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인민보안부, “미거주자 안착시키라”방침에 대거 구제
화폐교환 조치 이전에 다른 도시로 시집을 갔거나, 군복무 제대 뒤 다른 지역으로 무리 배치됐던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와 살고 있어 문제가 됐다. 이들은 거주퇴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미거주자 상태이다. 주로 화폐 교환 조치 이후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지자, 부모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 버린 사람들이다. 각 시, 군에서 공민증을 새로 교부하려고 조사하다보니 이런 사례가 너무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특히 식량난으로 각지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서, 미거주자들을 무작정 본거지로 보내는 게 꼭 맞는 처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인민보안부 신분등록처에서는 4월 12일에, 미거주자 대책 방안 제의서를 중앙당에 올렸다. 중앙당에서는 제의서를 검토하고, 바로 이틀 뒤, “미거주자들을 찾아내 (본인들이) 거주하려는 지역에 안착시키라”는 4월 14일 방침을 내렸다. 이를 위해 각 지역마다 4.14 상무를 조직해 미거주자들의 거주 퇴거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옛날 같으면 거주퇴거를 하려고 해도, 절차도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들어 감히 엄두를 못 냈는데, 4.14 방침에 따라 적은 돈으로도 거주퇴거를 쉽게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함경북도의 경우 청진시에서는 미거주자 570명 중에서 350명 가량이 구제됐다. 회령시는 260명 중에 110여명이, 김책시는 350명 중 210명이 미거주자에서 완전 거주자로 변신했다. 상무조직은 나머지 미거주자들에 대해서도 거주자로 안착시키는 사업을 계속 벌일 예정이다.
“전기가 들어오면 식사 시간”
황해북도 사리원시 전기 사정도 매우 긴장한 상태이다. 주민 지역에는 전기가 하루 1시간 오나마나 하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전기가 오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전기 밥 가마와 채 가마를 적극 이용해 음식을 해먹고 있다. “전기가 오면 식사 시간”이라는 말이 생겼다. “강성대국이 눈앞에 왔다는데 왜 전기사정은 풀리지 않는가? 나라 방방곡곡에 발전소를 건설 한 것만 해도 수 백 개가 되겠는데 그 많은 전기는 다 어디로 간 거냐?”고 말들이 많다. 실제, 1998년까지 약 5천개의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했던 북한은 이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 중소형 발전소 건설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대형발전소 건설에도 주력해왔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전기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전기 검열에 사기꾼들도 극성
전국적으로 전력부족이 심각하다보니 검열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집집마다 불시에 들이닥쳐 금지된 전기용품을 사용하고 있으면 즉시 회수하고, 벌금 부과에 옆집까지 전기 공급을 중단시키는 연좌제를 적용하는 등 매우 강도 높게 실시되고 있다. 가령 아파트의 한 세대에서 전기밥솥이나 가열기 등 전기용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그 아파트 전체가 하루 동안 정전되고, 2세대가 걸리면 2일 정전, 3세대면 3일 정전되는 등 정전 일수가 늘어나는 식이다. 불시검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단속원을 사칭한 사기꾼들이 성행하는데 사기꾼들은 단속원처럼 들어가 협박하고, 돈이나 물건들을 빼앗아 간다. 평안남도 남포시에서도 배전부의 단속 사업이 강도 높게 실시되고 있다. 배전부 전기 감독원들이 보안원이나 보위부원인양 의기양양하게 들이닥쳐 온 집안을 헤집어놓는다. 부엌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양복장(옷장)과 이불장들까지 일일이 다 열어본다. 전기밥가마나 채가마가 나오면 무조건 회수하고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다. 남포시 주민들은 “전기나 제대로 주면서 단속을 하면 말도 않겠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전기가 공급이 되는데, 그것도 제대로 안 줄 때가 많다”며 불만을 표한다. 여기도 사기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전기 검열 일군을 가장해 가택수사하면서 협박하고, 돈이나 고양이담배 등 뇌물들을 챙겨간다.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시보안서와 군보안서 등지에서는 동사무소에 “검열 성원이 오면 무조건 신분을 먼저 확인한 뒤 검열 사업에 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분 확인을 안 해주고 버티거나 가짜로 의심될 경우 보안서에 신고하거나 쫓아버리라고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인민반장이 꼭 동반한 경우에만 검열 사업에 응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 시선집중
“전기가 들어오면 식사 시간”
황해북도 사리원시 전기 사정도 매우 긴장한 상태이다. 주민 지역에는 전기가 하루 1시간 오나마나 하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전기가 오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전기 밥 가마와 채 가마를 적극 이용해 음식을 해먹고 있다. “전기가 오면 식사 시간”이라는 말이 생겼다. “강성대국이 눈앞에 왔다는데 왜 전기사정은 풀리지 않는가? 나라 방방곡곡에 발전소를 건설 한 것만 해도 수 백 개가 되겠는데 그 많은 전기는 다 어디로 간 거냐?”고 말들이 많다. 실제, 1998년까지 약 5천개의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했던 북한은 이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 중소형 발전소 건설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대형발전소 건설에도 주력해왔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전기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전기 검열에 사기꾼들도 극성
전국적으로 전력부족이 심각하다보니 검열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집집마다 불시에 들이닥쳐 금지된 전기용품을 사용하고 있으면 즉시 회수하고, 벌금 부과에 옆집까지 전기 공급을 중단시키는 연좌제를 적용하는 등 매우 강도 높게 실시되고 있다. 가령 아파트의 한 세대에서 전기밥솥이나 가열기 등 전기용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그 아파트 전체가 하루 동안 정전되고, 2세대가 걸리면 2일 정전, 3세대면 3일 정전되는 등 정전 일수가 늘어나는 식이다. 불시검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단속원을 사칭한 사기꾼들이 성행하는데 사기꾼들은 단속원처럼 들어가 협박하고, 돈이나 물건들을 빼앗아 간다. 평안남도 남포시에서도 배전부의 단속 사업이 강도 높게 실시되고 있다. 배전부 전기 감독원들이 보안원이나 보위부원인양 의기양양하게 들이닥쳐 온 집안을 헤집어놓는다. 부엌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양복장(옷장)과 이불장들까지 일일이 다 열어본다. 전기밥가마나 채가마가 나오면 무조건 회수하고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다. 남포시 주민들은 “전기나 제대로 주면서 단속을 하면 말도 않겠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전기가 공급이 되는데, 그것도 제대로 안 줄 때가 많다”며 불만을 표한다. 여기도 사기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전기 검열 일군을 가장해 가택수사하면서 협박하고, 돈이나 고양이담배 등 뇌물들을 챙겨간다.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시보안서와 군보안서 등지에서는 동사무소에 “검열 성원이 오면 무조건 신분을 먼저 확인한 뒤 검열 사업에 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분 확인을 안 해주고 버티거나 가짜로 의심될 경우 보안서에 신고하거나 쫓아버리라고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인민반장이 꼭 동반한 경우에만 검열 사업에 응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북한 전력난, “외부 사람들은 상상 못할 것”
국가계획위원회 전력생산담당자는 현재 북한의 전력 부족이 외부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석탄 공급이 잘 안 되는 데다, 전국 화력발전소 대부분 설비 노후화로 열손실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양의 전기를 담당하는 평양화력발전소도 예년에 비해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평양시의 전력난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다. 평양시 전력을 담당하는 한 일군은 올해 전력 수급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설비 노후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석탄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수해 피해의 여파로 물에 잠긴 갱들이 많아서 석탄 생산량이 뚝 떨어졌고, 덩달아 탄부들의 식량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생산인력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했다. 물을 빼내려면 대대적으로 양수기를 돌려야 하는데 전기 공급이 안 되니 악순환이 계속된다. 갱에 물이 차서 석탄을 캐기 어렵다는 것만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석탄공업성 전문가는 “채탄하려면 갱을 뚫어야 하는데, 2가지 갱이 있다. 하나는 굴진갱이고, 다른 하나는 작업갱이다. 작업갱은 석탄이 있는 곳이고, 굴진갱은 작업갱에 도달하기 위해 뚫는 갱을 말한다. 굴진갱을 뚫는 동안에는 석탄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배급이 나오지 않는다. 탄광에서는 작업갱과 굴진갱에서 연속해서 석탄이 나올 수 있도록 두 갱을 배합해 운영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탄광에서 잘 하지 못한다. 지질학적으로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체로 이 문제 때문에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한편 전력공업성의 지시에 따라 평양시에서는 주민 세대들에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전력 보장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평양시 주민들은 “(전기가) 와야 오는 줄 알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책제철소도 원료와 전력난에 고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현지지도를 하면서 각별히 챙기는 함북 청진 김책제철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일군은 “주체철을 많이 생산하려면 무엇보다 석탄과 전력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하는데, 둘 다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석탄이 제대로 들어올 때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전력 공급도 들쭉날쭉해서 계획량을 완수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국가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처지에 생산을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주체철을 팔아서 식량을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어긋나 요즘 결근자가 계속 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당일군들과 기사장이 평양 금속공업성에 올라가 생산성 감소에 대한 비판을 받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일부 일군들은 “우리만 그러는가. 장군님께서 현지 시찰한 공장들 내놓고, 지금 잘 돌아가는 공장이 전국 어디에 있는 가? 한 번 말씀이 계시거나 방침이 떨어질 땐 모두들 정말로 죽기내기로 힘내서 원료구입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붓지만 그것은 한시적이다. 전력에 원료에 워낙 모든 게 부족하고 임무량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공장을 팔아서도 임무 완성이 불가능하다”고 생산 감소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원료와 식량만 제대로 주면 우리도 못할 게 없다. 입으로만 계속 내려 먹이니 죽어나가는 것이 로동자들과 우리들 뿐”이라 했다. 전력공업성 일군들의 고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를 주체철 생산 체계 완성의 해라고 널리 선전하고 있지만, 도저히 달성할 길은 안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체철을 생산하는데 콕스 대신 산소주입법과 무연탄을 사용한다. 전기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콕스 생산과 달리 산소주입법은 전기를 써 산소를 생산해야한다. 안 그래도 전기가 부족한데, 전기를 더 쓰는 방법으로 제철을 만들려고 하니까 야단이다. 희천발전소가 완공되면 전력수급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순진한 생각이다. 전력이 필요한 데가 주체철 뿐이겠는가. 주체비료도 있고, 주체섬유도 다 필요하다. 자립적민족경제로선에 입각한 공업에만 우선 공급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선 공급할 거란 보장도 없다. 군수경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거기 먼저 보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현지지도 공장들, 원료와 전력난에 시달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다녀온 식료공장들도 전력난의 예외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1월과 12월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북 회령식료가공공장과 무산식료공장, 함남 함흥 백운산종합식료공장, 평북 창성식료공장, 평양 룡성식료공장, 평양당과류공장, 평양밀가루공장 등 인민생활과 관련된 공장들을 현지 지도한 내용이 북한 언론매체에 일제히 소개된 바 있다. 주민들의 ‘먹을거리’를 최고 지도자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론 매체에서 공장들은 모두 정상 운영되는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현지지도 당시에만 공장 기계들을 가동시키고, 시찰단이 돌아가고 나면 원료 부족과 전력난으로 기계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장 일군들 사이에 “조선에 있는 거의 모든 중공업 및 경공업공장들이 현재 능력으로서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생산할 수가 없다. 나라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전망은 매우 어둡다.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실 모든 것을 국방에만 투자하고 있으니 공장이 잘 될 턱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제기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현지지도를 준비하는 공장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 평양 밀가루공장은 현지지도일정을 통보받고 1-2시간 정도 운영할 수 있는 밀가루와 재료들을 구입하고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부와도 입을 맞춰 두었다. 그러나 일정이 취소됐고, 원료는 이미 다 써버린 뒤였다. 며칠이 지나 다시 방문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다시 원료 확보에 나섰다. 모든 준비를 해두었는데 또 다시 취소됐다. 그렇게 서너 번을 더 취소와 통보를 반복하는 바람에 원료를 구입할 여력은 바닥났고 배전부 에서도 전기 공급에 난색을 표하기에 이르렀다. 다섯 번째 통보를 받던 날, 공장일군들은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장군님이 이번에도 오시지 않으면 다시는 원료를 구입할 수가 없다’고 사력을 다해 가까스로 원료를 구입했다. 배전부에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봐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4번을 헛수고를 한 뒤에야 현지지도가 진행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날따라 생산된 밀가루들의 질이 좋았고, 빵도 잘 익어 공장일군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해 74명에게 영웅 칭호를 주고, 약 2,500여 명에게 각종 칭호와 훈장을 주는 등 사상초유의 파격적인 배려가 베풀어진 2․8비날론연합기업소도 비슷하다. 현지지도 당시만 해도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과 같은 특대형 사변이고, 사회주의의 대승리”라며 추켜올려지면서 대단한 기대를 받았는데, 현지지도 이후에는 생산이 멎어있을 때가 많아 비날론 섬유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소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3월, 비날론섬유를 받으러 갔던 한 기업소 일군은 “가보니 비날론 공장이 완전히 멎어있더라. 생산물이 하나도 없어서 갔던 사람들이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평양 안의 평양, 24시간 전력공급 중구역
지난 겨울철 하루 평균 1시간도 안 되는 전력공급으로 평양시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 난방을 할 수 없었으니 불편함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였다. 주민들은 “강성대국의 대문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하는데, 왜 전기 사정은 해마다 나빠지느냐? 올해는 최악이다”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평양을 방문했던 지방 관리들도 “가는 곳마다 전기 때문에 아우성이었다”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전했다. 최악의 전국적인 전력난 속에서도 멀쩡했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중구역이다. 중구역은 주민들 사이에 “평양 속의 평양”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주로 고위간부들과 예술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이다. 특히 중구역 대동강 가에 새로 지어진 예술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24시간 전기난방에다가 더운물까지 나오니 말 그대로 지상 락원”이다. 같은 중구역 안에서도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아파트들은 밤이 되면 암흑 세상이 되지만, 이곳만은 환한 낮처럼 밝게 빛난다. 중앙당에서 직접 관리하는 예술인아파트는 시당에서 관리하는 일반 아파트들과는 에너지 공급 체계가 다르다. 중앙당에서 일종의 선물로 공급한 아파트라서 창광거리에 있는 간부 아파트들과 같은 급의 대우를 받는다. “평양 안에서도 극과 극에서 살고 있다. 나라 전기 사정이 긴장하다면서 24시간 공급이 말이 되나. 그 아파트를 보기만 해도 눈에서 불이 인다. 중구역은 평양 안의 평양이며, 나머지는 평양이 아닌 평양”이라며 공공연하게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들어 불순 록화물, 출판물, 옷차림 단속이 한층 심해진 것을 두고도, “먹고 사는 게 어려우니 사람들이 국가 시책에 불만을 품고, 당 정책에 의견을 부릴 까봐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계속 검열하면서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게 아니냐. 나머지 구역 사람들한테도 전기 문제를 좀 풀어주고 먹는 문제도 풀어주면 검열 같은 건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술인아파트라고 해서 이런 호사가 오래 간다는 보장이 없다. 당의 배려로 만들어준 아파트들이 그동안에도 많았지만, 2-3년 후에는 대부분 평양시에 이관되는데 그 순간부터 암흑세계에 동참하게 된다. 예술인아파트 역시 언제 평양시로 이관될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중구역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일성종합대학(이하 김대)도 전력 공급의 수혜를 받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김대 전력 공급 역시 주민들로부터 반감을 샀다. 주민 세대에 갈 전력을 차단해 김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 때문이었다. “전력사정이 절대적으로 긴장된 상태인데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이다. 소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탄장사꾼이 비를 맞고 탄이 녹아 10원 밖에 못 벌었네…”, “배전부 일군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네. 전기가 없네” 등 전력 사정을 빗대거나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데 주민들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 경제활동
북한 전력난, “외부 사람들은 상상 못할 것”
국가계획위원회 전력생산담당자는 현재 북한의 전력 부족이 외부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석탄 공급이 잘 안 되는 데다, 전국 화력발전소 대부분 설비 노후화로 열손실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양의 전기를 담당하는 평양화력발전소도 예년에 비해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평양시의 전력난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다. 평양시 전력을 담당하는 한 일군은 올해 전력 수급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설비 노후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석탄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수해 피해의 여파로 물에 잠긴 갱들이 많아서 석탄 생산량이 뚝 떨어졌고, 덩달아 탄부들의 식량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생산인력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했다. 물을 빼내려면 대대적으로 양수기를 돌려야 하는데 전기 공급이 안 되니 악순환이 계속된다. 갱에 물이 차서 석탄을 캐기 어렵다는 것만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석탄공업성 전문가는 “채탄하려면 갱을 뚫어야 하는데, 2가지 갱이 있다. 하나는 굴진갱이고, 다른 하나는 작업갱이다. 작업갱은 석탄이 있는 곳이고, 굴진갱은 작업갱에 도달하기 위해 뚫는 갱을 말한다. 굴진갱을 뚫는 동안에는 석탄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배급이 나오지 않는다. 탄광에서는 작업갱과 굴진갱에서 연속해서 석탄이 나올 수 있도록 두 갱을 배합해 운영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탄광에서 잘 하지 못한다. 지질학적으로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체로 이 문제 때문에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한편 전력공업성의 지시에 따라 평양시에서는 주민 세대들에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전력 보장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평양시 주민들은 “(전기가) 와야 오는 줄 알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책제철소도 원료와 전력난에 고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현지지도를 하면서 각별히 챙기는 함북 청진 김책제철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일군은 “주체철을 많이 생산하려면 무엇보다 석탄과 전력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하는데, 둘 다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석탄이 제대로 들어올 때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전력 공급도 들쭉날쭉해서 계획량을 완수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국가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처지에 생산을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주체철을 팔아서 식량을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어긋나 요즘 결근자가 계속 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당일군들과 기사장이 평양 금속공업성에 올라가 생산성 감소에 대한 비판을 받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일부 일군들은 “우리만 그러는가. 장군님께서 현지 시찰한 공장들 내놓고, 지금 잘 돌아가는 공장이 전국 어디에 있는 가? 한 번 말씀이 계시거나 방침이 떨어질 땐 모두들 정말로 죽기내기로 힘내서 원료구입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붓지만 그것은 한시적이다. 전력에 원료에 워낙 모든 게 부족하고 임무량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공장을 팔아서도 임무 완성이 불가능하다”고 생산 감소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원료와 식량만 제대로 주면 우리도 못할 게 없다. 입으로만 계속 내려 먹이니 죽어나가는 것이 로동자들과 우리들 뿐”이라 했다. 전력공업성 일군들의 고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를 주체철 생산 체계 완성의 해라고 널리 선전하고 있지만, 도저히 달성할 길은 안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체철을 생산하는데 콕스 대신 산소주입법과 무연탄을 사용한다. 전기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콕스 생산과 달리 산소주입법은 전기를 써 산소를 생산해야한다. 안 그래도 전기가 부족한데, 전기를 더 쓰는 방법으로 제철을 만들려고 하니까 야단이다. 희천발전소가 완공되면 전력수급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순진한 생각이다. 전력이 필요한 데가 주체철 뿐이겠는가. 주체비료도 있고, 주체섬유도 다 필요하다. 자립적민족경제로선에 입각한 공업에만 우선 공급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선 공급할 거란 보장도 없다. 군수경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거기 먼저 보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현지지도 공장들, 원료와 전력난에 시달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다녀온 식료공장들도 전력난의 예외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1월과 12월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북 회령식료가공공장과 무산식료공장, 함남 함흥 백운산종합식료공장, 평북 창성식료공장, 평양 룡성식료공장, 평양당과류공장, 평양밀가루공장 등 인민생활과 관련된 공장들을 현지 지도한 내용이 북한 언론매체에 일제히 소개된 바 있다. 주민들의 ‘먹을거리’를 최고 지도자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론 매체에서 공장들은 모두 정상 운영되는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현지지도 당시에만 공장 기계들을 가동시키고, 시찰단이 돌아가고 나면 원료 부족과 전력난으로 기계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장 일군들 사이에 “조선에 있는 거의 모든 중공업 및 경공업공장들이 현재 능력으로서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생산할 수가 없다. 나라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전망은 매우 어둡다.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실 모든 것을 국방에만 투자하고 있으니 공장이 잘 될 턱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제기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현지지도를 준비하는 공장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 평양 밀가루공장은 현지지도일정을 통보받고 1-2시간 정도 운영할 수 있는 밀가루와 재료들을 구입하고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부와도 입을 맞춰 두었다. 그러나 일정이 취소됐고, 원료는 이미 다 써버린 뒤였다. 며칠이 지나 다시 방문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다시 원료 확보에 나섰다. 모든 준비를 해두었는데 또 다시 취소됐다. 그렇게 서너 번을 더 취소와 통보를 반복하는 바람에 원료를 구입할 여력은 바닥났고 배전부 에서도 전기 공급에 난색을 표하기에 이르렀다. 다섯 번째 통보를 받던 날, 공장일군들은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장군님이 이번에도 오시지 않으면 다시는 원료를 구입할 수가 없다’고 사력을 다해 가까스로 원료를 구입했다. 배전부에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봐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4번을 헛수고를 한 뒤에야 현지지도가 진행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날따라 생산된 밀가루들의 질이 좋았고, 빵도 잘 익어 공장일군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해 74명에게 영웅 칭호를 주고, 약 2,500여 명에게 각종 칭호와 훈장을 주는 등 사상초유의 파격적인 배려가 베풀어진 2․8비날론연합기업소도 비슷하다. 현지지도 당시만 해도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과 같은 특대형 사변이고, 사회주의의 대승리”라며 추켜올려지면서 대단한 기대를 받았는데, 현지지도 이후에는 생산이 멎어있을 때가 많아 비날론 섬유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소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3월, 비날론섬유를 받으러 갔던 한 기업소 일군은 “가보니 비날론 공장이 완전히 멎어있더라. 생산물이 하나도 없어서 갔던 사람들이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 정치생활
평양 안의 평양, 24시간 전력공급 중구역
지난 겨울철 하루 평균 1시간도 안 되는 전력공급으로 평양시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 난방을 할 수 없었으니 불편함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였다. 주민들은 “강성대국의 대문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하는데, 왜 전기 사정은 해마다 나빠지느냐? 올해는 최악이다”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평양을 방문했던 지방 관리들도 “가는 곳마다 전기 때문에 아우성이었다”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전했다. 최악의 전국적인 전력난 속에서도 멀쩡했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중구역이다. 중구역은 주민들 사이에 “평양 속의 평양”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주로 고위간부들과 예술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이다. 특히 중구역 대동강 가에 새로 지어진 예술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24시간 전기난방에다가 더운물까지 나오니 말 그대로 지상 락원”이다. 같은 중구역 안에서도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아파트들은 밤이 되면 암흑 세상이 되지만, 이곳만은 환한 낮처럼 밝게 빛난다. 중앙당에서 직접 관리하는 예술인아파트는 시당에서 관리하는 일반 아파트들과는 에너지 공급 체계가 다르다. 중앙당에서 일종의 선물로 공급한 아파트라서 창광거리에 있는 간부 아파트들과 같은 급의 대우를 받는다.
“평양 안에서도 극과 극에서 살고 있다. 나라 전기 사정이 긴장하다면서 24시간 공급이 말이 되나. 그 아파트를 보기만 해도 눈에서 불이 인다. 중구역은 평양 안의 평양이며, 나머지는 평양이 아닌 평양”이라며 공공연하게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들어 불순 록화물, 출판물, 옷차림 단속이 한층 심해진 것을 두고도, “먹고 사는 게 어려우니 사람들이 국가 시책에 불만을 품고, 당 정책에 의견을 부릴 까봐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계속 검열하면서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게 아니냐. 나머지 구역 사람들한테도 전기 문제를 좀 풀어주고 먹는 문제도 풀어주면 검열 같은 건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술인아파트라고 해서 이런 호사가 오래 간다는 보장이 없다. 당의 배려로 만들어준 아파트들이 그동안에도 많았지만, 2-3년 후에는 대부분 평양시에 이관되는데 그 순간부터 암흑세계에 동참하게 된다. 예술인아파트 역시 언제 평양시로 이관될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중구역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일성종합대학(이하 김대)도 전력 공급의 수혜를 받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김대 전력 공급 역시 주민들로부터 반감을 샀다. 주민 세대에 갈 전력을 차단해 김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 때문이었다. “전력사정이 절대적으로 긴장된 상태인데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이다. 소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탄장사꾼이 비를 맞고 탄이 녹아 10원 밖에 못 벌었네…”, “배전부 일군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네. 전기가 없네” 등 전력 사정을 빗대거나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데 주민들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