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수해 복구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수해 복구에도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이 있다. 바로 수재민들의 먹고 입는 문제다. 집과 도로 보수와 주요 공장 복구도 물론 중요하다. 허나 사람 목숨을 살린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하루 한 끼 옥수수 국수도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먹을 식량이 급하다. 안전한 식수가 없어 급성 설사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약이 필요하다. 헐벗은 사람들에게는 깨끗하고 따뜻한 옷가지가 필요하다. 당장 목숨을 부지하는데 필요한 것들부터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것이 수해 복구의 첫걸음이다.
북한 당국이 외부에 지원 물자를 요청할 때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 ‘라면 대신 철근과 시멘트를 보내라’는 요청은 일단 먹는 문제가 안정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번듯한 집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집 짓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당기간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일단 먹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북한 주민을 살리는 일은 북한 당국만이 할 수 있다. 평양의 피해는 지방의 피해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외부 지원 물자는 일단 피해가 큰 지방부터 배분하기 바란다. 모든 것이 다 급해 보이더라도, 가장 인도주의적인 원칙을 지켜나가기를 다시 한 번 북한 당국에 요청하는 바이다.
■ 시선집중
“농사 잘 된다 해도 굶어죽을 것”
함경북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올해 앞쪽 농사가 수해로 망해서 함북도농사가 아무리 잘 된다 해도 모두 굶어죽게 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황해도와 평안도 곡창지대의 농사가 안됐으니, 내년 군량미를 함경북도에서 뽑아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가뭄 때문에 농사가 가뜩이나 잘 안됐는데, 이젠 살길이 없다고 말한다. 큰 집에 살던 사람들은 벌써 작은 집으로 옮기고 있고, 아파트 살던 사람들도 아파트 팔고 작고 싼 집을 골라 땅집으로 내려오고 있다.
회령-청진 버스 사고, 생존자 단 3명
지난 8월 9일, 회령-청진을 다니는 버스가 회령을 출발해 청진으로 가던 중 산길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50여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사망했다. 보안서 보안원들과 교통 일꾼들이 사고 현장에 달려갔을 때 부상자 3명만 살고 나머지는 이미 현장에서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한 간부는 회령-청진을 오가는 버스 사고가 작년과 올해 벌써 대형사고만 세 차례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후화된 차량에 승객을 가뜩 태우고 산 고개를 지나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하게 된다며, 대부분 절반 이상의 승객이 죽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희생자에 대한 보상체계도 없어 당하는 사람만 안타깝다고 했다.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데 더욱 각별한 조심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 경제활동
회령은 칠보산 관광객으로 북적
요즘 회령 교두에는 칠보산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매일 중국 관광객 200~300명이 드나들고 있다. 회령 숙박업소 중에서는 남원호텔이 제일 유명하다. 남원호텔은 지난해부터 새로 내부 공사에 들어갔는데, 올 9월경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내부 장식을 호화롭게 하면서 많은 투자가 들어가 공사가 완료되면 함경북도에서 최고 수준의 호텔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민군 식량 지원 호소
함경북도에서는 도당지시에 따라 26일 저녁, 인민군 식량 문제로 각 시, 군에 인민반 회의를 조직했다. 회의 후 각 시당 또는 군당에서는 대민 정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항일무장투쟁 시기부터 우리 시 또는 군(지방마다 자기 지역 사실을 결부시킴)의 인민들이 항일투사들을 물심량면으로 적극 지원했는데, 우리 대에 와서 지방군과 인민군대 원호를 잘 못 해 군인들이 매우 어렵게 지내고 있다. 현재 생활이 어렵다고 군인 지원을 소홀히 해서 되겠느냐. 지방군 특히 적위대, 교도대원들이 각성해서 군사 훈련에 성실하게 참가하고, 인민들도 많이 도와 나서자”는 내용으로 인민군 식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아리랑 축전, 돈 없어 못 가
이 달 30일까지 아리랑 축전 관람 명액이 함경북도에 떨어져 주민들을 대상으로 관람자를 선정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노력 영웅 아니면 모범 시민들만 선정되기 때문에, 일단 뽑히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엔 선발된 사람들도 서로 못가겠다고 하는 형편이다. “이 어려운 세월에 먹고사는 것도 바쁜데, 어디 돈 있어 그런 거 다 구경하겠는가”라면서 거절해 정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령시는 150명, 온성은 30명 정도가 선정됐는데, 차비, 숙식비 모두 자체 부담이라 가려고 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강제하지 않는 한 돈 있는 장사꾼들이라도 선정해서 명액을 채워야할 판이다.
황해도 일부 저수지 방류에 인명 피해 발생
황해도에서 무더기비에 일부 저수지가 범람할 위기에 처하자 사전 통보를 제대로 못하고 방류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대거 사망했다. 예성강 물줄기를 따라 황해도의 약 7개 군에서 숱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국에서는 예성강 물줄기를 따른 저수지들이 하룻밤 새 400-500mm 비가 내려 언제가 터질 위험이 보이자, 수문을 열었다고 한다. 주민들에게는 수문을 열기 전에 3방송(유선방송)으로 다급하게 통보했다. 그러나 유선방송을 듣는 주민들이 거의 없어 대다수 주민들이 이 같은 공지를 못 들었다. 텔레비전이 있어도 방송선이 없는 집들이 많았다. 길에 늘인 선을 꽃제비들이 계속 끊어가기 때문이다. 방송을 들은 사람들조차 설마 수문을 열까 하고 대피하지 않았다가 그만 급류에 휩쓸려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한 간부는 “저수지가 터지면 더 야단이니까 터지기 전에 대책하느라 그랬다”고 한다. 한편 강원도에서는 일부 지역의 산사태로 사체들이 임진강 물줄기를 따라 둥둥 떠내려가기도 했다.
평남 순천, 쌀 kg당 1,400원
평안남도 순천에서는 입쌀이 kg당 1,400원, 옥수수가 600원, 찹쌀이 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평안남도 숙천에서는 쌀이 1,200원, 옥수수가 500원선이다. 양덕쪽은 수해 복구 중이라 철로가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도강하다 물에 휩쓸려 참변
요즘 농장들에서 먹을 것이 떨어져 중국에 친척 도움을 요청하러 가다가 물에 빠져 죽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며칠 전 비가 내렸는데, 두만강에 물이 불어나 휩쓸리는 바람에 강변에 떠밀려 내려온 시체가 3구나 됐다. 중국 쪽 강가에서도 시체 1구를 건졌다.
“농사 잘 된다 해도 굶어죽을 것”
함경북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올해 앞쪽 농사가 수해로 망해서 함북도농사가 아무리 잘 된다 해도 모두 굶어죽게 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황해도와 평안도 곡창지대의 농사가 안됐으니, 내년 군량미를 함경북도에서 뽑아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가뭄 때문에 농사가 가뜩이나 잘 안됐는데, 이젠 살길이 없다고 말한다. 큰 집에 살던 사람들은 벌써 작은 집으로 옮기고 있고, 아파트 살던 사람들도 아파트 팔고 작고 싼 집을 골라 땅집으로 내려오고 있다.
회령-청진 버스 사고, 생존자 단 3명
지난 8월 9일, 회령-청진을 다니는 버스가 회령을 출발해 청진으로 가던 중 산길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50여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사망했다. 보안서 보안원들과 교통 일꾼들이 사고 현장에 달려갔을 때 부상자 3명만 살고 나머지는 이미 현장에서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한 간부는 회령-청진을 오가는 버스 사고가 작년과 올해 벌써 대형사고만 세 차례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후화된 차량에 승객을 가뜩 태우고 산 고개를 지나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하게 된다며, 대부분 절반 이상의 승객이 죽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희생자에 대한 보상체계도 없어 당하는 사람만 안타깝다고 했다.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데 더욱 각별한 조심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농촌 지역, 식량 고생 막심
현재 농촌들에서는 식량 사정으로 고생이 막심하다. 도시에서는 그래도 장사로 하루벌이라도 하지만, 농촌에서는 시장이 없어 장을 보려면 최소 3~40리 길을 다녀야 한다. 그마저 길에서 단속이 심하다. 지난 해 1년 치 농사 분배를 받았으나 실제 양은 고작 3~4월 분량에 불과했다. 그동안 자비로 가축을 키우고 텃밭을 일궈 생계에 보탰으나 올해는 그마저 더 어려워진 상태다. 요즘 농촌 지역에서 쌀 구경하는 집들은 거의 없다. 옥수수밥 먹는 집들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희소하다. 모두 감자와 애호박, 옥수수 가루로 풀죽이나 호박죽을 쒀서 연명하고 있다.
“지난 번 같은 대량아사가 멀지 않다”
외부에서 조선의 식량난이 아사 정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져 지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자, 일부 주민들 사이에 “무슨 소리냐. 지난 번 같은 대량아사가 멀지 않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번 아사도 홍수 후에 식량난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도 마치 당시 고난의 행군 시절 초기를 방불케 한다고 했다. 다른 점이라면 그 때보다 시장에 먹을 것이 아직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수해가 난 뒤에는 “수재미로 남조선에서 대한민국 쌀이 많이 들어온다”는 말이 돌고 있다. 어떤 주민들은 개성으로 벌써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소식을 돌아다니며 전하고 있다. 함경북도에서는 몇 달째 식량 원천이 없는 가운데 8월 25일부터 옥수수 값이 치솟고 있다. 온성은 옥수수쌀이 25일 620원에서 하루만인 26일에 650원으로 올랐고, 입쌀은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병든 아들 구하려다 붙잡힌 어머니 사연
비참한 것은 인민들만이 아니다. 조국을 보위하는 명목으로 초소에 선 인민군대 사병들의 생활은 더욱 가슴 아프다. 요즘은 결핵과 간염으로 쓰러지는 젊은 전사들이 많아 자식을 군대에 내보낸 집들에서는 먹을 근심보다 자식 근심이 더 하다. 회령시 망양동에서 맏아들을 군대에 내보낸 한 여성은 1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보고 기절초풍할 뻔 했다. 체력도 좋고 늠름했던 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해쓱한 얼굴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들이 제대 차량에서 남의 부축을 받아 내리는 모습에 그만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 아들을 살려보겠다고 낮과 밤을 이어가며, 설기떡 장사를 하며 살아가던 그가 병든 아들 약값을 구하려 두만강을 건너다 얼마 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 어머니는 감옥에서 “중국에 가서 막벌이라도 해서 병들어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하는데, 내가 내 아들을 살리려는데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밤낮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어머니는 며칠 계속되는 고문에 자식 걱정이 더 해 결국 정신분열증에 빠지고 말았다. 어머니가 잡혀있으니 아들이 죽는 건 시간문제라며, 이웃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회령시, 때 아닌 군인 도둑들로 몸살
회령시 건설이 예정 시한보다 늦어져 8월 21일부터 도에서 군인 수천 명을 건설 노력으로 회령에 파견했다. 그런데 군인이 들어온 후부터 회령의 곳곳에서 도적 신고가 끊임없이 들어와 해당 보안서에서 미처 접수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빠져있다. 식량에서부터 닭, 토끼, 돼지, 강아지 등 집짐승은 물론, 자전거, 땔감, 살림도구, 담배까지 닥치는대로 훔쳐가고 있다. 주민들은 행여 도둑맞을까 봐 대낮에도 감히 집을 비우지 못하고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국경연선 매일 숙박검열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간첩 색출 작업이 시작됐다. 함경북도에서도 국경연선지역 검열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함경북도 국경연선지구에서는 요즘 매일 숙박 검열을 하고 있다. 직접 도보위부에서 내려와 도보위부 2명에 보안원 1명씩 한 조가 되어 검열한다. 먼저 각 인민반 반장 집을 검열한 다음, 인민 반장과 함께 각 세대를 검열하고 있다. 지방 군인들은 서로 아는 사이라 봐주는 일이 생길까 봐 이런 식으로 포치를 진행한다고 한다. 매일 저녁 7시에 한 번, 밤 12시에 한 번 해서 하루 2회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해 관련, 탈북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국경 연선으로 모여드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겠으나, 이보다 간첩 색출 목적이 더욱 크다고 한다. 이번 숙박검열은 내부 소식이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방지할 데 대한 조치가 겸해진 사업이다. 검열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붙잡히고 있다. 주로 외지에서 온 친척, 친구들과 무단 숙박자, 강타기 하러 온 자들이 많이 잡히고 있다. 외지사람이면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어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대체로 인민반장들의 신고로 잡히는 수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8월 22일에는 국경연선경비대원들이 전원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최근 몇년간 없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