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긴급 홍수 방지 거듭 지시
내각에서는 서해안 지역에 긴급 홍수 방지 지시를 내림과 동시에 해당 관계인원들이 현지에 내려가 직접 지도 지휘하고 있다. 지난 해 너무 극심했던 홍수 피해를 거울삼아 이번엔 사전 군중 이동을 조직 지휘하며 예방훈련을 하고 있다. 또 8월 13-17일 사이에 대량 홍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홍수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라디오와 TV에서도 13일부터 17일 사이에 서해안 지역과 자강도에 최고 강우량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집중 호우로 곳곳에서 교통 통신 두절
지난 8월 초부터 퍼부은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고 교통이 두절된 곳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원산, 평안남도 양덕, 신양 등지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바람에 한 발작도 내딛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원산은 전화가 단절됐고, 양덕은 8월 3일부터 지금까지 기차가 멈췄다. 신의주-평양 철도만 살아있는데, 이것도 곳곳이 물 사태로 철로가 파괴되는 바람에 연착이 심하다. 원산-평양 고속도로는 곡산 구간이 산사태에 완전히 막혔으나, 인근 군부대에서 총동원돼 복구 작업이 단시일 내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도로 보수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우회로를 사용 중이다. 신의주도 계속 비가 내리지 않다가 최근 집중적으로 무더기 비가 내려 큰 물 피해가 예상된다. 한편 지난 9일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전화가 안 되고 있다.
■ 논평
신속한 수해피해 발표, 재해 복구의 지름길이다
작년 7월 큰 물 피해에 이어 또다시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최근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발생하는 와중에 큰물 피해까지 겪으니 북한 당국의 근심도 크리라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은 예년과 달리 북한 당국에서 신속하게 피해 소식을 알린 것이다.
긴급 재난은 초기 피해 상황을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하는지에 따라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있으며, 후속 피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긴급 재난은 그 무엇보다 발 빠르고 적절한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이번 북한 당국의 수해 피해 발표는 재해 복구의 초기 대응에 적합한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 사회와 국제 사회는 북한 당국의 소리 없는 지원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수해 피해가 더 확산되기 전에 긴급 구호와 재해 복구에 힘을 모으자.
아울러 함경도, 양강도, 강원도, 평안도 등 일부 지역에 발생하고 있는 아사자 실태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아직 조사가 되지 않았다면 신속하게 조사하여 실태를 공개하고, 한국 사회와 국제 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받아 한국과 국제사회도 아사자의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신속하게 전개하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병든 아들 구하려다 붙잡힌 어머니 사연
비참한 것은 인민들만이 아니다. 조국을 보위하는 명목으로 초소에 선 인민군대 사병들의 생활은 더욱 가슴 아프다. 요즘은 결핵과 간염으로 쓰러지는 젊은 전사들이 많아 자식을 군대에 내보낸 집들에서는 먹을 근심보다 자식 근심이 더 하다. 회령시 망양동에서 맏아들을 군대에 내보낸 한 여성은 1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보고 기절초풍할 뻔 했다. 체력도 좋고 늠름했던 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해쓱한 얼굴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들이 제대 차량에서 남의 부축을 받아 내리는 모습에 그만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했다. 그 아들을 살려보겠다고 낮과 밤을 이어가며, 설기떡 장사를 하며 살아가던 그가 병든 아들 약값을 구하려 두만강을 건너다 얼마 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 어머니는 감옥에서 “중국에 가서 막벌이라도 해서 병들어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하는데, 내가 내 아들을 살리려는데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밤낮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어머니는 며칠 계속되는 고문에 자식 걱정이 더 해 결국 정신분열증에 빠지고 말았다. 어머니가 잡혀있으니 아들이 죽는 건 시간문제라며, 이웃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릉라 88 회사 사장 공개처형
지난 7월 중순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는 릉라 88회사 사장을 체포한 뒤 공개 처형했다. 이번 일로 연사군 당 조직 비서가 해임당하고 군 안의 외화벌이 지배인들이 교화형을 받거나 추방당했다. 이 때 처형당한 사장과 가까운 인물들은 군당이나 기업소를 막론하고 모두 제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죄목은 연사군내 풍경 좋은 곳에 개인 별장을 짓고, 벤츠를 자비로 구입한 뒤 장군님의 배려라고 하면서 몰고 다녔으며, 별장에 매일 젊은 여성들을 불러들여 향락을 즐겼고, 보안서나 보위부 사람들이 별장 근처에 얼씬하지 못하도록 한 것 등이다. 그러다 산림 자원을 보호하라는 상부의 지시 문건을 무시하고 나무를 채벌해 중국에 팔았는데, 항일할 때 쓴 구호나무까지 판 것이 지난 검찰 검열 때 드러나 이번에 극형 처벌을 받게 됐다.
■ 경제활동
철도 노동자들은 그래도 괜찮은 편
함경남도 노동자들 중에 철도 관련 노동자들은 그나마 생활형편이 나은 편이다. 철도는 운송 수단이라, 싼 물건을 타 지방에 가져가 좀 더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장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석탄이나 생필품 물자도 철도를 통해 운반되므로, 야밤에 도적질해 시장에 내다팔면 식량을 사먹을 수 있다. 땔 걱정도 다른 노동자들보다 덜하다. 그래서 식량 구경조차 어려운 요즘 철도 노동자들은 팔자 좋은 직업에 속한다.
식량난에 땔것 없어 더 고생
현재 노동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은 식량뿐만이 아니다. 전기 사정이 힘들어 전기 제품 사용이 불가능하다. 신의주의 주민선 전기는 하루에 3시간도 안 들어온다. 전기라도 있으면 한 여름에 불을 때지 않아도 되는데, 하루에 1-2시간 밖에 안 주니 식량이 있다 해도 땔 것이 없으면 밥을 짓지 못하니 굶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함경남도는 어느 해부터인지 산마다 뙈기밭을 일구느라 모두 벌거숭이산이 돼 나무하기가 매우 힘들다. 어느 도시든지 근방 70~80여리 부근에 땔나무할 곳이 없다. 그래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땔나무 구하러 100여리 걸어 나무를 해오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산에 나무하러 가던 한 중학생 아이는, 다만 옥수수쌀 한 줌이라도 땔 것이 있어야 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땔감 구하는 것도 식량 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아버지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회령 쌀 가격 1,100원대 오르락 내리락
회령시는 요즘 쌀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하는데 아무리 내려가도 1,000원대 이하로까지 내려간 적은 없다. 중국 쌀이 최저 1,000원대이고, 조선 쌀은 1,200원까지 한다. 대체로 1,10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청진시는 지난 달 1,400원대까지 올랐다가 1,250원대로 떨어져 가격 상승이 주춤한 상태이며, 평양은 1,050-1,100원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평양 8월 배급 아직 없어
평양은 7월 22일 까지 전량 배급을 한 뒤 8월 들어서는 아직 배급이 없다. 한국에서 지원 들어온 식량으로 7월 22일까지 충당한 뒤 다시 쌀 원천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원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계속 지원이 들어오고 있어 큰 근심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회령시 쌀 떨어져 옥수수와 감자 배급
회령시도 이제 쌀이 떨어져 배급으로 옥수수와 감자를 주고 있다. 이나마도 식량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모든 공장이나 기업소가 숨을 죽이고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곡산 담배공장에서는 며칠 분량이라도 공급이 됐으나, 다른 공장, 기업소에서는 식량이 없어 노동자들이 식량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다니는가 하면, 장사에 모든 심혈을 쏟아 붓고 있다. 장사를 못하는 사람들은 산에 가서 약초를 캐다 팔거나 산밭을 일궈 농사를 짓기도 한다. 7월 8일 김일성 주석 서거 추모 행사 이후 전력 부족으로 전기도 오지 않아 “밤에는 까막 나라에서 풀죽이나 먹고, 아니면 좀 나을 때는 강냉이밥을 먹고 누워 잠을 자면 다음날은 또 다시 생계를 이어야 할 전투를 시작한다”는 것이 요즘 회령 주민들의 일상이다.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물 펌프가 있어 물 고생은 덜하지만, 시내 아파트에서는 물이 잘 나오지 않아 강변 물을 길어다 끓여먹는 고생도 막심하다.
“로동자들이 살려면 로골적으로 해먹으라”
현재 전국적으로 도당, 시당, 군당을 대표하는 정부 기관들과 보위부, 보안서를 비롯한 비생산 단위의 간부들은 직위를 이용해 잘사는 사람 등에 업혀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보위부와 보안서들에서는 요즘 들어 어려운 형편 속에 비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주머니 털기에 기를 쓰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수백만 명이 아사할 때도 전국적으로 보위부와 보안서의 위법이 기승을 부려 백성들 사이에 유행하던 말이 있었다. “당 일꾼은 당당하게,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안전부는 안전하게 해먹는다”는 말이 그것이다. 당시의 정황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요즘 이 말이 다시 떠오르면서, 현재 생활 형편이 어려운 로동자들 사이에서는 “로동자들이 살려면 로골적으로 해먹으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흥남의 한 노동자는 “모진 고난 속에서 힘든 일,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장사나 품팔이를 하며 살고 있으나, 또 다시 식량난으로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그래서 살자면 이제 체면이요, 법이요 다 제쳐놓고 로골적으로 빼앗든지 훔치든지 해야 살 수 있다. 누가 뭐라던 나라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먼저 먹고 목숨이라도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도 이젠 로골적으로 해먹으며 살아가자고 다진다”며 이제는 더 이상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살지 않겠다는 결의를 내보이기도 했다. 한편 함흥과 흥남, 단천 등지에서는 집이며 집기물이며, 가산 다 팔고 방랑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으며, 남의 집 창고나 강변, 또는 산 속에 들어가 밤을 새우는 사람들, 친척 집을 돌아다니다 집 털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사회적으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낮전등 체면에 그나마 반가운 8 3 작업
조선 남자들의 별명이 낮전등이 된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직장에 나가지 않던 여자들이 장사를 하던 뙈기밭을 하던 아득바득 생계를 꾸리는 데 반해, 남자들은 대낮에 전등이 쓸모없는 것처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래서 아예 생산이 중단된 공장들에서는 요즘 일거리가 없어 고생하는 남자 노동자들을 모아 8,3 작업을 마련해주고 있다. 블로크 찍기, 구멍탄 찍기, 기와 찍기, 시멘트, 모래 판매 등의 부업으로 생계유지에 보탬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이 힘들고 고되지만 하루벌이라도 할 수 있어 목숨 걸고 한다고 한다.
이런 일거리를 갖지 못한 남자들 중에는 주로 손수레를 장만해 삯짐 끄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끄는데 짐 내용물에 따라 천원에서부터 5천 원씩 받는다. 이보다 못한 사람들은 미장일이나 자신의 재간을 살려 하루 생계를 유지한다. 이런 일도 못하는 남자들은 시장까지 물건을 실어다 주는 일을 하는 등 아내의 장사 일을 돕는다. 어쨌든 공장이 멈춰 나오는 것이 없다보니 온갖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밥벌이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요즘 평범한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이다.
이젠 공장에서 8,3 장려
요즘은 공장, 기업소에서 직접 나서서 8․3 작업반을 조직하고, 자체로 식량 해결 방도를 찾도록 노동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공장, 기업소에서 배급을 주지 못하게 되자 노동자들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그동안 8,3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월 8천원, 1만 원 이상씩 내고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사람들과 별도로 공장에서는 8․3식 작업반을 운영해 부업 활동을 마련하고 있다.
회령시, 국방위원회검열 시작
회령시는 8월 l일부터 국방위원회 검열이 시작됐다. 함경북도 전체가 검열에 들어갔는데, 이번 검열의 목적은 연선 주민에 대한 비상 연락체계와 국경봉쇄를 하기 위한 것이다. 식량 사정이 악화되면서 탈북자 발생을 미리 방지할 데 대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아파트 팔아 식량 구입 나서
요즘 함경북도의 일부 주민들은 살던 아파트를 팔고 값이 싼 단층집으로 이사한 뒤 남은 돈으로 식량을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너나없이 같은 처지라 집들이 잘 팔리지 않는다. 다만 일부 잘 사는 간부나 상인들이 가을에 다시 팔 목적으로 이런 집을 구입하고 있다.
남조선 대통령 온다는 소문 쫙 퍼져
8월말 평양에 남조선 대통령이 온다는 소문이 온 평양시에 쫙 퍼졌다. 평양의 일부 시민들은 이번에 이남 대통령이 오면 뭔가 많이 가져올 것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한 입 건너 말들을 전하고 있다.
가뭄에 식수난 겹쳐 고생
최근 무더기 비가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고생이 심했다. 특히 식수 문제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의주시는 도시 전체가 벌써 몇 주일째 물이 안 나와 주민들이 물을 긷느라 야단법석이다. 회령에서도 물이 나오지 않아 모두들 강변 물을 길어다 끓여 마시고 있다. 평양은 다른 도시들보다 사정이 더 열악하다. 고층건물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한 달 째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아 집집마다 위생실 탱크에 물을 저장해 쓰고 있다. 그런데 무더위 속에 물을 한 달 넘게 저장하다보니 물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데다 이물질이 생겨 그냥 마실 수 없는 형편이다. 이 물마저 부족해 물을 길어다 먹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농촌에서는 가뭄으로 농사가 안된다고 울상이다. 식량 나올 데가 없어 오직 자신의 뙈기밭에 목숨 건 한 주민은, 이번 가뭄 때문에 산농사가 망했다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잘못하면 지난 해 참사 재연 조짐
북한 방송에서도 피해 소식을 13일부터 중계하고 있다. 평양시는 물 사태로 도로들이 진흙탕 속에 묻혔다. 보통강이 범람해 주변 가옥들이 침수됐고, 안산호텔 주변이 물에 잠겼다. 또 지하철 건국역이 침수됐고, 대동교는 다리 윗부분만 남고 모두 물속에 잠겼다. 도로와 통신이 마비 상태라 현재 평양 시민들이 총동원돼 복구중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별다른 장비 없이 맨 삽으로 복구에 매달리다 보니 시민들은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고 한다. 한편 비가 멎지 않고, 이 상태로 계속 온다면 지난 해 같은 참사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