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73
◎ 이름:수강생
◎ 작성일:2002.5.19(일) 16:20
11기통일대화마당 세번째 강의를 듣고.
금요일 저녁, 평범해 보이는 한 주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생활 속 통일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벌써 몇 년째. 직장까지 그만두고 뛰어든 ‘북한 동포돕기 거리모금’.
그 분의 실천은 그 어떤 운동보다도 통일의 값진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작지만 큰 실천이 아니었습니다. 실천은 작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행동으로 행했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일이니까요.. 모금 같은 건 통일에 있어서 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그 동안 북한동포돕기 거리모금을 한다는 건 여기저기서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북한동포돕기 모금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통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꼭 거대한 얘기를 해야 통일 얘기를 한다고 느끼는 편협한 저의 사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모금운동은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금운동’하면 그저 누군가가 하고있겠지… 그래, 지나가다가 보면 꼭 돈을 넣자.. 그 정도의 생각밖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에서 유애경 선생님은 저와 달랐습니다. 선생님은 그 일을 자신과는 떼놓을 수 없는 일로 여기셨고, 이거 저것 따지지 않고 단숨에 거리로 뛰어들어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을 시작하셨으니까요..
물론 선생님은 한 아이의 엄마로써 배고파 죽어가는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생각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처절한 상황에 대해 듣고 마음아파할 수는 있지만 거리에 뛰어드는 건 아무래도 꺼려지는 일입니다.
"내 아이는 이렇게 엄마가 있고, 배곯는 일은 없다. 그러니 저 아이들을 살리는 건 바로 내 몫이다"
"불쌍해서 어쩌나… 내 아이들은 절대 저렇게 배고프게 놔두지 말아야지"
미묘하지만 이러한 두 생각의 차이가 바로 유애경 선생님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제가 모금운동을 하찮게 여겼던 것도 직접 뛰어들 용기가 없음을 가리기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아니, 맞습니다, 변명입니다. 참 부끄럽네요.. 더구나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저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정말 한 소리 하고 싶을 뿐입니다.
금요일 저녁,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과 나누기를 하면서 제가 얼마나 머리가 앞서는 인간인가를 또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슬펐습니다. 제 가슴은 이미 반쯤 굳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솔직히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가슴보다는 머리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말씀을 들을 땐 몰랐는데,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들은 저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고, 슬프게 했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부끄러워 하루내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쓸모없어 보이고, 하찮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제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습니다.
전 제가 선 위치에서 무언가를 하면 된다는 깨달음이랄까요.. 마냥 자신을 탓하고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유애경 선생님을 비롯해 수많은 선각자들을 본받으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해왔던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고, 언젠가 저를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제가 하던 모든 일을 놓고 뛰어들 수도 있겠죠. 어쨌든 계속 저를 채찍질해가려 합니다.
그 길에서, 힘들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유애경 선생님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계신다면 같은 길은 아니더라도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제가 해도 될 말인지 모르겠지만. 가끔씩 힘들 때가 있으시더라도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감사했구요.. 그 자리에서 나누기 함께 해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