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황해남도 배천군, 벼농사는 평년작
황해남도 배천군 배천읍 협동농장의 사정은 황해북도 농촌들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농장 일군들은 “옥수수 농사는 거둘 것이 없어도, 벼농사는 작년보다 더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까지 죽을 먹던 집들에서도, 초가을이 되면서부터 밥을 먹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과일농사가 풍작이다. 농민들은 사과와 배 등 과일을 움에 저장해두고 있다. 겨울이 되면 해주나 사리원, 평양 등지에 내다팔아 그 돈으로 식량을 사먹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농장원 강명순(가명)씨에 따르면, 한 세대 당 사과나 배 등을 저장해놓은 수량이 최소 2-3톤씩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굶어죽는 일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일을 훔쳐가려는 인근 군부대의 습격이 잦아지는 바람에 농가에서는 온 식구가 교대해서 밤낮으로 과일 움을 지키고 있다. 군대들이 싹 쓸어 가면 내년에는 굶어죽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집집마다 사활을 걸고 과일을 지키고 있다. 강동철(가명)씨는 “백성들이 자기 리익이 있으니 책임감이 대단히 높다. 농작물 경비도 이렇게 서라고 하면 많이 설 것이다. 정부에서도 농민들에게 크게 리익을 주어야 농장일에도 열중하고 성의를 발휘하여 잘하겠는데, 농장에서는 농민들의 리익이란 것이 크게 없다. 조합 포전을 가면 눈치 보는 식으로 농사일을 잘 안하니 농사가 잘 될 수가 없다”고 했다.
황해남북도, 알곡 유출 단속에 총력
황해남도 옹진군, 청단군, 배천군, 연안군 등 연백벌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알곡 유출 단속에 나섰다. 지난 9월 15일부터 농장 순찰대들이 농작물 단속조로 직접 나서 주민들이 운반하는 식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확인이 안 되는 것들은 즉각 회수한다. 농촌 친척 집에서 먹으라고 주는 호박이나 감자와 같은 부식물도 단속하여 출처를 캐묻는다. 농촌에서 햇곡식을 가져가려면, 해당 농촌 사무장과 담당 보안원, 인민반장 등의 확인을 거친 파출증이 있어야 한다. 식량 단속 초소 지도는 해당 농촌 담당 보안원들이 하고 있고, 리당 비서들이 당적으로 지도한다.
황해북도 서흥군에서도 지난 9월 28일, 농촌경영위원회일군들이 가을걷이를 허실 없이 탈곡장에 거둬들이기 위한 회의를 하고, 직접 현장에 지도사업을 내려갔다. 올해 가을걷이는 추수 식량이 탈곡장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군당에서 파견한 일군들의 승인 없이 절대 알곡을 뽑을 수 없도록 특별 조치를 취했다. 알곡을 내가려면 군당에서 파견한 사람들의 승인이 있어야만 탈곡장에서 알곡을 뽑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농촌 관리일군들과 작업반 분조장들이 비법적인 알곡소비를 막기 위한 조치라 한다. 군당에서는 이렇게 빠지는 알곡만 단속해도 농민들에게 식량분배를 2개월 분량이나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황해북도, “올해 옥수수 농사, 작년 절반도 안 될 것”
올해 황해북도 지역은 날씨가 가물었던 데다 폭우 피해를 입어 농작물 소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지역 농장 일군들은 옥수수 수확량이 작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황해북도 농촌 중에서도 최근 식량 사정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서흥군과 봉산군, 신계군 등이다. 작년에도 식량 분배량이 턱없이 부족해, 올해 2월 말에 벌써 식량이 떨어진 집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초봄에는 옥수수가루로 죽을 쑤어먹는 집이 많았고, 움직일 힘이 없어 출근을 못한 채 집에서 앓는 사람들도 많았다. 농가에서는 4월 말에 햇감자와 밀, 보리 등을 파종해 6월 중순이 지나 수확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농민들 손에는 거의 돌아가지 못했다. 작년 수확량이 적어 군량미가 적었다며, 인근 군부대에서 이모작까지 군량미로 거둬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변히 먹을 것도 없는 식량난 속에 150일 전투를 치러내느라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겨우 죽물로 연명하던 가난한 농가에서 사람들이 죽었는데, 서흥군과 봉산군, 신계군 농촌에서는 지난 4월부터 7월 초 사이에 매달 5-10명 정도씩 사망했다. 의사들은 병명이 있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굶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식구가 많은 집에서는 산에 올라가 세투리와 길장구, 뽕나무 순 등을 뜯어 죽을 쑤어 먹다가 풀을 잘 우리지 못해 풀독이 올라 얼굴과 손발이 붓고, 군데군데 피부가 터지고 쩍쩍 갈라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풀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남자들보다는 주로 여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옥수수 가루를 많이 섞은 죽은 아이들과 남편에게 주고, 자신들은 거의 맨 풀로 된 죽을 먹다보니 풀독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식량문제로 너무 힘든 시기가 지속되자, 요 근래는 순박한 황해도 기질답지 않게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서흥군에 사는 정은순(가명)씨는 “(올해) 초봄부터 초가을까지 죽물로 겨우 끼살이하는 세대들이 많다. 올해 농사도 대흉년이 들어 가을 분배가 더 적어질 것 같은데, 내년에도 죽물로 버텨야 하는가? 대체 뭘 먹고 일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면 식량난에서 회복돼 먹을 걱정 없이 살겠는가?”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9월 현재는 죽을 먹는 세대가 여전히 많지만, 다행히 초가을이 되면서 가마에 뭐라도 끓일 수 있게 됐다. 다행히 5, 6월처럼 굶어서 앓아눕거나 굶어죽는 사람은 없다.
한편 서흥군을 비롯한 황해북도 각 농촌에서는 농작물을 훔치다 잡히는 농장원들이 급증하고 있어 농작물 경비 체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집을 들여다보면 오랜 굶주림으로 누워있는 가족이 한두 명은 있고, 가마솥을 열어보면 풀만 끓이고 있는 등 처벌하기 민망할 정도로 형편이 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당국에서는 법 처벌대신 가을 결산 총화 때 받게 될 분배에서 도적질한 양의 5배를 떼기로 했다.
서흥군 농장의 한 40대 남자 농장원은 “먹을 것이 없어 허덕이는 모습들을 보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 것 같지 못하다. 만약 방도가 생겨 연다고 하여도 우리 같은 백성들에게는 별로 리득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농민들은 굶고 있는데, 리당과 관리위원회 일군들, 작업반 반장, 심지어 분조장들까지 크든 작든 한 자리 한다는 사람들은 배불리 밥 먹고 산다. 윗간부들이나 아래 분조장들이나 어떻게든 식량을 빼돌리거나 하니까 굶을 이유가 없다. 서흥군에서는 농민들이 작년의 경우 분배량으로 5개월도 못 받았다. 그런데 농장에서는 탈곡한 벼를 팔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혁명사상연구실’을 꾸리고, 컴퓨터를 샀다. 농민들은 온 여름 삼복더위에 땀 흘리며 포전에 나가 고생하는데, 관리일군들은 자기들 편리만 추구한다. 작년에는 예순 살 넘은 분조 로인들이 농장관리위원회와 리당에 찾아가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우리부터 구제하라’고 했다가 보복만 받았다. 분배량도 더 적게 주고 힘든 일시키고, 툭하면 구박한다. 올봄에도 농민들이 제일 힘든 시기가 춘궁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 버섯 재배장을 건설한다고 난리를 폈다. 그렇게 농민들 등뼈를 착취했다”며 간부들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농업성, “내년 식량은 올해보다 더 부족할 것”
전국적으로 식량 부족 현상이 내년에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농업성에서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 농장들의 예상 수확량을 종합한 결과 이같이 제기됐다. 농업성에서는 내년 식량 위기를 모면하려면, 무엇보다 올해 수확한 알곡을 허실 없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농장 일군과 간부들은 군량미와 농장원 식량 분배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사업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상황을 보고 받은 중앙당에서는, 국경 지역의 세관들을 다 열고, 무역회사들에게 “무역 원천을 새로운 방법으로 구상해내 탐구하여 외국과의 무역이 끊이지 않게 하여 식량을 많이 들여오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 식량소식
연풍리 농장, 식량 없는 세대에 미리 옥수수 배분
평안남도 안주시 연풍리 농장에는 작업반마다 식량이 없어 출근하지 못하는 세대가 평균적으로 최소 5세대 이상이다. 농장관리일꾼들은 지난 10월 1일, 이 세대들에 미리 옥수수 30kg를 주었다. 먼저 배분한 식량은 나중에 연말 결산 분배에서 제할 예정이다.
문덕군, 가을 이삭주이에 온 가족 총 동원
평안남도 문덕군 주민들은 요즘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에 나가 이삭주이에 여념이 없다. 농민들이 이삭주이를 먼저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마음대로 이삭을 줍지 못하지만, 농장 일을 2시간씩 도와주고 이삭주이를 허락받고 있다. 오전 10시까지는 농장 일을 거들고, 10시 후부터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하루 종일 이삭주이를 하는 주민들이 많다. 집안형편이 어려운 읍내 주민들은 가을철에 이삭주이를 놓치면 안 된다며, 집식구들을 총동원해 이삭주이를 한다. 어린 자녀들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삭주이에 동원한다. 가을철에 이런 식으로 옥수수밭이나 논벼 이삭 주이를 잘 하면, 130kg 정도 식량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 경제활동
청진 시장, 물품 가격 규정대로 안 지켜져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관리소는 구역 인민위원회 가격과와 재정부의 합의로 물품 가격을 재정비했다. 지난 9월 10일부터는 새로 제정된 가격을 시장 입구에 게시하고. 보안당국에서는 시장 안에서 금지 품목을 팔거나 제정가격과 다르게 돈을 받는 상인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과에서 입쌀 2,200원, 옥수수 750원으로 규정하고 단속관리원들이 아무리 통제해도, 10월 초 현재 조선 쌀은 2,550원, 옥수수는 1,000원에 판매되는 등 가격이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대표적인 금지 품목인 담배, 의약품, 유엔을 통해 들어오는 물품 등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금지 품목을 파는 장사꾼들은 매대 위에는 판매 가능한 상품들만 진열해두고, 금지 품목은 은밀하게 찾는 손님에 한 해 조용히 팔고 있다. 통제 상품을 판매하다가 시장 보안원에 단속되었을 때는 1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담배나 의약품 등은 회수 당한다.
강서군, 농민들 사금채취로 끼니벌이
평안남도 강서군 태성리에서는 옥수수 농사가 작년보다 잘 안 된 것으로 예상됐다. 벼농사는 작년보다 잘 된 편이지만, 충분한 양이 아니라 식량부족을 메우지는 못한다. 이에 농민들은 입에 풀칠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며, 사금채취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하루 3,000-5,000원 선이다. 농민들은 “잘 안 되는 농사에 매달리지 않고, 사금을 채취하여 돈을 벌어서 식량을 사 먹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함경남도 리원군 농민들, 흉작에 바닷가로 눈 돌려
함경남도 리원군은 바닷가에 인접한 군으로 농사가 원래 잘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농장마다 수확할 옥수수가 없을 정도로 농사가 평년에 훨씬 못 미쳤다. 옥수수 이삭이 전혀 나지 않은 포전들이 많아 아예 경비를 서지 않는 농장도 있다. 이곳은 벼농사도 신통치 않은데, 올해는 개인 소토지 농사도 잘 안 돼 거둘 것이 없다. 남새(채소) 농사도 잘 안 돼 군부대에 먼저 지급하고 나면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없다. 이에 농장 관리 일군들은 농민들에게 텃밭에 심은 남새로, 자기 재량껏 가을 김장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흉년으로 알곡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농민들은 시급히 바닷가로 눈 돌리고 있다. 어떤 농민들은 리원 수산기지에 나가 물고기를 가공해주고 하루에 500원씩 받는 삯벌이를 하고 있다. 다른 농민들은 낙지(오징어) 삯벌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낙지잡이를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장 관리 일군들은 농사가 잘 되건 못되건 출근은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장에 나가면 뭐하나. 농사가 안됐으니 올 결산분배 탈 것도 없지 않나. 바다에 나가서라도 돈을 벌어야 내년에 먹고 살 식량을 준비할 수 있지 않느냐?”며 농장에 돌아가지 않는다. 농장 일군들은 “올해처럼 농민들이 농사를 관두고, 바닷가에 나가 돈 벌 구멍수를 찾는 것은 처음”이라며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농가에서는 아이들까지 바닷가에 나가 미역을 따오고, 여자들은 주로 수산사업소 수출기지 등에 나가 물고기나 물낙지를 가공하는 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고 있다.
■ 정치생활
함흥시, 마약 제조 약대생 3명 퇴학 처분
함경남도 함흥시 보안서는 150일 전투기간에 얼음(빙두) 판매자와 구매자를 약 60여명 체포했다. 이번에 붙잡힌 약학대학생 3명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빙두를 제조해 장사꾼들에게 넘긴 혐의로 퇴학처분됐다. 보위부 검열조에서 파악한 바로는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판매한 수량이 10kg에 이른다고 한다. 주민들은 “돈 없으면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 공부를 하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지, 돈을 벌려고 마약을 만드는데 뭐라고 할 수 있냐?”는 반응이다. 시보안서에는 “강성대국 문을 열기 전에 사회의 오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가차 없이 법적 제재를 줄 것”이라며, 150일 전투기간에 마약 장사를 한 범죄자들은 예심이 끝나는 대로 모두 교화소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함경남도 도당, 함흥에 마약관련 사상교육 강화 지시
함경남도 도당 안전위원회에서는 마약 생산원천지인 함흥시 주민들의 당적 사상 의식을 강화시키기로 했다. 또 범법자에게는 강한 형벌을 내려, “사회의 마약 풍조를 뿌리 뽑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2012년에는 상습적인 마약 중독자들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마약 때문에 이혼하고 가정이 파탄되는 세대가 늘자, 함흥시 시당은 시와 구역 재판소들에 재판 이유를 상세히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될수록 이혼을 하지 못하도록 해서 가정파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5일에는 함흥시 시당과 시 인민위원회 일군들이 “마약 중독은 사회주의 제도를 해치는 암초”라는 제목으로, 구역 동사무소 인민반들에 나가 정치 강연을 하기도 했다.
■ 사회
청진시, 법의 감정의사들 뇌물수수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노동성과 도인민위원회 노동처의 지시에 따라 공장, 기업소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노약자들에 대해 건강 검진을 새로 하기로 했다. 지난 9월 9일부터 도보건부 법의 감정 의사들이 시, 군 인민병원에 내려가 사회보장자 대상자들을 앓고 있는 병명에 기초해 구체적으로 검진하고 있다. 검진 결과 출근 대상자 중에서 하루 4-6시간 경로동자와 보통 노동자들을 부류별로 나누고, 질병에 따라 일할 대상과 못할 대상을 나눈다. 법의 감정 의사들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물질적 압박감이 상당하다. 간염으로 배에 복수가 찬 환자도 6시간 경로동 대상으로 분류한 경우도 있다. 환자가 아무리 심하게 앓고 있다고 말해도, 법의 감정의사들이 무조건 경로동 6시간 대상자라고 하면 끝이다. 고양이 담배를 몇 보루 찔러줘야 그나마 사회보장자로 진단해준다. 법의 감정은 1년에 2차례 실시되는데, 이때마다 법의 감정 의사들이 환자들에게서 가져가는 물품이 대단히 많다. 보통 한번 검진기간에 200~250만 정도의 돈을 받아간다. 이 돈의 절반은 상급 간부들에게 바친다. 그래야 다음 검진에도 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보건부문의 상황이 이런 형편이나, 힘없는 주민들은 사회 정책의 나쁜 점을 얘기하면, 정치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한다.
순천, 전화 신청관리비 너무 비싸
평안남도 순천시에서는 집에 전화를 설치하려면, 체신소에 신청비 60만원을 내야 한다. 전화 설치비는 체신소와 전화를 놓으려는 세대 사이 거리에 따라 정해지는데, 보통 80-90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주로 장사를 해서 돈이 많은 집들이 전화를 놓는다. 시 체신소에서는 전화 신청서를 접수한 뒤, 신청비를 체신소 자체에서 절반 소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도체신국에 보낸다. 순천시 주민들은 전화 신청비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2개 세대 이상이 돈을 분담해 전화를 놓기도 한다. 한 회선을 끌어다가 각각의 집에만 전화선을 따로 연결하는 식이다. 아파트 같은 경우 아파트까지 같은 회선을 사용하고, 각 집집마다 전화선을 연결해 사용한다. 설치했다고 돈이 더 이상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선로공들에게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명절 같은 때가 되면, 선로공들이 고의적으로 전화선을 절단하기도 한다. 전화 사용자들이 몇 번씩 찾아다니며 선로공들에게 선물을 바치거나, 그들의 요청사항을 들어주어야 겨우 고쳐준다. 만약 이를 거부하면, 계속 고장 난 채 있어야 한다.
함경북도 전역, 가을철 반항공훈련 실시
함경북도에서는 가을철을 맞아 지난 9월 21일부터 전 지역에서 반항공훈련을 실시했다. 각 시, 군당에서는 주민 경보 시간에 누락되는 인원들은 발견되는 대로 벌금 5,000원을 적용한다고 선포하고, 저녁마다 한 시간씩 반항공 훈련을 했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으면서 불빛막이 훈련을 하고, 9월 25일에는 새벽 5시부터 점심 12시까지 했는데, 소토지 밭이 있는 사람들은 다 밭으로 가고 세대주들만 훈련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집에 그냥 있었다.
회령시에서는 9월 21일부터 22일 새벽 6시까지, 공장 기업소, 교도대생, 민방위대가 시경기장에 모여서 교대 무력에 관한 행진과 부대 전투에 관한 전시 훈련을 했다. 동 사무소 여성들은 위와 아래 지역으로 나눠 강변에 모여 혼석을 파는 작업을 하였다. 대학교, 전문학교, 중학교 학생들도 김일성 수령이 현지지도 할 때 낚시를 했던 장소에 모여 훈련했다. 반항공 훈련은 1년에 봄과 가을에 나누어 2번씩 2차 진행하는데, 이 훈련에는 농장원과 철도부문 등만 제외되고 모두 참가한다. 반항공 훈련에 잘 따르지 않거나, 조직 행사에 빠지려고 집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단속되면 정도에 따라 벌금 5,000원에서 1만원까지 내야 한다. 반항공 훈련 기간 중에는 차와 소달구지들도 운행이 통제된다. 타지방에서 온 장거리 운행차와 무역 단위 차량들도 예외가 없다.
■ 여성/어린이/교육
남포시 녀맹, 1인당 파철 80kg 과제
지난 10월 2일, 평안남도 남포시 녀맹에서는 100일 전투 기간동안 녀맹원을 총동원해 파철 과제를 1인당 80kg씩 하기로 결의했다. 이 때문에 녀맹원들 모두 파철 수집에 동원됐다. 그나마 장사를 하는 녀맹원들은 파철 1kg당 350원씩에 사서 바치고, 오후에는 장사를 하러 나갈 수 있지만, 갑문 1동과 2동에 사는 가난한 녀맹원들은 남편들과 함께 시내 오물장과 재 처리장에 나가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찾아다닌다. 이마저도 힘든 집에서는 집에 있는 철붙이들을 내다 바치기도 한다.
사리원 녀맹원, 150일 전투 농촌 동원 산모만 제외
황해북도 사리원 녀맹위원회에서는 “시당의 직접적인 지도와 통제로 녀성들에 대한 통제와 조직 생활과 기타 사회적 과제에는 에누리가 없이 강한 규율과 질서를 잡아야 한다”며 녀맹원들을 150일 전투 기간에 농촌에 내보냈다.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일하러 못나오므로, 녀맹원들이 농사를 다 했다. 농민들 3-4명 정도가 나와 지도 농민 격으로 녀맹원들이 일하는 옥수수밭과 김매기나 논밭 풀 뽑기에 데리고 다니면서 작업의 순서와 방법을 알려주었다. 농촌 지원에 하루라도 참가하지 않으려면 3,000원씩 내야 했고, 아무리 환자라고 해도 예외가 없었다. 돈 내지 않으면 무조건 불러서 일을 시켰다. 임산부 여성들과 해산한 여성들만 산전, 산후 기간 동안 농촌 지원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오전에는 농장에 나가 일을 돕고, 오후에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서 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여성들은 150일 전투가 끝나 이제 한숨 좀 돌릴까 했는데, 다시 100일 전투가 시작됐다며 걱정이 많다.
■ 사건사고
서흥군 4.25훈련소 군관, 간리역에서 가방분실
평양시 순안구역 간리 철도역은 중북부와 서북쪽으로 다니는 삼각 지점이여서 평양에 들어가기 전 여행자들의 통행이 복잡한 역이다. 간리 역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꽃제비 무리들이 많다. 여행자들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손짐이 금방 분실돼 찾을 수가 없다. 지난 9월 3일에는 황해북도 서흥군 4.25훈련소의 한 군관이 함흥에 갔다 오던 중 간리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가방을 분실했다. 간리 보안서에서는 꽃제비들 소행으로 보고, 꽃제비들을 모조리 붙잡아 철도 보안서 마당에 모았는데 40여 명이 붙잡혔다. 어른 꽃제비는 6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어린 아이들이었다. 역 보안원이 앞에 나가 가방을 도적질한 것이 없는 가 묻고, 문건 가방이니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았다. 가방을 분실한 군관은 중요 문건을 분실한 마당이라 급한 마음에 꽃제비 아이들에게 가방을 찾아주면, 돈도 주고 학교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방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아서 이 사건이 보위부까지 상정됐다. 역 보안서에서 40여 명의 꽃제비들을 3일간이나 붙잡아두었지만 단서가 잡히지 않자, 보안서에서도 이들을 더 먹일 식량이 없어 결국 밖으로 내보냈다. 분실 가방에 군사 기밀 문건이 있었다면, 군사재판에 기소돼 제대와 군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기밀이 없었다 해도, 분실한 군관은 기초 문건관리를 잘못한 죄로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은덕군 록야리 인삼밭 도둑에 몰매 맞아 보안원 중태
지난 10월 6일, 함경북도 은덕군 록야리 수산골 인삼밭에서 무장 경비를 서던 보안원들이 인삼도둑들에게 몰매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은덕군 보안서에서는 오봉노동자구 탄광 노동자들을 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탄광에서 오랫동안 배급이 안 나오면서 강도짓을 하는 노동자들이 급증한 까닭이다. 록야리 인삼밭은 총 1정보 면적인데, 인민보안성에서 직접 관할하며 평양에 보내는 8호 제품이다.
■ 논평
대북 식량지원, 이제 시작이다
남한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으로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지난 2년간 남북한 당국의 냉랭한 관계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왔다는 점에서, 식량 문제 해결의 첫 발을 내디딘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
한국 정부가 쌀이 아니라 옥수수를 선택한 데에는 아마도 북한 고위층이나 군대에 전용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식량난이 지속되면서, 북한에서 주식은 쌀이 아니라 옥수수가 되어버렸다. 북한 주민들에게 밥은 쌀밥이 아니라 옥수수밥을 의미한다. 쌀이 부족해 쌀 구경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탓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옥수수 지원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특히 올해 냉해와 가뭄으로 옥수수 농사가 흉작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마당에 옥수수 지원은 어떤 면에서 적절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1만 톤이라는 규모가 인도주의적 지원 규모에 과연 합당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북한의 취약 계층을 위한다면 1만 톤 규모는 너무 빈약하다. 지난 9월 발표한 WFP(세계식량계획)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180만 톤으로 추산된다. 다수 주민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고, 외부의 대규모 식량지원이 없으면 수백만 명이 아사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옥수수 1만 톤은 실질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이라기보다는,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차원에서 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쌀 재고 문제를 대북 식량지원으로 풀지 않겠다’는 정부의 원칙 아닌 원칙 때문이다. 남한 정부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남한 농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쌀값 폭락을 걱정하는 농민들은, 쌀 가공 식품 생산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대북지원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쌀 재고량이 100만 톤이 넘으면 이를 관리하는 데에만 3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남는 쌀은 가축 사료로 전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 정부에서는 북핵문제가 아무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쌀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 대다수는 삭발을 하고, 추수할 논에 불을 지르는 농민들의 애끓는 심정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고향에서 벌어지는 부모님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굶어죽는 사람을 외면하고 가축 사료로 쓰겠다는 것도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명 우리 국민 대다수는 재고미를 관리하는 데 3천억 원을 날리고 가축 사료로 전용하기보다는, 우리 농민들도 살리고 북한 주민들도 살리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 믿는다. 남한 정부는 이번 지원을 계기로, 더 큰 규모와 다각적인 식량 지원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 북한 정부와 분배의 투명성 문제 등 더 꼼꼼히 따질 문제는 따지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는 한편, 대규모의 직접 지원 및 WFP를 통한 간접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 원칙에 충실 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서 “주고 고맙다 인사 듣는” 최고의 통일 정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