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활동
전국 전기 사정 더욱 악화
전국 전기 사정 더욱 악화
전국의 전기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경변 도시에서는 10월 15일에 전기가 끊어지는 바람에 수돗물 공급이 안 되어 자전거나 밀차에 물통 등을 이고지고 끌고 다니며 부지런히 물을 실어 나르는 주민들로 부산했다. 샘물터까지 다녀오려면 보통 30-40분은 족히 걸리는데, 장사나 농사를 짓기에 바쁜 주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다니는 수고를 얼마나 더 해야 할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전기사정이 초래한 수돗물 공급 제한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며칠에 한 번씩 수돗물이 올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이런 수고를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날이 추워지면서 물이 얼어버리지나 않을지 주민들의 시름 역시 깊어가고 있다. (43호)
전기가 없어 탈곡을 못할 정도
전국적으로 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농촌 지역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요즘은 가을 추수철인데도 전기가 없어 탈곡을 하지 못할 정도이다.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의 각 시·군에서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추수를 끝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전기가 없어 야간작업을 못하고 있다.
전기 사정이 이토록 악화된 데는 전기 생산을 위한 충분한 석탄과 원유가 없는 고질적인 북한 경제상황에 있다. 또 이번 수해로 각 지역의 언제(댐)에서 홍수 재발을 우려해 물을 모두 방류하는 바람에 수력발전소를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이유도 있다. 화력발전소들은 석탄과 중유가 없어 가동이 잘 안 되고 있고, 수력발전소들은 언제에 물이 없어 발전가동이 안 되는 탓에 전기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준 전시상태 선포 이후 군부대의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전기 부족의 한 원인이 된다.
북창 화력발전소도 정상 가동을 하기 위해 북창과 안주 탄광 등지의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수송 시간이 길고 생산량이 저조한 상태라 전기 사정이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듯 국가의 전기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경제생활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자, 국방위원회가 전기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돈 있고 권세 있는 집들이 불법으로 공급받던 전기도 적발될 경우 전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경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43호)
가을 들어 불법 월경자 증가 추세
가을 들어 불법 월경자 증가 추세
가을이 되면서 불법 월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해에 농사까지 안 되어 내년 살아갈 걱정이 많은 사람들, 불법적인 일로 돈벌이를 하던 사람들이 불법 월경하는 수가 늘어나 국경연선지역의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단속 검열초소들 외에 매 구간마다 한 두 개 이상 초소가 더 생겼고, 해당지역의 보안원들이 주야로 버스·자동차·기차 여행자들의 신분과 여행증명서, 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200-300리 짧은 길을 가더라도 검열을 받다보면 검열 받는 시간만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증명서 발급도 제한하고 있는데 중앙에서 검열 그루빠가 내려와 2부 증명서 취급 검열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 해에 2회 이상 여행증을 떼거나, 목적지 불명 또는 여행 목적이 분명치 않은 대상자들에 대한 ‘료해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여행증명서 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43호)
‘눈 가리고 해를 가리지’, 불법월경 계속 되
국경연선 지역을 방문 중이거나 여행 중인 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료해 사업’과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동향 정보수집으로, 보위부 및 보안서가 실시하는 숙박검열 및 통제, 미행사업 등이 더 심해졌다. 지난 10월 1일에는 국경연선 지역의 도·시·군들에서 불법월경자를 막기 위한 군중투쟁이 조직되었다. 아침 6-8시 사이에 이 회의에 참가하도록 했는데, 주민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보안원들이 각 길목을 차단하고 행인들을 붙잡아 모임장에 끌어들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회의에는 해당 지역 출신의 불법 월경자들을 한두 명씩 참가시켜 불법월경의 해악과 처참한 실상 등을 증언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불법 월경자 수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어 ‘눈 가리고 해를 가리운다’며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출판, 보도 통제를 아무리 심하게 하더라도 주민들의 이동을 더 이상 막지 못하고, 여론은 발 빠르게 퍼지고 있어 벌써 내년에 살아남을 방법을 고심하는 주민들에게 불법월경단속은 그다지 장애가 되지 못하고 있다. (43호)
가정주부들 낙지(오징어) 말려주는 삯벌이로 돈벌이
가정주부들 낙지(오징어) 말려주는 삯벌이로 돈벌이
청진 시내에서 장사나 고기잡이도 하기 힘든 가정들에서는 주부들이 낙지(남쪽의 오징어)를 말려주는 삯벌이로 살아간다. 청진 시내에서도 바닷가에 위치한 신진에는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아주머니들, 노인들, 젊은 여성들이 낙지말리는 작업을 한다. 낮에는 햇볕에 널어놓고 밤에는 집에 가져가 말린다. 이런 삯벌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서 낙지를 잡아오는 사람들과 안면이라도 있어야 일감을 받을 수 있다.
낙지를 개인당 한 번에 약 20-30kg씩 배당받아 물에 씻은 뒤 말리는데 4-5일 가량 걸린다. 이렇게 받아간 낙지를 말리면 150-200마리(10두름) 정도 되는데, 마른 낙지 1kg당 물 낙지 3-4마리를 삯 값으로 받는다. 약 20-30kg을 말려서 최종으로 받는 삯 비는 보통 물낙지 30-40마리 가량 된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저녁에는 도적이 무서워 집안에 줄을 늘여놓고 말리는데 냄새가 너무 고약해 잠자기 힘들다. 파리가 모여들고 냄새가 심하지만, 돈벌이 수단이 마땅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삯벌이를 하지만 이런 일도 한철이다. 이 벌이가 끊기면 다음해까지 또 다른 일거리를 힘겹게 찾아 다녀야 한다. 낙지 값이 오르지 않아 살림하기가 벅찬 형편이다. 한 달에 일감이 많아봐야 2-3회 정도인데, 최대한 많이 벌면 10만 원까지 벌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을 벌어도 앞일을 생각해서 제대로 사먹지 못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어부들도 낙지잡이를 하느라 하루 이틀 바다에 있는 동안에도 쇠줄을 늘여놓고 낙지를 말린다. 지난 8월의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에 제대로 나가지 못해 지난해에 비해 어획량이 예상보다 적어 어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물 낙지는 kg당 1,500원 미만이며, 마른 낙지는 kg당 5,500-12,000원 선에 거래된다. 낙지, 가자미, 송어, 임연수어, 게 등도 잡힌 수량이 적어 시장에서 값이 오르고 있다. 가자미는 kg당 2,500원, 임연수어 kg 2,500원, 게 500g당 5,000원, 명태는 마리당 2,000-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42호)
새벽을 여는 밀차꾼들
새벽 3시부터 6시 30분 사이가 되면 청진시내로 들어오는 청담 쪽 큰 도로와 경성 쪽 큰 도로에는 수천 명 이상의 밀차꾼들로 분주해진다. 밀차에는 석탄, 나무, 채소 등을 싣고 다니는데, 낮에는 통제하기 때문에 새벽에 밤잠을 줄여가며 일찍 집을 나서 수십 리를 걸어 날이 밝기 전에 시장에 도착한다. 그렇게 가져온 물건들은 낮에 판매한다. 밀차를 밀고 와 장사를 하는 주민들의 잠자는 시간은 하루 평균 2-3시간에 불과하고, 매일 최소 100리 이상 걸으며 밀차에 약 200-500kg까지의 짐을 싣고 다닌다. 이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나가기가 힘든 형편이다. (42호)
군수공장도 제대로 가동 못 해
군수공장도 제대로 가동 못 해
농촌 탈곡장은 물론이고, 공장·기업소 등지에 공급되는 생산용 전기도 겨우 몇 시간밖에 공급해주지 못하는 심각한 전기사정 속에서 군수공장들의 전기공급 사정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청진시 부윤구역에 있는 94호 미사일 공장은 자재와 전기를 보장받지 못해 아예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주요 생산현장에 전기를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산광산의 경우 국가적인 생산기반이라는 차원에서 도내의 다른 전기를 차단하면서까지 생산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전기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특별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나마 생산용 전기를 공급받고 있는 공장·기업소라 할지라도 전압이 낮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기 품질이 나빠지면서 생산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군수공장이 이런 상황이니 일반 주민들은 전기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민들은 전기제품 사용을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며, 충전지를 사용하던 집들도 충전할 곳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전기사정으로 인해 밤만 되면 온 나라가 더욱 깜깜한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43호)
양수기 돌리지 못해 회령 덕흥 탄광 폐갱 위기-2006년 11월호
양수기 돌리지 못해 회령 덕흥 탄광 폐갱 위기
전기사정으로 주요 탄광들이 양수기를 돌리지 못해 갱도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회령 덕흥 탄광은 조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물이 차서 폐갱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른 탄광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발목과 화약이 보장되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일하러 나오는 사람이 30%도 안 된다. 그나마 출근하는 노동자들도 석탄을 몰래 챙겨 가는데 급급하다보니 생산량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22호 관리소에서 운영하는 중봉탄광마저 조업을 중단하면 청진화력발전소나 주민용 석탄은 전혀 나올 수가 없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개인들이 사굴에서 탄을 캐기 시작한다. 벌써 석탄이 한 양동이당 5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이제 날씨가 더 추워지면 석탄 값이 뛰어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돈 없고 힘없는 주민들은 겨울용 땔감을 위해 가을걷이가 끝난 옥수수 밭에 나가 옥수수 대나 뿌리, 널려 있는 옥수수 짚을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 (43호)
쿠바에 수출할 철 생산도 어려워
전력 등의 에너지 문제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청진 제철소는 이번에 쿠바에 보낼 철을 생산하지 못해 내각에서 지도 그루빠까지 내려왔으나 특별한 개선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기가 부족해 무산광산이 조업을 중단하다시피 했고, 무산-청진간 장거리 정광수송관이 작년 겨울에 동파된 곳이 많아 정광을 열차로 수송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차량에 노동자들이 손으로 광석을 퍼 담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 역시 자주 정전되고 전압이 보장되지 않아 열차 운행 시 한 정거장 가면 뒤 전기를 차단하고 앞 전기를 투입하는 식으로 전압을 겨우 겨우 끌어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더디게 운행하다보니 무산에서 청진 제철소까지 하루에 1,000톤 수송하는 것도 벅차다. 청진 제철소는 10월 9일까지 5,000톤의 철을 쿠바에 수출해야 했으나, 석탄·콕스·정광·전기 등 전반적인 원료와 에너지 부족으로 기일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언제까지 보내줄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 지도 그루빠가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함경북도 내의 일체 전기를 모두 무산광산과 청진 제철소에 집중시키는 바람에 함경북도는 암흑천지가 되어버렸다. (43호)
“조금만 잘하면 통째로 우리 사람들의 마음을 몽땅 가져갈 수 있다”
그는 체제가 변하길 바라면서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북한을 우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체제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남한이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인민들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라고 했다.
“조금만 잘하기만 하면 통째로, 우리 사람들의 마음을 통째로 몽땅 가져갈 수 있다. 이미 그런 추세다. 너네 어떻게 나와도 타협하자 나서면 남(남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적대시하는 것은 미국이다. 정권끼리는 그렇게 해도 민간단체는 나가지 않느냐. 우리나 아랫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남조선에 대해 아무 (나쁜) 감정 없다.”
이미 북한의 엘리트들은 어느 정도 남한과의 관계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과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한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북한이 담화하자고 하면 한국이 바로 응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믿음을 더 공고히 하고 한국에 우호적으로 만들려면 한국이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북한 정부와 북한 주민을 구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평민들이야 입에 풀칠하는데 바쁘기 때문에 민족의 명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벼랑에 몰려도 그래도 믿을 데라곤 우리 민족밖에 없구나.”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어렵더라도 더욱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 논평
한반도 평화,북한 주민 인권 개선, 대북화해협력’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2006년 10
‘한반도 평화, 북한 주민 인권 개선, 대북화해협력’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 어려운 때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PSI 참여 요구와 대북 정책 재고 및 대북 경제 제재의 동참 요구 등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정책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차분하게 우리의 목표와 원칙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목표를 위한 전략 수정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확고한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위치가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과 가장 확연히 다른 점은 바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대전제이다.
한반도의 평화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북한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동참하는 결의 사항에 한국 정부가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를 해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무관하게 조건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지원물품 중 일부가 간부들이나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그들도 비공식적이지만 시인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야 한다.
그것도 굶주리지 않을 정도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하층민에게까지 갈 수 있도록 넉넉히 주어야 한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줄 때에만이 감동을 줄 수 있고, 상호신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북화해협력 기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남북한의 교류협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가져왔다. 일부에서 우려하듯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려운 사건을 맞았음에도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정세 인식이 차분하고 냉철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인식 변화가 비단 남한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엘리트를 비롯해 평범한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남한을 더 이상 적대국가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남북교류협력 정책의 한계는 계속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그 뿌리를 흔들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조용히 돌아보자. 남북한 주민들이 평화롭게 잘 어우러져 살기까지 ‘가는 길 험난해도’ 우리가 원칙을 공고히 견지하면서 설득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닥치더라도 ‘웃으며’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북한 주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그들의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우며,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쟁취해가는 주체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비로소 평화통일의 꿈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빗 페틀리 교수님의 글-2006년 10월
북한의 수해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 이상으로 북한 당국에게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안남도 양덕을 중심으로 성천, 신양 등 일명 양덕지구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농작물 피해가 매우 심각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분명 해서는 안 될 일이었고, 공분을 자아낼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힘없는 북한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고 봄철 농사를 지으려면 쌀은 물론이고 쌀보다 귀한 비료가 필요하다. 민간단체들만이라도 나서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북한 당국의 대화와 협상 의지를 더 이상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화만이 평화적 해결의 유일한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해 피해 규모에 대해 단서를 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번 호에는 데이빗 패틀리 교수의 북한 양덕 위성사진 판독과 그 소견을 특별기고로 싣는다.
북한의 2006년 7월 14일-17일 홍수와
산사태 자연재해에 대한 평가
데이빗 페틀리 교수(영국 더햄대학교 국제산사태센터)
2006년 7월 14일-17일에 수퍼 태풍 빌리스는 중국의 중앙을 건너 한반도의 북부를 강타했다. 아시아대륙을 횡단하면서 태풍의 세력이 다소 약화되었으나, 엄청난 양의 비를 중국과 북한에 퍼부어 급기야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났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후난, 후지안, 광둥, 지앙시, 제지앙과 광시 등지에서는 사망자 612명에 실종자 208명의 인명피해가 있었으며, 완파된 가옥이 26만 5천여 채, 반파된 가옥이 32만 여 채에 이르고, 농경지는 26만 2천여 헥타르가 훼손되었다. 이 태풍의 직접적인 피해 액수만 미화로 약 3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피해규모는 중국에 비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보고에 따르면 양덕에는 3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단시간에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지역의 평균 연간 강수량은 1,100mm에 불과하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한 민간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만 수백 또는 수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심각한 유형무형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산사태센터(International Landslide Centre (ILC))는 영국 더햄 대학교내의 산하기구로 2003년도에 설립되었다.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개발도상국에서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제개발도상국(네팔, 부탄, 중국, 베트남, 페루, 대만,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에 산사태 방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산사태 가능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산사태와 낙석 패턴을 시기와 공간적으로 분석해 그 피해를 줄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ILC는 이번 태풍 빌리스가 북한 산사태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히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측량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2006년 10월 한국의 장마가 끝날 즈음 북한 피해지역의 위성사진을 의뢰하여 피해의 정도를 대략 측정하고자 했다. 이번 태풍으로 양덕이 가장 심하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져 위성사진 촬영은 양덕을 중심으로 촬영하였다. 비록 피해지역의 일부분만 촬영되었으나, 이번 수해의 피해규모를 가늠해보고 분석해 볼 수 있었다. 위성사진은 TopSat, Quinetiq에서 운영하고, 영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고해상도 저요금의 위성촬영장비로 촬영되었다. 톱셋이 이런 경우와 용도로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사진은 아주 맑은 날인 2006년 10월 1일에 촬영되었다.
태풍 피해를 살펴보기 위해 양덕 사진을 세밀히 검토해 본 결과 다행히도 2003년도 구글어스 고해상도 위성사진으로 피해 이전 상황을 비교할 수 있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최근 촬영한 사진에는 엄청난 규모의 홍수와 산사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홍수는 평지 전역을 휩쓸어 교량과 건물을 강타해 많은 시설물들이 완파되거나 그에 상응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의 피해건물이 주거전용 건물이고 주거건물의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것과 홍수가 한 밤중에 일어난 사실 등을 고려해볼 때 사망자 수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소한 27개의 건물이 완파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주택 건물이다. 홍수로 인해 훼손된 건물들이 어느 정도 파괴 되었는지 위성사진 상으로 읽을 수는 없지만, 상당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사르노에서 일어났던 홍수*때만큼 건물의 파손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아래층에 있던 사람들은 물에 빠져 익사하거나, 산사태로 인해 파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침적토가 쌓여있는 모습이나 진흙더미들을 통해 산사태의 흔적도 쉽게 찾을 수 있다(그림 1). 피해는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나타나며, 큰 건물들이 파손되었다. 떠내려간 교량과 파손된 도로 및 철로, 저수지에 가득 찬 침적토 등의 여러 증거물로 보아 이번 홍수가 인프라에도 심각한 손상과 손실을 입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농경지에도 상당히 많은 피해가 나타나 식량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수 이후 읍내나 주변지역에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재건되는 건물의 숫자는 파손된 건물에 비해 여전히 극히 적은 수이다. 현재 본 위성사진만으로는 북한의 홍수피해규모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 상황이 매우 심각한 사실은 분명하다.
사진이 보여주는 피해규모로 보면 이 지역에서만 사망자 수는 수백 명이 아니라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겠지만 이 위성사진으로 유추해보면 전체 홍수 피해 사망자 수는 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이번 여름에 불어 닥친 태풍 빌리스가 북한에 대 참사를 일으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이 명백한 사실이다.
○ 저자는 사진을 제공해주신 Qinetiq의 엘레인 벡스터와 팀 앤더슨씨께 감사드립니다. ================================================================= 데이빗 페틀리(David N. Petly) 교수 약력
영국 더햄대학 지리학과 교수
(더햄대학 산하) 국제 산사태 연구소장
Wilson Professor of Hazard and Risk
International Landslide Centre
Department of Geography, University of Durham
지난 9월 6일 영국 노팅햄에서 열린 세계지리학회 주최 제10차 IAEG; 국제 지질학회의에서 도시 산사태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던 페틀리교수는 지난 7월 14일-16일에 태풍 빌리스로 인한 북한의 산사태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최대의 산사태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며 공식 발표된 북한의 홍수피해 규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