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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74호

■ 시선집중

식량 부족 심각, 5월 중 식량 가격 급상승

5월 들어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던 시장의 쌀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국경연선지역인 회령, 무산, 새별, 온성 등의 쌀값은 5월 초 800-850원선에서 5월 말 현재 900-950원으로 뛰어올랐다. 옥수수는 250-270원에서 350원으로 올랐다. 도매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청진 수남 시장의 쌀값은 1,050원이고 함경남도 함흥은 1,100원대이다. 이 두 지역의 옥수수 가격은 450-460원선이다. 양강도 혜산, 자강도 강계, 강원도 원산 등 다른 지역의 도 소재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 소재지의 식량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이 여파로 김책, 신포, 만포, 개천, 문천, 희천 등 각 지역의 큰 도시에서도 식량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다.

5월말 주요 도시 식량 가격

(단위:kg/북한 원)

함흥청진회령
입쌀1,1001,050900-950
옥수수440-450460350
밀가루1,4001,3001,250
이처럼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북한 국내 식량 보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경제활동

식량 부족 심각, 5월 중 식량 가격 급상승

5월 들어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던 시장의 쌀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국경연선지역인 회령, 무산, 새별, 온성 등의 쌀값은 5월 초 800-850원선에서 5월 말 현재 900-950원으로 뛰어올랐다. 옥수수는 250-270원에서 350원으로 올랐다. 도매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청진 수남 시장의 쌀값은 1,050원이고 함경남도 함흥은 1,100원대이다. 이 두 지역의 옥수수 가격은 450-460원선이다. 양강도 혜산, 자강도 강계, 강원도 원산 등 다른 지역의 도 소재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 소재지의 식량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이 여파로 김책, 신포, 만포, 개천, 문천, 희천 등 각 지역의 큰 도시에서도 식량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다.

5월말 주요 도시 식량 가격

(단위:kg/북한 원)

함흥청진회령
입쌀1,1001,050900-950
옥수수440-450460350
밀가루1,4001,3001,250
이처럼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북한 국내 식량 보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장원 대부분, 옥수수 꿔먹어

식량 가격의 상승은 식량의 원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호미, 군축미 등 국가에서 내놓을만한 쌀은 거의 시장에 나온 상태이다. 이제 각 개인들이 자체 보유한 식량으로 어느 정도 지탱할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농촌에서 시장으로 조금씩 흘러들어가던 쌀과 옥수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농장원들의 식량은 한 마디로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현재 전국의 농장원들은 식량이 바닥나면서 화교나 장사꾼들에게 옥수수를 꿔먹는 실정이다. 옥수수 1kg 빌리면 가을 추수철에 입쌀 또는 벼 2kg으로 갚아야 한다. 그런데 옥수수 꾸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면식이 없으면 주지 않는데다, 간혹 돈주에 따라 그 집에서 돈 벌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세세하게 따지기도 한다. 괜히 꿔줬다가 돌려받지 못할까 봐서라고 한다. 돈주들은 작년 빚도 갚지 못한 농장원들에게 또 꿔주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갚을 능력은 안 되는데 갈수록 이자는 높아지고, 그마저 꾸기도 힘들어져 이래저래 농장원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농장원 전체가 빚더미 오른 농장도 있어

평안남도 증산군의 한 농장은 2년째 농장원들이 분배를 제대로 받지 못해, 농장원 전부가 빚더미에 빠져 있다. 해마다 이자가 올라 모두 “올해 농사철에 국가에서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우리도 일하지 않겠다. 올해도 꿔먹으면 앞으로 3년 농사를 지어도 갚지 못할 것이다”며 아우성이 높다. 이번 중앙 검찰소 검열 기간 중 이런 내용이 상부에 회부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당국에서 고리대에 대해 모종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전염병 여파로 초모사업 한 달 늦어져

올해 군대 초모사업이 전염병 여파로 한 달여 늦어졌다. 매년마다 3월 중 시작해 4월에 마무리되는데, 올해는 전국적으로 성홍열,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도는 바람에 4월 25일에 시작해 5월 초에 끝났다. 올해 입대 연령은 만 17세 이상 26세 미만에서 만 17세 이상 24세 미만으로 변경됐다. 남자는 신장 158cm, 여자는 155cm를 표준으로, 성비를 8대 2로 맞춰 모집하도록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남자들이 표준 신장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남녀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해 모집 인원을 채우기도 했다. 오랜 영양부족으로 청소년들의 신장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군인모집 규정을 보면 일반 병종은 10년, 기술 병종은 12년의 복무를 하도록 되어있다. 군 복무 기간이 끝나면 자원 복무와 의무 복무를 약 3년 내지 5년 더 하게 된다. 기술 병종은 거의 모두 자원 복무만 3년 이상 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총 15년 동안 군복무를 하게 되는 셈이다.

“전기세는 쓰는 만큼만 내자”

함경북도 온성에서는 5월 24일 오후부터 전기세를 납부하지 않는 세대에는 일체 전기를 주지 않고 있다. 당국에서는 전기세를 납부해야만 공급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동안 함경북도의 경우 하루에 약 3시간가량 공급해왔다. 그러다 농촌 동원이 시작된 직후인 5월 21일부터 낮에는 4시간, 밤에는 3시간(밤 10시-새벽 1시) 가량 공급되고 있다. 1/4분기(3개월)의 전기세를 걷고 있는 요즘, 주민들은 “전기는 그렇게 밖에 안 주면서 전기세는 꼬박 꼬박 챙겨 간다”며 불만이 많다. 이웃들끼리 모이면 “이번 전기세는 쓰는 만큼만 내자”고 아예 공개적으로 의견을 맞추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간부는 “예전에도 전기 공급 상황은 지금보다 더 못했는데, 이렇게까지 주민들이 떼 지어 소란 피우기는 처음이다”고 했다. “중앙 검찰 검열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간부들 눈치를 덜 보게 된 것과 관계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제는 먹고 사는 것마저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 쌀 50kg 이상 판매 시 몰수

식량 규찰대가 시장에서의 쌀 판매를 감찰하고 있다. 한 사람이 50kg 이상 팔면 몰수해서 양정수매점에 넘긴다. 소수 도매상에 의한 독과점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그렇게 쌀 장사꾼에게 몰수한 쌀을 kg당 44원에 사들여 소비자에게는 시장가격보다 200-300원 싼 600원대에 팔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쌀 판매가 위축된 것처럼 수매점에서 쌀 사는 사람들을 보기도 힘들다. 주민들은 대체로 쌀 대신 옥수수를 사는 형편이다. 간혹 입쌀을 사더라도 1-2kg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금은 있는 것도 팔 때”

주민들이 구매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쌀 뿐만이 아니다. 오이 1kg에 2천원, 배추는 보통 7백원, 비싸면 1천원까지 한다. 돈 나올 곳은 없고, 장사해도 하루 벌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구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진의 한 주민은 “지금은 배추 1kg에 800원이 아니라 400원이라고 해도 사먹기 바쁘다. 지금은 있는 것도 팔 때”라고 했다.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2002-3년 즈음 어렵게 장만한 세탁기, 텔레비젼 등 가전제품을 시장에 내다파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자전거든 뭐든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이렇게 조절하게 된 것도 고난의 행군 거치면서 경험으로 알게 된 결과라고들 말하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

국경연선지역은 위축된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 달에 30만-50만 원씩 소비하던 잘 사는 집들도 요즘은 한 달에 20만원 쓰면 잘 쓰는 편에 든다. 물가는 별다른 변동이 없으나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태이다. 전국 주요 도매 시장 중의 하나인 청진 수남 시장에서도 상품이 팔리지 않아 아우성이다. 예년만 해도 2-3일에 10만 원 벌이 하면 기분 나빠하던 소매상인들이 요즘엔 하루 1-2천원 벌기도 힘들어 한다. 도매상인들도 지방 상인들에게 5천원 이하면 아예 팔지 않다가 요즘엔 단 돈 천원이라도 가져가겠다면 파는 상황이다.

청진의 한 도매 장사꾼은 “하루 30-40만원 벌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하루 2만원 벌기도 바쁘다”고 울상 지었다. 청진 수남 시장에 가보면 싸우는 목소리들이 높다. 상인들끼리 손님을 서로 끌어당기려고 가격을 더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도 장사가 안 돼 가격을 낮추다보니 예전에 50원 남기던 것이 요즘엔 5원 남기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너나없이 요즘 유일하게 돈 벌 수 있는 건 얼음(빙두)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농사철, 공사장 이탈자 속출

처자식과 부모 생각에, 그리고 농사철을 맞아 올해 농사 걱정에 공사장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로 밤중에 달아나는 사람들이 많아 공사장에서는 규찰대를 동원해 이탈자를 막느라 분주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개인 소토지를 가꾸려고 처분 받을 각오를 하고 속속들이 집으로 도망치고 있다. 함경북도 어랑 발전소 건설 현장은 물론 양강도 삼지연 공사장과 최근 시작한 백암, 연사 등의 도로 건설 현장 등 어느 공사장에서도 예외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 작업의 끝이 안 보이는데다 농사철은 다가오는데 집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달아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작업장 이탈에 대한 처벌보다 올해 농사를 놓치면 부모와 처자식들이 다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더 앞서있다. 보안서에 붙잡히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에서 올해는 무조건 식량배급을 준다. 절대 동원에서 뺑소니치지 말라”는 소리에, 초기에 잡힌 사람들 중 몇몇은 “농사를 하지 않고 무엇을 먹고 살겠는가, 정부에서는 해마다 올해는 배급을 준다 준다하면서 언제 한번이나 제대로 준적이 있는가. 자기 절로 농사를 해서 먹는 것도 법에 걸린다면 아예 우리 모두 죽여라. 우리도 늙은 부모나 어린 자식들을 먹이면서 혁명해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오히려 큰 소리 치기도 했다. 점점 이탈자들이 늘어나 함경북도에서만 약 2만 여명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 버리자 보안서에서도 누구를 붙잡아야 할 지 난감해하고 있다. 일부 보안서에서는 하는 수 없이 초기에 잡은 사람들을 돌려보내면서 다시 건설장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부분은 “집에서 먹고 살 식량을 달라. 그러면 건설장에 가겠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집 소토지 농사를 지어놓고 우리 발로 돌아가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