줄여 달라”
11월 들어서 군량미 수거가 본격화되면서, 개성시 인근 농촌 마을의 농장 일꾼들은 시당과 농촌 경영위원회에 군량미로 바쳐야 할 알곡 수량을 좀 줄여줄 수 없겠느냐는 탄원을 했다. “올해 농사지은 것을 모두 군대들이 가져가면 다음해 농민들이 무얼 먹고 농사를 짓겠는가, 군량미 좀 줄여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이다. 이번 수확기가 끝나고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분배량이 4개월 분량도 될 지 안 될지 모르겠다며, 만약 이조차 못 주면 내년에도 농민들의 식량 고생이 막심할 것이라 호소했다. 개성시당에서는 다른 시당과 마찬가지로 “농민들이 좀 굶는다고 해도, 군대에 보낼 식량을 줄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탈곡하면서 한 알의 알곡이 허실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정주시 룡포리 농장 하루 감자로 두 끼니 연명
평안북도 정주시 룡포리 농장에서는 농민들에게 한 끼니에 감자 6알씩 하루 두 끼니를 주고, 중간에 삶은 밤을 10알씩 배급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인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적이 드문 산골 마을이다. 탁아소와 유치원 아이들 모두 합쳐봐야 15명도 채 안되는데, 점심식사를 주지 못하게 되면서 나오는 아이들은 5-6명에 불과하다. 이 지역에 밤을 따러 나오는 군인들도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팔, 다리와 목이 너무 가늘다. 이 지역 농민들은 기대보다 적은 양이라도 하루빨리 올 농사 분배량을 받게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농촌동원에 참가한 사람만 이삭 줍게 해
황해북도 신계군에서는 지난 10월 25일부터 이삭 줍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보안당국에서는 농장 밭에 얼씬거리는 사람들을 무조건 불러 세워 낟알이 있는지 일일이 짐을 들춰보고 그 자리에서 회수하고 있다. 이삭 주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농촌 동원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만약 이삭을 주우려면 농장 관리위원회에 이름을 등록해야 한다. 농장에서 일했다는 증명을 해야 오후에 이삭을 주울 수 있다.
함경북도 부령군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이삭주이를 하려면 농장 일을 먼저 한 뒤 농장의 허락을 받고 남는 시간에 이삭을 주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가 내려지자 사람들은 한 알이라도 더 많은 이삭을 주워 가려고, 이삭을 많이 잘라내 농장 볏단을 나를 때 일부러 여기저기에 많이 떨어뜨리고 있다.
■ 논평
남북한 당국은 조건 없는 교류 협력에 나서야
남북관계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타격을 받은데 이어 불똥은 개성공단으로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이 설마 개성공단 사업까지 접겠냐며 겉으로는 대북정책의 변화는 없다고 애써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개성공단이야 크게 이익 될 게 없다며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하겠다고 한다. 남한이 6․15, 10․4 공동합의를 무시한다면, 6․15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개성공단을 닫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서로 손해를 보더라도 남쪽에 더 크게 손해를 줄 수 있다면 해볼 만 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남북한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이런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해 왔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북핵 선폐기, 비핵 개방 3000 등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당국자의 발언은 북한을 자극해 왔다.
최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 보도, UN 대북인권결의안 공동발의국 참가 문제와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 등이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북한 또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계속 높여 청와대를 불편하게 하고 있고, 금강산에 상주하는 현대 직원들을 추방하고 당국 간 전화선도 차단시켰으며, 개성공단까지도 철수시킬 수 있다며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아가고 있다.
여기에서 이러한 힘겨루기로 남북한 당국이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연초부터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되어 1천만 이산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만 가고 있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식량 지원 중단으로 어느 해보다 혹독한 춘궁기를 보내면서 농민들과 취약계층들의 사망률이 급증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사업하겠냐면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주들은 국가에 보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성공단 사업마저 중단되면 중소기업의 무수한 도산은 물론 고용된 북한노동자 3만 5천명과 그 가족 등 십여 만 명의 생명들이 다시 생존권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결국 이러한 파국을 선택할 것인가?
더 이상 소모적인 기 싸움으로 국력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인 실리와 실용주의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빛을 발해야할 때이다. 북한 정부가 줄곧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를 당면한 남북관계의 난관을 헤쳐 나가는 남북한 공동의 구호가 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명분도 중요하다. 다른 국가, 다른 민족과의 전쟁이나 외교담판에서 명분은 실리 못지않은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자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 관계에서 민족 공동의 이익을 외면하는 명분 싸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 통일을 위한다면 남이든 북이든 자신의 명분도 지분도 대의를 위해 내려놓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계 경제의 침체기를 극복하고자 각국이 국익을 위해 매진하는 이때에, 우리만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포용 없는 상생과 공영이란 존재할 수 없다. 민족의 이익을 외면하는 ‘우리 민족끼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남북한 당국은 조건 없는 대화와 교류, 협력을 위해 나서주길 바란다.
■ 경제활동
김장용 소금 비싸게 팔아 주민 불만고조
각 지역별로 올 가을 김장용 소금 분배가 시작됐다. 함경남도 북청군 주민들은 지난 9월 달에 이미 소금 값으로 kg당 350원씩 냈다. 그런데 소금을 실어오는 동안 손실량이 늘어나 kg당 400원으로 올리게 됐다며, 집집마다 50원씩 더 내고 있다. 어찌됐든 이미 값을 치른 수량보다 더 많은 소금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더 주고 소금을 사고 있다.
한갑숙(40세)씨는 “상점은 국가에서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들이 돈벌이를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말이 많다. 국가 명판을 내걸고 소금으로 무리하게 돈을 벌고 있다”며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시장단속 후 메뚜기장사 증가
평양에서는 시장 단속이 강화되면서 메뚜기 장사가 더 활성화되고 있다. 메뚜기 장사꾼들은 골목길마다 봇짐을 풀어놓고 장사하다가, 단속원이 떴다고 하면 삽시간에 챙겨서 달아나곤 한다. 한 번은 누군가 농담으로 보안원이 온다고 했다가 한창 장사에 열중하던 장사꾼들이 허겁지겁 봇짐을 싸들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옆 사람을 밀치기도 하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누군가 거짓말한 것이라는 소리에 맥이 탁 풀려 앉는 사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 이미 멀찌감치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 등 제각각이었다. 이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았던 황미숙(28세)씨는 “앞으로 이런 모습을 골목길마다 보게 될 것이다. 평양이 이 정도면 다른 시, 군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라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옆에 있던 장혜영(31세)씨도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에 나라에서 인민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데 편리를 제공해주면 좋으련만 단속만 해대니 백성들이 살기가 고달프다. 이렇게 쫓겨 가며 장사하는 일이 얼마나 보기 흉측한 일이냐. 농담 하나에도 벌벌 기는 백성들이 가련하지도 않은 가. 높으신 분들이 제발 이런 사정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 정치생활
남조선두고 온 형제 그리워 탈북시도
황해남도 해주시에 사는 올해 팔순이 되는 김용근씨는 전라남도 여수에 형제를 두고 온 이산가족이다.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혈육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올해 유독 힘들었던 식량난으로 생계가 몹시 힘들어지자 아들, 며느리, 손자 등 온 집안 식구들을 데리고 탈북하려고 국경연선지역까지 올라갔다.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막내아들 집에서 며칠 묵었는데, 도강비가 너무 비싸 예상보다 지체하게 됐다. 무산군 보위부에서 눈치 채고 김씨와 그 가족을 불러다 심문에 들어갔다. 도강 시도 사실이 밝혀져 김씨 가족은 곧장 해주시 보안서로 호송됐다. 김씨는 “이제 살아생전에 아우들 얼굴 한 번 보고 죽기는 글렀구나”라며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보는 이들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은덕군 농장책임비서 식량 빼돌린 것이 드러나 해임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간부가 올해 은덕군 시범 농장 책임비서로 부임된 지 1년도 못 돼 해임됐다. 그는 사사로이 식량을 빼돌린 것이 드러나 해임, 철직된 데 이어 일용품 공장 노동자로 전락했다. 이 소식에 부령군 주민들은 “다른 비서들은 6-7년 넘게 빼돌려 먹어도 일 없었는데 올해처럼 제일 어려운 때 욕심 부려서 아예 망하는 길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농장원 함미화(45세)씨는“도덕심 있는 사람 찾기 어려운 시대에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부령군 사람이 그렇게(해임) 됐다는 게 좋지 않은 모양”이라며 부령군 주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게 식량 빼돌린 일을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남조선 탈출하는 주민 잡았다 헛소문
지난 10월 30일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방진동 수산사업소에 소속된 한 노동자가 가족들을 전부 데리고 사라졌다. 전마선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배를 타고 남조선으로 탈출한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보안당국에서도 청진시에 살고 있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수소문해 예심에 들어갔다. 얼마 되지 않아 탈북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붙잡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헛소문이라며, 당국에서 다른 주민들이 덩달아 탈북하려고 할까 봐 영향을 받지 않게 하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간부들의 고충, “각종 세외부담에 간부질도 힘들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삼수 발전소 건설에 지원하라는 상급당의 지시에 따라 간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간부들은 “식량난으로 출근도 잘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세외부담을 거두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세외부담 명목이 너무 많아 이것저것 내라고 말하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한다. 박종근(41세)씨는 “요즘 공장, 기업소에서 간부질하기 힘들다. 어쩔 때는 차라리 로동자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외부담 거두는 일에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인력 차출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청진시에서는 11월 1일부터 각 공장, 기업소마다 삼수발전소 건설동원에 2명씩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동안에도 각 공장, 기업소에서는 노동자들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반년씩 노력동원을 하고 돌아왔는데, 문제는 이렇게 파견된 노동자들이 한 달을 못 버티고 도망치다시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너무 고된 노동에 먹는 것이 변변하지 못해 많은 노동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점점 건설 현장에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상급자로부터 추궁 받는 것은 공장 당위원회 간부들이다. 박씨는 “오죽하면 삼수발전소 건설 3년하고 돌아오면 입당을 시켜준다고 선전하겠느냐. 그래도 소용없다. 로동자들이 코웃음만 치고 아무도 나서려는 사람이 없다”고 고충을 말했다. 같은 공장에 있는 노동자 리강철(31세)씨는 “로동자들이 뒤에서 모여 앉기만 하면 ‘지금 세월에 어느 누가 당에 들겠다고 3년 동안이나 지옥 같은 곳에서 일하겠는가? 당증에서 먹을 것이 나오는 가, 입을게 나오는 가?’라고 하면서 의론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산 록화기 사용 금지
북한 당국은 시장에서 중국산 록화기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2005년 10월 이후에 들어온 중국산 록화기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지난 10월 29일, 함경북도 경성군에서는 검열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TV와 록화기 검열을 진행하면서 2005년도 10월 이전까지 등록된 중국산 록화기를 제외하고 모두 회수하고 있다. 이후에 샀던 주민들은 부랴부랴 검열원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쥐어줘서 2005년 10월 이전에 등록한 것처럼 올리고 있다.
■ 사회
나라 욕하다 잡혀간 사람많아
량강도 대홍단군에서도 높은 산 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한 부부는 식량이 없어도 좋은 것도 있다고 말한다. 남편 박성덕(51세)씨는 “사람들 많이 사는데 있으면 말하기가 아무래도 신경쓰게 되고 어렵지 않나. 그런데 여기서는 산꼭대기라 말이라도 시름 놓고 해서 좋다”고 웃었다.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하니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중국은 농사도 기계로 한다는데 이 조선이라는 나라는 아직도 원시 시대처럼 인력으로 농사를 지으니 언제 중국처럼 발전하겠는 가? 그렇게 발전하자면 우리가 죽을 때까지도 될 것 같지 않다. 뭐 이런 말들이다. 듣자하니 산 밑에서는 나라 욕 잘못해서 잡혀간 사람들도 많다는데 우리는 그럴 걱정이 없지 않냐”고 했다. 옆에서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박씨의 아내도 “죽기 전에 쌀밥에 고깃국이나 실컷 먹어봤으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 한 겨울을 어떻게 날 지 걱정이 많다”면서도 “산위에 살다보니 땔감 구하기도 비교적 쉽고 낟알도 작년보다 좀 더 챙겨두었다. 먹을 걱정만 없으면 마음 편한 게 최고지 않냐”고 남편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버지 자살 시도에 온 가족 뜯어말려
평안남도 신양군에 사는 황 혁(14세)군은 얼마 전 아버지 때문에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2년 넘게 고혈압을 앓고 계셨던 아버지가 친척들에게 사기를 당하고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남포에서 온 친척들 때문에 부모님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게 지난 10월 중순이었다. 그런데 친척들이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간수를 마시고 자살을 하려고 했다. 때마침 뙈기밭에 나갔다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어머니가 “대체 뭘 마시냐?”며 부랴부랴 뺏어들어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단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식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하면서 통곡을 했다. 황군과 형제들도 어머니의 곡소리에 놀라 뛰어나와 아버지를 붙잡고 온 가족이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황군은 “아버지가 자살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일이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황군의 아버지는 “이번에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막막한 건 여전하다. 여름 내내 힘들게 가꾼 곡식을 친척들에게 뺏기다시피 하고, 이제 내년부터는 뙈기밭 농사도 못 짓게 한다니 어떻게 우리 식구들을 먹여 살릴지 모르겠다”며 시름을 내보였다.
말말말, “이삭 하나 줍는데도 간부 자식 둬야”
평안북도 정주시 인근 농촌마을에서 분주소 소장 아들을 둔 부모를 두고 마을 주민들이 이러저러한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간부 아들을 둔 덕분에 이 부모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가을 농촌 동원에서 힘든 일은 하지 않고 이삭주이만 하고 있다. 이삭주이도 그냥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이 아니라 벼 무더기에서 잘라내고 있어 반나절도 안 돼서 배낭 한 가득 담아간다. 농장에서는 분주소 소장을 하는 아들 얼굴을 봐서 뭐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그동안에도 이 부부는 농장 일을 하는 대신 개인 소토지 농사에만 열중하는데도, 농장관리위원회나 리당에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었다. 이웃들은 이 부부가 얄밉다면서도 “어쩌겠는가. 부러우면 이 집처럼 간부 자식 둘 일이지”라며, 간부 하는 자식을 둬야 이삭 하나라도 더 주워가는 현실을 꼬집었다.
■ 사건사고
신포 앞바다 풍랑 일어 배 침몰 사고
지난 10월 28일, 함경남도 신포시에서 고기잡이에 나갔던 수산사업소 부업선과 8총국 후방부 부업선이 풍랑을 만나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선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첫째 주에는 함흥 앞바다에서 죽은 선원들의 시체가 밀려오기도 했다. 이 소식에 희생자 가족들과 기업소에서는 나머지 시신을 찾기 위해 인근 바닷가를 수색하고 있다. 한편 수산성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명목으로 아리랑 TV를 한 대씩 내려 보냈다.
백암군 주민, 볏단 도적으로 몰려 구속
지난 10월 18일, 량강도 백암군의 시골마을로 가을 동원을 나갔던 일용품 공장 노동자들은 전날 밤 자신들이 수확했던 볏단 중에 수십 개의 볏단이 도난당한 흔적을 발견하고, 농장에 알렸다. 신고를 받은 보안원은 길가에 떨어진 벼 이삭이나 짚을 단서삼아 따라가다가 마을 어귀의 한 창고에서 약 30여개의 볏단을 찾아냈다.
이 집 주인에 따르면, 당일 이른 새벽에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세 명의 군인들이 볏단 무더기를 가져와 당장 먹을 것과 바꾸자고 했다고 한다. 먹을 게 없다고 돌려보내려 했으나 막무가내로 집안을 샅샅이 뒤질 기색을 보여 마지못해 엿과 장마당에 내다팔려고 준비해뒀던 두부 외 기타 음식들을 내주었다고 한다. 군인들이 답례로 볏단을 놔두고 갔다는 것이다.
주인은 “안 그래도 군인들이 벼를 함부로 들고 다니는 게 수상해서 날이 밝는 대로 보안서에 신고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자 보안서에서는 “벼를 제외한 기타 농작물은 소토지에서 심기도 하고 하니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해도, 벼는 농장에만 있는 것인데다 도적질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볏단을 그대로 놔둔 점은 도둑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단련대 1년형을 구형했다.
평양 시장 단속하다 보안원과 여자상인들과 마찰
평양시가 전국 시장 운영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평양시의 시장 단속이 보다 강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에는 평양시 만경대구역 당상동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여성들과 보안원간에 마찰이 일어났다.
장애여성들이 몇 명 모여 상품을 팔고 있었는데, 보안원들이 상품을 회수하고 벌금을 1,000원씩 거두려고 하자 여성들이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았다. 상품을 뺏기지 않으려고 물건을 온 몸으로 품어 안는가 하면, 보안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성가시다며 보안원들이 거세게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한 여성은 얼굴을 채여 상처를 입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저 구경만 하던 여성들도 장애를 가진 여자 장사꾼이 심한 발길질에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보고는 일제히 보안원에게 달려들었다. 물건을 회수해서 돌아가던 보안원은 여자 장사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당황스러워 했다. 급기야 보안원의 옷이 찢어지고, 손톱에 얼굴이 긁혀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등 보안원도 상처를 입게 됐다.
당상동 사무소에서는 녀맹원 대상 정규 학습 강연시간에 불법 장사를 했던 장애 여성들과 이 싸움에 끼어든 여성들을 앞으로 불러 세워 사상 투쟁을 벌였다.
■ 여성/어린이/교육
꽃제비 언니, 여동생 잃고 망연자실
지난 11월 2일, 평안남도 신양역에서 어린 꽃제비 여자아이가 굶주려 죽었다. 그 옆에는 열한 두 살쯤 돼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여자아이는 죽은 아이의 언니라고 했다.
언니는 그동안 동생을 데리고 부모를 찾아 정처 없이 이 역, 저 역 떠돌아다녔다. 아버지는 농장의 소를 잡아먹은 죄로 교화소에 갔고, 어머니는 아이들을 친척 집에 맡겨두고 중국에 갔다. 그러다 작년에 붙잡혀 나와 어머니마저 교화소에 들어갔다.
작년까지는 그나마 어머니가 보내 주는 돈으로 친척집에서 눈칫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어머니로부터 돈이 끊기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열 살을 갓 넘긴 어린 아이들인지라 교화소를 찾아가면 막연히 어머니,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거니 하고 친척집을 떠났지만 그 여정 길은 너무도 험난했다.
온갖 고생 끝에 어머니가 계시다는 평안남도 증산교화소까지 찾아갔지만 끝내 어머니를 만나볼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면회를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막막해진 두 자매는 굶다시피 하며 신양 역까지 내려왔으나 결국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미 뻣뻣해진 동생의 시신을 붙들고 꾀죄죄한 여자아이가 너무도 슬피 우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과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여들어 사정을 듣고는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딱해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자, 얼마 뒤에 보안원들이 와서 모두들 물러가라고 소리치며, 울고 있는 아이와 죽은 동생의 시신을 데리고 갔다. 보안당국은 동생의 시신을 땅에 묻고, 언니는 구호소로 보냈다.
“몇 년 밧줄 꽈서 시집갈래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은 다른 기혼 노동자들처럼 직장에 이름만 걸어놓고 부업에 열중하고 있다. 11월에 들어서면서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 어항동에서는 도루메기(도루묵) 잡이 그물과 밧줄 만드는 일을 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 어린아이들과 나이 든 노인들 할 것 없이 집집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밧줄 꼬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젊은 여성들은 아무래도 손놀림이 빠르다보니 제법 돈벌이를 하는 편이다.
얼마 전 중학교를 갓 졸업한 송향이(19세)씨는 직장에 매달 1만 5천원을 바치고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밧줄과 그물을 만드는 부업 일이 돈을 더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씨는 몇 년간 이 일을 부지런히 해서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송씨는 “몇 년간 벌면 TV, 록화기, 녹음기, 자전거 등 중기들을 준비해갈 수가 있대요. 저도 열심히 밧줄을 꽈서 시집갈래요”라고 힘차게 말한다. 그러면서 부업을 하지 않고 직장 생활만 열심히 하는 젊은 여성들은 시집 갈 때 이불도 변변히 해갈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송씨 어머니도 “요즘 처녀들이 직장 생활만 하면 시집갈 준비를 못한다. 우리 아이처럼 집에서 돈벌이하는 처녀들을 더 좋게 평가해준다”고 거들었다. 녀맹원인 정금옥(38세)씨는 “젊은 여성들이 너나없이 직장보다 부업 일을 선호하는 것이 꼭 시집을 잘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업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 어려워 직장을 다니지 않으려고 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실정에 요즘은 청년동맹 단속이 보다 심해지고 있으나 공장, 기업소에 이름만 걸어놓고 부업 일을 찾아나서는 여성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집중탐구
2008 북한,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이루지 못했는가?
2008년 신년공동사설 다시 읽기
올해에도 역시 사업 총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세웠던 계획들을 어떻게 집행했는지, 무엇을 달성했고 무엇을 달성하지 못했는지 각자의 단위에서 평가를 해야 하는 시기다. 크게 보면, 북한은 대외적으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쟁점을 끌어오면서 10월에는 20년 9개월 만에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라는 성과를 얻었다. 반면 대내적으로는 작년보다 더 심각한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이 더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는 내년부터 오바마가 이끄는 새로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북핵문제를 중심에 둔 한반도 정세는 또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식량난 문제 역시 WFP의 계속된 경고처럼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그 위험성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좋은벗들은 2009년을 전망하기에 앞서 북한 정부가 올해 무엇을 계획했고, 무엇을 달성했으며, 무엇을 달성하지 못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오늘의 북한소식」집중탐구에서는 북한 당국이 올해 가장 크게 신경 썼던 사안이 무엇이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신년공동사설과 강연제강 등을 통해 앞으로 총 8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신년공동사설을 보는 이유
북한은 1995년도부터 육성 신년사 대신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한 해 국정방향을 제시해왔다. 전해 12월에 사업 총화와 다음 해 사업계획에 대한 요강이 제시되면, 그 요강에 따라 2.16 그루빠에서 신년사설을 작성하고, 신년 1월 1일 당보(노동신문), 군보(조선인민군), 그리고 청년보(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게재된다. 신년사설에는 주로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및 대남사업 등에 대한 결심이 언급된다.
북한의 신년사설은 최고지도자의 유일한 발표 창구이며, 대외선전용이자 대내교육용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년사설은 내용에 앞서 어떤 수식어가 사용됐는지, 핵심적으로 강조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없던 말이 왜 생겨난 것인지 등을 주의하며 읽어야 한다.
일례로 2007년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력사적인 5․25 교시 40돐이 되는 올해에 당의 유일사상 교양을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며, 이전에 사설에서 언급된 바 없었던 5.25 교시를 강조했다. 5․25 교시는 1967년 혁명의 뿌리와 순수성을 지키자는 명목으로, 반대파를 척결하고 자신의 세력을 확장했던 고(故) 김일성 주석의 방침이었다. 40주년을 맞아 2007년도에 5․25 교시를 언급한 것은, 당 간부 또는 엘리트 계층의 비혁명적(비사회주의) 생활 방식이나 사치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총화 결과에 따라 해임과 철직, 교화형, 최고형 등의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당국의 선전포고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2007년도에는 비사회주의그루빠 검열을 비롯해 중앙 검찰소 검열, 보위부 검열 등 각종 기관, 단위 간부층에 대한 검열이 그 전해보다 강화됐으며, 연사군 릉라88회사 사장을 비롯해 순천 돌가공공장 지배인, 순천 비날론 공장 사장 등 무역일꾼 및 경제일꾼들을 공개처형해 시범을 보인 바 있다.
2008 신년공동사설의 특징
1. 산허리를 돌아가는‘전환’의 해
2008년 공동사설에서는 어떤 특징이 있었고, 실제 어떻게 진행됐을까? 올해 신년사설의 주요 특징이라면, 우선 2007년 신년사에서 조만간 ‘령마루’(산꼭대기)로 올라설 것 같던 기세가 2008년 사설에서는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는 점이다. 제목부터 다르다. 2007년에는 「승리의 신심 드높이 선군조선의 일대 전성기를 열어가자」며 보다 진취적인 기상을 독려하고 있다면, 2008년에는 「공화국 창건 60돐을 맞는 올해를 조국청사에 아로새겨질 력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며 한층 기세가 누그러졌다. 이 제목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력사적 전환’이라는 말이다. ‘전환’은 령마루로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산허리를 돌듯 돌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전환’을 제시한 것은, 2․13 합의 등으로 외부와의 관계가 일부 개선 조짐을 보였다고 하나 의도했던 성과에 미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또 다른 특징은 ‘체제 내부 단속과 수령 결사옹위’를 한층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 내부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는‘사회주의 본태에 기반한 사상전’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 경제, 당, 군의 3대 위기
북한 당국은 신년사설에서 국내위기를 크게 경제위기, 당 위기, 군의 위기 등 3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2007년에 전기공업성과 석탄공업성을 분리하고, 경제내각에 외화자금을 집중했으나 성과가 미비했던 것을 일컫는다. 박봉주 내각을 퇴각시키고, 김영일 내각을 세웠지만 전력부문이 마비상태에 이르는 등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인민들의 식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현 시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은 없다”며, 식량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길게 얘기하고 있다. 특히‘절박’, ‘중요’등의 단어를 사용해 식량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성을 드러낸 것에 비해 해결책은 상당히 구태의연하다. 비료 확보와 토양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 제시 없이, 그저 감자와 콩 농사를 강조하고 있다. 식량 문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당의 위기는 중앙당-도당-시당/군당의 1통보 체계가 약화된 것을 말한다. 중앙배급체계가 무너지고, 군당은 군당대로, 시당은 시당대로, 도당은 도당대로 독자적으로 살아가면서 중앙당의 지방 장악력이 현저히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당은 계속해서 지방에 집중 지도 및 비사회주의검열그루빠 등을 내려 보내 통제권 회복에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군의 위기인데, 이번 사설에서 북한 당국이 유례없이 군대 얘기를 길게 언급한 것은 그만큼 군대 위기가 심각함을 반증한다. 내부 기강이 흐트러지고, “누가 누구를 령도하는지 뒤죽박죽”이라는 내부 평가가 내려질 만큼 지휘 체계가 단일화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태다. “사회주의 애국화를 적극 다그쳐 인민군대가 모든 면에서 사회의 본보기를 끊임없이 창조”하자고 했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인민군과 북한 주민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함으로써 사회주의 조국을 철옹성같이 지켜나가야 한다”며 좀처럼 쓰지 않던‘고도의 격동상태’라는 말까지 동원해 긴장감을 부추기고 있다. 고도의 격동상태란 안전핀을 빼고 장전 상태에 있으면서 총알이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위기 극복은 오직 ‘사상전’, 시장 단속 강화 예고
북한은 이 같은 3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무엇이라 보고 있는가? 역시 북한은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의 총진군은 사상의 총진군”, “적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 모략전을 단호히 짓뭉개버리며…”,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신력의 근본 핵은 수령결사옹위에 있다”는 등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려면 사상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주의 본태에 어긋나는 것들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개혁개방을 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선두주자나 마찬가지인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시장 단속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즉 현재 장마당 활성화 등의 상황이 사회주의 본태에서 벗어나있으므로, 이를 원상태로 복구하겠다는 당국의 강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우리민족끼리’ 강조한 남북한 문제, 이명박 정부에 일말의 기대
대내적으로 3대 위기와 그 해법을 제시했다면, 대외적으로 남한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했을까? 북한은 이때만 해도 남한의 새 정부에 대해 뚜렷한 선호도를 드러내지 않고 유보하고 있었다. 다만 6.15 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함으로써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새 정부가 계승해줄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6.15 선언의 기치 밑에 조국통일의 위업을 새로운 단계로 전신시켜나가는데서 중요한 사변으로 된다”며, 6.15 선언을 조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한 것은 앞으로 남한 정부의 반북주의에 대한 선제포석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선제포석은 제대로 맞아떨어졌으며, 올 한해 남북관계 경색의 주요 책임을 남한 정부에 떠미는 데도 큰 구실을 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6.15 선언을 높이 평가하는 이면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투항하러 왔다”는 내부 선전에서 알 수 있듯이 남한의 시각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지만, 그 말뜻 역시 남한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만약 남한 정부가 “진정한 ‘우리민족끼리’를 실현하려면 일단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과연 북한 당국은 선뜻 그러자고 응할 수 있을까? 남한과의 관계 문제는 매우 중요하므로, 2008년 4월에 발표된 강연제강을 통해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다. 다음 시간에는“올해 공동사설에서 제시된 전투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자”라는 제목의 강연제강을 통해 신년사설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