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국가보위부 전파탐지국 검열조 국경변에 대규모 파견
국가보위부 전파탐지국에서는 대규모 검열조 성원을 모아 혜산, 신의주, 무산, 회령, 온성 등 국경연선지역에 파견했다. 파견된 검열성원들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이들은 각 지역 탐지국 성원들과 합동으로 매일 24시간 탐지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경지역 비법월경을 막을 데 대한 방침이 나온 뒤 국경연선지역은 연일 국경 경비사령부 검열원에 전파탐지기 단속에 숙박검열 등으로 매우 복잡하다.
미성년자도 도강하면 성인과 동일 처벌
1월 20일부터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들이 도강하다 붙잡힐 경우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라는 방침이 나왔다. 도 재판소에서는 각 시, 군 재판소에 ‘국내에서 지은 일반 범죄를 제외하고, 중국에 도강했거나 도강하려다 붙잡힌 범죄를 저지르면 14살이라고 해도 어른과 같은 법적 제재를 줄 데 대한’ 문건을 발송했다. 지난 2월 1일, 회령 남문동에서 열렸던 군중심판에서는 중학교 5, 6학년 학생 2명이 교화소 3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경지역, 시도 때도 없이 숙박검열
국경연선지역에 최근 숙박검열이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검열원들은 인민반장을 내세워 집집마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잠자는 사람들의 얼굴을 전지로 비춰가며 확인한다. 함경북도 무산에 사는 황순남(여)씨는 “걸핏하면 전기검열에 숙박검열이니 텔레비전검열이니 아주 죽겠다. 잠이라도 잘 자야 그 다음 날 끼니벌이라도 나갈 수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얼굴을 비추니 잠도 못 자고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량강도 혜산에 사는 김영란(40대)씨도 “막 미칠 것 같다. 하루 종일 일하고 온 몸이 피곤해죽겠는데 막무가내로 전지 불을 얼굴에 딱 갖다 대니 이건 고문이다”고 말했다. 연선지역 주민들은 “연선에 산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며 괴로움을 호소한다.
국경 경비사령부 검열로 국경연선지역 삼엄
요즘 국경연선지역 경비초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하다. 함경북도 외에 량강도, 평안북도 등 국경과 맞닿아있는 지역은 어느 곳이든 국경 경비사령부검열성원들이 파견돼있다. 이번 검열은 국경연선지역의 군부대가 도강을 방조 또는 협잡하고 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번 검열엔 특히 각 대대와 중대 책임자급도 합류했다. 국경 경비사령부 검열기간 동안 도강자와 군부대 사병 및 군관들의 연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상급 부문도 문책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관들은 이번 음력설에도 휴일을 잊고 근무에 열중했다. 검열일꾼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검열이 시작될 때만해도 2월 16일 명절 전에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검열이 진행될수록 적발된 도강자 수가 예상 외로 많아 ‘비법을 뿌리 뽑을 때까지 기한을 무제한으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철수시점을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한편 지난 2월 2일,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로동자구 성북리 국경초소에서는 중국으로 넘어가려던 일가족 3명이 붙잡혔다. 청진 간부의 가족들이 군대와 약속하고 도주하려다 국경 경비사령부검열조에 걸렸다. 같은 날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온 로동자가 한국 친척과 연결이 닿아 도주하려다 체포됐다.
■ 식량소식
9군단 방사포련대 여군 군량미 부족으로 허약자 많아
함경남도 단천에 주둔하고 있는 9군단 방사포련대가 군량미를 250톤만 확보해 식량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9군단 후방부는 새별군과 회령시 등 함경북도 일대에서 650톤을 받아야 했으나,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겨우 250톤만 챙길 수 있었다. 한 군관은 “후방부 군관들이 사업 능력이 부족해서 철도화차 빵통을 늦게 받아가지고 들어갔다”며 운송수단을 제때 챙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금이(25세) 사병은 “현재 통밀쌀 삶은 것을 밥식기에 절반씩 주고, 미역이 간당간당 풀린 소금국을 같이 먹는다. 작년 남새 농사가 안 돼 김장을 많이 못했다”고 말했다. 련대 소속 여군의 40%가 현재 영양실조여서 작년 12월부터 진행한 동기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이에 최고사령부 예비판정에 불참한 것을 이유로, 련대장 이하 간부들이 인민무력부 상부로부터 “부대 관리를 잘못해 허약자들이 많다”고 비판받았다. 영양실조가 심하다보니 올해 1월 달에 탈영한 여군은 20여 명에 달했다.
4군단 방사포련대 군인들, 하루 400g 배급
황해남도 옹진군에 주둔하는 4군단 소속 방사포련대는 2월부터 일인당 통옥수수 400g을 배급하고 있다. 하루 정량인 700g을 기준으로 보면 적지만, 군량미가 접수되면서 이것도 늘어난 양이다. 이 군단 후방부 일꾼은 “군량미를 이악스럽게 받아내려 했으나 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으나, “농장관리일꾼들이 군량미를 넘길 때 우리(후방부 군관)들을 많이 속였다”며 군량미 확보에 차질이 빚어진 것을 농장 탓으로 돌렸다. 이에 한 간부는 군량미를 재는 정확한 계량 체계가 없어서 실제량을 받아온다고 해도 감모분이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일례로 한 마대당 몇 키로, 한 차판당 몇 톤씩 대충 계산해서 가져오기 때문에 정확한 수량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잘 아는 후방부 일꾼들이 군량미 일부를 시장에 내다팔거나 가족, 친척 등에게 주는 등 개인 착복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감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사병들이) 400g 받은 건 그나마 잘 받은 셈”이라고 했다.
황해남도 안악군, 식량 없어 벌써부터 농장원 결근 속출
황해남도 안악군 판륙협동농장은 지난 해 11월말에 2회에 걸쳐 분배를 마무리 지었다. 농장원들은 약 8개월 분량을 분배받았다. 6-7개월 분량을 받은 다른 지역 농장원들보다 많이 받은 셈이지만 농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강순례(35세)씨는 “작년 춘궁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심장이 떨린다. 그 때 죽은 사람이 많았다. 8개월로 1년을 먹고 살려면 어떻게든 아껴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벌써부터 먹을 게 없어 결근하는 농장원들도 생기고 있다. 춘궁기를 생각해 아껴먹다 보니 정작 요즘 먹을 게 별로 없어서다. 한 농장일꾼은 “지난달 한 달 동안 3작업반 같은 데는 전체 인원이 73명인데 안 나온 사람이 20명도 넘었다. 왜 안 나오느냐고 가보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먹을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농장 관리위원장과 당 비서 등 일꾼들은 결근한 농장원들의 집집마다 다니며 출근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황해남도 다른 농촌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율군의 한 농장일꾼은 “작년 춘궁기가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악몽으로 남아있다. 그 때 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올해 춘궁기에 안 죽고 살려면 지금 덜 먹는 게 낫다고 다 식량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며, 결근자들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 경제활동
안악군, 퇴비 팔았다가 다시 비싸게 구입
황해남도 안악군에서는 몇몇 인민반들이 퇴비 계획량을 완수하고도 퇴비가 남아 농장에 팔았다가 웃돈을 주고 다시 사들이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안악군의 일부 인민반에서는 일찌감치 퇴비 계획량을 마련했는데, 인근 협동농장에서 남은 퇴비를 사겠다고 해서 별 망설임 없이 바로 팔았다. 수입금은 인민반 공동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새해 농사에 전력을 다할 데 대한’ 지시와 ‘올해 농사를 잘할 데 대한’ 중앙당 및 도당의 지시 문건이 계속 내려오면서 추가 계획량이 발표됐다. 퇴비를 팔아버린 인민반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근 농장에 팔았을 때보다 2배 이상 더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이고 있다.
평양 도자기공장, 모조품 생산해 돈벌이
평양 만수대 창작사 산하 도자기 공장이 모조품을 생산해 돈벌이하다가 당국의 단속에 걸렸다. 작년 12월에 이 공장 일꾼이 진품 같은 모조품을 만들어 중국에 넘겨 10만 달러를 벌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시 검찰소가 수사를 시작해 모조품을 생산한 노동자와 중간 판매자 등을 대대적으로 붙잡았다. 그동안 이 공장 노동자들은 모조 도자기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저 소소하게 작은 크기의 골동품을 만들어 무역회사에 싼값에 팔아넘긴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조직적으로 모조품을 만들어 큰돈을 벌어들인 노동자와 일꾼들도 많았다. 보안당국은 이번에 붙잡힌 사람들에게 일단 3만 달러를 회수하고, 계속 예심을 벌이고 있다. 검찰소는 이 공장에 검사를 10여 명 파견해 이 사건 외에도 비법으로 돈벌이한 일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정치생활
선거일 앞두고 보안 경계 강화
오는 3월 8일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 투표장 인근 경비가 강화됐다. 중앙당은 전국에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 선거 행사를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특히 선거장(투표장)을 비롯한 장소에서 불순적대분자들이 선거장 파탄행위를 하는 정치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보위부와 보안서에서는 군중을 면밀히 조사하고, 감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군중 정치 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무단 거주자나 거주지가 불명확한 사람들을 확인해 일찌감치 본래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군중 정치 사업을 실시하던 날, 아침 9시부터 약 만 여명이 모여 ‘회의 흐름’(예행연습)을 연습했다. 여성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나가 새파랗게 얼어 덜덜 떨었다. 군중들은 신호에 따라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불렀는데 추위와 피곤에 지친 나머지 마지못해 겨우 따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사회
신의주 주민들 무능한 보안원에 불만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보안원 얘기를 꺼내면, 보안원들이 잡으라는 범인은 못 잡고 주민들만 못살게 군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주민들이 많다. 지난 달, 채하동에서는 밤늦게 어떤 여자가 그 집 아이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리기에 아는 사람인가 문을 열었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복면 쓴 사람 세 명이 후다닥 달려들어 빨래방망이로 여자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하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상해를 입힌 뒤 25만원 상당의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 다음 날 이 소식이 근방에 쫙 퍼졌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리모(30대)씨는 “강도 사건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무서워서 못살겠다. 보안서는 뭐하나 모르겠다. 밤낮 수사 포치를 해도 하나도 못 잡는다. 60명도 넘는 순찰 보안원들이 있다는데, 오토바이타고 돌아다니면서 메뚜기장사꾼들 발길질이나 할 줄 알았지 강도 한 명 못 잡는다”고 말했다. 정혜심(30대)씨는 “압록강 밀수 지역 담당 보안원들이 밀수를 단속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더 해먹는다. 도둑 잡는 능력은 없어도 그런 능력은 아주 타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자규찰대 ‘5월 14일 그루빠’는 더 미움을 받는다. 주민들은 이 그루빠를 악질순사 ‘오빠시’라고 부른다. 채하동에 사는 장경숙(40대)씨는 “우리나라 영화에 왜정 때 악질순사 ‘오빠시’라는 사람이 나온다. 림시로 만든 조직이다 보니 이번 기회에 돈을 벌려고 얼마나 날뛰는지 너무 도가 넘는다. 보안원들보다 그 사람들이 더 싫다”고 했다. 장씨는 “중앙부터 부패되고 변질됐으니 아랫물이 흐린 게 아니겠느냐. 진실한 사람을 요즘 시대엔 도저히 찾아볼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미신 행위는 간부 안해들이 더 관심
지난 달 29일, 함흥시에서는 ‘시대의 사상과 정신에 역행하는 사소한 미신 행위도 단호히 짓뭉개 버리자’는 제목의 강연을 각 직장, 단위별로 실시했다. 강연에서는 대표적으로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십이지 인형을 절대 사지도 팔지도 말아야 한다고 했다. “토끼, 돼지, 말, 용, 쥐, 소 등 자기 띠에 해당하는 짐승을 집안에 장식용으로 놓으면, 그 해 돈벌이가 잘 된다는 선전이 돌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대하는 강한 사상투쟁을 벌리자”고 했다. 강연을 들었던 오영호(30대)씨는 “올해 일이 잘되기를 갈망한 나머지 미신을 믿고 사주팔자를 보는 것이 류행인데, 이를 반동적 사상 조류로 규정하고 강한 사상투쟁을 벌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씨는 “사실 미신도 돈 있는 사람들이나 따르지 돈 없는 사람들은 안 한다”고 했다. 그는 “간부 집 여자들이 기를 쓰면서 남편 사주팔자를 본다. 일반 백성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서 식량을 사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데 신경 쓸 사이도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십이지 완구를 판매하고 있는 서모(50대)씨도 주로 옷을 잘 차려입고, 얼굴도 보기 좋은 여자들이 사간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번엔 보안원 집 여자들 몇 명이 와서 사갔다”며 “팔지 말라고 단속하는데, 그럼 제 집부터 단속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약장사 의료사고로 재판
지난 달, 평안남도 순천시에서는 개인 약장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해 수사가 시작됐다. 순천시에 사는 정모(50대)씨는 개인 약장사를 하면서 가끔 기초적인 의료시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달 중순쯤 정씨에게 치료받던 환자가 사망했는데, 병원에서는 잘못된 처방 때문이라고 했다. 정씨는 진단이 정확했으며, 결코 오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나 환자 가족들이 당국에 신소해 결국 수사를 받게 됐다. 당국에서는 이미 장례를 치룬 시신을 다시 꺼내 부검에 들어갔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주민들은 정씨의 과실 때문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평성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장영화(50대)씨는 “조선 의료현실로는 당연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 역시 의대를 나와 병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병원에 환자가 들어오면 진단만 내려주고 치료 대책이란 처방 종이 한 장에 약 이름만 적어준다. 약은 개인 약장사꾼들에게 사먹으라고 한다. 그거 말고는 다른 치료 대책이 없다”며 개인 약장사들에게서 약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성에 사는 박정연(49세)씨도 “무상치료는 옛말이다. 지금은 돈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간부들에게는 새 약을 주지만 평 백성은 돈 있는 사람들이나 좀 얻을까 돈 없으면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단천, 퇴비 과제 반발로 집단 결근
지난 1월 6일, 함경남도 단천시 블로크 공장 노동자들이 퇴비 과제에 반발해 집단 결근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단천광업건설련합기업소 단천지구 광업지도국은 산하 기업소들에 노동자 일인당 퇴비 1톤 과제를 지시했었다. 이에 농촌 지원을 명목으로 각 기업소 간부들은 하루 일인당 100kg씩 낼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블로크 공장 노동자들은 이미 퇴비를 냈는데도 다시 퇴비를 더 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발해 집단 결근했다. 이 사건으로 공장 측에서는 부랴부랴 노동자들 집을 다니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 공장에 다니는 신한석(45세)씨는 “뭘 먹어야 큰 것(대변)도 나오고 퇴비도 만들지. 아무리 퇴비를 해다 바쳐도 그만하라는 법이 없고, 더 많이 내라고 하니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먹는 문제 해결하려면 비료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우리도 사람이다. 어떻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라고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퇴비를 못하겠다고 결근하기는 했으나 오래지 않아 다시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리명준(40대)씨는 다시 출근한 것에 대해 “뭐 바뀔 것도 아니고, 비판받으면 우리 손해니까”라고 말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학생들도 학교 야간 경비
평안남도 순천시에서는 중학교 5, 6학년 학생들이 학교 경비를 서고 있다. 학교 현대화 바람에 교실마다 어렵사리 갖춰놓았던 텔레비전과 록화기 등을 자주 도둑맞고 있어서다. 주로 교원들이나 경비원들이 돌아가며 경비를 서는데 이도 모자라 이제 학생들까지 세우고 있다. 그런데 맹추위에 난방도 들어오지 않은 건물에서 꼬박 밤을 새우다보니 아이들이 꽁꽁 얼어버린다. 학부모들은 “텔레비전이여 록화기여 그런 거 차라리 사용하지 말라. 왜 우리 애들이 그 고생해야 되는가. 잘 배워주지도(가르쳐주지도) 못하면서 바치라는 거는 어찌 그리 많은 가. 이제는 애들을 밤새 경비 세우다 얼려죽일 셈이냐”며 말들이 많다. 중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로무자 경비원 아저씨도 있는데 어른들은 잠자니까 우리들이 지켜야한다고 했습니다. 매층 복도 바닥에 앉아 꼬박 밤을 샙니다. 잠자는 거 들키면 곱빼기로 시켜요”라고 말했다.
순천시 중학교 홍역 발생
평안남도 순천시 강안동 3지역 21반 관내에 홍역이 돌면서 그 여파가 인근 중학교에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15세 미만 학생들 중에 심한 고열로 앓아눕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위생방역지휘부에서는 홍역으로 판정된 학생들을 격리시키고, 집 대문에 ‘홍역 환자, 출입금지’라고 써 붙였다. 지난 달 30일에는 학생 두 명이 걸렸는데, 2월 1일 개학날에 등교해 다른 학생들까지 전염됐다. 2월 5일까지 이 학교에서 홍역 환자가 21명으로 집계됐고, 그 날 오후 처음으로 3학년 여학생 1명이 사망했다. 학교와 의료당국은 6일부터 홍역을 앓는 학생들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집에서 쉬게 했다. 예방과 의사들은 “치료약이 없으니 집에서 가능한 불을 많이 때 방을 덥게 하고 푹 쉬게 하라”고 일렀다. 현재 강안중학교에서는 한 학급당 10여명 가량이 홍역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 사건사고
평양 대의원 추대회의날, 담장 무너져 7명 부상
평양 광복거리 중학교에서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 추대회의가 있던 날 학교 담장이 무너져 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날 광복거리 중학교에는 학교앞마당과 큰 길까지 수천 명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안전사고 위험이 높았다. 회의가 끝나고 주석단 간부들이 퇴장하기도 전에 주민들이 질서 있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서로 밀치는 통에 급기야 학교 담장이 무너졌다. 이 날 사고로 도 배전부에 다니는 여성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남자 의대생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평양시내에 이 소문이 쫙 퍼져 누구든 만나면 그 얘기뿐이다. 그 다음 회의부터는 보안원들이 규찰대를 세워 보다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 논평
미성년 도강자 처벌, 교양 수준에서 이뤄져야
지난 2월 1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미성년자 2명이 교화형 3년형을 받았다고 한다. 도강을 했다는 이유다. 함경북도 도재판소는 지난달 20일부터 14세 이상 미성년자들이 도강하다 붙잡힐 경우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처벌을 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요즘 국경연선분위기가 그 어느 해보다 삼엄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국경을 지키는 경비초소에는 군부대를 감시하는 검열단이 수시로 점검한다. 민가는 민가대로 숙박검열에, 손전화기 탐지, 그리고 기 탈북자 가족 감시 등으로 정신이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올해 처음으로 미성년 도강자에 대한 처벌법이 발표됐다. 기존에는 성인 도강자에 비해 어린이 및 청소년 도강자는 크게 주목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14세 이상 미성년자가 도강할 경우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한다.
2005년에 개정된 북한 형법 제 11조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를 당시 14살 이상 되는 자에 대하여서만 형사책임을 지운다’고 돼있다. 그러나 일반 범죄일 경우 ‘미성년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성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개준성(개전성 – 뉘우침, 행동 변화 가능성) 정도, 범죄의 위험성 정도에 비추어 사회적 교양의 방법으로 고칠 수 있을 경우에는 사회적 교양처분을 할 수 있다’(제49조)고 해 미성년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교양 수준에서 이뤄져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사법당국은 이번 발표에서 도강이 예외라고 선언했다. ‘제3장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에는 ‘공민이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거나 투항, 변절하였거나 비밀을 넘겨준 조국반역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제62조 조국반역죄)라는 대목이 있다. 회령시에서 미성년자에게 교화형을 선고한 실례에서 보듯이, 미성년 도강자 형사처벌은 여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성년자에 대한 이 같은 처벌 기준이 과연 온당한 가이다. 성인 도강자라 하더라도 ‘한국문세’나 정보 유출 등과 관련이 없는 단순 도강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내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견주어볼 때, 미성년 도강자가 단순히 중국으로 도망갔다는 이유 하나로 3년 이상의 교화형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 이들이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북한 당국이 우려할만한 불순한 정치의식에 근거해 도강했다는 근거도 없다. 실제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 넘어간 단순 꽃제비들일 뿐이다. 간혹 이미 탈북한 가족을 따라 간 청소년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또한 청소년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미성년 도강자를 교화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7조에도 위배된다. 유엔아동협약에 따르면, ‘어떤 아동(18세 미만)도 고문을 당하거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1항) 설혹 법에 의해 체포, 억류, 구금될 때에도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꼭 필요한 최단기간 동안만 행해져야 한다.’(2항) 또한 유죄로 인정받은 아동이라고 해도 ‘아동의 나이에 대한 고려와 함께 사회복귀 및 사회에서 맡게 될 건설적 역할의 가치를 고려’(제40조)해야 한다. 북한 사법당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해 미성년 도강자들에게 교화형보다는 사회교양 수준에서 선도하는 것이 합당하리라 본다. ‘미성년 도강자 처벌법’, 재고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