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옥수수 이삭 도둑 증가
온성 지역에서는 농장 옥수수밭이나 개인 소토지밭들에서 옥수수 이삭 도둑이 늘고 있다. 식량이 떨어진 세대들이 밭에서 옥수수 이삭을 훔치는데, 너무 배고픈 나머지 날 것으로 먹는 사람도 있다. 이에 농작물 주인들은 옥수수밭에 원두막을 치고, 경비를 더 철저
히 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같이 도적이 든다. 어떤 지역에서는 농장 옥수수 밭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 옥수수 값이 이미 550원을 넘어섰다. 옥수수쌀의 경우 무려 700원대로 오른 곳도 있다. 과거 쌀값에 필적할만한 가격이라 주민들의 동요가 심하다. 옥수수밥을 한 끼라도 먹는 날이면 명절 쇠는 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민군대 지원, “량심껏 지원하라”
함경북도 도당 지시로 인민군대 지원에 관한 정치 강연이 시작되면서, 함북 온성에서도 8월 29, 30일 이틀째 이 같은 내용의 강연이 계속됐다. 온성에서는 “돈으로 매 세대당 얼마 내라 강요하지 않겠는데, 량심껏 지원하라”고 하고 있다. “없으면 다만 백 원을 내도 좋으니 어쨌든지 강연 듣고 무조건 다 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더 강압적으로 걷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에 강원도 산골 지역에서 군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8월 30일부터 군부대 지원을 자원적으로 하라고 하던 것에서, 무조건 한 세대 당 1천 원 이상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꽃제비 다시 모여들어
강원도 원산에 꽃제비가 다시 모여들고 있다. 무역상들이 즐비한 원산에 그나마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원산의 한 주민은 “평양 꽃제비도 너무 많다. 선거전에 깨끗이 처리하였는데 이번 수해 때문에 어디에서 모여왔는지 버스 주차장이나 역전 등 어디든 가는 곳마다 많다. 정말로 비참한 모습들이다”라고 했다. “현재 조선 지역들은 돌아보면 일반 백성들 집은 어느 집이나 여자들이 벌지 않으면 가족들이 인차 꽃제비로 되고 만다.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고 있으니 그렇다. 별의별 방법으로 여자들이 나서서 돈을 벌어 집을 먹여 살린다”며, 요즘처럼 하루 한 끼니 먹을 것도 없는 시대에 꽃제비들을 아무리 단속한다고 단속이 되겠냐며 한숨짓기도 했다.
너무 당돌한 요즘 꽃제비
꽃제비들이 다시 원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와 관련된 주민들의 경험담이 많다. 한 장사꾼은 원산 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중에 아주 당돌한 꽃제비 여자애를 만났다고 한다. “꼬박 역에서 밤을 새고 날이 밝아 기차역 안을 보니 구석구석에 헌 누더기를 걸친 새까만 얼굴의 6~12세 되는 여자애들이 있었다. 같이 간 친구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 친구에게 대여섯 살쯤 되 보이는 여자아이가 살금살금 기어왔다. 옆에서 내가 빤히 쳐다보는데 이 친구의 신발을 가만히 벗겨내더라. 하도 어이가 없어 여자애를 잡고 신발은 왜 훔치니 물으니, 여자애가 한 치의 겁도 없이 고개를 쳐들고 눈이 말똥말똥해서 ‘신발을 신고 장마당에 가야 하루를 살아요’라고 했다. ‘여기서 장마당까지 길이 멀어 맨발로 아파서 못 걸어가겠습니다’하여 아이의 발을 보니 곪고 퉁퉁 부어 차마 욕을 못하겠더라. ‘장마당에는 누구 아는 사람 있니?’하고 물으니 ‘아니요, 장마당에 가서 빌어먹던지 안 주면 도둑질해서 삽니다’하더라. 그래, 신발을 사 신으라고 돈을 좀 주었더니 ‘고맙습니다’하고 꾸벅 절했다. 그리고 귀에다 가만히 하는 말이 ‘아저씨, 고운 우리 언니 소개해줄까요? 하면서, 헌 담요 우에 누워있는 여자애를 가리키더라. 하도 어처구니없어 ‘언니, 몇 살이니?’하니 ‘12살입니다. 밥만 먹여주면 돼요’하더라”고 했다.
■ 경제활동
기차에선 누구도 믿어선 안 돼
기차 안은 종종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길 떠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람도 많다. 기차에서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얼마 전 함흥 가는 기차 안에서 어느 순진한 할머니가 그만 호되게 당했다. 그 할머니는 당시 열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어린 여자애와 함께 있었다. 기차를 타다보면 워낙 사람들이 많아 위생실(화장실) 가기가 너무 힘들다. 나이 든 사람들은 보통 오줌주머니를 가지고 기차에 오른다.
이 할머니도 오줌주머니를 갖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잽싸게 채 가버렸다. 할머니는 그 오줌주머니를 찾으러 나가면서 함께 있던 여자애에게 짐을 봐 달라 맡기고 나갔다. 할머니가 나간 지 얼마 안 있어 여자애가 짐을 메고 뒤따라 나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 여자애가 할머니 뒤를 따라가나 보다 했는데, 조금 후 할머니가 오줌주머니를 찾아와 여자애가 없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왜 그러십니까? 할머니 따라 갔는데”하니, “길에서 만난 아인데 너무 어려 혼자 길을 잘 몰라 가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 아이”라고 하면서 오줌통을 쥐고 부랴부랴 여자애를 찾아 떠났다. 한참 지나 할머니가 그 오줌주머니를 쥐고 다시 돌아들어와 땅에 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여자애를 믿고 맡겼던 50kg짜리 배낭을 잃어버린 것이다. “집에서 영감과 며느리, 손주가 식량 얻어 가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 일을 어쩌노”하며 구슬피 울다가 결국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평안북도 물가 올라 주민 동요
신의주를 비롯해 평안북도 주요 도시의 주민들은 물가가 계속 오르고만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쌀 1kg이 1,400원인데, 1kg가 조금 넘는 중국산 통배추 1통이 2,500원이나 해 쌀값보다 더 비싸다. 지난 5-6월까지만 해도 1kg에 1,800-2,500원 하던 돼지고기 역시 물가가 오르면서 kg당 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엌용 프로판 가스는 1kg당 2,500원 하던 것이 9월 들어서자마자 5,000원으로 올랐다. 15kg짜리 가스통 한 대에 7만 5천 원 하는데, 이 돈이면 구멍탄으로 10개월을 날 수 있을 정도다.
한 무역일꾼은 인민폐와 달러 가치에 의존하다보니 시장 물가가 어떤 것은 거의 2배 이상, 또는 2/3 이상 인상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외화도 올랐는데, 미국 100달러에 조선 돈 30만 1천 5백 원이고, 중국 돈은 100위안 당 3만 9천 3백 원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또 다시 4만 5백 원으로 올랐다. 또 지난 달 9일부터 26일까지 신의주 다리를 수리하면서 길이 막히다보니 상품 고갈이 심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상인도 있다. 상품의 주요 수입 통로인 평안북도가 이렇다보니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 강원도 등지 역시 여태껏 없던 최대의 불경기를 맞고 있다.
원산, 비사그루빠 또 검열
원산에서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비사그루빠의 활동이 다시 맹렬해졌다. 집집마다 길목마다 단속이 너무 심해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다. 함흥도 비사그루빠 검열이 전례 없이 진행 중이고, 신의주도 마찬가지다. 주민들 사이에는 “배급과 로임은 일전 한 푼 주지 않고 검열과 단속만 계속하니 도저히 못 살겠다”는 의견이 많다. “뭐라도 먹고 살려면 열심히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니면서 장사해도 될까 말까하는 판에, 매일같이 단속에 검열만 해대니 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현재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량강도는 백성들이 불안 속에서 지내고 있다. 쌀 가격이 대폭 인상되고, 주민들의 생활이 극에 달해 사회 불만이 로골적으로 나타나 단속이 무자비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중국 쪽에서 잡혀 들어가는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도 가혹하게 진행된다”며 당국의 검열단속으로 사회불안이 더 가중되고 있다며 원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의주 시민들, 지원금 내랴 등골 휘어
8월 30일, 신의주의 인민반과 가내반에서는 회령시 건설 지원 자금 마련 회의가 조직됐다. “현재 회령시 건설이 자금이 딸려 건설이 늦어지고 있으니 량심적으로 내라”는 것이 이 회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중앙당에서는 김정숙 어머니 탄생일 전에 건설을 완료해 장군님을 모시기 위해 건설을 다그치라 지시함과 동시에 전국적인 모금활동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신의주 가내반들에서는 지난 번 군대용품 지원 사업으로 1만원씩 냈는데, 이번 회령 모금에 또 1천 원씩 내라고 하니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지금 벌이도 안 되고 사정이 어려워 모두 5백 원 내기도 힘들어 한다. 정부에 지원금 바치랴 등골이 휠 지경이라며, 도와달라는 말은 안 할 테니, 뭐 좀 거둬가지만 않으면 그래도 살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회령시 새철길공사에 자갈 바쳐야
현재 회령시 건설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약 2만 명의 군인들이 동원됐다. 회령시 당국은 새 철길 공사에 필요한 콩 자갈을 인민반 과제로 거두고 있다. 이어 세대당 과제로 떨어지면, 세대당 약 300~500kg를 내야 한다. 세대에서 직접 바치기 어려우므로, 주로 수완 좋은 인민 반장들이 세대 당 돈을 거둬 자동차나 소달구지 등을 구비해 자갈을 채취 운반해 과제를 수행한다. 이렇게 처리하려면 보통 세대 당 5,000원 정도의 현금을 바쳐야 한다. 아무리 당국의 특별 배려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회령시도 식량난을 톡톡히 겪고 있는 와중이라 주민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 회령시의 쌀 가격은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옥수수와 옥수수쌀이 각 500원과 550원대로 올라 옥수수밥 먹기도 힘든 상황이다.
옥수수 이삭 도둑 증가
온성 지역에서는 농장 옥수수밭이나 개인 소토지밭들에서 옥수수 이삭 도둑이 늘고 있다. 식량이 떨어진 세대들이 밭에서 옥수수 이삭을 훔치는데, 너무 배고픈 나머지 날 것으로 먹는 사람도 있다. 이에 농작물 주인들은 옥수수밭에 원두막을 치고, 경비를 더 철저
히 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같이 도적이 든다. 어떤 지역에서는 농장 옥수수 밭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 옥수수 값이 이미 550원을 넘어섰다. 옥수수쌀의 경우 무려 700원대로 오른 곳도 있다. 과거 쌀값에 필적할만한 가격이라 주민들의 동요가 심하다. 옥수수밥을 한 끼라도 먹는 날이면 명절 쇠는 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민군대 지원, “량심껏 지원하라”
함경북도 도당 지시로 인민군대 지원에 관한 정치 강연이 시작되면서, 함북 온성에서도 8월 29, 30일 이틀째 이 같은 내용의 강연이 계속됐다. 온성에서는 “돈으로 매 세대당 얼마 내라 강요하지 않겠는데, 량심껏 지원하라”고 하고 있다. “없으면 다만 백 원을 내도 좋으니 어쨌든지 강연 듣고 무조건 다 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더 강압적으로 걷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에 강원도 산골 지역에서 군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8월 30일부터 군부대 지원을 자원적으로 하라고 하던 것에서, 무조건 한 세대 당 1천 원 이상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원도 군부대도 수해 피해 극심
요즘 강원도 원산시 고속도로에는 군대차가 연일 열 지어 수해 지원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지난 8월 무더기 비로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군부대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인명피해는 주로 군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다만 당국에서 하도 입단속을 하다 보니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도 굶어 쓰러져
대학교에서도 굶어 쓰러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함경북도에서 제일 공급이 잘되는 것으로 유명한 청진 광산대학과 청진 의과대학에서조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두 학교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5대 5밥에 두부 한 모씩 나올 정도로 굶어죽는 학생이 없었던 곳이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식사는 거의 김일성종합대학생들과 같은 급이다. 김일성종합대학 다음으로 잘 준다는 김책공대에서도 두부 1모는 나오지 않는다.
청진 광산대학의 경우 비록 지원자들은 별로 없어도, 광산연합기업소 등에서 인재양성을 위해 얼마간 지원해주기 때문에 아무리 배고픈 시절에도 학생들이 쓰러지는 일이 없었다. 이에 “청진 광산대학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 간부는 “최고로 공급이 잘 되는 이 학교들에서도 굶주려 쓰러지는 애들이 나온다니 할 말이 없다”며 이는 전반적으로 함경북도 지역의 식량난이 날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