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마약 종합 근절 대책 강구해야
북한 사회의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마약 단속이 해마다 계속되고 있지만, 마약 생산과 소비는 오히려 확대되고, 주민들 생활에 깊숙이 파고드는 양상이다. 소량을 팔아도 막대한 이익이 남기 때문에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제약공장 기술자들은 물론이고, 조제 지식이 있는 대학생들이 마약 생산에 가담해있다. 마약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놓은 책도 있다. 이들이 만든 마약은 중개자들을 통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고, 그 중 상당량이 국경을 넘어간다. 중국에서 북한 측에 마약 단속을 더 엄중하게 해줄 것을 촉구하며 문제제기할 정도이다. 최근 북한 당국이 서비차량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도, 마약 운반 차량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보다 큰 문제는 주민들이 별다른 경각심 없이 마약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현실이다. 마약을 소량 복용하면 각성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 주민들은 일종의 약품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게다가 기분까지 좋게 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매년 마약 관련 정신질환으로 입원하는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올해만도 함흥에서는 월 입원환자가 100여명을 넘어섰다. 돈이 있어야 입원할 수 있는 북한 의료현실을 감안하면, 병원에 오지 못하는 중독환자들의 수는 더 많을 것이다.
당국의 마약사범 처벌 수위가 교화형에서 무기징역, 최고 극형까지 날로 엄중해지고 있지만 마약복용자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속과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마약의 폐해와 경각심을 고취하는 교육은 보다 강화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마약은 조금이라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누구라도 심각한 마약중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주민들이 왜 마약을 일종의 치료약으로 사용하겠는가. 약품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진통제나 소염제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 한 주민들의 마약에 대한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부들에게 우선 배분되는 의약품 배급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간부들이 약품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팔지 못하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부족한 의약품은 중국에서 싼값으로 사들여서라도 일반 주민들에게 널리 보급해야 한다. 보다 안정적인 기초 의약품 공급 대책이 시급하다.
마약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지 않은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마약사범이 국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 나라들은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북한 당국 역시 마약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에 나서는 한편, 기초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의약품 지원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부탁해야 한다.
마약중독자 치료문제도, 그들을 격리수용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체계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고, 적절한 치료방법이 병행돼야 한다. 이처럼 처벌과 단속 중심의 마약대책에서 벗어나 기초의약품 공급을 확보하는 동시에 마약을 예방하는 차원의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야 한다. 북한 당국 스스로 마약의 폐해에 경각심을 갖고, 마약이 더 이상 사회에 확산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 시선집중
청진항 노동자 부부, “아직은 건강해서 다행”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 사는 장규만(가명)씨는 청진항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이다. 장성한 두 딸은 이미 출가했고, 부부가 같이 벌어 생활하고 있다. 장씨는 “항구라고 해야 일거리가 많지 않아, 반은 정지 상태에 있다”고 했다. 로임도 배급도 아무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은 그래도 국가적으로 주체철 생산단위라 중요시하고, 철을 팔아 간간이 배급이 나오지만, 항구 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느 곳에서도 신경을 써주지 않아 미역, 물고기, 낙지(오징어) 등을 한 배낭씩 사서는 시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다고 했다. 좀 먼 곳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데, 중고자전거지만 자기들 부부에게는 보물 1호라며 눈가 주름이 잡히도록 활짝 웃었다. 장씨는 “낙지가 나는 철에는 낙지 말리는 일을 하기도 하고, 포장을 해서 운반하는 일을 도와주고 일당을 받는 식으로 끼니벌이를 한다. 봄에는 산나물을 채집하고, 가을에는 석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겨울 난방을 위해 마른 잎이나 나뭇가지, 잡초들을 모으러 다닌다. 남들처럼 장사할 밑천이 하나도 없어서 그때그때 소일거리를 찾아서 한다”고 했다. “가끔 출가한 딸들이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한다. 자기들도 먹고 살기 어려울 텐데 우리까지 신경써주니 대견하고 고맙다”고 자식 자랑을 잊지 않았다. “몸에 병이 생길까봐 두렵고, 나이가 많아지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도 되지만, 지금은 우리 부부가 건강하니 다행”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선군청년발전소 돌격대원, 도둑질 골치
량강도 백암군에서는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 건설 현장에 일하러 나와 있는 돌격대원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돌격대원들이 식량이 부족하자 5-6명씩 조를 짜 인근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전문 빈집털이를 다니고 있어서다. 지금은 가을 추수기라 식량이 좀 풀려 뜸해졌지만, 올 5-6월 달에 특히 돌격대원 도둑들이 극성을 부렸다. 황해북도 려단 1대대에서는 주로 유평노동자구에 돌격대원들을 보내 간간이 식량을 조달했다. 여러 명이 복면을 쓰고 몰려다니며 집을 털어갔는데, 주민들은 돌격대원들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도 강하게 항의하지 못했다. 보안당국에 신소해봤자, 련대에서 “복면을 쓴 강도가 우리 돌격대원들이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발뺌하면 어쩔 수 없이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돌격대 대원들은 백암군을 넘어 연사군까지 갔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6명의 대원들이 연사군 신양노동자구에 들어가 빈집털이를 했는데, 훔친 물건을 연사읍 시장에 내다팔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연사군 보안서로 바로 압송돼 연사군에서 재판을 받고, 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 1단계 공사 끝났지만
량강도 백암군 천수노동자구에서 건설 중인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1단계 공사가 지난 9월 30일 마무리됐다. 1단계 공사를 축하하며 완공식을 했는데, ‘언제’공사가 잘 된 것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두수 강물을 막았는데, 강물이 새나와 수문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선군발전소는 건설 진행 상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보될 만큼 크게 주목받고 있는 건설현장 중의 하나이다. “우리 인민의 경제 발전과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도에서 돌격대 려단을 투입해 공사 작업을 진행하라”는 중앙당의 방침에 따라, 각 도에서 돌격대 려단을 꾸려 노력동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지원하는 국가적 건설 사업인데도, 역시나 각종 물자공급과 후방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건설인력들이 현장에서 많은 고생을 겪었다. 지난 3월에는 돌격대원들에게 식량 공급이 중단되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식량공급이 가까스로 재개된 뒤에도, 여전히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고육지책으로 황해남도와 평안남도, 함경남도 려단에서는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서 공급했고, 6월 한 달 동안에는 하루 3끼 중 2끼만 공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발전소 건설을 책임진 내각 지휘부에서는 각 도 려단 후방부 책임일군들을 모아 비상회의를 열어 실태를 파악하고, 중앙당 지휘부에 보고했다. 중앙당 지휘부에서는 다시 각 시당과 도당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들을 모아놓고, 천수구 선군발전소 건설 려단 돌격대 식량 보장에 적극 나서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발전소 돌격대 식량까지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지방당들은 거의 없었다. 그저 책망을 듣지 않을 수준에서 성의 표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식량문제가 여전히 잘 풀리지 않자, 결국 돌격대 려단들에서는 산하 대대들에 “비법(불법)으로 후방조를 자체 조직하여 식량을 조달하라”는 지시를 은밀히 내렸다. 그 말인즉슨, 인근 농장들의 농작물을 털어도 좋다는 용인이었다. 그 전부터 이미 농작물들을 털어 먹었지만, 농장들의 항의가 커 려단까지 보고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고가 올라와도 적극 비호해주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런 식으로 여름을 겨우 넘길 수 있었다.
“마약이나 술 담배나”
요즘 북한 젊은이들은 마약을 일종의 술이나 담배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함경북도 청진광산공업대학에 다니는 림철(가명)군은 “술, 담배 하는 거나 마약하는 거나 다를 게 없다. 그만큼 례사로운 일이라는 거”라고 말한다. 기숙사 동무들을 봐도 암암리에 마약음용이 널리 퍼져있다고 했다. 집 떠나 객지생활을 하면서 먹는 문제, 진로 고민으로 술 담배를 찾는 것처럼, 마약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먹을 것도 못 사먹으면서, 무슨 돈이 있어 마약을 하느냐는 질문에, 마약밀매매 중개자로 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마약을 팔고 그 중 얼마를 자기가 챙기는 식이다. 집에 돈이 좀 있다 싶으면, 생활비가 부족하니 더 보내달라고 해서 마련한다. 아들아이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큰돈을 붙이라고 해서 그 이유를 알고는 학교에 신고한 학부모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들은 계속 돈을 대주기가 부담스럽고, 자식의 장래를 망치는 일인 것 같아 아이를 자퇴시키고 집에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늘어나자, 학교당국에서는 보위부와 합동으로 마약의 폐해에 대해 여러 차례 교육을 했지만, 아직까지 별 효과는 없다.
마약 근절 안 되는 3가지 이유
북한 당국에서는 마약사범을 중범으로 취급하고 해마다 대대적인 색출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보안일군은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마약의 위해성에 주민들의 경각심이 높지 않다. 지역적으로는 농촌보다 도시에서,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사용자들이 많은데 대부분 마약을 일종의 치료약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10년 넘은 두통도 얼음(마약의 일종)을 좀 먹었더니 머릿속이 금방 개운해졌다느니, 대장염이나 위염, 소화불량 등에 걸린 환자들이 숱한 돈을 써서 약을 먹어도 안 나았는데, 얼음을 먹고 완쾌됐다는 얘기들이 떠돈다. 또 요즘처럼 먹고 살기 피곤한 때, 소량의 얼음을 복용하면 피곤기가 싹 가시고 기분이 상쾌해져서 힘이 난다는 사람들도 많다. 입소문을 타고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다. 의사들은 마약이 각성및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해 점차 양이 늘어나 다량으로 복용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강한 중독에 빠져 정신분열 등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치료약이 부족해 얼음이라도 구하는 주민들에게 나중에 일어날 위험은 너무 먼 얘기다. 둘째, 모험을 감수하는 만큼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장사꾼들 입장에서는 붙잡히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고수익 사업을 그만둘 이유가 없다. 설령 붙잡히더라도 시범게임(시범처벌)으로 걸린 경우가 아니라면, 돈을 주고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 셋째, 지방당 간부들과 보위부원, 보안원 등의 비호를 받고 이익을 나눠 가지기 때문에, 단속 그물망에 잘 걸리지 않는다.
당국의 마약단속이 실효성이 없는 것은 정신병원 수감자 수가 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마약제조로 악명 높은 함흥시의 경우 시병원에 마약 관련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수가 2007년 월 평균 40-50명, 2008년 50-60명, 2009년 80-90명, 올해 들어선 100여명을 넘나든다. 마약사범 처벌 수위가 교화형에서 무기징역, 최고 극형까지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것도 그만큼 단속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다.
함북, 마약밀매매집단 3곳 색출
함경북도 국가안전보위부는 지난 9월과 10월 두 달간 치밀한 조사와 추격으로 전문 마약밀매매 집단 3곳을 적발했다. 지난 9월 초순, 밀매업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뒤 청진에서 무산으로 가는 서비스차량을 단속해 고무산 초소에서 마약 3kg를 압수하고, 차량 운전자와 운반자를 구속했다. 심문 끝에 청진 마약제조업자들의 근거지와 무산 밀매매업자들에 대한 정보를 밝혀내 연달아 덮쳤다. 다른 한 집단은 온성군에서 적발됐는데, 국경초소 경비원을 매수해 마약 1kg 상당을 중국에 넘기는 것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10월 초에는 남양세관에서 마약소지 혐의로 청진시의 40대 중년 여성 한 명을 붙잡았다. 이 여성은 마약 400g 상당을 비닐로 포장해 몸 안에 넣고 가다가 걸음걸이가 이상한 것에 주목한 한 보위부원에게 발각됐다. 그 뒤 이 여성에게 마약을 팔아넘긴 마약제조업자들까지 줄줄이 붙잡았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마약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중국은 자국으로 마약 유입을 단속하는 한편, 북한 측에도 내부 단속을 보다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측에서도 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마약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 사회
함북, 마약밀매매집단 3곳 색출
함경북도 국가안전보위부는 지난 9월과 10월 두 달간 치밀한 조사와 추격으로 전문 마약밀매매 집단 3곳을 적발했다. 지난 9월 초순, 밀매업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뒤 청진에서 무산으로 가는 서비스차량을 단속해 고무산 초소에서 마약 3kg를 압수하고, 차량 운전자와 운반자를 구속했다. 심문 끝에 청진 마약제조업자들의 근거지와 무산 밀매매업자들에 대한 정보를 밝혀내 연달아 덮쳤다. 다른 한 집단은 온성군에서 적발됐는데, 국경초소 경비원을 매수해 마약 1kg 상당을 중국에 넘기는 것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10월 초에는 남양세관에서 마약소지 혐의로 청진시의 40대 중년 여성 한 명을 붙잡았다. 이 여성은 마약 400g 상당을 비닐로 포장해 몸 안에 넣고 가다가 걸음걸이가 이상한 것에 주목한 한 보위부원에게 발각됐다. 그 뒤 이 여성에게 마약을 팔아넘긴 마약제조업자들까지 줄줄이 붙잡았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마약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중국은 자국으로 마약 유입을 단속하는 한편, 북한 측에도 내부 단속을 보다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측에서도 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마약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마약 근절 안 되는 3가지 이유
북한 당국에서는 마약사범을 중범으로 취급하고 해마다 대대적인 색출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보안일군은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마약의 위해성에 주민들의 경각심이 높지 않다. 지역적으로는 농촌보다 도시에서,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사용자들이 많은데 대부분 마약을 일종의 치료약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10년 넘은 두통도 얼음(마약의 일종)을 좀 먹었더니 머릿속이 금방 개운해졌다느니, 대장염이나 위염, 소화불량 등에 걸린 환자들이 숱한 돈을 써서 약을 먹어도 안 나았는데, 얼음을 먹고 완쾌됐다는 얘기들이 떠돈다. 또 요즘처럼 먹고 살기 피곤한 때, 소량의 얼음을 복용하면 피곤기가 싹 가시고 기분이 상쾌해져서 힘이 난다는 사람들도 많다. 입소문을 타고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다. 의사들은 마약이 각성및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해 점차 양이 늘어나 다량으로 복용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강한 중독에 빠져 정신분열 등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치료약이 부족해 얼음이라도 구하는 주민들에게 나중에 일어날 위험은 너무 먼 얘기다. 둘째, 모험을 감수하는 만큼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장사꾼들 입장에서는 붙잡히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고수익 사업을 그만둘 이유가 없다. 설령 붙잡히더라도 시범게임(시범처벌)으로 걸린 경우가 아니라면, 돈을 주고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 셋째, 지방당 간부들과 보위부원, 보안원 등의 비호를 받고 이익을 나눠 가지기 때문에, 단속 그물망에 잘 걸리지 않는다.
당국의 마약단속이 실효성이 없는 것은 정신병원 수감자 수가 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마약제조로 악명 높은 함흥시의 경우 시병원에 마약 관련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수가 2007년 월 평균 40-50명, 2008년 50-60명, 2009년 80-90명, 올해 들어선 100여명을 넘나든다. 마약사범 처벌 수위가 교화형에서 무기징역, 최고 극형까지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것도 그만큼 단속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다.
“마약이나 술 담배나”
요즘 북한 젊은이들은 마약을 일종의 술이나 담배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함경북도 청진광산공업대학에 다니는 림철(가명)군은 “술, 담배 하는 거나 마약하는 거나 다를 게 없다. 그만큼 례사로운 일이라는 거”라고 말한다. 기숙사 동무들을 봐도 암암리에 마약음용이 널리 퍼져있다고 했다. 집 떠나 객지생활을 하면서 먹는 문제, 진로 고민으로 술 담배를 찾는 것처럼, 마약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먹을 것도 못 사먹으면서, 무슨 돈이 있어 마약을 하느냐는 질문에, 마약밀매매 중개자로 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마약을 팔고 그 중 얼마를 자기가 챙기는 식이다. 집에 돈이 좀 있다 싶으면, 생활비가 부족하니 더 보내달라고 해서 마련한다. 아들아이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큰돈을 붙이라고 해서 그 이유를 알고는 학교에 신고한 학부모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들은 계속 돈을 대주기가 부담스럽고, 자식의 장래를 망치는 일인 것 같아 아이를 자퇴시키고 집에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늘어나자, 학교당국에서는 보위부와 합동으로 마약의 폐해에 대해 여러 차례 교육을 했지만, 아직까지 별 효과는 없다.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 1단계 공사 끝났지만
량강도 백암군 천수노동자구에서 건설 중인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1단계 공사가 지난 9월 30일 마무리됐다. 1단계 공사를 축하하며 완공식을 했는데, ‘언제’공사가 잘 된 것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두수 강물을 막았는데, 강물이 새나와 수문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선군발전소는 건설 진행 상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보될 만큼 크게 주목받고 있는 건설현장 중의 하나이다. “우리 인민의 경제 발전과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도에서 돌격대 려단을 투입해 공사 작업을 진행하라”는 중앙당의 방침에 따라, 각 도에서 돌격대 려단을 꾸려 노력동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지원하는 국가적 건설 사업인데도, 역시나 각종 물자공급과 후방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건설인력들이 현장에서 많은 고생을 겪었다. 지난 3월에는 돌격대원들에게 식량 공급이 중단되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식량공급이 가까스로 재개된 뒤에도, 여전히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고육지책으로 황해남도와 평안남도, 함경남도 려단에서는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서 공급했고, 6월 한 달 동안에는 하루 3끼 중 2끼만 공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발전소 건설을 책임진 내각 지휘부에서는 각 도 려단 후방부 책임일군들을 모아 비상회의를 열어 실태를 파악하고, 중앙당 지휘부에 보고했다. 중앙당 지휘부에서는 다시 각 시당과 도당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들을 모아놓고, 천수구 선군발전소 건설 려단 돌격대 식량 보장에 적극 나서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발전소 돌격대 식량까지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지방당들은 거의 없었다. 그저 책망을 듣지 않을 수준에서 성의 표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식량문제가 여전히 잘 풀리지 않자, 결국 돌격대 려단들에서는 산하 대대들에 “비법(불법)으로 후방조를 자체 조직하여 식량을 조달하라”는 지시를 은밀히 내렸다. 그 말인즉슨, 인근 농장들의 농작물을 털어도 좋다는 용인이었다. 그 전부터 이미 농작물들을 털어 먹었지만, 농장들의 항의가 커 려단까지 보고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고가 올라와도 적극 비호해주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런 식으로 여름을 겨우 넘길 수 있었다.
청진항 노동자 부부, “아직은 건강해서 다행”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 사는 장규만(가명)씨는 청진항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이다. 장성한 두 딸은 이미 출가했고, 부부가 같이 벌어 생활하고 있다. 장씨는 “항구라고 해야 일거리가 많지 않아, 반은 정지 상태에 있다”고 했다. 로임도 배급도 아무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은 그래도 국가적으로 주체철 생산단위라 중요시하고, 철을 팔아 간간이 배급이 나오지만, 항구 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느 곳에서도 신경을 써주지 않아 미역, 물고기, 낙지(오징어) 등을 한 배낭씩 사서는 시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다고 했다. 좀 먼 곳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데, 중고자전거지만 자기들 부부에게는 보물 1호라며 눈가 주름이 잡히도록 활짝 웃었다. 장씨는 “낙지가 나는 철에는 낙지 말리는 일을 하기도 하고, 포장을 해서 운반하는 일을 도와주고 일당을 받는 식으로 끼니벌이를 한다. 봄에는 산나물을 채집하고, 가을에는 석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겨울 난방을 위해 마른 잎이나 나뭇가지, 잡초들을 모으러 다닌다. 남들처럼 장사할 밑천이 하나도 없어서 그때그때 소일거리를 찾아서 한다”고 했다. “가끔 출가한 딸들이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한다. 자기들도 먹고 살기 어려울 텐데 우리까지 신경써주니 대견하고 고맙다”고 자식 자랑을 잊지 않았다. “몸에 병이 생길까봐 두렵고, 나이가 많아지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도 되지만, 지금은 우리 부부가 건강하니 다행”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 사건사고
선군청년발전소 돌격대원, 도둑질 골치
량강도 백암군에서는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 건설 현장에 일하러 나와 있는 돌격대원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돌격대원들이 식량이 부족하자 5-6명씩 조를 짜 인근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전문 빈집털이를 다니고 있어서다. 지금은 가을 추수기라 식량이 좀 풀려 뜸해졌지만, 올 5-6월 달에 특히 돌격대원 도둑들이 극성을 부렸다. 황해북도 려단 1대대에서는 주로 유평노동자구에 돌격대원들을 보내 간간이 식량을 조달했다. 여러 명이 복면을 쓰고 몰려다니며 집을 털어갔는데, 주민들은 돌격대원들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도 강하게 항의하지 못했다. 보안당국에 신소해봤자, 련대에서 “복면을 쓴 강도가 우리 돌격대원들이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발뺌하면 어쩔 수 없이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돌격대 대원들은 백암군을 넘어 연사군까지 갔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6명의 대원들이 연사군 신양노동자구에 들어가 빈집털이를 했는데, 훔친 물건을 연사읍 시장에 내다팔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연사군 보안서로 바로 압송돼 연사군에서 재판을 받고, 교화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