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법동군 보안서, 심한 고문에 주민 원성 자자
강원도 법동군 군보안서에서 피의자에 대한 고문이 심해 가족을 비롯한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30대 남성은 “예심을 받는데 대답이 굼뜨다거나 모른다고 하면 당장 발로 차고 주먹이 날아온다”고 했다. 그는 전기곤봉으로 내리치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고문이 일상적으로 행해지다 보니 심문하다가 죽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11월 12일, 금평리에 사는 한 주민은 중학교 연구실을 털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예심을 받는 동안 혹독한 고문에 시달리다가 벽에 머리를 찧어 자해했는데, 너무 피가 많이 흐른 뒤라 끝내 숨지고 말았다. 가족들은 보안서를 찾아가 고문과 협박이 너무 심해 죽은 것이라고 항의했다. 가족들이 면회를 갔을 때 맞은 몰골이 너무 처참했고,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불안한 사람처럼 계속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게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의 항의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보안당국은 가족을 쫓아내고, 이후부터 다른 수감자들의 가족 면회를 일체 금지시키고 있다.
■ 식량소식
“옥수수쌀 헤퍼, 죽물 만들어야”
강원도 세포군의 한 간부는 작년에 비해 올해 식량 생산량이 더 좋아졌다고 밝혔다. 제분소(정미소) 사람들은 생산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다지 실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제분소를 찾는 사람들이 예년과 비교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제분소마다 매일 옥수수자루들이 줄지어 늘어서있을 텐데 요즘엔 하루 몇 자루 보기도 어렵다. 옥수수를 갈아 옥수수쌀을 만들던 것도 이젠 아예 가루로 만들어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북청리 제분소에 옥수수 가루를 만들러 온 40대 여성은, “옥수수쌀을 해 먹으면 너무 헤프다. 아껴먹으려면 죽물로 먹어야 한다. 소화가 잘 되는데다 채소 같은 거 넣으면 양이 불어나니까 좋다”고 했다. 나이 든 노인들은 제분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절구를 찧어 옥수수가루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기계로 빻으면 아무래도 손실이 많이 생겨서 힘들더라도 집에서 낟알을 가공하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과일군 사과농장, 식량 대신 사과 분배
황해남도 과일군 과수총국 사과농장에서는 식량 분배량이 부족하자 사과를 식량 대용으로 분배했다. 곡물이 4개월 분량밖에 안 되자 농민 한 명당 사과 200kg을 식량 대신 지급한 것이다. 사과를 대용으로 분배한 것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다. 농민들은 내년 식량 문제 때문에 벌써부터 사과 파는 장사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움직임에 과수농장 보안서측은 “이제부터 일하러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농장 단련대에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 경제활동
함경북도당, “고건원 탄광 노동자문제, 온성군에서 풀어줘라”
함경북도 새별군 당비서는 도당에 노동력 부족으로 탄광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이에 도당에서는 새별군 고건원 탄광 노동자 문제를 온성군당에서 받아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온성군당에서는 각 기업소 노동자 수를 재량껏 조절해 고건원 탄광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또 당원들이 이런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으며, 12월 1일에는 새별군 중학교 앞마당에 모여 궐기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새별군 청년동맹에서는 “어렵고 힘든 석탄 캐기에 우리 청년동맹원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독려하고 있다. 3년 동안 채탄 작업을 한 자에게는 입당을 약속하고 있다.
고건원 탄광 결근자 많아 생산 타격
함경북도 새별군 고건원 탄광에서는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석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새별군이 농민시장 시범지역이 되면서 종합시장이 폐지되다보니 탄을 팔기 어려워 탄광 노동자들의 생활난이 극심해졌다. 시장에서 탄 장사를 할 수 없어 끼니거리를 구해올 수 없게 되자, 출근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도주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탄광 노동자들은 직장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먹지 못해 힘든 일을 도저히 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장을 막아버리니 우리가 무슨 수로 먹고 살겠느냐”는 것이다. 11월 말 현재 고건원 탄광에 출근하는 사람은 절반이 채 되지 않을 정도다. 탄광 지배인과 당 비서 등 간부들은 당장 결근자 명단을 작성해 보안서에 넘겼다. 지난 11월 28일 하루만에 12명이 붙잡혀 노동단련대로 이송됐다. 단속이 엄격해지고 있으나, 출근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간부들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함흥 종이공장 폐쇄 결정
함경남도 함흥시 종이공장이 내각 결정에 따라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공장 설비 중 외국에서 수입한 기계들은 아직도 성능이 좋지만, 원자재가 없어 8년 넘게 가동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약 600여 명의 종업원들은 내각 결정에 따라 다른 공장, 기업소로 배치된다. 공장 부지는 살림주택사업소에서 인계해 주민 살림집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 정치생활
전 국경연선지역 경비대 2개 사단 추가 배치
평안북도, 자강도, 량강도, 함경북도 등 국경연선지역에 11월 중순부터 2개 사단이 추가 배치되고 있다. 량강도 혜산시 국경경비대의 한 군관에 따르면, 가을 수확이 끝나고 겨울이 되자 얼음이 얼면서 도강, 밀매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덕천시 박형철 형제 새집 검열로 집 몰수
평안남도 덕천시에서는 크게 새로 지은 집들에 대한 중앙당 비사회주의그루빠 검열이 진행 중이다. 덕천시 당원등록과장 박형철씨는 이 지역에서 가장 호화로운 집을 지었다는 이유로 검열을 받았는데, 집을 짓는데 최소 2만 6천 달라 상당이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무슨 돈으로 호화 주택을 지었느냐는 추궁이 시작되자, 박씨는 평양 락원총국에 있는 동생에게 돈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씨의 진술에 따라 동생 금철씨가 곧바로 소환됐다. 수사결과 금철씨는 중국 무역대표로 나가있을 때 거래를 튼 중국 어선에 이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총 30만 위안을 따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박씨 형제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일단 집부터 몰수됐다.
문천군 학생교복 도둑맞아 비상
강원도 문천군 금천상업관리소에서는 지난 11월 27일, 물류창고에 보관 중이던 학생 교복 80여벌과 신발 60켤레를 도둑맞아 보안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보안당국은 수사결과 군인들의 집단 소행이라는 단서를 잡고, 주민들에게 군인들을 집에 들여놓지 말고, 물건을 가져오면 제 때 신고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단속하거나 바지 입고 다니는 여성들을 단속하던 순찰대원들까지 모두 도둑잡기에 동원됐다. 시장에 누군가 학생 교복을 교환하러 나오지 않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보안원들이 학생 교복 도둑잡기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주민 단속이 느슨해지자, 주민들은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반응이다. “도적맞은 것이 좋다는 게 아니라, 단속을 안 당하니 좀 살 것 같다”는 것이다. 리정순(42세)씨는 “앞으로도 보안원들이 주민들을 못살게 구는 데 신경을 돌리지 못했으면 좋겠다. 다른 군에서는 여자들이 자전거도 맘대로 타고, 바지도 입고 다닌다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잡는지 모르겠다. 교복 도둑들은 잡아야하지만 그래도 좀 늦게 잡혀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 사회
정평군 정전으로 낟알 가공 차질
11월 들어 함경남도 정평군의 전력 사정이 더 나빠졌다. 구창리, 독산리, 봉대리, 향동리, 장흥리 등 정평군내 리들에서는 전기를 겨우 일주일에 한 번 공급하고 있을 뿐이다. 주민들의 불편이 크지만, 무엇보다 낟알을 가공하지 못해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덕분에 시장에서는 절구가 부쩍 잘 팔리고 있다.
평성에서 라진까지 온 소포, 자전거 형체만 남아
함경북도 라선시에 사는 김성호(35세)씨는 얼마 전 기막힌 일을 당했다. 평성에 사는 큰 형님이 장사하느 데 쓰라며 자전거를 기차 화물로 보내주겠다고 해서 기다렸더니 형체만 남은 자전거를 받았다. 기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나가 서성이다가 몇 번이고 확인 끝에 받아든 자전거는 사슬(체인), 바퀴 등 뜯어낼만한 부품들이 다 뜯겨져 나간 상태였다. 김성호씨는 그 길로 곧장 역화물보관소에 찾아가 항의했으나, 오히려 담당원은 “자전거를 수화물로 부치는 게 우둔한 짓”이라고 일축했다. 책임져줄만한 곳이 아무데도 없어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리영선(38세)씨는 “열차로 봇짐을 보내면 열의 아홉은 물건을 도적맞기 십상이다. 안심하고 소포를 보내기가 어렵다. 차라리 돈을 더 주고라도 믿을만한 사람한테 부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성호씨는 “형님도 자전거를 그냥 보낼 생각 같은 거 안한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우리가 머저리도 아니고. 역에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돈을 주고 부탁까지 했는데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아내와 아들 구속되자 세대주 생계비관 자살
지난 11월 27일, 황해북도 서흥군 철길 선로반 로동자인 문관필(58세)씨가 선로 작업 도중 지나가던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문씨는 아내와 아들이 동선을 팔다가 구속된 뒤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생계를 비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12년 교화형을 받았고, 아내는 8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동료들에 따르면, 문씨는 아들이 구속되고 남은 자녀 2명을 책임져야 하나 그럴 자신이 없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한편 자살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보안당국으로부터 자살하려는 사람을 잡지 못했다는 추궁과 비판을 받았다.
복면강도 불쌍하다며 그냥 보내
지난 11월 22일 저녁 6시경,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광주령 고개에서 40대 한 여성이 자전거에 옥수수자루를 싣고 가다가 복면강도를 만났다. 복면강도는 여성에게“꼼짝 말고 돌아앉아 있으라”고 했다. 이 여성은 어둑어둑해질 시각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복면강도를 맞닥뜨려 혹시 무슨 해코지라도 당하지 않을까 싶어 순순히 시키는 대로 따랐다. 몇 분이 지났을까, 이제는 강도가 자전거를 끌고 달아났겠거니하고 한숨 돌리고 돌아섰는데, 자전거를 제대로 끌지 못해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는 강도가 보였다. 뭐하는 건가 싶어 가만히 훔쳐보고 있는데, 때마침 맞은편에서 30대 남자 두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여성은 “강도 잡아요, 강도”라고 소리쳤다. 두 장정이 복면강도에게 달라 들자 의외로 싱겁게 붙잡히고 말았다. 한 젊은이가 다짜고짜 복면을 벗기니 얼굴이 핼쑥한 70대 노인이 나왔다. 머리를 맞아 이마를 찡그리던 노인이 정신을 차리자, “아들, 딸은 못 모시겠다고 하지, 어디 먹을 거 주는 데는 없지. 해바라기씨 팔면서 살았는데 엊그저께 다 뺏겼다. 보안원이 발로 차고 늙은이한테 삿대질하고 사람들은 다 쳐다보는데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눈물을 글썽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전거를 도로 찾은 40대 여성은 보안서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자식들한테 버림받고 노인 혼자 살려면 얼마나 깜깜하겠냐. 잃어버렸으면 모르지만 나도 이렇게 (자전거와 옥수수를) 찾았으니 됐다”며 자기를 도와준 30대 젊은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도와준 젊은이들도 “노인이 불쌍하게 됐다. 젊은 사람들도 살기 힘든데 오죽 바빴으면 그랬겠냐”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군인들 장사행위 했다며 엄중 처벌
함경남도 단천시 해안 포병 부대에서는 군량미를 량강도 혜산시에서 받아야 한다. 후방부 대대장이 혜산시에 가보니 혜산시 옥수수 가격이 kg당 750원이었다. 함경남도 북청군과 리원군에서는 옥수수가 kg당 570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그는 머리를 굴려 혜산시에서 받은 군량미를 혜산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 돈으로 함경남도 북청군과 리원군에서 옥수수를 보다 싼값에 사들였다. 차익이 800만원이나 됐다. 이 돈을 주요 군관 간부들과 나눠가졌는데, 그만 부대에 제기되고 말았다. 부대에서는 “상급의 지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데다 군인이 장사행위를 했다”며 엄중처벌을 내렸다. 후방부 대대장은 군사재판에 회부됐고, 돈을 나눠가졌던 군관들은 모두 생활 제대됐다.
■ 여성/어린이/교육
꽃제비 죽자 동료 꽃제비들 옷, 신발 뺏어
지난 12월 2일, 강원도 원산역에서 10세 전후로 보이는 꽃제비 소년이 얼어 죽었다. 역원들에 따르면, 며칠 전 주머니에서 생두부콩을 꺼내 먹던 아이가 탈이 나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고 했다. 움직이지 못해 그 자리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바지에 똥과 오줌이 뒤섞여 악취가 심했다. 속탈이 난 거라 아이는 콩을 더 먹지도 못하고,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결국 얼어 죽고 말았다. 죽은 아이의 상의 주머니에는 먹다 남은 생두부콩과 옥수수 알갱이들이 얼마간 있었다. 친구가 죽자 동료 꽃제비 아이들이 모여들어 옷을 들춰 먹을 것을 찾았다. 어떤 아이들은 죽은 아이의 발에서 얼어붙은 신발을 힘써 빼내기도 했다. 콩이 다 떨어지자 상의를 벗겨가는 아이도 있었다.
꽃제비 피하려고 돈 주고 화장실 사용
평안남도 평성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역내 화장실 대신 100원을 내고 인근 민가 화장실을 사용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평성 역에 모여든 꽃제비들이 화장실에까지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어서다. 꽃제비들이 추위를 견디기 어려운 나머지 아무리 냄새가 나더라도 바람을 막아주는 화장실에 자리 잡기 때문에 승객들이 들어설 틈이 없다. 생리현상은 해결해야겠고, 꽃제비들을 피하려다 보니 자연히 인근 화장실을 찾게 된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보니 언젠가부터 집주인들이 100원씩 받고 있다.
농사 잘됐다는 소문에 고원군 꽃제비 집중
함경남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인 고원군에는 요즘 부쩍 꽃제비들이 모여들고 있다. 올해 고원군 농사가 잘됐다는 소문이 나서다. 낟알을 말리려고 길가나 밭 주변에 널어놓은 곳이 많아 도적질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에도 고원 역 주변에는 꽃제비들이 40-50명 정도 상주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150명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이들은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도적질을 하고, 빨랫줄에 걸어놓은 빨래도 그냥 걷어가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많다. 꽃제비들은 주로 역을 근거지로 삼아 정보를 교환하는데, 특히 먹을 것이 많은 고장 소식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고원군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다는 10대 꽃제비도 “원산역에서 고원이 올해 농사가 잘됐다는 소문을 들은 뒤 이동했다”고 말했다.
■ 사건사고
감자 도적질하던 군인 격투 끝 1명 사망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자동차양성소 군인들이 량강도 대홍단군에서 감자를 도적질하다 싸움이 벌어져 1명이 사망했다. 이 군인들은 그동안 대홍단군 감자농장에 있는 부업지에서 일을 마치고 청진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들이 타고 왔던 차량 3대에 감자를 싣고 가던 중 감자농장 순찰대가 단속하자 격투가 벌어졌다. 1명이 끝내 사망하고 말았는데, 뒤늦게 감자농장 보안원들이 출동해 이동작업 나온 군인 14명을 현장에서 구속했다. 군인들은 ‘감자 도적질을 해 군민관계를 심히 훼손시킨 죄’로 곧 9군단 보위부에 넘겨졌다.
■ 논평
법 기관의 고문 수사를 근절해야 한다
법동군에서 한 피의자가 심문 과정에서 고문을 못 이겨 자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고문 행위에 항의했지만 결국 보안서에서 쫓겨나고 다른 수감자 가족들도 면회를 거부당하고 있다. 이 사건은 법동군 공안 당국이 피의자 및 그 가족의 처우에 인권적인 고려가 전혀 없는데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인권 침해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서 사뭇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UN 인권협약 중 전 세계의 UN 회원국 2/3 이상이 가입하고 있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이미 북한도 1981년에 가입한 바 있다. 따라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세계인들과 약속한 ‘고문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또 2004년에 개정한 형법과 형사소송법에서도 국가기관이 자행하는 고문을 금지하고 자국민들이 법기관으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을 집행하는 일선 법 기관과 일꾼들 사이에 고문 수사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잡힌 현행범에게 어떤 더 많은 조사가 필요했는지 수사 배경은 알 수 없으나 고문까지 동원한 것은 분명 가혹한 처사였다. 게다가 지금은 대다수 주민들이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터라 생계형 범죄가 만연한 상황이지 않은가. ‘사흘을 굶은 범은 원님도 몰라본다’는 속담이 있듯이, 식량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는 상황에서 무조건 사회 기강과 법질서를 지키라고 강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사법 기관들은 생계 위기에 내몰린 주민들을 오히려 선처하고 관용을 베풀어야지 고문까지 동원하면서 수사할 때가 아니다. 또 북한 정부도 법을 일선에서 집행하는 일꾼들에게 자국의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충분히 인지시키고 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다시는 또 다른 인명을 무고하게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관련자 조치와 유가족 배상 및 주민들의 원성을 풀어줘야 한다.
■ 집중탐구
식량난, 돌파할 것인가?
식량난, 돌파할 것인가? 설득할 것인가?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처하여 식량문제를 자체로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리자”
간부 및 군중강연자료 주체 97(2008.07)
식량위기의 원인과 현황
올해 4월 말부터 하루가 다르게 들려오던 아사자 소식이 춘궁기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추수기에 접어들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2008년도는 2006년, 2007년 연달아 큰물피해를 입은 데다 외부 지원 감소 및 중단을 맞아 흡사 초기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식량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점점 악화되자, 주민들의 생계불안과 고통, 그리고 사회불안은 커져만 갔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식량난이 왜 이렇게 장기화되고 있는지 주민들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북한 당국에게 식량난은 돌파해야할 과제라기보다, 설득시켜야 할 장애물이었던 셈이다. 세계 식량 위기는 그런 점에서 꽤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되었다. 북한만 식량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식량사태에서 벗어나보려고 수많은 나라들에서 이 나라, 저 나라에 손을 내밀고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식량난을 해결해보려 하고 있지만 오늘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식량이다.”
강연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억명이 만성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꽁고(콩고), 수단, 케니아(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에서는 약 7,300만 명이 생존 위협을 받으며, 중앙아메리카 나라에서는 영양실조자가 750만 명에 달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렇듯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식량 위기의 원인을 첫째, 기후온난화로 곡물생산량 감소와 둘째, 원유가격폭등과 생물연료(바이오연료) 수요 급증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온 세계가 식량위기에 직면하여 아우성치고 있으며, 그 해결방도를 찾으려고 모대기고 있다”고 말한다.
2008, 북한 식량 위기
2008년 3월 함경북도 청진시 노동국은 김책제철소를 비롯한 공장, 기업소에서 굶고 있는 세대가 약 6만 세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 세대 당 보통 3-4인 가족이라고 한다면, 이는 약 20만 명 정도가 굶주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청진시가 80만 인구라고 한다면 공식적으로 약 1/4이 굶고 있었던 셈이다. 황해남도 해주, 황해북도 사리원 등 대표적인 곡창지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올해 농사를 지어야 할 농민들이 너무 허기져 도저히 일하러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기껏해야 대용식량을 마련하러 산으로 들로 풀을 뜯으러 다녔을 뿐이다.
식량가격은 어떤가. 2007년도만 해도 쌀 1kg당 800-850원하던 것이 4월에는 2,500원으로 약 300% 이상 올랐다. 옥수수는 1kg에 300-350원 하다가 1,500-1,700원으로, 지난 해 쌀의 최고 가격만큼 오르기도 했다.
6월 황해남북도에서는 쌀값이 일제히 4,000원을 넘어섰다. 7월에 다시 2,500-2,700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에게 쌀은 꿈꾸지 못할 곡물이었다. 자살, 가족해체, 꽃제비 증가, 아사자 발생 등 사회문제는 눈에 띄게 급증했고 사회불안은 날로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5월 중순, 북미 관계 진전으로 미국에서 50만 톤 식량 지원 계획이 결정되자, 중앙당은 이례적으로 각 도당에 내각 지시문을 전달했다.
“미국에서 장군님의 위엄과 인민군의 위력 하에 평양에 와서 50만 톤의 식량을 6월말부터 지원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6월까지 지방마다 다른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 이같은 미국의 식량지원 소식을 널리 선전하여 민심을 하루 빨리 안착하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6월 29일, 미국의 지원 식량 1차분이 도착하면서 조금 숨통이 트인 곳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었다.
당국이 도저히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을 때, 7월부터 세계 식량 위기 관련 강연 자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7월 방문한 UN식량사찰단에 대해서도 북한 정부는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유례없이 전국적인 방문을 허용했고, 심지어 가난한 주민들의 모습까지 노출시켜 북한 주민들 스스로 놀라워 할 정도였다.
남북한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속내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주민들에게 “식량난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알곡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며 식량난의 원인을 외부 조건으로 돌린다.
식량위기 해결책은 자체 해결
“지금 세계적으로도 엄혹한 식량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조건에서 식량문제해결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제기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농사를 잘 지어 식량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 같은 ‘말씀’에 따라 “우리가 농사를 잘 지어 결정적으로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여기에서도 북한 당국은 ‘사상’으로 돌아간다. “자체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늘 사회주의를 지키는 가 못 지키는 가하는 사활적인 요구로 제기된다”고 말하고 있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느덧 사회주의를 지키는 사상의 영역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이미 식량 문제, 먹는 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는 것은 나라의 국방공업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고 하시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의 돌파구는 전기문제와 식량문제를 푸는 데서부터 열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였다.”
게다가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나라의 국방공업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라며, 식량문제를 국방문제와 등치시키기까지 한다. 안보제일주의인 북한에서 상상하기 힘든 발언이다. 7월 당시 얼마나 식량난이 급박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체해결 방안, 구태의연
식량을 자체 해결하는 것이 국방공업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면서도 그 방안은 구태의연하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는 것은 담당일꾼들의 몫일뿐이다. 대체로 큰 방향에서 일러주면 그 방향에서 각자 알아서 대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한다.
“종자혁명, 감자농사혁명, 두벌농사방침을 철저히 관철하는 것은 우리식대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방향이다.”
문제는 이런 큰 방향 제시부터가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소토지 농사를 금지하고, 비료, 비닐박막 등 영농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고 증진시킬만한 조건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방향은 제시되고 있다.
“영농물자를 수입하거나 생산을 담당한 해당 부문 지도일꾼들과 근로자들은 농촌에 전기와 연유, 화학비료, 농약, 농기계부속품을 비롯한 영농설비와 자재물을 농촌에 보내주기 위한 혁명적인 대책을 세우고 조직정치사업과 생산조직을 짜고들어 제철에 영농자재와 설비들을 무조건 원만히 생산보장해주어야 한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농자재 보장 문제는 ‘혁명’의 이름을 붙이면서까지 중요성을 부여할 정도로 농업 생산 증진에 절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이지는 않다. 북한 당국은 ‘사상’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주는 마술방망이로 믿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혁명을 거론하고, 정치 사업을 조직하더라도 없는 농자재를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은 식량 위기를 세계 식량 위기에 빗대어 주민들이 소요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이는 미봉책밖에 될 수 없다. 식량 위기는 분명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북한 식량난 문제는 북한 당국의 농업 정책 실패에 더 큰 원인이 있어 보인다. 남북한 공동의 지혜와 공동의 노력으로 돌파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임을 북한 당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