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먹는 문제의 해결없이 수해복구는 요원한 일이다
여름 장마는 끝났지만 지난 7월 말, 국지성 집중호우로 100년 만에 서울 한복판이 초토화되었다.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것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가 수해로 큰 재난을 당했다. 북한지역은 이미 6월 중순에 있었던 태풍과 장마, 집중호우로 지난해보다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은 수해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알리며 7월 25일 유엔에 수해지원을 공식 요청하였다.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함경남도를 중심으로 한 농경지 침수․매몰, 둑과 제방 붕괴, 살림집 침수와 파괴 및 도로, 철도의 유실 등 타격은 매우 크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7월 말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피해 규모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수해, 태풍 피해상황에 비춰보더라도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보다 피해 범위와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작년부터 올해 식량상황이 최악이 될 것을 예상하고 식량문제 해결에 나름의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올해 봄부터 전국 곳곳에서 아사 소식이 들리고 중앙당을 비롯한 당 정권기관 간부들조차도 6월부터는 식량배급을 받지 못하는 등 식량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당국이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빠르게 수해지원을 요청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음에도 우리 정부의 지원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피해 규모가 크고 식량문제의 절박성 때문이다. 식량사정도 어려운데 수해까지 겹쳐 도저히 북한당국 자체의 힘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가 어렵다.
100년 만의 집중호우로 서울의 강남이 침수하고 산사태가 났음에도 그나마 각종 기계설비와 중장비가 있어서 단 며칠 만에 깨끗이 복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주민들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집안 살림이나 정리를 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장비가 부족한 북한에서 기댈 곳은 오직 사람의 힘 밖에 없다.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공개한 수해복구 장면에는 우리 수해복구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중장비 기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쓰러진 벼와 옥수수를 세우고 집안의 진흙 뻘을 치우고, 가재도구를 씻고, 파손된 도로를 치우고 제방을 다시 쌓는 일들을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오직 사람 힘으로만 복구한다면, 복구하는데 어느 정도가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집중폭우와 태풍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복구를 위한 방안과 이를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식량위기와 수해피해로 심각한 고통에 처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식량이다. 먹을 것이 해결되지 않고는 수해복구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요구한 식량과 시멘트, 장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희망조차 떠내려간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실질적인 배고픔의 해결과 새로운 생활터전을 일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식량지원을 하용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수해복구를 위한 긴급 식량지원과 물자장비 지원을 추가적으로 더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담요와 의류, 일용품 등의 긴급 생필품이나 의약품, 영양식과 라면도 소중하게 쓰일 것이다. 그러나 더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도움을 받고자 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의사를 먼저 묻고 필요한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수해피해를 겪고 있는 북한주민에게도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묻는 일이 우선이지 않는가. 먹는 문제의 해결 없이 수해복구는 요원한 일이다.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통 큰 지원을 나서는 것이 북한주민을 돕고 빠른 수해 복구를 돕는 길이다. 이번을 기회로 남북이 그간의 얼어붙은 냉기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시선집중
무엇을 가지고 강성대국을 하는가
지금은 보리고개가 지나고 햇감자도 나왔지만 평안남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시장들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구경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식량 장사들이 팔거나 거래되는 식량은 모두 중국 수입쌀인데 이마저도 풍족하지 못해 주민들이 소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중국쌀은 몇 년씩 된 것이어서 풀기도 없지만 그나마 무역으로 들어오는 량도 적어 시장 장사군들도 많이 내놓고 팔지 못한다. 중앙당을 비롯한 당 정권기관 간부들도 5월까지는 식량을 공급했지만 6월부터 식량배급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등 식량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아 올랐다. 평양 고위층 배급까지 끊길 정도로 식량상황이 어려워 주민 생활은 한심하기 말할 수 없는 상태이다. 현재는 먹는 문제로 주민들이 매우 불안정하며 올해도 폭우로 곡창지대의 많은 논경지가 피해를 입으면서 앞으로 다음해에는 어떻게 살겠는지 지금부터 걱정이 많다. 다음 해인 2012년에는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고 온 나라에 선포했는데 무엇을 가지고 무슨 경제적 바탕이 있어서 강성대국을 하는가고 만나는 주민들마다 비평이 많다. 간부들 속에서도 해마다 농사는 안 되지 다음 해는 나라에서 무엇을 믿고 강성대국을 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소토지 농사도 기대할 게 없어
전반적인 소토지 농사군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어 지금부터 먹을 걱정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농민들이 피해를 입어도 국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고 수해로 파괴된 도로나 강둑 공사도 못하고 있으며 흙더미로 덮인 논경지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황해북도 봉산군과 서흥군도 많은 강냉이밭들이 산사태로 쓸려 내려가 강냉이밭이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봉산군과 서흥군 읍주민의 60%가 소토지 농사에 명줄을 걸고 살아가는데 올해 장마로 산사태가 나고 밭이 침수되어 전반적으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초봄부터 밭을 일구고 비료가 없어 대신 인분을 등짐으로 메고 인간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애를 썼지만 알곡을 수확할 수 없게 되어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겠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흥군 읍 협동농장의 이영철(가명, 61세) 농민은 년로보장을 받지만 소토지 농사를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초봄부터 산에서 땅을 뒤져 힘들게 700평을 개간해 콩과 강냉이를 심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모두 산사태로 밀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겠는지 앞이 막막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온 집안 식구들이 하루 2끼를 겨우 풀죽으로 먹고 아침 7시부터 저녁 해질 때까지 땅을 뒤지고 강냉이와 콩을 심었다. 집안에 있는 돈을 털어 비료를 사서 주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 일한 보람이 없게 되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한다.
이 농민은 “국가에서 작년에도 재해로 농사가 망해 몇 달 분의 식량만 분배로 주었기 때문에 소토지 농사를 해야만 그나마 식량 보탬을 할 수 있고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공들였던 개인 소토지도 모두 쓸려 가버렸다. 내년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안봐도 훤하다. ”이라고 했다. 또한 “장사를 못하는 형편에서 오직 분배와 소토지 농사만이 큰 힘이 되는데, 이제는 기대할 게 없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도 않고 가망도 없어, 이렇게 힘들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났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십 번 난다.”고 울먹인다.
강냉이는 인분만 주어서는 안 되는 작물이어서 어려운 가운데도 집 재산을 팔아 조금이나마 비료를 얻어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이번 피해로 농사밭도 거두지 못하고. 비료를 사기 위해 판 재산도 하늘로 날려 보냈다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이 지역 농민들의 생활은 먹을 것이 없어 햇감자나 보리로 하루 겨우 2끼 정도를 먹는 세대들이 대다수이다. 전반적인 세대들이 강냉이밥도 없어 못먹고 죽으로만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평안남도 지역 역시 강냉이밭과 논밭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평안남도 문덕군 읍 협동농장도 이번 피해로 논밭이 감탕과 모래로 뒤덮여 농사지었던 논벼가 거의 매몰되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작년에도 수해 피해로 알곡 소출을 제대로 내지 못하였고 얼마 안 되는 량곡조차도 결국에는 인민군 군량미로 모두 바쳐 농민들에게는 돌아갈 분배 몫이 없었다.
현재는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햇곡식으로 나온 감자나 보리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읍 농장의 이형숙(가명, 39세) 농민은 “4월부터 식량이 완전히 바닥나 산나물을 캐먹고 햇감자로 겨우 살아왔다. 가을만 바라보며 일해왔는데 올해도 또 피해를 입었다. 매년 이렇게 농사 피해를 입으니 손맥이 풀려 일을 못하겠다.”고 한탄한다. 물에 잠긴 논밭을 바라보면서, 농장 일군은 “총동원을 힘들게 끝내고 겨우 한숨 돌린 상황에서 또다시 맞은 물 피해로 올해도 작년과 같이 분배를 받을 것이 없겠다.”고 말을 붙인다.
‘가는 곳마다 못살겠다’
황해남도 연안군 읍 협동농장의 한 관리 일군은 “5월 총동원 시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땀 흘리며 지은 농사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 때문에 농경지가 침수되어 알곡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당적으로 행정적으로 총동원 사업을 강자로 내밀고, 사전에 수해나 폭우에 따른 피해에 대비해 방지 대책을 하라고는 하지만 누군들 말로는 못하겠는가. 나라 사정이 어렵다는 조건으로 말로만 그치고 방지를 하지 못하니 해마다 비가 오는 장마철에는 피해를 입게 되어 알곡 수확을 거두어들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황해남도 연안군과 배천군 일대 역시 가을 알곡 수확은 전혀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이다. 가는 곳마다 농민들의 “피해를 입어 못 살겠다.”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지역은 지난해에도 피해를 입어 가을이 되어도 농민들이 제대로 분배받지 못하였고 얼마 안 되는 알곡조차도 모두 인민군 부대에서 군량미로 가져갔다. 농민들은 “1년 분배량에서 몇 달 분밖에 받지 못하여 올해 초봄부터 식량이 떨어져 힘들게 고생하고 먹을 것이 없어 산나물 같은 것으로 끼니를 겨우 때우며 살았는데 올해 또한 가을철에도 분배를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한다. 올해도 먹을 것이 없어 얼마 안 되는 소토지에서 농사지은 햇감자로 대충 살았는데 다음 해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힘들게 살게 되었다고 원망 섞인 말들을 나눈다.
곡창지대라고는 하지만 이 지역 농민들이 입쌀을 먹어 본 적은 거의 없다. 얼마 안 되는 분배를 입쌀로 주면 량이 얼마 안 되어 통강냉이로 바꾸어 량을 늘여 먹는다. 3~4살 되는 아이들과 노인들도 강냉이밥을 먹다 보니 소화에 많은 지장을 주어 병에 걸리는 비율이 많다.
“장마철 대비를 하라 하지만”
아무리 무역성에서 비료와 농약을 수입하여 곡창지대에 풀어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재해로 그간 들여왔던 모든 공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김남철(가명) 농민은 “올해는 총동원 시기부터 온통 혈안이 되어 농사를 지었다. 무역성에서 다른 해보다 비료와 농약도 대량으로 들여와 풍족하게 주어 여름 장마만 지나가면 먹을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면서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도 몇 십 배로 힘든 상황인데, 올해는 조금이나마 났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도대체 언제야 이 생활이 끝이 나는가.”라며 참담함에 목을 떨구었다. 폭우로 침수된 지역의 농민들은 현재 논밭을 갈아엎고 겨울에 먹을 배추나 무를 심어야 하지만 또다시 닥친 집중호우로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해마다 장마철에는 물이 넘쳐나 논밭피해를 입어, 이에 대비하여 예방을 강조하곤 한다. 국가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라 근본적인 물막이 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방하라는 말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이번 장마비로 많은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금야군, 정평군, 요덕군 역시 농장리 강냉이밭과 논경지가 침수되거나 파괴되었다. 금야군 읍농장의 한 관리 일군 문오식(가명, 52세)에 따르면 “올해는 공동사설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농사를 잘 지어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데 절실하게 기여하려고 도당과 도 농촌 경영위원회에서 특별히 관심을 돌렸다. 총동원 노력과 비료 문제도 많이 해결되어 농사 초기에는 강냉이와 논벼의 작황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장마로 절반 이상의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 피해로 가을이 되어도 알곡 소출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하게 되었다. 지금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도 이제 또 무슨 큰 폭우로 모두 쓸려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농촌리에서 수해나 폭우를 대비해 강둑을 높이고 물길을 보수하며 산사태에 대처해 산골짜기에 제방도 쌓고 있으나 큰 비나 폭우가 내리면 모두 무너지기 쉽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현재도 수해를 예견해 방지대책을 못 세우는 농촌리가 많다. 피해 지역에서는 도당과 군당 농촌경영위원회 책임 일군들이 나와 지도를 하지만 큰일은 못하고 있다.
“비료구입에 전력해왔는데…”
이미 지난해에 북한 내 식량상황에 대해 농업성이나 기타 부문에서도 중앙당에 여러 차례 올해 식량위기에 대한 보고가 올라간 상태였다. 작년에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내년 농사를 잘 짓기 위한 물자대책을 철저히 강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무역성에서는 올해 초부터 모든 정력을 비료구입 사업에 전력해왔다. 무역성의 한 일군은 “중앙당 조직부로부터 올해 농사를 잘 짓자면 비료와 농약이 수요되기 때문에 비료와 농약을 많이 들여오라고 해서 무역 일군들이 일체 자금을 모두 들여 식량 대신 비료와 농약을 들여오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군량미 외에는 식량과제가 없어 식량은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식량원천이 고갈되고 전국 각지의 위기상황이 거듭 보고되며 아사현상이 전국 구석구석에 나타나자 중앙당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추궁하게 되었다. 중앙당 조직부에서는 내년 농사준비에 대비해 비료와 농약을 들여오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무역성에 식량을 들여오지 말라는 지시를 따로 내린 적이 없다고 말을 한다. 무역성의 한 일군은 당 조직부가 말 바꾸기를 한다며.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를 무역성으로 돌린다고 억울해한다. 그러나 무역성 검열이 붙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얼어붙은 상태라 더 말을 이어가지는 못하였다.
올해 수확은 기대할 것도 없어
북한은 이미 6월 중순 태풍 ‘메아리’와 그에 이은 두 번의 집중호우로 지난해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당국은 지난 7월 25일 유엔기구에 공식적으로 수해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복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다시 닥친 7월말의 집중호우와 태풍피해는 아직 정확한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황해남도 지역과 평안남도 지역의 농경지가 제일 많은 피해를 입어 가을걷이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서 피해 범위와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일군들이 말하고 있다. 북한지역에서 벌이 제일 많고 농사도 제일 잘되는 지역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 피해를 입었다. 농업성의 한 일군은 “올해는 나라의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투자했는데 피해를 입어 그 손실액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한다. 침수된 논밭에는 논벼는 보이지 않고 감탕과 모래만 깔려 파괴된 밭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이다.
황해남도에 살고 있는 농민 최성철(가명) 씨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이나 중앙TV에서 나온 것보다 몇 배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올해 식량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올해 초부터 이미 총동원이 내려지고, 초봄부터 농사를 힘들게 지어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체념의 한숨을 지었다.
북한, 올해 또다시 수해입어
북한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큰 수해를 입었다. 식량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닥친 이번 수해피해로 식량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피해규모와 범위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이례적일만큼 빠르게 유엔에 공식지원을 요청하였다. 올해 북한 식량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 식량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다행히 수해피해에 대해서는 대북지원 의사를 밝히고 북한도 이를 받아들인 상태이다. 하루 살아가기에도 막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닥친 수해피해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한 해 식량을 위해 농사를 일구었던 이들의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 수해피해를 입은 북한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나누고 조금이나마 이들의 고통을 빠르게 끝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 사건사고
소토지 농사도 기대할 게 없어
전반적인 소토지 농사군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어 지금부터 먹을 걱정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농민들이 피해를 입어도 국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고 수해로 파괴된 도로나 강둑 공사도 못하고 있으며 흙더미로 덮인 논경지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황해북도 봉산군과 서흥군도 많은 강냉이밭들이 산사태로 쓸려 내려가 강냉이밭이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봉산군과 서흥군 읍주민의 60%가 소토지 농사에 명줄을 걸고 살아가는데 올해 장마로 산사태가 나고 밭이 침수되어 전반적으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초봄부터 밭을 일구고 비료가 없어 대신 인분을 등짐으로 메고 인간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애를 썼지만 알곡을 수확할 수 없게 되어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겠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흥군 읍 협동농장의 이영철(가명, 61세) 농민은 년로보장을 받지만 소토지 농사를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초봄부터 산에서 땅을 뒤져 힘들게 700평을 개간해 콩과 강냉이를 심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모두 산사태로 밀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겠는지 앞이 막막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온 집안 식구들이 하루 2끼를 겨우 풀죽으로 먹고 아침 7시부터 저녁 해질 때까지 땅을 뒤지고 강냉이와 콩을 심었다. 집안에 있는 돈을 털어 비료를 사서 주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 일한 보람이 없게 되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한다.
이 농민은 “국가에서 작년에도 재해로 농사가 망해 몇 달 분의 식량만 분배로 주었기 때문에 소토지 농사를 해야만 그나마 식량 보탬을 할 수 있고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공들였던 개인 소토지도 모두 쓸려 가버렸다. 내년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안봐도 훤하다. ”이라고 했다. 또한 “장사를 못하는 형편에서 오직 분배와 소토지 농사만이 큰 힘이 되는데, 이제는 기대할 게 없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도 않고 가망도 없어, 이렇게 힘들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났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십 번 난다.”고 울먹인다.
강냉이는 인분만 주어서는 안 되는 작물이어서 어려운 가운데도 집 재산을 팔아 조금이나마 비료를 얻어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이번 피해로 농사밭도 거두지 못하고. 비료를 사기 위해 판 재산도 하늘로 날려 보냈다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이 지역 농민들의 생활은 먹을 것이 없어 햇감자나 보리로 하루 겨우 2끼 정도를 먹는 세대들이 대다수이다. 전반적인 세대들이 강냉이밥도 없어 못먹고 죽으로만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평안남도 지역 역시 강냉이밭과 논밭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평안남도 문덕군 읍 협동농장도 이번 피해로 논밭이 감탕과 모래로 뒤덮여 농사지었던 논벼가 거의 매몰되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작년에도 수해 피해로 알곡 소출을 제대로 내지 못하였고 얼마 안 되는 량곡조차도 결국에는 인민군 군량미로 모두 바쳐 농민들에게는 돌아갈 분배 몫이 없었다.
현재는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햇곡식으로 나온 감자나 보리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읍 농장의 이형숙(가명, 39세) 농민은 “4월부터 식량이 완전히 바닥나 산나물을 캐먹고 햇감자로 겨우 살아왔다. 가을만 바라보며 일해왔는데 올해도 또 피해를 입었다. 매년 이렇게 농사 피해를 입으니 손맥이 풀려 일을 못하겠다.”고 한탄한다. 물에 잠긴 논밭을 바라보면서, 농장 일군은 “총동원을 힘들게 끝내고 겨우 한숨 돌린 상황에서 또다시 맞은 물 피해로 올해도 작년과 같이 분배를 받을 것이 없겠다.”고 말을 붙인다.
무엇을 가지고 강성대국을 하는가
지금은 보리고개가 지나고 햇감자도 나왔지만 평안남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시장들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구경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식량 장사들이 팔거나 거래되는 식량은 모두 중국 수입쌀인데 이마저도 풍족하지 못해 주민들이 소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중국쌀은 몇 년씩 된 것이어서 풀기도 없지만 그나마 무역으로 들어오는 량도 적어 시장 장사군들도 많이 내놓고 팔지 못한다. 중앙당을 비롯한 당 정권기관 간부들도 5월까지는 식량을 공급했지만 6월부터 식량배급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등 식량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아 올랐다. 평양 고위층 배급까지 끊길 정도로 식량상황이 어려워 주민 생활은 한심하기 말할 수 없는 상태이다. 현재는 먹는 문제로 주민들이 매우 불안정하며 올해도 폭우로 곡창지대의 많은 논경지가 피해를 입으면서 앞으로 다음해에는 어떻게 살겠는지 지금부터 걱정이 많다. 다음 해인 2012년에는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고 온 나라에 선포했는데 무엇을 가지고 무슨 경제적 바탕이 있어서 강성대국을 하는가고 만나는 주민들마다 비평이 많다. 간부들 속에서도 해마다 농사는 안 되지 다음 해는 나라에서 무엇을 믿고 강성대국을 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가는 곳마다 못살겠다’
황해남도 연안군 읍 협동농장의 한 관리 일군은 “5월 총동원 시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땀 흘리며 지은 농사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 때문에 농경지가 침수되어 알곡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당적으로 행정적으로 총동원 사업을 강자로 내밀고, 사전에 수해나 폭우에 따른 피해에 대비해 방지 대책을 하라고는 하지만 누군들 말로는 못하겠는가. 나라 사정이 어렵다는 조건으로 말로만 그치고 방지를 하지 못하니 해마다 비가 오는 장마철에는 피해를 입게 되어 알곡 수확을 거두어들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황해남도 연안군과 배천군 일대 역시 가을 알곡 수확은 전혀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이다. 가는 곳마다 농민들의 “피해를 입어 못 살겠다.”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지역은 지난해에도 피해를 입어 가을이 되어도 농민들이 제대로 분배받지 못하였고 얼마 안 되는 알곡조차도 모두 인민군 부대에서 군량미로 가져갔다. 농민들은 “1년 분배량에서 몇 달 분밖에 받지 못하여 올해 초봄부터 식량이 떨어져 힘들게 고생하고 먹을 것이 없어 산나물 같은 것으로 끼니를 겨우 때우며 살았는데 올해 또한 가을철에도 분배를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한다. 올해도 먹을 것이 없어 얼마 안 되는 소토지에서 농사지은 햇감자로 대충 살았는데 다음 해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힘들게 살게 되었다고 원망 섞인 말들을 나눈다.
곡창지대라고는 하지만 이 지역 농민들이 입쌀을 먹어 본 적은 거의 없다. 얼마 안 되는 분배를 입쌀로 주면 량이 얼마 안 되어 통강냉이로 바꾸어 량을 늘여 먹는다. 3~4살 되는 아이들과 노인들도 강냉이밥을 먹다 보니 소화에 많은 지장을 주어 병에 걸리는 비율이 많다.
“장마철 대비를 하라 하지만”
아무리 무역성에서 비료와 농약을 수입하여 곡창지대에 풀어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재해로 그간 들여왔던 모든 공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김남철(가명) 농민은 “올해는 총동원 시기부터 온통 혈안이 되어 농사를 지었다. 무역성에서 다른 해보다 비료와 농약도 대량으로 들여와 풍족하게 주어 여름 장마만 지나가면 먹을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면서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도 몇 십 배로 힘든 상황인데, 올해는 조금이나마 났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도대체 언제야 이 생활이 끝이 나는가.”라며 참담함에 목을 떨구었다. 폭우로 침수된 지역의 농민들은 현재 논밭을 갈아엎고 겨울에 먹을 배추나 무를 심어야 하지만 또다시 닥친 집중호우로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해마다 장마철에는 물이 넘쳐나 논밭피해를 입어, 이에 대비하여 예방을 강조하곤 한다. 국가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라 근본적인 물막이 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방하라는 말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이번 장마비로 많은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금야군, 정평군, 요덕군 역시 농장리 강냉이밭과 논경지가 침수되거나 파괴되었다. 금야군 읍농장의 한 관리 일군 문오식(가명, 52세)에 따르면 “올해는 공동사설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농사를 잘 지어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데 절실하게 기여하려고 도당과 도 농촌 경영위원회에서 특별히 관심을 돌렸다. 총동원 노력과 비료 문제도 많이 해결되어 농사 초기에는 강냉이와 논벼의 작황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장마로 절반 이상의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 피해로 가을이 되어도 알곡 소출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하게 되었다. 지금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도 이제 또 무슨 큰 폭우로 모두 쓸려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농촌리에서 수해나 폭우를 대비해 강둑을 높이고 물길을 보수하며 산사태에 대처해 산골짜기에 제방도 쌓고 있으나 큰 비나 폭우가 내리면 모두 무너지기 쉽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현재도 수해를 예견해 방지대책을 못 세우는 농촌리가 많다. 피해 지역에서는 도당과 군당 농촌경영위원회 책임 일군들이 나와 지도를 하지만 큰일은 못하고 있다.
“비료구입에 전력해왔는데…”
이미 지난해에 북한 내 식량상황에 대해 농업성이나 기타 부문에서도 중앙당에 여러 차례 올해 식량위기에 대한 보고가 올라간 상태였다. 작년에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내년 농사를 잘 짓기 위한 물자대책을 철저히 강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무역성에서는 올해 초부터 모든 정력을 비료구입 사업에 전력해왔다. 무역성의 한 일군은 “중앙당 조직부로부터 올해 농사를 잘 짓자면 비료와 농약이 수요되기 때문에 비료와 농약을 많이 들여오라고 해서 무역 일군들이 일체 자금을 모두 들여 식량 대신 비료와 농약을 들여오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군량미 외에는 식량과제가 없어 식량은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식량원천이 고갈되고 전국 각지의 위기상황이 거듭 보고되며 아사현상이 전국 구석구석에 나타나자 중앙당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추궁하게 되었다. 중앙당 조직부에서는 내년 농사준비에 대비해 비료와 농약을 들여오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무역성에 식량을 들여오지 말라는 지시를 따로 내린 적이 없다고 말을 한다. 무역성의 한 일군은 당 조직부가 말 바꾸기를 한다며.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를 무역성으로 돌린다고 억울해한다. 그러나 무역성 검열이 붙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얼어붙은 상태라 더 말을 이어가지는 못하였다.
올해 수확은 기대할 것도 없어
북한은 이미 6월 중순 태풍 ‘메아리’와 그에 이은 두 번의 집중호우로 지난해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당국은 지난 7월 25일 유엔기구에 공식적으로 수해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복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다시 닥친 7월말의 집중호우와 태풍피해는 아직 정확한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황해남도 지역과 평안남도 지역의 농경지가 제일 많은 피해를 입어 가을걷이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서 피해 범위와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일군들이 말하고 있다. 북한지역에서 벌이 제일 많고 농사도 제일 잘되는 지역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 피해를 입었다. 농업성의 한 일군은 “올해는 나라의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투자했는데 피해를 입어 그 손실액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한다. 침수된 논밭에는 논벼는 보이지 않고 감탕과 모래만 깔려 파괴된 밭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이다.
황해남도에 살고 있는 농민 최성철(가명) 씨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이나 중앙TV에서 나온 것보다 몇 배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올해 식량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올해 초부터 이미 총동원이 내려지고, 초봄부터 농사를 힘들게 지어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체념의 한숨을 지었다.
북한, 올해 또다시 수해입어
북한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큰 수해를 입었다. 식량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닥친 이번 수해피해로 식량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피해규모와 범위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이례적일만큼 빠르게 유엔에 공식지원을 요청하였다. 올해 북한 식량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 식량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다행히 수해피해에 대해서는 대북지원 의사를 밝히고 북한도 이를 받아들인 상태이다. 하루 살아가기에도 막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닥친 수해피해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한 해 식량을 위해 농사를 일구었던 이들의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 수해피해를 입은 북한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나누고 조금이나마 이들의 고통을 빠르게 끝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