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황해도 아사소식 주민들 사이에 퍼져 평양도 시외전화 금지
황해도 지역의 아사소식이 주민들의 입소문을 통해 함경북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 전해지고 있다. 당국은 지방 간부들과 주민들이 식량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도록 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15일 평양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시외전화를 엄금한데 이어 20일부터는 평양시도 시외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물론 일부 특수기관과 고위급 간부들에게는 허용이 됐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는 체신소 교환수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전국 어디에서도 시외전화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조처는 시외전화를 차단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각 지역의 소식들이 새나가는 것은 유일하게 시외전화가 허용된 평양을 통해 나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평양에서는 다른 지역 소식을 알아내 국경연선 지역들에 전화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일반 간부나 서민들은 오직 시내통화만 가능하도록 조처됐다.
평양시, 6월 주변구역 탁구공만한 감자 배급
평양시의 중심구역들은 6월 배급으로 짝옥수수와 안남미 국수를 공급했다. 반면 주변구역들에서는 감자를 배급으로 주거나 아예 주지 못한 곳도 있다. 락랑구역에 사는 량정아(27세)씨는 “감자를 배급으로 받았는데 탁구공만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아예 못 받은 데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위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아예 배급이 없는 구역의 주민들은 “안 그래도 먹을 게 다 떨어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원성이 높다.
■ 논평
한국 정부는 보다 당당하게 인도적 지원에 나서라
북한 주민의 아사 소식은 계속 들려오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남북한 당국은 옥수수 5만 톤 지원문제를 놓고 지루한 신경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 당국 간 대화와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남한은 다소 입장 선회를 한 편이지만 여전히 북한과의 냉랭한 관계를 복원할만한 별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남북한 정부는 사실 양쪽 다 여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일정부분 진전되면서 미국을 위시한 국제 사회의 식량 지원이 보다 속도를 내고 있는 양상이지만, 당장 시급한 춘궁기의 부족량을 충당하기에는 대단히 역부족이다. 내부적으로는 절대로 남조선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지 말라며 입막음을 시키고 있으나, 무역 거래나 대외 활동을 하는 북한 관리들은 한 톨의 식량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 남조선에서 직접 받을 수는 없지만 중간에 중국대방을 끼면 어떤 것도 받을 수 있다며 식량 구입에 애쓰고 있고, 또 일부 남조선 민간단체에 식량은 안 되지만 사료용 곡물은 얼마든지 받겠으니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남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철저한 상호주의 내지는 인권 사안과 연계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점점 심각해지는 북한의 식량난 소식은 인도적 지원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남한을 제외한 6자회담 국가와 유럽연합 및 국제 구호 단체들도 대북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영변 냉각탑 폭파 사건을 십분 활용하며 국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기에 대북 정책을 북핵 폐기라는 6자회담의 외교 문제 아래로 철저히 종속시켜버린 남한 정부로서는 이미 주기로 한 ‘옥수수 5만 톤’ 외에는 아무런 카드도 없어 보인다. 이미 거절 의사를 밝힌 북한에게 옥수수 5만 톤 지원 문제를 또 제기하며 북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하는 것은, 북한 정부를 더욱 자극할 뿐이며, 어떻게 보면 ‘제발 받아 달라’는 남한 정부의 하소연처럼 들린다.
이미 한국 정부 스스로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다고 발표한 이상 비록 옥수수 5만 톤일지라도 북한에 지원하게 되면 ‘퍼주기’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아니면 여름에 홍수라도 크게 나서 지원의 명분을 찾는 길이 남아있을 뿐이다. 인도적 지원을 이렇게 궁색하게 현실을 모면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지 말고, 좀 더 당당하게 도덕적으로 나가야 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 남북한 간에 일부 견해 차이가 있고 갈등이 있지만 식량부족으로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니 이웃으로서, 동포로서 그 고통을 해소하는데 동참하겠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북한에 긴급구호 차원에서 식량 20만톤을 지원하겠다. 북한 당국은 이 문제를 가지고 협의하자” 이렇게 보다 당당한 태도가 필요하다.
북한 당국도 주민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남한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감사히 받아들여야 하며, 이 인도적으로 지원된 식량이 아사위기에 처한 농민과 도시 빈곤층에 신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남북한 양 정부가 인도적 지원 사안에 관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때 코리아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니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이 없어도 먼저 긴급하게 20만 톤을 지원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자. 북한 정부는 이를 고맙게 받아들여 곤궁한 주민들에게 먼저 나눠주고, 그런 후에도 여전히 식량이 부족하면 한국 정부에게 식량 지원을 요청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는 이 요청에 따라 또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면 남북한 양 정부가 서로의 체면도 살리고 북한 주민도 살릴 수 있다. 부디 서로 다 같이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도모하기 바란다.
■ 경제활동
“통일하자는 사람이라면 주민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북한 당국의 대남 강경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족의 통일을 생각하는 일부 간부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평양의 한 간부는 “이때까지 김대중, 로무현이 대통령할 때는 우리 백성들도 그렇고 남조선에 대한 적대의식은 없었다. 쌀 주고, 먹을 것 주고, 비료도 주고, 옷도 주는 것을 모르는 간부들은 없다. 그런데 농사라는 게 비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올해는 비료도 안 들어오고,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리명박이 대통령하면서 악착스럽게 논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중, 로무현이 대통령 할 때는 대북방송도 없었고, 전연지대의 긴장도 이완됐는데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간부뿐만이 아니라 그냥 평백성들도 리명박 대통령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 통일하자는 사람이라면 주민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나들섬을 하면 북한 수입을 3천 달러로 올려준다고 하는데, 김일성 수령님도 이밥에 고깃국 먹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말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 때 죽어갔다. 그러니 리명박 대통령의 그 말을 조선 천지에 믿는 백성이 어딨겠나. 다들 우리가 가난하다고 얕보고 희롱하는 것으로 생각해 아주 기분 나쁘다고 말한다. 그냥 식량 방조 해주기 싫으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지. 우리도 자존심이 있는데 계속 놀리고 그러면 절대 비굴하게 구걸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민이든 간부든 일치된 생각이다. 굶어죽으면 죽었지 절대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우리 쪽에서는 당연한 거다. 이 감정이 쉽게 누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전연지대 : 적과 맞서 인접해 있는 지대를 ‘전연지대’라 한다.
해산한 아내 위해 쇠고기 팔다 단련대행
함경북도 청진시 부윤구역에서는 김관모(38세)씨가 수남시장에서 쇠고기를 팔다가 붙잡혔다. 아내가 해산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집에 먹을 게 없어서 방목하던 소를 몰래 잡아다 시장에 내다판 혐의다. 부림소를 도살했다면 최소 교화형에, 잘못하면 극형에 처해지기까지 하는데, 그나마 부림소가 아닌 방목소라 단련대 6개월로 비교적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농기계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소는 밭갈이를 하거나 수레를 끄는 데 아주 귀한 농사일꾼이다. 그래서 튼튼하고 좋은 소는 한 마리에 40만원하고 보통 30만원 할 정도로 비싸 소를 충분히 보유한 농장들이 별로 없다. 한 개 작업반에 소가 1-2마리 있으면 많이 있는 축이다. 여러 분조에서 돌아가며 소를 사용하는데, 요즘엔 소들도 먹을 게 별로 없어 병들어 죽는 경우가 많아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부림소를 잡아먹으면 농사에 큰 타격을 주게 되므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부림소 : 밭을 가는 일하는 소를 ‘부림소’라고 한다.
*방목소 : 아직 부림소로 자라지 않은 어린 소를 ‘방목소’라고 한다.
삭주군 노병, 배급 없어 굶주림에 사망
평안북도 삭주군 삭주읍에 사는 림진철(78세) 할아버지는 전쟁 참가자인 노병으로 그간 국가에서 약간의 배급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왔다. 올해는 약간의 배급마저 완전히 끊겨 사무소에 두세 차례 먹을 것을 달라는 신소를 했다. 6월에 들어서도 먹을 것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폐렴까지 겹쳐 5일간 앓다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장례식을 찾았던 동료 전쟁 노병들은 군당 책임비서를 찾아가 “나라를 위해 일생을 싸워온 전쟁 로병들의 생활을 부디 잘 돌봐 달라”고 간곡히 신소했다.
황해도 아사소식 주민들 사이에 퍼져 평양도 시외전화 금지
황해도 지역의 아사소식이 주민들의 입소문을 통해 함경북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 전해지고 있다. 당국은 지방 간부들과 주민들이 식량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도록 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15일 평양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시외전화를 엄금한데 이어 20일부터는 평양시도 시외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물론 일부 특수기관과 고위급 간부들에게는 허용이 됐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는 체신소 교환수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전국 어디에서도 시외전화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조처는 시외전화를 차단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각 지역의 소식들이 새나가는 것은 유일하게 시외전화가 허용된 평양을 통해 나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평양에서는 다른 지역 소식을 알아내 국경연선 지역들에 전화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일반 간부나 서민들은 오직 시내통화만 가능하도록 조처됐다.
평양시, 6월 주변구역 탁구공만한 감자 배급
평양시의 중심구역들은 6월 배급으로 짝옥수수와 안남미 국수를 공급했다. 반면 주변구역들에서는 감자를 배급으로 주거나 아예 주지 못한 곳도 있다. 락랑구역에 사는 량정아(27세)씨는 “감자를 배급으로 받았는데 탁구공만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아예 못 받은 데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위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아예 배급이 없는 구역의 주민들은 “안 그래도 먹을 게 다 떨어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원성이 높다.
연사군, “식량 사정에 관하여” 강연회
지난 6월 19일,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는 라는 주제로 인민반 별로 강연회를 소집했다. “금년도에 미 제국주의와 그 주구들의 연합 봉쇄 및 자연재해 피해로 나라의 식량 사정이 더 절박해 지고 있다. 전민은 한 사람같이 뭉쳐 일떠나 자력갱생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한 알의 낟알이라도 증산해서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봉쇄를 짓부셔 버려야 한다”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또 그간 소토지와 산비탈 뙈기밭을 통제해 온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연사군은 산이 많고 산림이 많은 구체적 실정에 맞추어서 산기슭이나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농작물을 많이 심어서 한 알의 낟알이라도 더 생산해내야 하며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곳을 비우지 말고 잘 이용하는데 모두 다 궐기해 나서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강연회를 듣고 난 주민들은 농사철이 다 지난 지금 이런 대책을 취하면 어떡하느냐고 불평했다.
“전임 연형묵 총리가 백성들의 생활에 관심이 컸다”
지방의 일부 간부들과 주민들은 요즘 식량난 사정에 대해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래도 이미 서거한 전임 연형묵 총리가 백성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황해북도 사리원에 사는 류충원(49세)씨는 “연형묵 총리는 식량난에 대해서 전국적인 농업 대회를 여러 번 진행하고 농장도 많이 찾아다니면서 실정을 료해하기에 힘쓰면서 많은 심혈을 부었댔다”고 하면서 작금의 식량난에는 연총리의 사업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성철(52세)씨는 “사람들이 연총리의 생전 업적을 입에 올리고, 그를 추모하는 것은 오늘날에 대한 깊은 절망감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정부를 비난하고 불만의 말을 표시하기 힘드니까 연형묵 총리 시절이 좋았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했다. 어찌됐건 주민들은 식량난에 대한 뚜렷한 타개책이 없는 현재의 상황을 매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