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탐구
5.26 당 지시는 체질 개선을 위한 경제 실험
7월 1일 현재, 함경북도 청진의 쌀값은 1kg당 570원, 옥수수는 350원이다. 환율은 인민폐 142원/위안, 달러는 1,010원/달러이다. 4월과 5월까지만 해도, 쌀 1kg에 400원대, 인민폐 110원, 달러 800-900원이었던 것을 비교해보면 상승세이긴 하지만, 예년의 춘궁기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편이다. 이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현재의 환율과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5․26 당 지시의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가 당분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5.26 당지시가 나왔을 때는 식량가격과 환율이 폭등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예상보다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5.26 당지시는 시장에 대한 모든 제한을 풀고, 기관기업소에 최소 15만원에서 60만원의 돈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생산성이 없는 공장의 경우는 폐쇄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화폐교환 전에 해체했던 무역회사와 군부계통 무역회사들도 투자를 받기만 하면 다시 무역거래를 허용하는 등 각종 무역규제도 철폐하도록 했다. 심지어 6월 7일 최고인민회의 후 중앙은행은 전국 시 군 은행에 시 단위는 1억 원 상당, 군 단위는 5천만 원 상당을 공급하기도 했다.
당국의 이번 지시는 우선, 6-8월의 심각한 식량 및 경제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인 동시에 긴급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화폐교환 조치 후 시장 폐쇄와 거래 중지, 외환사용 중지는 북한 경제를 일순간에 마비시켰다. 북한 사회도 이미 시장 없이는 더 이상 사회운용이 어렵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시장을 폐쇄하니 국영기업소를 비롯한 기관기업소, 평양의 국영상점까지도 멈추었고, 돈과 물건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1월 중순부터 전 지역에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긴급히 정책 실패를 시인한 뒤 시장규제조치를 풀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 민심을 수습하려고 애썼다. “(식량문제는) 3개월만 참아 달라”며 유예기간을 두기도 했으나,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시장을 비롯한 국내경제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이번 5.26 당지시는 식량문제 해결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단위, 기관기업소 단위, 개인단위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독립채산제 실시를 보다 분명케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를 굶주리지 않게 하고 임금과 자재 원천을 기관기업소에 알아서 구입하라며 자금을 대주고,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가동이 중단된 회사를 폐쇄할 것을 지시했다. 또 시, 군단위의 은행에 돈을 풀어 지역에서 주민들의 먹는 문제와 생활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일련의 이러한 조치들은 일부 핵심계층을 제외하고는 명분으로만 남아있는 사회주의 공급체계망을 포기함으로써 국가가 자재원천을 기관기업소에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어낸 것이다. 어쩌면 강화된 독립채산제의 모습이기도 하다. 국정가격으로 배급하고 보장해주던 시스템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의 방식까지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처방이긴 하나 사회주의 공급체계와 시장체제와 부조화를 인정하고 시장화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중국을 포함한 대외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내부경제 체제를 개선해야한다. 북한 당국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8개 도시에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내부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을 대외에 보여줄 필요도 있다.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지만, 이참에 일종의 체질개선 실험이 성공한다면, 구태여 과거 통제중심의 사회주의 정책으로 회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한당국으로선 이번 실험을 좀 더 관찰해 본 후 제도개선의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2002년 7.1 경제관리조치와 달리 5.26 지시는 비공개적으로 각 단위에 포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지시는 지역과 기관기업소에 돈이 풀리고 해당 기관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성이 주어진 만큼 이들의 능력과 자율성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단기적 대응이고 긴급처방이기에 한편으로는 간부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내려온 돈을 유야무야 써버리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8월까지의 시간을 제대로만 운용해본다면 이번 지시는 앞으로 개혁적인 제도변화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간부들이 그렇게 능동적이고, 책임성 있게 일할 지는 의문이다. 간부들의 책임성을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그들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장해주어 당국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 시기, 북한 당국은 돈주들의 성장을 일정하게 방조하면서도 일거에 옥죄는 방식으로 이들을 통제 관리해왔다. 2007년부터 무역단위 일군이나 돈주들을 공개처형 하는 등 이들을 얼마나 가혹하게 다뤄왔는지 일선의 책임일군들과 간부들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도 괜히 잘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잠재된 공포를 무시할 수 없다. 또 개인과 가족,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번 5.26 지시를 통한 일종의 체질개선 실험이 성공하려면, 시장의 자율성을 통해 각 경제 주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리더쉽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담당해줄 사람은 현재로선 경제일군들과 간부들밖에 없다. 책임일군들과 간부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으면, 앞으로의 경제회복은 물론이고 당장 8월까지의 고비도 쉽게 넘기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의에서 내각 총리를 교체하고, 8명의 부총리를 임명하는 등 인적쇄신을 시도한 것은, 경제개건을 책임진 내각의 역할과 권한을 높이고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영림 내각 체제가 앞으로 5․26 지시 이후 달라질 경제 구도 속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끝).
■ 시선집중
<표> 함북 청진 인민폐 및 쌀 가격 동향
함북 청진 인민폐 및 쌀 가격 동향
날짜 | 인민폐
(북한 원/1위안) | 달러
(북한 원/1달러) | 쌀 가격
(북한 원/kg) | 옥수수가격
(북한 원/kg) | ||||
6/25 | 155 | 1,050 | ||||||
6/26 | 162 | 1,130 | ||||||
6/27 | 150 | 600 | 350 | |||||
7/01 | 142 | 1,010 | 570 | 350 |
마약운반한 장거리 버스 운전수들 대규모 적발
지난 5월 중순, 함경북도 청진시 보안당국에서는 장거리 버스 운전수(운전기사)들을 마약운반혐의로 대거 구속했다. 이번에 구속된 사람들은 청진과 온성, 회령 등지를 오가는 장거리 버스 운전기사 14명과 버스 차장 8명 등 총 22명이다. 청진시 보안서에서는 6월 19일, 버스 운전수와 차장, 조수 등을 불러 마약 관련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마약 운반을 해주고 돈벌이 하는 버스 직원들이 발각되면, (마약) 수량에 관계없이 중범으로 취급해 로동교화소에 처넣을 것”이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작년부터 마약운반 사례가 몇 차례 제기됐으나, 장거리 버스 운전수 17명 중 14명이나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보안원은 “버스 운전사들이 마약 장사꾼들과 결탁하여 마약을 운반해주고 돈벌이를 하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부쩍 백성들의 살아가는 형편이 어려워지다 보니 마약밀매매에 나서는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식량난을 마약밀매매 확산 배경으로 꼽았다.
사리원, 신병들에“탈영하면 탄광 보낸다” 으름장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는 올해 4월 7일부터 인민군 초모로 신병훈련을 받던 초모생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탈영하는 사례가 제일 많았다. 일주일새 12명의 신병이 탈영하는 등 탈영자가 끊이지 않자,
인민무력부대렬국에서는 이들을 힘든 부문에 배치시키라고 사리원 시당에 지시했다. 이에 사리원 시당에서는 이들을 탄광에 배치시켰다. 원래는 대렬국에서 탈영자 중에 영양실조자들은 영양보충을 시켜 부대에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 그러나 영양실조자가 너무 많아 대렬국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탈영자를 막기 위해 강압적인 지시만 내리는 형편이다. 인민무력부에서는 앞으로도 탈영하려던 사람들은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생활환경이 어려운 탄광이나 광산 부문에 배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폐쇄공장 인력 돌격대 배치’에 노동자들의 반응은?
폐쇄공장 인력을 돌격대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노동자들은 대체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돌격대는 식량을 비롯한 후방물품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데다 노동 강도가 센 편이라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다. 돌격대에 사람이 필요하다며 기업소에 인력을 요청했을 때도, 사람들이 하도 가지 않으려고 해서 기업소들마다 골머리를 앓곤 했다. 직장마다 돈을 거둬 식량과 생활비를 대준다고 해도 안 가려는 경우가 많고, 등 떠밀리듯 간다고 해도 얼마 못 버티고 집으로 돌아와 버리기 일쑤였다.
회령시내 한 공장 지배인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왜 돌격대에 안 가려고 하는가? 첫째, 돌격대에 들어가면 노동 강도가 세고 여유시간이 없다. 일반 공장에서는 작업이 끝나면 밭에라도 가서 일할 수 있고 시장에 나갈 수도 있어서 여러 가지 부업을 할 수 있는데 돌격대는 군대와 같이 통제를 하니까 벗어날 수가 없다. 둘째, 신발이나 장갑 등 다 자체 해결해야 한다. 신발이 해지면 어디서 공급해주는 데가 없다. 옷도 그렇고 작업복조차 없다. 셋째, 안전보장(로동보호)이 제대로 되는 작업장이 거의 없다. 그렇게 고된 일을 해도 식량을 담보할만한 곳이 없다. 강제로동과 비슷하니까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실정이라, 어떤 공장이 폐쇄되고, 누가 감축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인력배치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김철현(가명)씨는 간부들이 평소 자기에게 밉보인 로동자들부터 강제로 쫓아내지 않겠느냐고 말해, 인력배치 과정에서 간부들의 재량에 따라 노동배치가 달라질 것을 우려했다. 돈이 있거나 간부들과 평소 관계를 잘 유지해오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만 돌격대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령, 5․26 지시에 따라 운영 가치 없는 공장 폐쇄
내각 산하 로동성의 5․26 지시에 따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더 이상 운영 가치가 없는 공장, 기업소를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회령시는 일단 원료와 자재가 전혀 없어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공장, 기업소들을 파악하는 한편, 생산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관계 일군에 따르면, 가장 먼저 원자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외국과의 거래가 완전 차단되면서 원료가 전혀 없는 공장들이 많아, 1달 원천도 없는 공장들이 폐쇄 일순위에 올라있다”고 했다. 생산이 일체 중단된 공장들은 노동자들의 월급도 지불하지 못하므로 더 이상 운영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폐쇄 공장들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두고 대다수 노동자들을 회령시 도시건설대나 농촌 건설대, 건물 보수 사업소 등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김정숙 어머니 고향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갖가지 건설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시당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로동부 등 관련부서들에서는 폐쇄되는 공장 노동자들을 건설 돌격대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돌격대 편입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 노동자들의 상태와 급수, 직무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없어 출근을 못했던 노동자들이나 장기 요양 환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돌격대에 배치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시당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노동자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분류작업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인력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발급 절차 간소화됐다지만, 여전히 까다로워
5․26 당 지시 이후, 여권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친척방문을 목적으로 여권을 발급하려고 했던 평성에 사는 김길선(가명)씨는 여권 발급에 중국 돈으로만 2천 위안이 들어갔다. 막대한 돈을 넣었는데도, 빠르면 1년, 길면 3년이 되어야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자, 중국 친척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여권발급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직접 신청해보니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발급 후에도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들이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강습반이다. 주요 강습 내용은 “남조선 사람들을 접촉하거나 남조선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남한 사람들과 접촉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친척들을 만났을 경우, “조선의 현실에 대해 일심단결을 해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선전을 많이 하라고도 한다. 친척들에게 도움을 받을 때는 가능하면 물품보다는 중국 돈을 많이 가져오라고 한다. “식량 사정이 긴장하지만 쌀은 100kg 이상 못 가져오게 규정돼있다. 그러나 중국 돈은 제한하지 않고 있으니, 얼마든지 많이 가져올 수 있다”고 일러준다. 과도한 발급 비용과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긴 소요시간 등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 사건사고
마약운반한 장거리 버스 운전수들 대규모 적발
지난 5월 중순, 함경북도 청진시 보안당국에서는 장거리 버스 운전수(운전기사)들을 마약운반혐의로 대거 구속했다. 이번에 구속된 사람들은 청진과 온성, 회령 등지를 오가는 장거리 버스 운전기사 14명과 버스 차장 8명 등 총 22명이다. 청진시 보안서에서는 6월 19일, 버스 운전수와 차장, 조수 등을 불러 마약 관련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마약 운반을 해주고 돈벌이 하는 버스 직원들이 발각되면, (마약) 수량에 관계없이 중범으로 취급해 로동교화소에 처넣을 것”이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작년부터 마약운반 사례가 몇 차례 제기됐으나, 장거리 버스 운전수 17명 중 14명이나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보안원은 “버스 운전사들이 마약 장사꾼들과 결탁하여 마약을 운반해주고 돈벌이를 하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부쩍 백성들의 살아가는 형편이 어려워지다 보니 마약밀매매에 나서는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식량난을 마약밀매매 확산 배경으로 꼽았다.
■ 식량소식
사리원, 신병들에“탈영하면 탄광 보낸다” 으름장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는 올해 4월 7일부터 인민군 초모로 신병훈련을 받던 초모생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탈영하는 사례가 제일 많았다. 일주일새 12명의 신병이 탈영하는 등 탈영자가 끊이지 않자,
인민무력부대렬국에서는 이들을 힘든 부문에 배치시키라고 사리원 시당에 지시했다. 이에 사리원 시당에서는 이들을 탄광에 배치시켰다. 원래는 대렬국에서 탈영자 중에 영양실조자들은 영양보충을 시켜 부대에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 그러나 영양실조자가 너무 많아 대렬국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탈영자를 막기 위해 강압적인 지시만 내리는 형편이다. 인민무력부에서는 앞으로도 탈영하려던 사람들은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생활환경이 어려운 탄광이나 광산 부문에 배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 정치생활
‘폐쇄공장 인력 돌격대 배치’에 노동자들의 반응은?
폐쇄공장 인력을 돌격대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노동자들은 대체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돌격대는 식량을 비롯한 후방물품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데다 노동 강도가 센 편이라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다. 돌격대에 사람이 필요하다며 기업소에 인력을 요청했을 때도, 사람들이 하도 가지 않으려고 해서 기업소들마다 골머리를 앓곤 했다. 직장마다 돈을 거둬 식량과 생활비를 대준다고 해도 안 가려는 경우가 많고, 등 떠밀리듯 간다고 해도 얼마 못 버티고 집으로 돌아와 버리기 일쑤였다.
회령시내 한 공장 지배인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왜 돌격대에 안 가려고 하는가? 첫째, 돌격대에 들어가면 노동 강도가 세고 여유시간이 없다. 일반 공장에서는 작업이 끝나면 밭에라도 가서 일할 수 있고 시장에 나갈 수도 있어서 여러 가지 부업을 할 수 있는데 돌격대는 군대와 같이 통제를 하니까 벗어날 수가 없다. 둘째, 신발이나 장갑 등 다 자체 해결해야 한다. 신발이 해지면 어디서 공급해주는 데가 없다. 옷도 그렇고 작업복조차 없다. 셋째, 안전보장(로동보호)이 제대로 되는 작업장이 거의 없다. 그렇게 고된 일을 해도 식량을 담보할만한 곳이 없다. 강제로동과 비슷하니까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실정이라, 어떤 공장이 폐쇄되고, 누가 감축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인력배치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김철현(가명)씨는 간부들이 평소 자기에게 밉보인 로동자들부터 강제로 쫓아내지 않겠느냐고 말해, 인력배치 과정에서 간부들의 재량에 따라 노동배치가 달라질 것을 우려했다. 돈이 있거나 간부들과 평소 관계를 잘 유지해오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만 돌격대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령, 5․26 지시에 따라 운영 가치 없는 공장 폐쇄
내각 산하 로동성의 5․26 지시에 따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더 이상 운영 가치가 없는 공장, 기업소를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회령시는 일단 원료와 자재가 전혀 없어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공장, 기업소들을 파악하는 한편, 생산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관계 일군에 따르면, 가장 먼저 원자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외국과의 거래가 완전 차단되면서 원료가 전혀 없는 공장들이 많아, 1달 원천도 없는 공장들이 폐쇄 일순위에 올라있다”고 했다. 생산이 일체 중단된 공장들은 노동자들의 월급도 지불하지 못하므로 더 이상 운영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폐쇄 공장들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두고 대다수 노동자들을 회령시 도시건설대나 농촌 건설대, 건물 보수 사업소 등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김정숙 어머니 고향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갖가지 건설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시당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로동부 등 관련부서들에서는 폐쇄되는 공장 노동자들을 건설 돌격대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돌격대 편입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 노동자들의 상태와 급수, 직무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없어 출근을 못했던 노동자들이나 장기 요양 환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돌격대에 배치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시당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노동자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분류작업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인력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발급 절차 간소화됐다지만, 여전히 까다로워
5․26 당 지시 이후, 여권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친척방문을 목적으로 여권을 발급하려고 했던 평성에 사는 김길선(가명)씨는 여권 발급에 중국 돈으로만 2천 위안이 들어갔다. 막대한 돈을 넣었는데도, 빠르면 1년, 길면 3년이 되어야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자, 중국 친척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여권발급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직접 신청해보니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발급 후에도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들이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강습반이다. 주요 강습 내용은 “남조선 사람들을 접촉하거나 남조선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남한 사람들과 접촉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친척들을 만났을 경우, “조선의 현실에 대해 일심단결을 해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선전을 많이 하라고도 한다. 친척들에게 도움을 받을 때는 가능하면 물품보다는 중국 돈을 많이 가져오라고 한다. “식량 사정이 긴장하지만 쌀은 100kg 이상 못 가져오게 규정돼있다. 그러나 중국 돈은 제한하지 않고 있으니, 얼마든지 많이 가져올 수 있다”고 일러준다. 과도한 발급 비용과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긴 소요시간 등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