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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1호

■ 경제활동

양덕 지구 열차 임시복구로 원산 경기 위축

양덕 지구 열차 임시복구로 원산 경기 위축

9월 12일 고원-양덕 열차가 임시개통 되면서 원산의 입지가 다시 축소되고 있다. 수해로 교통망이 두절되면서 임시 교통요충지로서 특수를 누리던 원산의 분위기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잠시 호황을 누렸던 원산 경기도 위축되었다. 원산을 거점으로 열차가 움직일 때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손님들을 대상으로 여러 장사를 하며 살았으나, 양덕-고원 열차가 개통되자 손님이 대폭 줄어들어 수해시기에 음식장사, 물장사, 각종 거간꾼 노릇을 다하며 살던 사람들은 열차나 서비차를 타고 고원지대에까지 나가서 장사를 하고 있다. 또 원산 역 앞에는 사리원, 평성 등 각 방면으로 가는 손님들을 버스나 서비차에 몰아주고 돈을 벌던 일명 ‘몰이꾼’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모두 다른 일을 찾아보고 있다.

꽃제비들은 여전히 열차를 타고 오가면서 도적질도 하고 노래 품팔이나 동냥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열차를 탄다고 다 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꽃제비들도 어느 ‘패거리’속에 들어야 벌이를 안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패거리’에 들지 못하면 혼자서 동냥하기가 힘들며 더욱이 지역마다 꽃제비들이 이동하는 구간이 있어 제 구간이 아니면 매 맞고 쫓겨나기 일쑤다. 그래서 힘이 없고 살기 힘든 꽃제비들은 원산에 그냥 남아 심부름, 동냥, 도적질을 하거나 농촌에 나가 옥수수 서리를 해가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먹을 것은 물론 입을 것도 큰 걱정이다. 잠자리가 따로 없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 하고 있다. 배급도 제대로 못타고 장사도 힘들어지니 꽃제비뿐만 아니라 원산시 일반 주민들도 살아갈 걱정으로 어느 하루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41호)

“도와주라는 말만 하지 말고 배급이라도 제때 주었으면”

강연회와 해설사업을 통해 ‘사회에서 노약자, 꽃제비, 영예군인들을 도와주며 가정들에서 이혼으로 아이들이 방랑하거나 계모가 싫어 집을 뛰쳐나가는 현상을 당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대책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오자, 주민들 사이에 여러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주민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민간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더 이상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지 않느냐며 당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함흥시의 한 영예군인은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한탄하고 있다.

“난 군대에 나가 건설판에서 한 다리를 잃어버렸소. 충성심, 충성심 하면서 내모는 통에 안전대책도 없는 갱도건설장에 들어갔다가 굴이 무너지는 바람에 2일만에야 구조되었지만 다리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었소. 제대해서 집에 오니 누가 나를 먹여 살리겠소. 배급을 주나, 일할 수나 있나? 할 수 없어 이 다리를 가지고 남새(채소) 장사를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술이나 마셔가며 하루하루 살아가오. 회의나 강연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영예군인들을 도우라고 하지만, 사실 사회에서 우리를 무엇으로 도와주겠소. 당에서는 말로만 하지 말고 우리가 먹을 배급이라도 국가에서 제때에 주었으면 좋겠소. 전쟁도 아닌데 군대에 나가 불구가 되어 허울 좋은 영예군인이라는 이름만 가지고 오는 아이들을 머저리라고 욕하고 싶소. 젊은 기분에 시키는 대로 죽을지 살지 모르고 죽도록 일만 하다 병신이 되면 누가 보상해준단 말이오. 아무런 도움도 없는 이 세상에서 한생 병신으로 누구를 고생시키며 살겠소? 영예군인들을 도와주라는 말만 하지 말고 배급이라도 제때 주면 좋겠소.” (41호)

돈 잘 버는 사람들의 비웃음, ‘100만 꽃제비’

돈 잘 버는 사람들의 비웃음, ‘100만 꽃제비’

돈 있는 사람들의 돈 버는 기세가 무섭다. 몇 년 전만 해도 북한 돈 100만원(미 약 360달러, 1달러=28,000원)이면 1년을 충분히 날 수 있을 정도로 큰 돈이었다. 잡화물품이나 채소 장사를 하는 평범한 주민들로선 여전히 꿈꾸기 힘든 돈이지만, 돈 버는 일이라면 불법이든 위험한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하기 때문에 돈을 크게 굴리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많이 벌게 된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율도 20%에서 어느새 30%로 껑충 뛰어올랐다. 북한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요즘엔 100만원 가지고 무슨 일을 하기도 힘들다며 100만원을 큰 돈으로 보지 않는다. 일례로 돈 잘 버는 사람들끼리 다툴 때 “야! 이 100만 꽃제비야!”라고 한다. 100만 원이 요즘 무슨 돈이냐, 꽃제비 수준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일반 주민들의 한 달 생활비가 적게는 3-4만원, 많게는 10-15만원 수준인데 반해, 잘 사는 주민들의 생활비는 한 달에 100만 원 수준이다(아래 표 참조).

국경연선지역의 각 계층별 생활수준 비교

한 달 지출비하루 식비하루 식단주택비주수입원기타
상층주민100만원3만원쌀, 돼지고기,

달걀 10알,

명태 3마리,

각종 과일 채소 등

2천 7백-4천만 원암거래, 마약밀매매,

골동품 장사,

도매장사 등

침대 생활,

각종

전자제품 구비

가정부 고용

중층주민10-15만원3-5천원입쌀밥, 고기, 달걀,

채소, 술 등

150-400만 원암거래, 도강, 장사,

중국 친척 도움 등

하층주민3-4만원1천-1천5백원5대 5밥,

옥수수 국수,

채소 죽

20-150만 원채소 장사, 집수리,

허드렛일 등

밑천 없어

장사 못함

극빈층걸식구걸
* 출처: 「오늘의 북한소식」, 25호

사리원에서는 돈 있는 사람들이 수안이나 배천 쪽의 금을 사 모으고 있다. 금 1g에 4만 원 정도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국가 경제사정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금이 어느 나라의 어떤 돈보다 제일 안전하다고 믿는다. 어떤 부자는 당구장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동시에 식량을 함흥에 가져가 팔면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 금이나 골동품 장사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반면 사리원의 일반 주민들은 되거리 장사를 하거나 돈이 될 만한 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사리원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군인들, 보위부, 보안서, 사법기관, 당, 정권기관 일꾼들이 아닌 이상 배급을 받지 못한다. 비록 곡창지대이지만 군대가 많아 예비식량이 없기 때문이다. 사리원 역 앞에는 해주나 개성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도 손님들을 버스나 자동차에 꽉 채워주는 대가로 한 번에 500-1,000원의 돈을 받는 몰이꾼들이 있다. 꽃제비들은 4-6명씩 떼를 지어 시장패, 역전패로 갈라져 자기 터에 다른 방랑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 꽃제비들은 저녁이 되면 역 대합실에 모여들어 잠을 자고는 헤어진다. 이런 수가 70-80명이 넘는다. 사리원 지방 아이들도 있고, 해주나 평성, 순천에서 온 아이들도 있다. (41호)

되거리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남포 주민들

남포지방은 항구를 끼고 있어 장사가 잘 되고 물품 유통이 빠른 곳이다. 남포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일본산 중고품 되거리 장사를 하거나 신의주 상품을 팔거나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기름, 맛내기, 쌀 등을 파는 장사로 살아간다. 전국 각지에서 장사꾼들이 몰려들어 되거리 장사로 사는 집들이 많다. 강선 제강소와 남포항이 있어 노동자들에게 배급이 나오지만, 이번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식량 값이 오르는 바람에 못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못 산다.

한편 남포지역은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무척 높다. 과거 기독교 조직사건과 보안서 무기탈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아직 그 범인이 잡히지 않은 후유증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 지역에 반정부조직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수해 여파로 전국 물가 상승

수해 여파로 전국 물가 상승

수해 이후 교통 두절로 전국의 물가가 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지역은 쌀값이 한 때 1kg당 1,400원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중부 이남에서는 수해로 수많은 농경지가 유실되었고, 중부 이북에서는 가뭄으로 농사작황이 작년의 2/3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해지역 지원 명분으로 각 도·시·군에서 식량을 거둬 가다보니 내년 식량 예비량이 줄어들어 식량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다. 청진의 쌀 가격이 높다보니 함경북도의 경우 국경연선지역을 포함한 각 시·군의 식량이 청진으로 모여들고 있다. 장사꾼들이 농촌마을의 예비식량까지 가져와 팔고 있다. 산간 지방 주민들은 산에서 뜯어먹을 것이라도 있지만, 청진과 같은 도시 주민들은 식량 외에는 먹을 게 없어 끼니를 이어가며 살기가 더 힘들다.

군대의 식량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인민무력부에서도 함경북도 주둔 군인들에게는 식량 20%를 감량하겠다고 했으나, 아예 배급 전망이 없는 군부대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내년도 식량 확보문제가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근심거리이다. 가을 추수가 끝나봐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내년도 식량 가격이 쌀은 kg당 2,000원, 옥수수는 kg당 1,000원대로 뛸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식량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곡식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어 식량가격이 떨어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벌어먹는 사람들은 치솟는 곡식값 때문에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41호)

쌀 지원으로 수해 지역 쌀 값 제일 낮아

쌀 지원으로 수해 지역 쌀 값 제일 낮아

이례적으로 전국에서 가장 쌀이 싼 지역은 해주와 같은 쌀 고장이 아니라 양덕, 고원 등 수해지역이다. 수해 피해 지역들은 전국 각지에서 지원 식량이 모이는 바람에 쌀 가격이 뚝 떨어졌다. 지원 식량이 들어오기 전만해도 수해피해 지역은 전국에서 쌀 가격이 제일 높았다. 다른 도시들의 쌀 가격이 1,100-1,400원에 거래될 때, 양덕 지역 등지는 보통 1,500-1,600원, 높으면 1,700원까지 올랐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중순 강원도 일부 수해지역에서 130여 명의 수재민이 갱도 안에서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최고 지도부의 명령으로 수해지역에 식량이 최우선적으로 공급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수해지역의 식량가격이 가장 낮다. 당시 수해지역의 수재민들과 꽃제비들은 감자와 옥수수 등 대체 식량에 주로 의존해 생명을 연명했는데, 전국에서 거둬들인 지원 식량 및 한국과 국제기구에서 지원한 식량이 분배되면서 식량 상황이 어느 정도 풀리기 시작했다.

양덕 지구 중에서도 특히 피해가 제일 심했던 신양군에 수매 양정성 부상이 복구책임자로 내려오면서 식량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풀리기도 했다. 전국의 식량을 이 지역에 우선 공급해 구제 사업을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이 지역 주민들은 정량으로 전량 입쌀 공급을 받고 있다. 수해 전부터 잘 살던 사람들은 이 구제 사업이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배급도 없이 고생하던 사람들은 수해 덕분에 팔자를 고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수해복구가 일정하게 끝나면 다시 식량 공급이 중단될 것을 걱정하면서 대다수 주민들은 여전히 식량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양덕 시장의 한 할머니는 쌀값이 싸다는 손님들의 말에 “지금은 수해 때문에 전국에서 지원하고 유엔(한국과 국제기구)에서도 지원했다고 하니 쌀값이 눅지(싸지), 이제 수해복구만 끝나면 줄 배급이 없다고 하더라. 밭은 녹았지 돈은 없지 이제 어떻게 하겠는지 눈앞이 캄캄하다. 돈이라도 있으면 지금 쌀을 사놓아도 되겠는데 온 집안에 남은 것은 생떼 같은 목숨들뿐이어서 방도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41호)

2006년 9월 25일 현재 전국 시장 가격

(단위: kg/북한 원)

청진김책함흥고원양덕사리원해주원산평양
입쌀1,1501,1001,1001,000730750750900900
찹쌀1,5001,3001,3001,2008501,0009001,0001,000
옥수수450400380350260290500430390
옥수수쌀500450430400310350510470440
옥수수국수470420400370300330510450330
밀가루9009009007008509001,000950850
녹말900900950900950950900900
소금250250250200-250250280250250250
된장500500500600200500500500250
간장200200200200200200200200200
기름2,3002,4002,4002,3002,2002,4002,4002,3002,200
맛내기4,2004,2004,3004,4004,2004,3004,4004,3004,200
사탕가루3,6003,6003,7003,8003,6003,8003,8003,6003,600
안남미600700700700600700600600600
고춧가루5,0004,5005,1005,0005,0005,2005,2005,0005,100
고추600400600500600600600550600
미나리400400380350360350350360360
가지200200210210230200200220200
오이200200210150200150150180150
사과1,5001,5001,5001,5001,5001,4001,4001,5001,400
감자200200200200200200230210200
토마토700800800800800700700700700
마늘3,0003,0002,5002,0002,1002,0002,0002,3002,200
배추150150150150150150150150150

쌀 고장 해주, 올해 농사 작황 좋지 않아 쌀 가격 상승

쌀 고장 해주, 올해 농사 작황 좋지 않아 쌀 가격 상승

해주는 부분적으로 수해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가 침수되고 살림집들이 무너져 다시 복구했다. 쌀 고장으로 소문난 해주는 쌀이 풍족해 입쌀밥만 먹을 수 있는 고장이었으나, 수해 피해로 올해 농사작황이 좋지 않아 쌀값이 750-850원까지 오르고 있다. 소규모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한편, 해주 지역은 농사지은 쌀을 군량미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지은 농민들은 물론이고 배급을 타는 군인가족들도 배불리 먹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사정으로 옥수수 가격이 500원까지 뛰어오르고 있다(물가동향 위 표 참조). 옥수수라도 섞어야 그나마 배를 채울 수 있고, 옥수수로 빚은 술을 팔면 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옥수수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해주는 교통이 불편해 큰 장사꾼이 아니면 장사를 하러 다니기 힘든 지역이다. 아무리 돈 많은 장사꾼이라고 해도 금이나 골동품 등 비싼 물건이 아니면 운반비용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해주는 쌀 고장이라 쌀은 다른 지역에 비해 흔하지만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이라 예상과는 달리 꽃제비들이나 영양실조 사망자가 많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41호)

■ 시선집중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평성시-2006년 10월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평성시

평성시는 수해복구를 위해 많은 노동력과 자재 및 자금을 수해피해 지역에 투입했다. 이번 수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평안남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국가적 지원과 함께 한국 및 국제기구 지원은 물론이고, 평안남도 자체에서도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해 피해가 가장 심했던 신양군과 양덕군에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지원 및 중앙 차원의 지원이 들어갔고, 그 이외의 다른 지역들은 평안남도 자체적으로 복구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수해복구를 위해 평성시는 대학, 전문학교 학생들, 공장 기업소들을 동원해 철도와 도로를 복구하고 살림집들을 건설하고 있다. 평성시 주민들은 각종 수해지원과 복구 노력 동원으로 정신이 없다.

이 와중에도 도적패들은 잘 사는 집이나 못 사는 집을 가리지 않고 TV나 녹화기, 자전거 등을 훔쳐 함흥이나 남포, 원산 쪽의 도적 패에 넘기고 있다. 꽃제비들은 역과 시장을 돌며 구걸하며 살고, 이혼한 집의 아이들은 버림을 받거나 집을 나와 꽃제비 무리에 합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악습들이 많아지자 당국에서도 이혼하면서 자녀를 버리거나 부모를 잘 모시지 않는 현상을 막고, 영예군인들을 잘 도와줄 것에 관한 강연제강을 내려 보냈다.

■ 논평

북한 핵실험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다.-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다. 북한당국의 핵실험 감행으로 우리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민족의 자주와 강성대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미사일과 핵무기로부터 진정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핵무기를 손에 쥔다고 과연 주민들을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지. 핵보유국이 되면 전쟁의 두려움 없이 북한 주민들이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지. 거리의 꽃제비들과 버림받은 노인들과 수해로 움막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수재민들이 먹을 걱정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핵실험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이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북한과의 협력사업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거나 남북관계 전반을 파탄시키는 일은 삼가야 한다. 앞으로 핵을 가진 북한과 아무런 대화나 협상을 하지 않고 옛날과 같이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면 몰라도 남과 북이 공존하면서 통일을 추구해갈 것이라면 보다 신중하게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을 중단하기는 쉽다. 그러나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이로 인한 갈등의 고조는 이제까지 그나마 일궈왔던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한 긴장완화와 경제발전의 안정적 기반의 상실을 의미한다. 교류협력사업의 중단은 한반도의 평화에 더 큰 손실을 가져오며 복구를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남북교류협력의 중단이라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이제까지의 지원방식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당국의 핵실험 감행으로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것은 바로 북한주민들이다. 경제봉쇄정책, 교류협력의 중단, 인도주의적 지원 중단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북한 정부가 아니라 하루 먹고 사는 것이 제일 큰 고민인 북한의 일반주민이다. 하지 말라던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해서 그날 이후로 북한주민 전체를 미워하거나 혐오한다면 지금까지 북한주민을 돕기 위해 해왔던 행동과 노력에 대한 정당성과 신념을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 된다. 북한당국이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이 되었다고 북한주민을 혐오하거나 미워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던 바가 결코 아니다. 현재 핵실험으로 인해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북한주민을 못 본 채 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인도적 지원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서, 인도적 지원의 방법과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일이다.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분명히 북한주민의 생존권과 남북협력사업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인도적 지원은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상대에 대한 인본주의적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과는 전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남북관계가 악화되었다고 해서 일시에 중단하거나 그만 둘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와 함께 북한당국에 묻고자 한다. 핵실험 감행으로 북한주민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현재 수해 피해로 수백만 명의 수재민들이 추위에 떨며 배고픔을 이겨내고 있다. 오로지 삶을 연명하기 위해 부모를 잃고 떠도는 수많은 꽃제비, 장애인과 노인들이 방치되는 비정한 사회 분위기, 부상으로 제구실 하지 못하는 영예 군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예전과 같지 않은 북한사회는 핵실험 감행으로 기쁨이 아니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변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지키려 핵을 가지려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우리 정부도 새로운 국가전략을 짜야 한다. 남과 북이 공존하면서 서로 생존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국가생존전략을 새로이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핵보유국을 원하는 북한을 상대로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지킬 묘안을 위해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 북한주민을 북한당국과 분리하는 분명한 원칙 속에서 새로운 남북관계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며,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