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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37호

■ 시선집중

“새 지도부의 성패, 올 1년이 관건”

북한 중앙당 간부들은 현재 내부가 매우 안정적이고, 그 어느 때보다 열의가 높다고 말한다. 새로운 령도(지도) 소조가 국내 모든 분야를 확실히 관리하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도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새 지도부의 성패가 올 1년 통치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지도부가 김정일 위원장 시기처럼 철저한 내부 통제와 문 닫은 정치를 할 것이냐, 아니면 외부의 투자를 끌어들여 내부 발전을 주도해가는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마디로 대외정책이 성패의 관건이라고 보는데, 그들은 모든 국내외 정책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는 중국과 대등한 차원의 정치를 해왔다면, 새 지도부는 중국의 영향력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영역 등 다른 분야까지 미치며 힘의 불균형과 비대칭이 더 가시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한 간부는 “미국으로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 측면에서) 좋은 기회를 모두 놓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에 기회가 있다”며 “새 지도부의 시대가 막 시작되는 이때가 바로 기회이다. 우리 공화국을 위협하는 과거 낡은 방식을 버리고, 평화공존의 시대로 가자고 천명하고 관계 개선을 주도해간다면 중국에 기울어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평양 간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그들은 중국과의 거래가 점점 늘어나 앞으로 대외무역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산될 것이라 믿고 있다.

새해부터는 지방 무역회사들도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검열에 통과하는 회사에 한하지만, 지방 무역회사들의 중국 진출 허용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평양에 본사를 둔 대형 무역회사들이 지방에 분사(지사)를 내고, 중국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작년에는 함경북도 도당에서 처음으로 중국 요녕성에 식당을 꾸려 자체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방 재정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올해에는 다른 지방에서도 이런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간부는 “중국 정부에서 우리 새 령도자의 조속한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간이 걸릴 경우 중국 대표단이 평양 방문을 통해서라도 량국의 우의를 다지겠노라고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새 지도부가 완전히 안착하기 전에 우리 공화국의 대중의존도를 확실히 높여놓겠다는 심산이다. 그동안 우리 (김정일) 장군님이 몇 번이나 몸소 중국에 담판을 지으러 가셨을 때는 미적거리던 중국 정부가 식량을 50만 톤 주겠다, 기름을 20만 톤 주겠다고 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새 지도부가 안착되기 전에 만의 하나 미국이나 남조선을 등에 업은 세력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새 지도부)가 중국 위안화 거래와 물건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도 다 이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고민은 현실적으로 중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있다. 간부들은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앞으로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로 지방 시, 군들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고 합작과 협력을 독려하며, 올해 상반기에 중국 주재 무역 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중국 회사들의 대북 투자를 적극 장려하는 한편 중국인 관광사업 범위도 확대하며, 경제 분야 외에 체육, 의료, 교육, 예술 등 기타 사회문화 예술 교류 범위도 늘릴 예정이다

도강자, “차라리 중국 감옥에 넣어 달라”

중국 도문 지역 국경경비대에서는 해가 바뀌자마자 벌써 10여 명에 가까운 도강자를 붙잡아 돌려보냈다. 심문 결과 모두 배가 고파 도강한 사람들이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 같이 “앉아 있어도 죽고, 건너가다 붙잡혀도 죽을 바에는 뭐라도 해보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죽을 각오로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넘어왔다고 좋아했는데, 중국에서 붙잡히고 말았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또 공통적으로 북한에 보내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 중에는 차라리 중국 감옥에 보내달라며, “감방 안에서 잡일이라도 하게 해 달라. 아니면 여기서 죽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 측은 세계 여론을 의식해 국경경비대에 “될수록 탈북자들을 강변에서 잡지 말고, 위협해서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중국 변방대의 한 간부는 “(중국) 감옥에 넣고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현장에서 발견한 탈북자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저쪽(북한) 식량난이 너무 심해서 먹을 것을 찾아 넘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요 근래 저쪽 경비가 살벌하다시피 삼엄해졌는데도 자꾸 넘어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정말 죽을 각오로 넘어온다는 게 실감 난다”고 했다.

국경지역 단속 살풍경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애도 기간에 국경연선지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단속이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감이 높다 못해 살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벌써 10여 명이 도강하다가 붙들렸는데, 이유 불문하고 모두 관리소행을 면치 못했다. 생활이 너무 어려워 친척의 도움을 받으러 갔다고 하면 어느 정도 정상이 참작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무조건 관리소 행이었다. 한 보안 일군은 “앞으로 어떤 이유와 상관없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앞으로 도강자들이 정치적으로 영원히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손전화기 사용자들도 살 떨려서 못 하겠다며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전파탐지기에 걸려 붙잡힌 사람들은 예외 없이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비인간적인 처우도 벌어졌다. 량강도 혜산시에서는 손전화기를 사용하다가 걸린 주민을 3일 동안 목에 패쪽을 달고 족쇄를 채워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투쟁대회를 진행했다.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가족은 산골에 추방됐다. 말이 무기징역이지, 패쪽과 족쇄 차고 돌아다니던 때 모진 매에 몰골이 심하게 상한 정도로 보아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보안 당국 일군들은 “손전화기를 사용하다 걸리면 살아남기를 바라지 말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불법 손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간부들이라고 해도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위 삭탈은 물론 끝까지 취조해 엄벌하는 분위기다. 간부들의 입을 통해 국내 상황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심산이다. 보안당국 내부에서조차 특수한 일이 아니면, 국경변에서 중국 손전화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안당국은 “지방 민간인들의 동향과 일반 간부들의 (공장 회사 군, 리 간부들과 세포 비서들) 사상 공작을 더욱 틀어쥐고 통제와 감시를 철저히 하여 사소한 일이라도 엄하게 처벌하여 한 치의 소요와 말썽꺼리를 없애라”고 연일 지시 내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무서워서 사용을 못하겠다며, 갖고 있던 중국 전화기를 몰래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중국 전화기 한 대당 500위안에 거래되고, 100위안 요금이 들어있는 전화 번호 카드도 200위안 정도에 거래된다.

위안화 금지로 “탈북자와 국내 연계를 차단하라”

위안화 금지로 국내 산업 발전에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결정이 경제적 측면만 고려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간부는 국내 위안화 유통에 탈북자들이 있다고 보고, 국내 연계를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했다. 주로 탈북자 가족들로부터 중국 돈이 유입된다고 본 것이다. “백성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중국을 비롯해 남조선, 미국, 일본 등 외국에 대한 동경과 환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상이 건전치 못한 자들이 중국 돈을 벌려고 밀수와 비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중국과 남조선으로까지 많이 흘러간다. 돈을 벌려고 중국에 갔다가 남조선으로 뛴 사람들이 다시 중국인(조선족과 화교 등)을 앞세워 중국 돈을 들여보내고 우리나라의 정보와 기밀을 빼가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해가 되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거짓된 이야기도 사실처럼 꾸민다. 이처럼 조국을 반역하는 행위가 많아지니,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외화사용 금지 정책은 국가 재정을 확충해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탈북자 연계선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2009년 화폐교환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실시했던 외화금지거래정책을 재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9년 12월 28일, 정부의 승인이 없는 외화 거래를 금지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인민보안성에서는 이듬해 1월 1일부터 차판 장사를 하거나 밀매매와 비법월경 등 범죄 행각에 외화사용을 하다 걸리면 최고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화폐교환조치와 시장폐쇄조치 등과 맞물려 물가가 폭등하고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혼란이 극심해지면서 흐지부지 끝났던 전례가 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다시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일부 간부들조차 확신하지 못하며, 새 지도부가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는 지켜보겠다는 의견이 많다.

전국 시장, 인민폐 거래 금지

중앙당은 전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인민폐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각 기관, 기업소 및 학교, 인민반 등을 대상으로 “중국 돈과 외화가 있는 사람들은 은행에 가서 돈을 바꾸어 쓸 것”을 강조하며, 시장에서 사용하거나 유통하다 걸리면 몰수당하는 동시에 엄중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학습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장사하다가 인민폐로 거래하다 걸리면 현장에서 물품과 지폐를 바로 몰수하고, 이후 시장에서 영원히 장사를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방침을 내린 것을 두고, 중앙당의 한 간부는 “작년 10월 이후 수립한 정책 방향에 따라 집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새 지도자와 그 령도 집단의 새로운 정책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화 거래 금지 정책에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국내 산업을 전격 발전시키고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과중한 경제 쏠림 현상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공식, 비공식 시장 영역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중국 돈이 국내 화폐를 밀어내고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통용되었고, 2009년 11월 31일 단행했던 화폐 교환 조치의 실패로 위안화의 위치가 역설적으로 더 공고해졌다. 위안화가 아직 달러와 유로화의 위세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지만, 위안화가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북한 정부가 위안화를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화폐개혁 이후에는 위안화와 달러가 아니면 장사꾼들이 물건을 아예 팔지 않는 현상이 생겨나 일반 주민들의 불편함도 늘었다. “중국에 친척이 없거나 탈북자 가족이 없는 집들에서는 외화를 만져보기가 어렵다. 중국 돈이 없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어렵다는 신소가 많이 제기된 것도 중국 돈을 제한하는 이번 결정에 한 이유로 본다”는 의견이 있다.

목차

전국 시장, 인민폐 거래 금지

위안화 금지로“탈북자와 국내 연계를 차단하라”

국경지역 단속 살풍경

도강자, “차라리 중국 감옥에 넣어 달라”

“새 지도부의 성패, 올 1년이 관건”

■ 정치생활

“새 지도부의 성패, 올 1년이 관건”

북한 중앙당 간부들은 현재 내부가 매우 안정적이고, 그 어느 때보다 열의가 높다고 말한다. 새로운 령도(지도) 소조가 국내 모든 분야를 확실히 관리하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도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새 지도부의 성패가 올 1년 통치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지도부가 김정일 위원장 시기처럼 철저한 내부 통제와 문 닫은 정치를 할 것이냐, 아니면 외부의 투자를 끌어들여 내부 발전을 주도해가는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마디로 대외정책이 성패의 관건이라고 보는데, 그들은 모든 국내외 정책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는 중국과 대등한 차원의 정치를 해왔다면, 새 지도부는 중국의 영향력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영역 등 다른 분야까지 미치며 힘의 불균형과 비대칭이 더 가시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한 간부는 “미국으로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 측면에서) 좋은 기회를 모두 놓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에 기회가 있다”며 “새 지도부의 시대가 막 시작되는 이때가 바로 기회이다. 우리 공화국을 위협하는 과거 낡은 방식을 버리고, 평화공존의 시대로 가자고 천명하고 관계 개선을 주도해간다면 중국에 기울어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평양 간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그들은 중국과의 거래가 점점 늘어나 앞으로 대외무역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산될 것이라 믿고 있다.

새해부터는 지방 무역회사들도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검열에 통과하는 회사에 한하지만, 지방 무역회사들의 중국 진출 허용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평양에 본사를 둔 대형 무역회사들이 지방에 분사(지사)를 내고, 중국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작년에는 함경북도 도당에서 처음으로 중국 요녕성에 식당을 꾸려 자체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방 재정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올해에는 다른 지방에서도 이런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간부는 “중국 정부에서 우리 새 령도자의 조속한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간이 걸릴 경우 중국 대표단이 평양 방문을 통해서라도 량국의 우의를 다지겠노라고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새 지도부가 완전히 안착하기 전에 우리 공화국의 대중의존도를 확실히 높여놓겠다는 심산이다. 그동안 우리 (김정일) 장군님이 몇 번이나 몸소 중국에 담판을 지으러 가셨을 때는 미적거리던 중국 정부가 식량을 50만 톤 주겠다, 기름을 20만 톤 주겠다고 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새 지도부가 안착되기 전에 만의 하나 미국이나 남조선을 등에 업은 세력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새 지도부)가 중국 위안화 거래와 물건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도 다 이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고민은 현실적으로 중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있다. 간부들은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앞으로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로 지방 시, 군들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고 합작과 협력을 독려하며, 올해 상반기에 중국 주재 무역 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중국 회사들의 대북 투자를 적극 장려하는 한편 중국인 관광사업 범위도 확대하며, 경제 분야 외에 체육, 의료, 교육, 예술 등 기타 사회문화 예술 교류 범위도 늘릴 예정이다

도강자, “차라리 중국 감옥에 넣어 달라”

중국 도문 지역 국경경비대에서는 해가 바뀌자마자 벌써 10여 명에 가까운 도강자를 붙잡아 돌려보냈다. 심문 결과 모두 배가 고파 도강한 사람들이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 같이 “앉아 있어도 죽고, 건너가다 붙잡혀도 죽을 바에는 뭐라도 해보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죽을 각오로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넘어왔다고 좋아했는데, 중국에서 붙잡히고 말았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또 공통적으로 북한에 보내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 중에는 차라리 중국 감옥에 보내달라며, “감방 안에서 잡일이라도 하게 해 달라. 아니면 여기서 죽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 측은 세계 여론을 의식해 국경경비대에 “될수록 탈북자들을 강변에서 잡지 말고, 위협해서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중국 변방대의 한 간부는 “(중국) 감옥에 넣고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현장에서 발견한 탈북자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저쪽(북한) 식량난이 너무 심해서 먹을 것을 찾아 넘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요 근래 저쪽 경비가 살벌하다시피 삼엄해졌는데도 자꾸 넘어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정말 죽을 각오로 넘어온다는 게 실감 난다”고 했다.

국경지역 단속 살풍경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애도 기간에 국경연선지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단속이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감이 높다 못해 살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벌써 10여 명이 도강하다가 붙들렸는데, 이유 불문하고 모두 관리소행을 면치 못했다. 생활이 너무 어려워 친척의 도움을 받으러 갔다고 하면 어느 정도 정상이 참작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무조건 관리소 행이었다. 한 보안 일군은 “앞으로 어떤 이유와 상관없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앞으로 도강자들이 정치적으로 영원히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손전화기 사용자들도 살 떨려서 못 하겠다며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전파탐지기에 걸려 붙잡힌 사람들은 예외 없이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비인간적인 처우도 벌어졌다. 량강도 혜산시에서는 손전화기를 사용하다가 걸린 주민을 3일 동안 목에 패쪽을 달고 족쇄를 채워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투쟁대회를 진행했다.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가족은 산골에 추방됐다. 말이 무기징역이지, 패쪽과 족쇄 차고 돌아다니던 때 모진 매에 몰골이 심하게 상한 정도로 보아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보안 당국 일군들은 “손전화기를 사용하다 걸리면 살아남기를 바라지 말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불법 손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간부들이라고 해도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위 삭탈은 물론 끝까지 취조해 엄벌하는 분위기다. 간부들의 입을 통해 국내 상황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심산이다. 보안당국 내부에서조차 특수한 일이 아니면, 국경변에서 중국 손전화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안당국은 “지방 민간인들의 동향과 일반 간부들의 (공장 회사 군, 리 간부들과 세포 비서들) 사상 공작을 더욱 틀어쥐고 통제와 감시를 철저히 하여 사소한 일이라도 엄하게 처벌하여 한 치의 소요와 말썽꺼리를 없애라”고 연일 지시 내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무서워서 사용을 못하겠다며, 갖고 있던 중국 전화기를 몰래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중국 전화기 한 대당 500위안에 거래되고, 100위안 요금이 들어있는 전화 번호 카드도 200위안 정도에 거래된다.

위안화 금지로“탈북자와 국내 연계를 차단하라”

위안화 금지로 국내 산업 발전에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결정이 경제적 측면만 고려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간부는 국내 위안화 유통에 탈북자들이 있다고 보고, 국내 연계를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했다. 주로 탈북자 가족들로부터 중국 돈이 유입된다고 본 것이다. “백성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중국을 비롯해 남조선, 미국, 일본 등 외국에 대한 동경과 환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상이 건전치 못한 자들이 중국 돈을 벌려고 밀수와 비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중국과 남조선으로까지 많이 흘러간다. 돈을 벌려고 중국에 갔다가 남조선으로 뛴 사람들이 다시 중국인(조선족과 화교 등)을 앞세워 중국 돈을 들여보내고 우리나라의 정보와 기밀을 빼가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해가 되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거짓된 이야기도 사실처럼 꾸민다. 이처럼 조국을 반역하는 행위가 많아지니,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외화사용 금지 정책은 국가 재정을 확충해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탈북자 연계선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2009년 화폐교환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실시했던 외화금지거래정책을 재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9년 12월 28일, 정부의 승인이 없는 외화 거래를 금지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인민보안성에서는 이듬해 1월 1일부터 차판 장사를 하거나 밀매매와 비법월경 등 범죄 행각에 외화사용을 하다 걸리면 최고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화폐교환조치와 시장폐쇄조치 등과 맞물려 물가가 폭등하고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혼란이 극심해지면서 흐지부지 끝났던 전례가 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다시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일부 간부들조차 확신하지 못하며, 새 지도부가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는 지켜보겠다는 의견이 많다.

전국 시장, 인민폐 거래 금지

중앙당은 전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인민폐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각 기관, 기업소 및 학교, 인민반 등을 대상으로 “중국 돈과 외화가 있는 사람들은 은행에 가서 돈을 바꾸어 쓸 것”을 강조하며, 시장에서 사용하거나 유통하다 걸리면 몰수당하는 동시에 엄중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학습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장사하다가 인민폐로 거래하다 걸리면 현장에서 물품과 지폐를 바로 몰수하고, 이후 시장에서 영원히 장사를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방침을 내린 것을 두고, 중앙당의 한 간부는 “작년 10월 이후 수립한 정책 방향에 따라 집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새 지도자와 그 령도 집단의 새로운 정책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화 거래 금지 정책에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국내 산업을 전격 발전시키고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과중한 경제 쏠림 현상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공식, 비공식 시장 영역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중국 돈이 국내 화폐를 밀어내고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통용되었고, 2009년 11월 31일 단행했던 화폐 교환 조치의 실패로 위안화의 위치가 역설적으로 더 공고해졌다. 위안화가 아직 달러와 유로화의 위세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지만, 위안화가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북한 정부가 위안화를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화폐개혁 이후에는 위안화와 달러가 아니면 장사꾼들이 물건을 아예 팔지 않는 현상이 생겨나 일반 주민들의 불편함도 늘었다. “중국에 친척이 없거나 탈북자 가족이 없는 집들에서는 외화를 만져보기가 어렵다. 중국 돈이 없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어렵다는 신소가 많이 제기된 것도 중국 돈을 제한하는 이번 결정에 한 이유로 본다”는 의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