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번에 새로 나온 ‘비닐똥’이란 동화책을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글 한 편 한 편 모두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글이더군요. 특히 ‘비닐똥’은 북한 아이들의 아픔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김바다 님 :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학교 대표로 나가고요, 어른이 되어서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쓰고 싶었지만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입니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했어요. 책을 읽으며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필요성도 느꼈고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하다 한계가 느껴 동화를 쓰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첫 동화집인 ‘비닐똥’이 나온 뒤 무척 아쉬웠어요. 북한 아이들 이야기로 책 한 권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입니다. 이 책에 북한이야기는 1편밖에 없거든요. 지금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없어요. 다음에는 꼭 북한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책 한 권을 내고 싶네요.
편집자: 좋은벗들 소식지에 오래 전부터 여러 편의 글을 써서 보내주셨는데요, 좋은벗들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었는지요?
김바다 님: 몇 년 전 TV에서 북한식량난과 꽃제비에 대한 내용을 보고 ‘꽃제비’에 관한 시를 쓰게 되었어요. 좋은벗들과는 소식지에 그 시를 싣게 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뒤로 좋은벗들에서 출판한 북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시를 쓰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에 좋은벗들에서 진행하는 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중국 땅 압록강에서 본 강건너 북한의 뙈기밭을 보았습니다. 산꼭대기까지 밭을 일궈 곡식을 심어 놓았더라고요. 눈물도 안 나오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어요. 살기 위해 애쓰는 북쪽 사람들의 처절한 싸움을 보았습니다.
또 백두산 줄기를 타고 다니면서 추위와 싸우고 일본군과 투쟁한 독립군들의 고생이 그대로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독립군들의 삶을 담은 동화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편집자 : 글을 쓰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바다 님 : 글을 쓰는 일은 어려워요. 특히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써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듭니다. 또 글쓰기는 언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껏 다양한 글을 써보았지만 저의 몫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런 만큼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요.
편집자: 글을 쓰시면서 통일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될 것 같은데요. 통일에 대해 바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바다 님 : 독일 통일 이후 동독주민들은 2등 국민이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통일되면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할 거예요. 북한 사람들은 조선족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을 것입니다. 통일을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외국인, 조선족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젊은 사람들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북한이 우리와 한민족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서 전하고 싶습니다.
편집자 : 앞으로 어떤 동화를 쓰고 싶으세요?
김바다 님 : 요즈음 동화는 일상에만 머물러 있어서 깊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 특히 북한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북송된 가족들 이야기, 탈북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동화로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싶어요. 지금 나와 있는 북한 관련 동화는 추상적이거든요.
비닐똥’과 같이 외면할 수 없는 북한 현실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북한 사람들의 아픔은 잘 잊어버립니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그런 문제를 다룬 글을 써서 상기해서 잊지 않아야지요.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풍족하게 사니깐 아까운 줄을 몰라요. 학교에서 급식할 때 보면 아이들이 입맛에 안 맞는다고 음식을 많이 버려요. 동화를 읽으면서 서서히 변화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상도 해봐요. 유전공학 기술로 슈퍼도마뱀을 만들어서 특수 사료를 먹이고 키워서 꼬리를 잘라먹는 거예요. 북한에 그 수퍼도마뱀을 북한으로 보내는 이야기를 글로 썼는데 다시 써 보려고 해요. 작가는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상상은 언젠가는 현실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