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낙지 장사 못해, 남새 팔아요”
함경북도 은덕군에 사는 심민희(가명)씨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올해 스물다섯 살의 당찬 여성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시긴 했지만 간복수를 앓던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면서 어머니와 오빠를 먹여 살려왔다. 그동안 돈 되는 장사라면 무엇이든 손을 댔는데, 예년 같으면 지금 한창 낙지장사를 신나게 하고 있어야 한다. 이맘때면 청진 어촌에서 낙지를 받아와 회령이든 온성이든 어디에든 팔아넘기는 달리기장사를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바다에 낙지가 없어 낙지 값이 너무 올라서 도저히 사올 수가 없었다. 그 일을 못하게 되니 다른 장사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집에서 직접 기른 남새(채소)를 청진 수남 시장에 넘겨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집에서 키운 것 말고도 이웃들이 키운 것을 팔아넘기고 있는데, kg에 200-250원 하는 가지를 수남 시장에서는 최고 700원까지 팔아봤다고 했다. 김장철이라 남새 값이 올라간 데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만 있으면 기본 2배 이상은 물론이고, 3배 이상 불러도 팔린다. kg에 150원 하는 오이는 청진에서 500-600원에, 300-350원 하는 풋고추는 700-800원에 파는데, 돈주에게 빌린 30만 원도 어느새 다 갚아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심씨는 청진에 오가는 서비스차비만 뽑으면 그럭저럭 세 식구 입에 풀칠할 만 하다고 했다. 그렇게 장사를 다니면 직장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매달 2만원씩 바치고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낙지를 팔면 훨씬 이문이 남는다. 낙지잡이꾼들 얘기를 들으니, 낙지잡이를 점점 더 못해진다니 내년에도 다른 장사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근심”이라며 낙지 장사를 못한 것에 아쉬움을 비쳤다.
“낙지(오징어)가 씨가 말랐다”
겨울철을 맞아 동해안 ‘낙지(남한에서는 ‘오징어’)잡이’가 한창이지만, 올해 벌이가 예전만 못하다. “낙지 씨가 말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낙지잡이를 하는 김광오(가명)씨는 “해마다 줄어드는 것 같다. 낙지잡이로 먹고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 못 잡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올해는 구경하는 것도 바쁘다(힘들다). 작년보다 1/5도 안 잡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시당 간부는 “낙지가 바다에 많이 없기도 하지만, 그나마 있는 낙지들도 중국 배들이 싹쓸이해간다. 우리 배들은 다 낡고, 어구도 별 볼일 없고, 또 기름도 없고, 여러 가지 조건이 안 좋은데, 중국 배들은 성능도 우수하고 조업을 잘 한다”고 했다. 어민들은 당국의 해상통제가 심해진 것도 낙지잡이가 어려워진 이유라고 했다. 최근 해상으로 남하하는 사건이 자꾸 발생하면서, 바다출입증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이래저래 낙지잡이가 사상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혜산-장백 도강자 총격 사망
11월 중순, 량강도 혜산에서 도강하던 사람이 총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혜산시 국경경비대에 도강비로 1,000위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장백에 다녀오려다가 총격을 당한 것이다. 그의 몸에서 발견된 손전화기에서 장백에 사는 조선족과 북한 측 경비대원과 3차례 정도 통화한 내역이 나왔다. 보위부에서는 북한 경비대원을 긴급 체포하고, 연루된 초소장까지 붙잡았다. 심문 중 한국에 간 탈북자가 조선족과 연계해 국내 기밀을 수집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초소장을 호위사령부에 넘겨 계속 조사 중이다. 경비대원은 혹독한 구타에 숨지고 말았다.
중국인 여행객 24시간 감시
북한 당국은 최근 일부 중국 사사려행자(개인 여행자) 들을 대상으로 24시간 감시 체계를 작동하고 있다. 올해 국내 입국한 중국 사사려행자들 중 60여 명이 체포되었고, 그 중 일부는 죄를 시인하고 북한 보위부에 협력 서약을 한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보위부에 협조하기로 하고 풀려난 중국 사사려행자들을 통해 4월부터 지금까지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재중탈북자)을 송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위부의 끄나풀이 된 중국인(조선족) 브로커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아무리 서약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벌금을 최소한 5만 위안 이상 바친 것 같다고 했다. 벌금을 못 바친 사람은 풀려나지 못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보위부에서 하는 일을 다 알지 못한다. 더 이상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간부를 통해 알아본 결과, 50대 여성 한 명이 20일 넘게 보위부에서 간첩행위 조사를 받다가 심한 고문을 당해 사망했고 그를 포함해 최소 3명 이상이 숨지는 등 사망사건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대표부 일군 조사, 충성심 경쟁 때문
위의 사례처럼 잠시 국내에 들어왔다가 보위부원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해외대표부 일군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가뜩이나 올해 무역성 검열 여파로 무역거래가 위축되었고, 과다한 식량과제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더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그 많은 식량과제를 완성하려면 누구의 도움이든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 남조선 사람들을 접촉하지 않더라도, 중국인을 끼고서라도 무역 거래를 할 수 있다면 (남조선 사람과) 거래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다 문제를 삼으면, 도대체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보안당국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얼마 전에 평양에 들어온 해외대표부 일군을 만났는데, 보위부원들의 단속이 도가 지나치다고 불만이 대단했다. 급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도 신의주에 도착하자마 끌려갔다 왔다고 하더라. 그 사람 말로는 새로 올라온 보위부 성원들이 업적을 만들어내려고 아무 사람이나 막 잡아서 탈탈 털고 있다고 한다. 남쪽과 거래를 하려고 접촉하거나 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당신들 자리보전하기만 바쁘고, 우리는 다 죽어도 된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더니, 오해하지 말라면서 다시 차로 데려다 주더니 이번 담화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다른 대표부 성원들도 같은 경우를 당했다는 보고가 올라와있었다”고 보위부의 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해외대표부 성원들은 지금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것이라며 ‘꼬리 잡히지 말라, 말조심하라’는 등 서로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보위부, 호위사령부 할 것 없이 새로 올라간 간부들 사이에 충성 경쟁심이 더 치열하다. 직급이 낮으나 높으나 상관없이 걸고넘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좋다”고 위축된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 귀국 즉시 조사당해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북한 국내에 입국하자마자 기습 조사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말, 평양에 들어온 한 일군은 신의주에 도착하니 보위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한다.
“교두에서 까만 승용차가 오더니 동무가 아무개 맞느냐 하여 옳다고 하자, 타라고 하더니 한 청사에 싣고 갔다. 독방으로 들어갔는데 다짜고짜 ‘동무, 좀 보자. 솔직히 말하라. 그간 남쪽 놈들을 몇 번이나 만났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이 동무, 다 알고 있는데 좋게 말할 때 다 불라. 누구누구 만났고, 몇 번 만났느냐’고 버럭 성을 냈다. 순간 심장이 덜컥했다. 또 무슨 말을 듣고 저러나 싶기도 하고, 한 번도 안 만났다고 딱 잡아뗄 수도 없어서 ‘남쪽 놈들이라면 식당이나 다방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름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같이 다니며 먹고 마시고 했는데도 이름조차 모른다니 그것이 말이 되느냐’ 언성을 높이기에 나도 령도 사업을 책임지고 있고, 지위도 있다면 있는 사람인데 성질이 발끈 나서 ‘동무가 나보고 같이 놀았다고 하는데, 뭘 보고 말하는 거냐. 증거를 내놔 보라’고 맞받아쳤다. 솔직하게 불지 않으면 장소를 바꿔서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증거를 못 내놓는 걸 보고, 이놈들이 그냥 거는 수작이구나 싶어서 ‘남쪽 놈들을 고의로 만난 적도 없고, 같이 다닌 적은 더욱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아까 다방과 식당에 들면서 남쪽 사람들을 봤다고 했던 건 뭐냐’고 따지기에, ‘일부는 아는 조국 대표들과 사업을 하기 때문에 같이 식사를 하면서 본 것이고, 다방에서는 사업을 토론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동무가 제 정신인가, 당 일군으로서 허가 없이 남쪽 놈들을 만나는 것이 비법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왜 고의적으로 만나고, 사후 보고는 왜 하지 않았는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말을 했는지 잘 생각해보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다시 협박했다. 성질이 나서 ‘진짜 왜 이러는 가. 동무들은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알고 이런 말들을 하는가. 만약 이런 것이 문제가 된다면 해외에 나가 있는 모든 식당 사장들과 접대원들은 매일 남쪽 사람들을 상대하고 접촉하는데 그럼 그들부터 다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동무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하고 도리어 따졌다. 내 소속과 직위를 밝히면서 본사에 보고하겠다고 하니 한참 후 말이 많이 누그러들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오해를 말라. 공식적인 질문을 한 것뿐이다. 뭐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이 남쪽 놈들과 접촉하거나 남쪽과 무역거래 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당신 입으로도 남쪽 사람들을 만난다기에 공식적으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의 숨통 터줘야 무역 살아난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에게는 도깨비 방망이가 따로 없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한다고 금은을 쏟아내지 못한다. 일인당 연 5만 유로를 식량과제로 턱 안겨놓고, 왜 빨리 달성하지 못하느냐 닦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일 식량을 1톤이라도 더 구해오길 바라거든 무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역성 검열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시급한 것은 무역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일군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다. 그들이 누구와 무슨 거래를 하더라도 일단 믿고 맡겨야 한다. 일군들에게 충성을 원하거든 먼저 신뢰를 보내야 하는데, 귀국하자마자 불러다 뒷조사를 하면 사기만 떨어질 뿐이다. 보안 일군들의 충성심 경쟁이 과열 현상으로 치닫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보고, 그렇다면 오히려 그쪽을 제재하는 것이 무역활성화에 도움 될 것이다. 남북한 정부는 하루빨리, 상호이익이 되는 분야부터 경제협력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광물자원이나 농수산물이 턱없이 싼값에 대량으로 중국에 팔려나가는 것은 민족적으로 손해가 막심한 일이다. 남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싸우며 손해나는 일을 계속 하려는지 답답할 뿐이다.
■ 경제활동
“낙지 장사 못해, 남새 팔아요”
함경북도 은덕군에 사는 심민희(가명)씨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올해 스물다섯 살의 당찬 여성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시긴 했지만 간복수를 앓던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면서 어머니와 오빠를 먹여 살려왔다. 그동안 돈 되는 장사라면 무엇이든 손을 댔는데, 예년 같으면 지금 한창 낙지장사를 신나게 하고 있어야 한다. 이맘때면 청진 어촌에서 낙지를 받아와 회령이든 온성이든 어디에든 팔아넘기는 달리기장사를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바다에 낙지가 없어 낙지 값이 너무 올라서 도저히 사올 수가 없었다. 그 일을 못하게 되니 다른 장사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집에서 직접 기른 남새(채소)를 청진 수남 시장에 넘겨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집에서 키운 것 말고도 이웃들이 키운 것을 팔아넘기고 있는데, kg에 200-250원 하는 가지를 수남 시장에서는 최고 700원까지 팔아봤다고 했다. 김장철이라 남새 값이 올라간 데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만 있으면 기본 2배 이상은 물론이고, 3배 이상 불러도 팔린다. kg에 150원 하는 오이는 청진에서 500-600원에, 300-350원 하는 풋고추는 700-800원에 파는데, 돈주에게 빌린 30만 원도 어느새 다 갚아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심씨는 청진에 오가는 서비스차비만 뽑으면 그럭저럭 세 식구 입에 풀칠할 만 하다고 했다. 그렇게 장사를 다니면 직장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매달 2만원씩 바치고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낙지를 팔면 훨씬 이문이 남는다. 낙지잡이꾼들 얘기를 들으니, 낙지잡이를 점점 더 못해진다니 내년에도 다른 장사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근심”이라며 낙지 장사를 못한 것에 아쉬움을 비쳤다.
“낙지(오징어)가 씨가 말랐다”
겨울철을 맞아 동해안 ‘낙지(남한에서는 ‘오징어’)잡이’가 한창이지만, 올해 벌이가 예전만 못하다. “낙지 씨가 말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낙지잡이를 하는 김광오(가명)씨는 “해마다 줄어드는 것 같다. 낙지잡이로 먹고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 못 잡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올해는 구경하는 것도 바쁘다(힘들다). 작년보다 1/5도 안 잡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시당 간부는 “낙지가 바다에 많이 없기도 하지만, 그나마 있는 낙지들도 중국 배들이 싹쓸이해간다. 우리 배들은 다 낡고, 어구도 별 볼일 없고, 또 기름도 없고, 여러 가지 조건이 안 좋은데, 중국 배들은 성능도 우수하고 조업을 잘 한다”고 했다. 어민들은 당국의 해상통제가 심해진 것도 낙지잡이가 어려워진 이유라고 했다. 최근 해상으로 남하하는 사건이 자꾸 발생하면서, 바다출입증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이래저래 낙지잡이가 사상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 정치생활
혜산-장백 도강자 총격 사망
11월 중순, 량강도 혜산에서 도강하던 사람이 총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혜산시 국경경비대에 도강비로 1,000위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장백에 다녀오려다가 총격을 당한 것이다. 그의 몸에서 발견된 손전화기에서 장백에 사는 조선족과 북한 측 경비대원과 3차례 정도 통화한 내역이 나왔다. 보위부에서는 북한 경비대원을 긴급 체포하고, 연루된 초소장까지 붙잡았다. 심문 중 한국에 간 탈북자가 조선족과 연계해 국내 기밀을 수집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초소장을 호위사령부에 넘겨 계속 조사 중이다. 경비대원은 혹독한 구타에 숨지고 말았다.
중국인 여행객 24시간 감시
북한 당국은 최근 일부 중국 사사려행자(개인 여행자) 들을 대상으로 24시간 감시 체계를 작동하고 있다. 올해 국내 입국한 중국 사사려행자들 중 60여 명이 체포되었고, 그 중 일부는 죄를 시인하고 북한 보위부에 협력 서약을 한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보위부에 협조하기로 하고 풀려난 중국 사사려행자들을 통해 4월부터 지금까지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재중탈북자)을 송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위부의 끄나풀이 된 중국인(조선족) 브로커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아무리 서약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벌금을 최소한 5만 위안 이상 바친 것 같다고 했다. 벌금을 못 바친 사람은 풀려나지 못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보위부에서 하는 일을 다 알지 못한다. 더 이상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간부를 통해 알아본 결과, 50대 여성 한 명이 20일 넘게 보위부에서 간첩행위 조사를 받다가 심한 고문을 당해 사망했고 그를 포함해 최소 3명 이상이 숨지는 등 사망사건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대표부 일군 조사, 충성심 경쟁 때문
위의 사례처럼 잠시 국내에 들어왔다가 보위부원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해외대표부 일군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가뜩이나 올해 무역성 검열 여파로 무역거래가 위축되었고, 과다한 식량과제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더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그 많은 식량과제를 완성하려면 누구의 도움이든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 남조선 사람들을 접촉하지 않더라도, 중국인을 끼고서라도 무역 거래를 할 수 있다면 (남조선 사람과) 거래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다 문제를 삼으면, 도대체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보안당국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얼마 전에 평양에 들어온 해외대표부 일군을 만났는데, 보위부원들의 단속이 도가 지나치다고 불만이 대단했다. 급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도 신의주에 도착하자마 끌려갔다 왔다고 하더라. 그 사람 말로는 새로 올라온 보위부 성원들이 업적을 만들어내려고 아무 사람이나 막 잡아서 탈탈 털고 있다고 한다. 남쪽과 거래를 하려고 접촉하거나 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당신들 자리보전하기만 바쁘고, 우리는 다 죽어도 된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더니, 오해하지 말라면서 다시 차로 데려다 주더니 이번 담화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다른 대표부 성원들도 같은 경우를 당했다는 보고가 올라와있었다”고 보위부의 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해외대표부 성원들은 지금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것이라며 ‘꼬리 잡히지 말라, 말조심하라’는 등 서로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보위부, 호위사령부 할 것 없이 새로 올라간 간부들 사이에 충성 경쟁심이 더 치열하다. 직급이 낮으나 높으나 상관없이 걸고넘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좋다”고 위축된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 귀국 즉시 조사당해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북한 국내에 입국하자마자 기습 조사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말, 평양에 들어온 한 일군은 신의주에 도착하니 보위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한다.
“교두에서 까만 승용차가 오더니 동무가 아무개 맞느냐 하여 옳다고 하자, 타라고 하더니 한 청사에 싣고 갔다. 독방으로 들어갔는데 다짜고짜 ‘동무, 좀 보자. 솔직히 말하라. 그간 남쪽 놈들을 몇 번이나 만났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이 동무, 다 알고 있는데 좋게 말할 때 다 불라. 누구누구 만났고, 몇 번 만났느냐’고 버럭 성을 냈다. 순간 심장이 덜컥했다. 또 무슨 말을 듣고 저러나 싶기도 하고, 한 번도 안 만났다고 딱 잡아뗄 수도 없어서 ‘남쪽 놈들이라면 식당이나 다방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름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같이 다니며 먹고 마시고 했는데도 이름조차 모른다니 그것이 말이 되느냐’ 언성을 높이기에 나도 령도 사업을 책임지고 있고, 지위도 있다면 있는 사람인데 성질이 발끈 나서 ‘동무가 나보고 같이 놀았다고 하는데, 뭘 보고 말하는 거냐. 증거를 내놔 보라’고 맞받아쳤다. 솔직하게 불지 않으면 장소를 바꿔서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증거를 못 내놓는 걸 보고, 이놈들이 그냥 거는 수작이구나 싶어서 ‘남쪽 놈들을 고의로 만난 적도 없고, 같이 다닌 적은 더욱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아까 다방과 식당에 들면서 남쪽 사람들을 봤다고 했던 건 뭐냐’고 따지기에, ‘일부는 아는 조국 대표들과 사업을 하기 때문에 같이 식사를 하면서 본 것이고, 다방에서는 사업을 토론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동무가 제 정신인가, 당 일군으로서 허가 없이 남쪽 놈들을 만나는 것이 비법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왜 고의적으로 만나고, 사후 보고는 왜 하지 않았는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말을 했는지 잘 생각해보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다시 협박했다. 성질이 나서 ‘진짜 왜 이러는 가. 동무들은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알고 이런 말들을 하는가. 만약 이런 것이 문제가 된다면 해외에 나가 있는 모든 식당 사장들과 접대원들은 매일 남쪽 사람들을 상대하고 접촉하는데 그럼 그들부터 다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동무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하고 도리어 따졌다. 내 소속과 직위를 밝히면서 본사에 보고하겠다고 하니 한참 후 말이 많이 누그러들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오해를 말라. 공식적인 질문을 한 것뿐이다. 뭐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이 남쪽 놈들과 접촉하거나 남쪽과 무역거래 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당신 입으로도 남쪽 사람들을 만난다기에 공식적으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