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한 스님의 세상에서의 사명: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The New York Times 4월 27일 기사 전문(번역본)
A Monk’s Earthly Mission: Easing North Koreans’Pain
한 스님의 세상에서의 사명: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서울. 최상훈 기자
1996년 8월, 법륜 스님은 중국과 북한 사이를 가로 지르는 압록강을 따라 내려가던 중 북한 측 강변에 홀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이 소년은 넝마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여윈 얼굴은 흙먼지로 덮여있었다. 법륜 스님은 이 소년을 부르기 위해 소리를 외쳤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북한 아이들은 외국인들에게 절대 구걸하지 않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라고 중국인 일행이 설명했다. 이 소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배를 좀 더 가까이 댈 수 없냐고 스님이 물었지만, 북한 영토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소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국경이 갖는 의미가 이리도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 날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라고 법륜 스님(59)이 말한다.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그제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사건으로 법륜 스님은 중국의 북한난민 구호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불교 수도승으로는 보기 드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은둔과 묵상을 수행하기보다 그는 현재 북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고, 그가 운영하는 단체 (사)좋은벗들에서 발행되는 온라인 소식지인 “오늘의 북한소식(영문명: North Korea Today)”은 외부세계와 고립된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중요한 문서가 되었다.
북한 주민들이 기근 와중에 식량 배급 제도까지 무너지면서 아사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지인들에게 여러 번 들었지만, 스님은 압록강 답사 이전에는 그 이야기들을 믿지 않았다. 인도에서 이미 자선사업을 하고 있던 법륜스님은 북한 식량 사태의 증거들을 직접 대면하게 되자 자원봉사자들을 중국 동북지역으로 보냈고, 압록강 주변 국경지역에 흩어져 있던 수천 명의 북한 난민들에게 식량과 주거를 제공했다.
(사)좋은벗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모험의 마지막 순간에 압록강을 건너다 결국 힘이 빠져 익사한 북한주민들의 시체 사진을 공개했고, 이것은 이후 20세기 가장 참혹한 기근 중의 하나로 알려지게 된 북한의 실상을 보여준 최초의 자료들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북한 총인구 2,200만 명 중에서 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관련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법륜스님을 놀라게 했던 것은 소나무 껍질을 먹으면서 끼니를 해결하려했던 북한 난민들의 가족이야기 뿐 아니라, 이들의 고통을 외부세계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계 지도자들과 언론은 김정일과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고통 받고 있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논의는 얼마나 있었습니까?”
(사)좋은벗들은 북한을 휩쓸고 간 기근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중국으로 넘어 오는 북한 난민 5000명 이상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서와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2004년 처음 발행된 (사)좋은벗들의 소식지는 이내 곧 한국의 정책입안자들과 언론인 사이에서 꼭 참조해야하는 자료가 되었다.
북한 주민생활을 전하는 최초의 소식지 “오늘의 북한소식”은 북한 내 익명의 제보자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한 최근 실상을 전해준다. 익명의 제보자들 중 일부는 이 단체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밀반입한 휴대폰과 여러 수단들을 사용해서 의사소통하고 있다. 스님은 다른 연락 수단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정보 공개를 거절했다.
“오늘의 북한소식”이 온라인으로 발행되면서, 이내 다른 웹사이트들의 표준이 되었다. 이러한 웹사이트들은 수십 년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던 북한을 조금씩 드러내는 데 다함께 일조해왔다. 이들은 북한의 식량가격을 전해주고, 때론 서로 다른 내용도 있지만 홍수나 전염병에 대한 최근 소식들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법륜 스님은 지방에서 자신의 사찰을 이끌고 있고, 명상과 불교경전 교육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골의 한 농촌가정에서 태어난 법륜 스님은 종교적,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형들과 함께 자랐다. 한 명은 군사독재 시절에 반정부활동을 명목으로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으나 나중에 풀려났다고 한다.
유년기의 법륜 스님은 물리학자 혹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소망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재학시절, 스승 도문 스님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법륜 스님은 환경보호, 종교개혁, 기아구호, 통일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활동가가 되었다. 법륜스님은 군부독재시절에 반정부인사들을 단속하는 정부요원들에 의해 체포되었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법륜 스님은 속세에서의 자신의 사명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레스토랑, 술집, 연인들의 밀회장소인 러브호텔들로 꽉 차있는 서울의 어느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북한관련 자료들을 비교하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한다. 또한 그는 미국에 가서 학자들과 정부 측 분석가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한다.
좋은 엄마가 되는 법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매주 평균 12회씩 강연을 하고 여러 글과 책들을 출간하는 법륜 스님은 이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님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법륜 스님의 문구는 온라인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최근의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북한사람들이 우리의 적이라 한다 해도, 이들은 우리와 같은 한민족입니다. 우리는 남아도는 쌀을 동물사료로 돌리고 있는데, 북한의 아이들은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소란스런 한국정치는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법륜 스님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특히, 사회정의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법륜 스님이 준비한 강연이 안철수에게 연설무대를 제공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면서 현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안철수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그가 출마결정만 한다면 올해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올인코리아”라는 우익성향 뉴스사이트는 법륜 스님을 종교의 탈을 쓴 정치선동가로 부르며 공격해왔다.
북한에 대한 감정이 동포애와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국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스님의 끊임없는 호소는 항상 환영받지는 않았다.
북한에서 발생한 홍수와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사)좋은벗들의 2006년, 2009년 보고서들은 한국정부가 정치와 별도로 북한에 지원을 보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현 정부는 법륜 스님이 최근 북한의 식량 위기를 과장했다고 하면서 그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 법륜 스님은 정부가 사람들의 복지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2008년, 그는 북한주민들의 곤경을 알리기 위해 70일 간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사)좋은벗들의 초기 통계방식에 대해서는 일부 구호전문가들 조차도 이것이 좋은 의도였든 아니든 간에 기근을 과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날에서 북한연구가로 있는 라지브 나라얀은 비록 결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좋은벗들의 초기 작업들은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법륜 스님에 대해 “우리 분야의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라고 덧붙였다.
법륜 스님은 이 같은 비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진보인사들은 제가 북한의 인권침해에 주목하는 것에 대해 저를 비판하고, 보수 쪽에서는 저의 북한지원 주장에 대해 공격을 합니다. 또, 미국의 CIA를 위해 일한다고, 혹은 북한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저의 목표는 북한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북한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을 뿐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법륜 스님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한이 초래하는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북한을 압박할수록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에 더욱 치중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북한은 왜 핵무기를 만들려는 겁니까?’ 라고 끊임없이 물어봅니다. 이것은 북한을 비판하는 좋은 방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권유지가 최우선 과제인 북한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으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타임즈 원문 기사: http://j.mp/IlLetf
황해도, 함경도에 “배부른 타령”
중국에 식량을 구하러 갔다 온 황해남도의 한 간부는 소금을 구하지 못해 근심하는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일군들에게 “배부른 타령 하고 있다”고 자조했다. “우리는 소금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먹고 죽지만 않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필요하다. 중국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변질된 것이든 불량식품이든 간에 뭐라도 좋으니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그는 “100일 애도기간이 시작되면서 1월 중순부터 황해도 지역에서는 최하층 주민들부터 먼저 병들어 죽어가다가 2월 들어서는 도시 노동자와 농민들이 굶어죽고 있다. 지금도 각 병원마다 죽어나가는 환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애도 기간 동안 정국 혼란을 염려한 당국에서 통제를 강화해 식량난을 악화시켰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민생활조 해외파견, “먹을 것부터 구하라”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는 소금과 된장, 간장, 고춧가루 등 기초식품 부족으로 식량난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워낙 부족하다보니 시장에서 사려고 해도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값이 비싸다. 북한 당국은 각 단위, 기관, 기업소별로 인민생활물품조를 꾸려 대거 해외에 내보내도록 했다. 식품구입을 중심으로 인민생활소비품을 전담해서 구입하라는 지시다. 그 중에서도 먹을 것을 최우선으로 들여오도록 했다. 4월 말 현재, 중앙당의 한 간부는 각 세관을 거쳐 들어오는 수입물품 중 식품이 8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공업품은 15% 정도이고, 기타 군수품 등이 나머지 5% 정도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입된 식품들은 주로 평양의 식당이나 국영상점, 공급망, 간부 배급 등으로 배분되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배추, 파, 무 등 각종 농산물이 약 30% 정도 된다며, “물량이 딸려서 배추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60톤(30톤 차량 2대 분)을 중국에서 들여와 파는데, 그것도 없어서 못 팔정도로 금세 동이 난다”고 했다.
함북, 소금 구입 비상
함경북도 인민위원회는 소금 구입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가을부터 소금을 수입하려고 애썼으나, 자금 부족으로 아직까지 별 소득이 없는 상태다. 중국과 거래하는 무역일군들에게 소금을 구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아무리 이자를 높게 쳐도 후불로는 계약을 할 수가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일부 군부 무역회사에서 소금을 들여와 청진에 내다 팔고 있지만, 소금이 귀하다보니 가격이 비싸다. 작년 말까지 시장에서 kg당 700-800원대에 거래되던 소금이 올해 초에 900원대로 뛰더니, 최근에는 1,000원을 훌쩍 넘겼다. 이러다가는 옥수수보다 더 비싸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이다. 소금이 없으니 된장과 간장 등 다른 기초식품도 찾기가 어려워졌다. 기초식품공장들마나 자금난과 원료난, 전력난에, 주원료인 콩과 소금 부족으로 생산되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1년 먹을 된장과 간장을 비축해두고 살지만, 대다수 일반 주민들은 그때그때 시장에서 사다 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기초식품을 공급받던 시절은 먼 옛날 얘기일 뿐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조선혜(가명)씨는 “식량이 모자라 영양결핍으로 일어나는 각종 불량현상들과 옥수수 값을 훨씬 능가하는 소금 값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여러 질병이 돌고 있다. 소금이나 된장, 간장이 없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소금을 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소금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함경북도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요 몇 년 동안 큰물피해가 반복되면서 주요 소금 생산지인 황해도와 평안도 염전들마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량이 적으니 수입해서 보충해야 하는데, 재정부족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량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식량문제로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는 신소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하소연한다. 황해남북도를 위주로 함경남도, 강원도 등지에서 연일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소식에 먹을 만한 풀뿌리라도 보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식량난이 악화된 것에 대해 그는 “식량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를 강성대국 원년으로 공표하려고, 우리 위대한 장군님께서 경제 부흥을 위해 친히 나서 중국도 수차례 다녀오시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느냐. 중국으로부터 50만 톤 식량을 들여오려던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대외 무역일군들이 발 벗고 뛰어다녔다고는 하나 아무 성과가 없었다. 갑자기 장군님이 돌아가시고, 100일 애도 기간 동안 무역 거래가 거의 중단되면서 식량 수입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자생력이 크게 약화된 것도 문제였다. 애도 기간 동안 시장 거래가 제한되면서 하루벌이 주민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하루벌이로 살아가는 도시 로동자들에게 (추모기간) 10일이란 사형선고와 같았다. 설 명절이 다가와 가까스로 숨통이 터지는 가 했는데 또 100일 애도기일을 선포하고, 시장들마다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니 때 이른 보릿고개를 만났다. 하루살이 로동자들은 얼마 안 되는 밑천을 다 먹는데 쓰느라고 다시 장사할 밑천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초반에는 견딜 만 했던 중층 부류들도 나중에는 앉아서 까먹기만 하다 보니 모두가 꽃제비 신세나 다름없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황해남도 해주시의 한 간부는 “농촌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먹을 게 있어야 했는데 우리 도(황해도)는 큰물피해가 심해 낟알이 평년보다 일찍 떨어졌다. 재정난과 경제난은 전국이 다 마찬가지인데, 유독 우리 도에서부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태양절 100주년 배급 미미
태양절 100주년 기념일이었던 4월 15일 전후로 평양과 간부계층을 제외하고는 일반 주민들에게 특별공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설 명절에도 배급이 없었고, 2월 16일 광명절 때도 태양절에는 배급이 나올 것이라며 그냥 넘어갔는데, 정작 태양절 때도 별다른 배급이 없자 주민들의 실망이 컸다. 함경북도에서는 4.15명절을 기해 세대 당 콩 5kg과 옥수수 7kg을 나눠준 것 빼고는 일체 배급이 없었는데, 식구 수에 따라 1-2kg 정도 더 주었을 뿐이다.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도 배급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안남도 평성시 주민들은“예전에는 아무리 나라 사정이 어려워도, 사탕가루(설탕)나 콩기름은 주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올해가 보통 태양절인가? 우리 수령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우리 공화국의 제일 큰 명절 아니냐. 당에서 선전만 요란하게 해놓고는 아무 것도 공급을 안 해주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새 지도부가 올라선 뒤에 처음 맞는 큰일이라서 준비가 덜 되었을 거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지방에서 올라온 주민 동향 보고를 접하고, “100일 애도 기간이 끝나고,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도 하고,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100돌을 맞는 태양절까지 뜻 깊은 행사들이 연이어 열려 이번에는 배급이라도 많이 주지 않겠느냐며 다들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정부 일군들과 특수기관들을 내놓고는 별로 받은 게 없으니, 주민들은 물론이고 중층 간부들마저 모두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평양에서는 태양절을 기념해 한 달 치의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해주었다.
당대표자회 규모의 ‘국토대회’ 실시
새 지도부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식량난 해결 대책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5월 초순 평양에서 국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각 군에서는 3-4명씩, 시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연관부문 일군들이 속속 평양으로 집결하고 있다. 성, 중앙기관은 물론 각 도, 시, 군당, 정권기관 및 국토환경부문 연관단위 일군들을 대거 참가토록 했는데, 그 규모가 지난 11일 열린 당대표자회에 버금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주로 농경지 부족 해소를 위한 산간지 및 유휴지 개간과 식량 증산 방안 등을 집중해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농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할 예정이다. 황해도를 비롯한 곡창지대에서 농민들이 많이 죽어 노동력이 부족한데다가 산으로 들로 식량 대용 풀뿌리, 산나물 등을 채취하러 다니느라 농사일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식량생산을 위한 좋은 방법을 근본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고 대회 개최를 직접 지시하셨다. 날로 심해지는 국내 식량난을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하겠다는 당의 결심을 엿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번에는 뭔가 좀 개변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당 지도부에 조금씩 호감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4.15 대사령 실시에 전국 기쁨의 눈물바다
북한 당국은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대사령을 실시했다. 대사령 규모는 평양에서만 약 7,000명이 사면됐으며, 전국적으로 약 6-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대상은 정치범을 제외한 경범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대사령으로 전국 곳곳에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 서로 기뻐하며 울고 웃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몇 년간 감옥에 갇혀 별의 별 고생을 다 한 아버지, 어머니, 형과 동생들을 만난 가족들은 살아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못 볼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이 살아서 돌아올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가 만났으니 얼마나 감개무량하겠는가. 또 오랜만에 일가친척 집들을 찾아다니며 울다보니 대사령이 끝난 뒤 며칠 동안은 전국이 울음바다에 잠기다시피 했다. 옆에서 가족들이 만나 끌어안고 우는 모습을 보고, 이웃들은 물론이고 간부들도 눈물이 저절로 날 지경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의 범죄자가 석방되어 주민들 사이에 새 지도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식량소식
황해도, 함경도에 “배부른 타령”
중국에 식량을 구하러 갔다 온 황해남도의 한 간부는 소금을 구하지 못해 근심하는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일군들에게 “배부른 타령 하고 있다”고 자조했다. “우리는 소금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먹고 죽지만 않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필요하다. 중국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변질된 것이든 불량식품이든 간에 뭐라도 좋으니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그는 “100일 애도기간이 시작되면서 1월 중순부터 황해도 지역에서는 최하층 주민들부터 먼저 병들어 죽어가다가 2월 들어서는 도시 노동자와 농민들이 굶어죽고 있다. 지금도 각 병원마다 죽어나가는 환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애도 기간 동안 정국 혼란을 염려한 당국에서 통제를 강화해 식량난을 악화시켰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민생활조 해외파견, “먹을 것부터 구하라”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는 소금과 된장, 간장, 고춧가루 등 기초식품 부족으로 식량난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워낙 부족하다보니 시장에서 사려고 해도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값이 비싸다. 북한 당국은 각 단위, 기관, 기업소별로 인민생활물품조를 꾸려 대거 해외에 내보내도록 했다. 식품구입을 중심으로 인민생활소비품을 전담해서 구입하라는 지시다. 그 중에서도 먹을 것을 최우선으로 들여오도록 했다. 4월 말 현재, 중앙당의 한 간부는 각 세관을 거쳐 들어오는 수입물품 중 식품이 8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공업품은 15% 정도이고, 기타 군수품 등이 나머지 5% 정도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입된 식품들은 주로 평양의 식당이나 국영상점, 공급망, 간부 배급 등으로 배분되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배추, 파, 무 등 각종 농산물이 약 30% 정도 된다며, “물량이 딸려서 배추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60톤(30톤 차량 2대 분)을 중국에서 들여와 파는데, 그것도 없어서 못 팔정도로 금세 동이 난다”고 했다.
함북, 소금 구입 비상
함경북도 인민위원회는 소금 구입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가을부터 소금을 수입하려고 애썼으나, 자금 부족으로 아직까지 별 소득이 없는 상태다. 중국과 거래하는 무역일군들에게 소금을 구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아무리 이자를 높게 쳐도 후불로는 계약을 할 수가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일부 군부 무역회사에서 소금을 들여와 청진에 내다 팔고 있지만, 소금이 귀하다보니 가격이 비싸다. 작년 말까지 시장에서 kg당 700-800원대에 거래되던 소금이 올해 초에 900원대로 뛰더니, 최근에는 1,000원을 훌쩍 넘겼다. 이러다가는 옥수수보다 더 비싸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이다. 소금이 없으니 된장과 간장 등 다른 기초식품도 찾기가 어려워졌다. 기초식품공장들마나 자금난과 원료난, 전력난에, 주원료인 콩과 소금 부족으로 생산되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1년 먹을 된장과 간장을 비축해두고 살지만, 대다수 일반 주민들은 그때그때 시장에서 사다 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기초식품을 공급받던 시절은 먼 옛날 얘기일 뿐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조선혜(가명)씨는 “식량이 모자라 영양결핍으로 일어나는 각종 불량현상들과 옥수수 값을 훨씬 능가하는 소금 값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여러 질병이 돌고 있다. 소금이나 된장, 간장이 없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소금을 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소금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함경북도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요 몇 년 동안 큰물피해가 반복되면서 주요 소금 생산지인 황해도와 평안도 염전들마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량이 적으니 수입해서 보충해야 하는데, 재정부족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량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식량문제로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는 신소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하소연한다. 황해남북도를 위주로 함경남도, 강원도 등지에서 연일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소식에 먹을 만한 풀뿌리라도 보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식량난이 악화된 것에 대해 그는 “식량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를 강성대국 원년으로 공표하려고, 우리 위대한 장군님께서 경제 부흥을 위해 친히 나서 중국도 수차례 다녀오시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느냐. 중국으로부터 50만 톤 식량을 들여오려던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대외 무역일군들이 발 벗고 뛰어다녔다고는 하나 아무 성과가 없었다. 갑자기 장군님이 돌아가시고, 100일 애도 기간 동안 무역 거래가 거의 중단되면서 식량 수입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자생력이 크게 약화된 것도 문제였다. 애도 기간 동안 시장 거래가 제한되면서 하루벌이 주민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하루벌이로 살아가는 도시 로동자들에게 (추모기간) 10일이란 사형선고와 같았다. 설 명절이 다가와 가까스로 숨통이 터지는 가 했는데 또 100일 애도기일을 선포하고, 시장들마다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니 때 이른 보릿고개를 만났다. 하루살이 로동자들은 얼마 안 되는 밑천을 다 먹는데 쓰느라고 다시 장사할 밑천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초반에는 견딜 만 했던 중층 부류들도 나중에는 앉아서 까먹기만 하다 보니 모두가 꽃제비 신세나 다름없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황해남도 해주시의 한 간부는 “농촌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먹을 게 있어야 했는데 우리 도(황해도)는 큰물피해가 심해 낟알이 평년보다 일찍 떨어졌다. 재정난과 경제난은 전국이 다 마찬가지인데, 유독 우리 도에서부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 경제활동
태양절 100주년 배급 미미
태양절 100주년 기념일이었던 4월 15일 전후로 평양과 간부계층을 제외하고는 일반 주민들에게 특별공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설 명절에도 배급이 없었고, 2월 16일 광명절 때도 태양절에는 배급이 나올 것이라며 그냥 넘어갔는데, 정작 태양절 때도 별다른 배급이 없자 주민들의 실망이 컸다. 함경북도에서는 4.15명절을 기해 세대 당 콩 5kg과 옥수수 7kg을 나눠준 것 빼고는 일체 배급이 없었는데, 식구 수에 따라 1-2kg 정도 더 주었을 뿐이다.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도 배급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안남도 평성시 주민들은“예전에는 아무리 나라 사정이 어려워도, 사탕가루(설탕)나 콩기름은 주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올해가 보통 태양절인가? 우리 수령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우리 공화국의 제일 큰 명절 아니냐. 당에서 선전만 요란하게 해놓고는 아무 것도 공급을 안 해주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새 지도부가 올라선 뒤에 처음 맞는 큰일이라서 준비가 덜 되었을 거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지방에서 올라온 주민 동향 보고를 접하고, “100일 애도 기간이 끝나고,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도 하고,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100돌을 맞는 태양절까지 뜻 깊은 행사들이 연이어 열려 이번에는 배급이라도 많이 주지 않겠느냐며 다들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정부 일군들과 특수기관들을 내놓고는 별로 받은 게 없으니, 주민들은 물론이고 중층 간부들마저 모두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평양에서는 태양절을 기념해 한 달 치의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해주었다.
■ 정치생활
당대표자회 규모의 ‘국토대회’ 실시
새 지도부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식량난 해결 대책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5월 초순 평양에서 국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각 군에서는 3-4명씩, 시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연관부문 일군들이 속속 평양으로 집결하고 있다. 성, 중앙기관은 물론 각 도, 시, 군당, 정권기관 및 국토환경부문 연관단위 일군들을 대거 참가토록 했는데, 그 규모가 지난 11일 열린 당대표자회에 버금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주로 농경지 부족 해소를 위한 산간지 및 유휴지 개간과 식량 증산 방안 등을 집중해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농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할 예정이다. 황해도를 비롯한 곡창지대에서 농민들이 많이 죽어 노동력이 부족한데다가 산으로 들로 식량 대용 풀뿌리, 산나물 등을 채취하러 다니느라 농사일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식량생산을 위한 좋은 방법을 근본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고 대회 개최를 직접 지시하셨다. 날로 심해지는 국내 식량난을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하겠다는 당의 결심을 엿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번에는 뭔가 좀 개변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당 지도부에 조금씩 호감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4.15 대사령 실시에 전국 기쁨의 눈물바다
북한 당국은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대사령을 실시했다. 대사령 규모는 평양에서만 약 7,000명이 사면됐으며, 전국적으로 약 6-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대상은 정치범을 제외한 경범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대사령으로 전국 곳곳에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 서로 기뻐하며 울고 웃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몇 년간 감옥에 갇혀 별의 별 고생을 다 한 아버지, 어머니, 형과 동생들을 만난 가족들은 살아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못 볼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이 살아서 돌아올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가 만났으니 얼마나 감개무량하겠는가. 또 오랜만에 일가친척 집들을 찾아다니며 울다보니 대사령이 끝난 뒤 며칠 동안은 전국이 울음바다에 잠기다시피 했다. 옆에서 가족들이 만나 끌어안고 우는 모습을 보고, 이웃들은 물론이고 간부들도 눈물이 저절로 날 지경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의 범죄자가 석방되어 주민들 사이에 새 지도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