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강행군
정토출판 1999
권혁 지음
나는 함경북도 청진시에 사는 30세의 남자다.
아버지는 원래 중국 길림성 연변에 거주했는데, 중국이 식량기근을 겪던 60년대에 할아버지를 따라 조국에 귀화하셨다.
아버지는 조국에서 어머님을 만나 결혼하여 누이와 나를 낳으셨다.
부모님은 병과 굶주림으로 돌아가시고, 시집간 누이마저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중국에 있는 친척의 도움을 받으려고 97년에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 2년째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배급이 끊어진 5,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조선의 식량난은 모든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도록 했으며, 나도 앉아서 굶어 죽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96년 봄부터 닥치는 대로 장사를 하여 오늘까지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이글은 98년 가을부터 99년 봄 사이에 내가 조선의 곳곳을 장사하러 다니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나는 내가 체험한 사실을 중심으로 기아와 질병, 추위와 공포에 휩싸여 삶이 아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아득바득 몸부림치는 조선 사람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이 글을 썼다.
[지은이가 쓴 글 중에서 현재 북한에서 쓰는 용어와 화법은 그대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또한 지은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지은이가 장사한 행적이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주변 사람들의 신분과 거주등은 일부 변경하였습니다.
지은이의 바람대로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국제적 지원이이루어지는데 이 글이 일조하기를 바랍니다. 넓고 깊게 보고 이해하는 데서 사람이 생겨난다는 믿음으로 이 글을 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