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온 인민이 이산가족 됐다”
북한 전역에서 각종 검열이 실시되고, 통행이 금지되면서 “온 인민이 이산가족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른 도에 가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바로 옆에 있는 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오직 이동이 가능한 몇몇 간부들이 전해주는 소식만 입소문으로 돌고 있다. 부모형제마저도, 같은 지역에 살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다. 함경북도 도당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수해가 나서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지역에서 복구가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지만, 각종 검열단이 전국적으로 살벌하게 진행되면서 통행을 금지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지난 1990년대에도 형제와 부모 자식이 서로 얼굴 못 보고 살았는데, 그런 일이 또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도 “전국적으로 검열이 얼마나 심한지, 보위부나 보안서 일군들마저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임무 수행하러 외지에 나가는 데도, 도중에 수차례 목적지와 신분을 등록하고, 일일이 확인 받아야 통과가 된다. 특별 통행증이 있는 차량이나 간부들은 검사를 그렇게 못하지만, 일반 일군들에 대해서는 아주 깐깐하게 묻는다. 법기관 일군들이 이 정도이니, 아무 힘없고 지위가 없는 일반 백성들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날 수가 없다. 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은 전화로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지만, 얼굴을 보는 것은 역시 어렵다. 온 조선이 그야말로 하나의 큰 이산가족처럼 되어버렸다”고 했다.
세관에서 한국 물건 나오면 바로 구속
국경 연선 지역에서는 세관들도 요즘 더없이 바빠졌다. 해외에서 본국으로 소환되거나 자진 귀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다보니, 세관 교두마다 짐 검사를 받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9월 말까지 소환 통보를 받은 사람들 중에 혹시 가족을 데리고 타국으로 도망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24시간 감시조도 생겨났다. 이들이 세관을 통과할 때, 중국에서 듣고 보던 남조선 드라마나 노래 CD 등을 멋모르고 짐에 넣었다가 세관 검열원에게 붙잡혀 구속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예전부터 특별한 제재 없이 드나들던 사람들이라서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에 나와 있는 검열원들이 남조선 영화나 음악 CD가 발견되는 즉시 수갑을 채우고 구속한다. 옛날처럼 돈이나 뇌물을 찔러줘도 받지 않고, 가지고 온 물건들을 모두 회수하는데, 손톱깎이나 만년필, 볼펜 등 소소한 물건까지 남조선 것인지 세세히 따지고 있다. 검열이 심해질수록 희소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밀매매를 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예전엔 한국 상표가 붙어있으면 일일이 떼어냈는데, 지금은 한국 상표가 있어야 더 비싸게 팔 수 있어 북한쪽 대방들이 한국 상표를 떼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한다. 일단 단속망만 피하면 높은 이윤이 보장되니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 나라가 마른 장작 같다”
이번 검열을 지켜보는 간부들의 심정은 막막함, 그 자체이다. 지도부에서 각 부문의 인물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누구라도 사정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양시 간부들과 도당 간부들은 이번 검열을 지켜보면서 “온 나라가 마른 장작개비와 같다. 모든 사람들이 장작개비처럼 너무 말라서 조금만 힘줘도 너무 쉽게 부러지고 꺾이는가하면, 한 점 불길이 붙으면 온 나라가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게 될 것”으로 보았다. 도화선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오를 정도로 간부들의 동요 상태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당장은 공포 정치에 눌려 숨죽이고 있으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평양의 한 간부는 이번 검열이 “마치 수령님시절에 있었던 검열을 방불케 한다. 적수들을 제거하느라 한때 많은 사람들이 처형되거나 없어진 적이 있었다. (다른 간부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앞날이 무섭고 두렵다 한다. 간부들마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데 숨죽이고 있는 백성들이야 그 고생이 어느 정도이겠는가. 올해 10월까지라지만, 계승이 안착될 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가겠나 알 수가 없다. 상상하기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간부들의 불안과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간부들의 심리적 동요가 소요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구도 총알받이로 나설 담력이 있는 사람도 없고, 집단 소요는 감히 꿈도 못 꾼다. “종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누가 감히 나서겠느냐”는 것이 간부들의 현 실정이다. 교체된 간부들은 공포 분위기를 질서 유지에 활용하고 있다.
간첩 행위 적발되면, 종적 못 찾아
평안북도 신의주, 량강도 혜산, 함경북도 무산, 회령, 온성 등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중국 손전화기 사용자와 도강 안내자, 한국 심부름을 하는 자, 마약 거래자 등을 적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의주에서는 손전화기 사용자 조사가 진행되자, 당장 중국 주재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겁을 먹었다. 신의주에 거주하는 사람을 통해 본사와 집에 통화를 해왔는데, 주로 개인 용무로 전화한 경우가 많아서다. 중간 연결자가 조사 대상에 오르면 그간 개인의 행적이 모두 밝혀질 위험이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이번 검열의 근본 목적이 간첩 색출이라고 못 박고, 걸린 사람은 누구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최근 2년 이내에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았던 사람까지도 다시 조사를 받는다. 그는 “이번 검열은 당, 정, 군을 주요 대상으로 하되 일반 주민까지 포함해 비법(불법) 활동을 한 간부들이 너무나 많다. 탈북자나 해외 간첩망에 복무하는 전화 사용자들을 색출하는 것이 이번 검열의 근본 목적이기 때문에, 비법 전화기만 나와도 그 사람의 지위와 배경에 관계없이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통화한 내용은 물론이고, 의심이 생길 경우 수개월에 걸친 전화 기록과 대화 내용 등을 조사 한다”고 했다.
도청을 당해온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별로 없다. 중앙당 간부의 말대로, “상부에서 목을 잘라야겠다고 생각하면 날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을 비호해온 보위부원이나 검찰, 보안원 등 법기관 일군들도 호위사령부 검열에서 꼼짝 못하고 조사를 당하고 있다. “급이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간첩 행위가 드러나면 갑자기 종적이 사라진다. 생사기별을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살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도 “현재 검열 때문에 간부들이건 누구건 움직일 수 없다. 전화 사용자들은 무조건 반역죄로 처분되고 있는데, 무역일로 해외주재원과 통화하던 본사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무역성 사람들은 별 사연이 없다고 해도 철직, 해임되는 것이 기본이고, 문제가 있다 싶은 사람은 검열조에서 호위사령부 쪽으로 넘기고 있다. 제일 무서운 것이 호위사령부이다. 걸리면 나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처형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예심 너무 혹독하다” 신소 빗발
요즘 진행되고 있는 각종 검열 때문에 간부 사회가 뒤숭숭하다. 불시에 잡혀가는 사람도 많고, 아직 소환되지 않은 사람도 언제 불려갈지 가슴 졸이는 상황이다. 게다가 예심을 받는 동안 몸을 상하는 사람들이 속출해 가족들의 신소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구속돼 조사를 받던 한 해외대표부 일군은 열흘 만에 풀려나왔는데, 그간 얼마나 혹독하게 조사를 받았는지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바싹 여위었다. 집에 오자마자 기진맥진해 쓰러져 잠만 잤다.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가족들의 애간장이 탔음은 물론이다. 너무 혹독한 고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있어 대상자가 간부들인데도 일반 주민의 여론이 부정적인데, “먹고 살기 어려운 판에 사람을 잡아다가 때려죽이기까지 하느냐. 간부들을 저렇게 죽일 정도면 우리 같은 사람을 어떻게 취급할지 알만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중앙당에서는 될수록 구타나 고문을 하지 않도록 자제하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비사회주의 현상을 철저히 뿌리 뽑으라”면서 검열기관들에 힘을 실어주던 초기와 달라진 태도이다.
전국 간부 검열, 맹렬히 진행
지난 8월 20일경부터 전국적으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검열이 맹렬히 진행되고 있다. 무역성처럼 그 전부터 검열이 시작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8월 말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종래 검열이 몇몇 비리 일군들을 본보기로 처벌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이번 검열에서는 현직 간부들이 대거 철직되거나 해임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세대교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중앙당 간부들의 얘기대로다.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전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대폭 물갈이 될 전망이다. 보위부와 보안서, 검찰 등 법기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호위사령부로부터 검열을 받고 있다. 지방의 경우 직급이 높은 간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검열 대상에 올랐다. 별다른 비리가 발견되지 않은 간부들은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상급당으로 넘겼다. 상급당에 소환되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있어야 한다.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해당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직무에서 손을 떼게 한 뒤 비법 행위와 개인 비리들을 낱낱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간부들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앙당 간부는 “당 창건일(10.10) 전까지 모든 조사를 끝내고, 당과 령도자에 충성하는 순결한 대오로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인재를 구별하는 법
세종29년, 과거시험에 인재를 구별하는 법이 출제됐다. 장원급제한 강희맹은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기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한다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벗어날 수가 없다”고 답을 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인재를 잘 쓰는 법이라고 한 것이다. 옛말에“권간(權奸) 속에도 충신이 있으며 지금 충신으로 보여도 권간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한창이라고 한다. 최고지도자에게 한 마음으로 충성하는 순결대오를 꾸리겠다는 목적인데, 그 과정이 너무 폭력적이어서 충신들도 역적으로 돌아앉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면 한 사람이라도 힘을 모아야할 텐데, 성급한 세대교체로 새 지도부에 등 돌리는 간부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다. 북한 지도부는 이들의 충언에 귀 기울여 더 이상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지 않아야겠다.
■ 정치생활
“온 인민이 이산가족 됐다”
북한 전역에서 각종 검열이 실시되고, 통행이 금지되면서 “온 인민이 이산가족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른 도에 가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바로 옆에 있는 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오직 이동이 가능한 몇몇 간부들이 전해주는 소식만 입소문으로 돌고 있다. 부모형제마저도, 같은 지역에 살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다. 함경북도 도당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수해가 나서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지역에서 복구가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지만, 각종 검열단이 전국적으로 살벌하게 진행되면서 통행을 금지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지난 1990년대에도 형제와 부모 자식이 서로 얼굴 못 보고 살았는데, 그런 일이 또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도 “전국적으로 검열이 얼마나 심한지, 보위부나 보안서 일군들마저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임무 수행하러 외지에 나가는 데도, 도중에 수차례 목적지와 신분을 등록하고, 일일이 확인 받아야 통과가 된다. 특별 통행증이 있는 차량이나 간부들은 검사를 그렇게 못하지만, 일반 일군들에 대해서는 아주 깐깐하게 묻는다. 법기관 일군들이 이 정도이니, 아무 힘없고 지위가 없는 일반 백성들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날 수가 없다. 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은 전화로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지만, 얼굴을 보는 것은 역시 어렵다. 온 조선이 그야말로 하나의 큰 이산가족처럼 되어버렸다”고 했다
세관에서 한국 물건 나오면 바로 구속
국경 연선 지역에서는 세관들도 요즘 더없이 바빠졌다. 해외에서 본국으로 소환되거나 자진 귀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다보니, 세관 교두마다 짐 검사를 받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9월 말까지 소환 통보를 받은 사람들 중에 혹시 가족을 데리고 타국으로 도망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24시간 감시조도 생겨났다. 이들이 세관을 통과할 때, 중국에서 듣고 보던 남조선 드라마나 노래 CD 등을 멋모르고 짐에 넣었다가 세관 검열원에게 붙잡혀 구속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예전부터 특별한 제재 없이 드나들던 사람들이라서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에 나와 있는 검열원들이 남조선 영화나 음악 CD가 발견되는 즉시 수갑을 채우고 구속한다. 옛날처럼 돈이나 뇌물을 찔러줘도 받지 않고, 가지고 온 물건들을 모두 회수하는데, 손톱깎이나 만년필, 볼펜 등 소소한 물건까지 남조선 것인지 세세히 따지고 있다. 검열이 심해질수록 희소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밀매매를 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예전엔 한국 상표가 붙어있으면 일일이 떼어냈는데, 지금은 한국 상표가 있어야 더 비싸게 팔 수 있어 북한쪽 대방들이 한국 상표를 떼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한다. 일단 단속망만 피하면 높은 이윤이 보장되니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 나라가 마른 장작 같다”
이번 검열을 지켜보는 간부들의 심정은 막막함, 그 자체이다. 지도부에서 각 부문의 인물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누구라도 사정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양시 간부들과 도당 간부들은 이번 검열을 지켜보면서 “온 나라가 마른 장작개비와 같다. 모든 사람들이 장작개비처럼 너무 말라서 조금만 힘줘도 너무 쉽게 부러지고 꺾이는가하면, 한 점 불길이 붙으면 온 나라가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게 될 것”으로 보았다. 도화선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오를 정도로 간부들의 동요 상태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당장은 공포 정치에 눌려 숨죽이고 있으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평양의 한 간부는 이번 검열이 “마치 수령님시절에 있었던 검열을 방불케 한다. 적수들을 제거하느라 한때 많은 사람들이 처형되거나 없어진 적이 있었다. (다른 간부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앞날이 무섭고 두렵다 한다. 간부들마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데 숨죽이고 있는 백성들이야 그 고생이 어느 정도이겠는가. 올해 10월까지라지만, 계승이 안착될 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가겠나 알 수가 없다. 상상하기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간부들의 불안과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간부들의 심리적 동요가 소요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구도 총알받이로 나설 담력이 있는 사람도 없고, 집단 소요는 감히 꿈도 못 꾼다. “종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누가 감히 나서겠느냐”는 것이 간부들의 현 실정이다. 교체된 간부들은 공포 분위기를 질서 유지에 활용하고 있다.
간첩 행위 적발되면, 종적 못 찾아
평안북도 신의주, 량강도 혜산, 함경북도 무산, 회령, 온성 등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중국 손전화기 사용자와 도강 안내자, 한국 심부름을 하는 자, 마약 거래자 등을 적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의주에서는 손전화기 사용자 조사가 진행되자, 당장 중국 주재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겁을 먹었다. 신의주에 거주하는 사람을 통해 본사와 집에 통화를 해왔는데, 주로 개인 용무로 전화한 경우가 많아서다. 중간 연결자가 조사 대상에 오르면 그간 개인의 행적이 모두 밝혀질 위험이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이번 검열의 근본 목적이 간첩 색출이라고 못 박고, 걸린 사람은 누구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최근 2년 이내에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았던 사람까지도 다시 조사를 받는다. 그는 “이번 검열은 당, 정, 군을 주요 대상으로 하되 일반 주민까지 포함해 비법(불법) 활동을 한 간부들이 너무나 많다. 탈북자나 해외 간첩망에 복무하는 전화 사용자들을 색출하는 것이 이번 검열의 근본 목적이기 때문에, 비법 전화기만 나와도 그 사람의 지위와 배경에 관계없이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통화한 내용은 물론이고, 의심이 생길 경우 수개월에 걸친 전화 기록과 대화 내용 등을 조사 한다”고 했다.
도청을 당해온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별로 없다. 중앙당 간부의 말대로, “상부에서 목을 잘라야겠다고 생각하면 날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을 비호해온 보위부원이나 검찰, 보안원 등 법기관 일군들도 호위사령부 검열에서 꼼짝 못하고 조사를 당하고 있다. “급이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간첩 행위가 드러나면 갑자기 종적이 사라진다. 생사기별을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살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도 “현재 검열 때문에 간부들이건 누구건 움직일 수 없다. 전화 사용자들은 무조건 반역죄로 처분되고 있는데, 무역일로 해외주재원과 통화하던 본사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무역성 사람들은 별 사연이 없다고 해도 철직, 해임되는 것이 기본이고, 문제가 있다 싶은 사람은 검열조에서 호위사령부 쪽으로 넘기고 있다. 제일 무서운 것이 호위사령부이다. 걸리면 나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처형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예심 너무 혹독하다” 신소 빗발
요즘 진행되고 있는 각종 검열 때문에 간부 사회가 뒤숭숭하다. 불시에 잡혀가는 사람도 많고, 아직 소환되지 않은 사람도 언제 불려갈지 가슴 졸이는 상황이다. 게다가 예심을 받는 동안 몸을 상하는 사람들이 속출해 가족들의 신소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구속돼 조사를 받던 한 해외대표부 일군은 열흘 만에 풀려나왔는데, 그간 얼마나 혹독하게 조사를 받았는지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바싹 여위었다. 집에 오자마자 기진맥진해 쓰러져 잠만 잤다.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가족들의 애간장이 탔음은 물론이다. 너무 혹독한 고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있어 대상자가 간부들인데도 일반 주민의 여론이 부정적인데, “먹고 살기 어려운 판에 사람을 잡아다가 때려죽이기까지 하느냐. 간부들을 저렇게 죽일 정도면 우리 같은 사람을 어떻게 취급할지 알만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중앙당에서는 될수록 구타나 고문을 하지 않도록 자제하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비사회주의 현상을 철저히 뿌리 뽑으라”면서 검열기관들에 힘을 실어주던 초기와 달라진 태도이다.
전국 간부 검열, 맹렬히 진행
지난 8월 20일경부터 전국적으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검열이 맹렬히 진행되고 있다. 무역성처럼 그 전부터 검열이 시작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8월 말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종래 검열이 몇몇 비리 일군들을 본보기로 처벌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이번 검열에서는 현직 간부들이 대거 철직되거나 해임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세대교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중앙당 간부들의 얘기대로다.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전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대폭 물갈이 될 전망이다. 보위부와 보안서, 검찰 등 법기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호위사령부로부터 검열을 받고 있다. 지방의 경우 직급이 높은 간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검열 대상에 올랐다. 별다른 비리가 발견되지 않은 간부들은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상급당으로 넘겼다. 상급당에 소환되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있어야 한다.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해당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직무에서 손을 떼게 한 뒤 비법 행위와 개인 비리들을 낱낱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간부들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앙당 간부는 “당 창건일(10.10) 전까지 모든 조사를 끝내고, 당과 령도자에 충성하는 순결한 대오로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