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애국미 안 바치면 ‘량심없는 리기주의자’
평성시에서 하루 2끼 겨우 먹는 주민들은 애국미 헌납 운동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말로는 “자기 밥그릇에서 한 술만이라도 덜어내라”고 하지만 말이 한 술이지 한 끼니조차 옥수수죽으로 부실하게 먹는 주민들에겐 너무 큰 부담이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낼 것을 호소하던 시당에서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점점 강압적으로 변하고 있다. 회의 때마다 애국미를 바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량심이 없는 리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평성시, 대대적인 애국미 바치기 운동 시작
평안남도 평성시당은 애국미 바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할 것을 결의한 뒤 각 구역당에서 구역당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들이 모인 가운데 애국미를 바칠 데 대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구역당 회의에서는 “백성들이 만약 하루 3끼를 먹었다면 2끼만 먹고 한 끼는 식량을 바치도록 하면 된다”며, 각 단위 책임자급들이 직접 쌀 마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식량을 받기로 했다.
이처럼 애국미 바치기 운동이 시작된 데는 지난 번 중앙당 조직부회의에 다녀온 당 책임비서의 결단 때문이다. 평성시당 책임비서는 “군부대에 식량이 없어 옥수수죽으로 하루 2끼 겨우 연명하고 있어 사병들 중에 허약자(영양실조자)가 많이 생기고, 군관들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보고를 듣고, 평성에 돌아오자마자 애국미를 바치는 사업을 가장 먼저 조직했다.
그는 우선 제 집 쌀을 내놓으면서 평성시 전체 주민들에게 애국미 헌납운동을 호소했다. 평성시당 간부들과 시인민위원회 일꾼들 역시 애국미 바치는 사업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량심적으로 있는 힘껏 바치라”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각 동사무소, 공장, 기업소, 학교, 병원, 녀맹 등 직장, 직속별로 열흘 내내 애국미를 바칠 데 대한 선전에 집중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애국미 헌납 운동이 펼쳐지자 중앙당에서는 평성시장 책임비서가 “애국미를 바치는 사업의 선구자”라며 높이 평가했다.
■ 경제활동
들쭉 열매에 그나마 행복했던 여름 한 달
량강도 삼지연 주민들은 해마다 7월 말에서 8월 말 한 달 사이를 ‘황금의 시기’라고 말한다. 들쭉 열매를 딸 수 있는 철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어린아이들을 앞세우고 너도나도 산에 올라 열매를 딴다.
들쭉 열매 1kg에 1,100원씩 거래되는데,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삼지연까지 들쭉열매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도매장사꾼들은 대량으로 사들여 전국 주요 시장에 나른다. 솜씨 있는 사람들은 하루에 보통 3-4kg 이상 따는데, 요즘처럼 돈 벌이가 막막한 시기에 들쭉 열매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꽤 짭짤한 편에 속한다.
삼지연군에 사는 황응철(46세)씨는 “들쭉이 있어 올 여름은 그나마 한숨 돌렸다. 먹는 거야 감자밖에 없다고 해도 들쭉 팔고 남은 돈이 좀 있으니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버틸 재간이 생겼다. 당장 하루 먹을 것도 없는 시기에 한 달 식량을 확보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알지 않느냐”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쭉정이만 있는 옥수수 많아
전국 도 농촌 경영위원회의 기사장들이 올해 알곡 수확량을 예상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사가 제일 안 된 곳은 개성시와 강원도 전역이고, 그 다음으로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지역들이다.
옥수수 농사의 경우 옥수수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들이 많이 발견된다. 평균 규모의 옥수수밭에서 쭉정이가 많아 옥수수 농사가 부실하게 지어진 밭이 보통 각 농장마다 20-25정보에 이른다. 반면 함경북도 청진시와 회령, 온성, 새별 등 국경연선지역의 농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태천군 옥수수 농사 망쳐 수심 깊어
평안북도 태천군 덕흥리 농장의 올해 옥수수 농사가 흉작이다. 비료를 거의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여물었다싶은 옥수수조차 농민들과 인근 주민들이 이미 훔쳐가고 밭에 남아있는 옥수수라곤 그저 쭉정이 뿐이다.
장삼근(51세)씨는 “하늘같이 믿던 옥수수농사를 망쳤으니 이제 가을에는 분배 받을 식량이 얼마나 있겠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농민들 역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모두들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애국미 안 바치면 ‘량심없는 리기주의자’
평성시에서 하루 2끼 겨우 먹는 주민들은 애국미 헌납 운동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말로는 “자기 밥그릇에서 한 술만이라도 덜어내라”고 하지만 말이 한 술이지 한 끼니조차 옥수수죽으로 부실하게 먹는 주민들에겐 너무 큰 부담이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낼 것을 호소하던 시당에서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점점 강압적으로 변하고 있다. 회의 때마다 애국미를 바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량심이 없는 리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평성시, 대대적인 애국미 바치기 운동 시작
평안남도 평성시당은 애국미 바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할 것을 결의한 뒤 각 구역당에서 구역당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들이 모인 가운데 애국미를 바칠 데 대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구역당 회의에서는 “백성들이 만약 하루 3끼를 먹었다면 2끼만 먹고 한 끼는 식량을 바치도록 하면 된다”며, 각 단위 책임자급들이 직접 쌀 마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식량을 받기로 했다.
이처럼 애국미 바치기 운동이 시작된 데는 지난 번 중앙당 조직부회의에 다녀온 당 책임비서의 결단 때문이다. 평성시당 책임비서는 “군부대에 식량이 없어 옥수수죽으로 하루 2끼 겨우 연명하고 있어 사병들 중에 허약자(영양실조자)가 많이 생기고, 군관들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보고를 듣고, 평성에 돌아오자마자 애국미를 바치는 사업을 가장 먼저 조직했다.
그는 우선 제 집 쌀을 내놓으면서 평성시 전체 주민들에게 애국미 헌납운동을 호소했다. 평성시당 간부들과 시인민위원회 일꾼들 역시 애국미 바치는 사업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량심적으로 있는 힘껏 바치라”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각 동사무소, 공장, 기업소, 학교, 병원, 녀맹 등 직장, 직속별로 열흘 내내 애국미를 바칠 데 대한 선전에 집중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애국미 헌납 운동이 펼쳐지자 중앙당에서는 평성시장 책임비서가 “애국미를 바치는 사업의 선구자”라며 높이 평가했다.
대동군 주둔부대, 옥수수대 빨아야 할 정도로 식량난 심각
평안남도 대동군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 91훈련소 고사포병 련대와 3군단 산하 구분대에서는 식량이 떨어져 당장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지난 8월 28일 부대 지휘관들이 직접 군당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을 찾아가 긴급 식량 원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이 부대들은 하루 세 끼니로 감자 5알을 주고 있었다. 지휘관들은 “(대동)군에 조금이라도 비상용으로 남겨둔 식량이 있으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동군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 등은 “(대동)군 백성들도 제대로 배급 한 번 줘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식량이 없는 상태”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군대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각 농장에서 종자로 보관하고 있는 보리를 부대에 넘겨주었다. 그런데 군인들의 수에 비해 보리 양이 많지 않아 최대한 아껴서 배식했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9월 현재 너무 배고픈 나머지 사병들은 옥수수를 따고 남은 옥수수대를 씹어 당분을 빨아먹는 형편이다. 군관들도 역시 굶주림의 고통이 심해지면서 부하들더러 옥수수를 훔쳐오도록 해 구워 먹고 있다. 대동군 주둔부대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보고받은 인민무력부에서는 대동군 군수 동원부에서 관리하고 있던 전쟁 때 사용하려고 보관하고 있던 비상식량을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한 군관은 “고난의 행군시기에 백성들이 아무리 굶어 죽어도 군수용으로 보관한 쌀은 꺼내 먹인 적이 없다. 나라에 저장하고 있는 식량은 없고 외국에서 식량이 충분히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서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전쟁 예비 식량을 꺼내 림시로 식량을 공급 했다. 사실 이 식량이 마지막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에 예비 식량을 풀어주지 않았다면 우리 부대 사람들 아마 하루 한 끼도 못 먹고 쓰러졌을 것이다. 이 식량마저 떨어지면 이제는 백성들이 애국미를 바치는 때가 식사 시간이다. 이게 요즘 우리 부대의 험난한 식량 실태”라고 전했다.
애국미 헌납 운동 평안남도 전역으로 확산
평성시에서 조직적으로 애국미 헌납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평성시 인근 농촌에서도 애국미 바치기 운동이 시작됐다. 거의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농장원들은 마지못해 감자 1kg 또는 옥파, 마늘 등 텃밭에서 가꾼 농작물이라도 내고 있다.
이렇듯 당원, 비당원을 가리지 않고, 또 노동자, 가정주부, 학생, 농민 할 것 없이 애국미 바치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자, 평성시 뿐만 아니라 점점 평안남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평성시와 중앙당에서는 평성시의 애국미 헌납 운동이 조만간 전국적인 운동으로 번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주민들은 하루 한 입 풀칠하기도 힘든 때 이런 운동이 펼쳐져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평성시에 사는 황옥희(38세)씨는 “장사라도 하게 해주면 애국미든 뭐든 바쳐도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겠는데, 장사도 못하게 하지 남편은 배급 한 번 못 타오지, 알곡이 어디 나올 구멍이 없는데 대체 어디서 더 바치라는 거냐. 안 그래도 배고프고 힘들어죽겠는데 왜 이렇게 못 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 논평
군대의 식량 부족과 그 사회적 의미
북한 전역에서 군대의 식량 부족과 그로 인한 북한 군인들의 동요가 심상치가 않다. 우리는 봄부터 군대의 식량 부족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해왔는데, 급기야 북한 중앙당 조직부 회의에 안건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평성의 한 간부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애국미 바치기’ 운동을 제안했고 중앙당의 독려로 평안남도 전역으로 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 주도의 운동은 자발성을 넘어 강제성을 띄면서 가뜩이나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실 북한의 전 지역, 전 계층에서 식량난이 만연해 있지만 군대 역시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배고파 탈영하는 군인이 발생할 정도였고 군 기관에서는 봄철 농장의 종자까지도 군량미로 확보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수수와 감자 몇 알로 하루를 연명하는 군인들의 주린 배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고된 훈련과 잦은 노동을 해야 하는 군인들이 겪어야 할 배고픔은 일반 주민들의 배고픔 못지않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동과 꽃제비,노약자들의 배고픔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젊은 남성인 군인들의 배고픔은 사회적 의미가 질적으로 다르다는데 있다. 이들은 생존경쟁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때론 힘으로, 때론 무기로, 때론 집단으로, 때론 선군이라는 권위로 군림하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식량 부족에 시장 단속, 온갖 검열에다 군인들의 횡포까지 겹쳐 일반 주민들은 삼중고, 사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과 군인들 사이의 갈등은 증폭되고 치안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귀결되고 만다.
그동안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을 군대가 전용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남한 정부는 지원한 식량이 취약계층에게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원칙과, 취약계층에게 정확히 전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현실의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북한의 약자층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고 북한 내부에서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대북식량 지원의 최대 수혜자가 북한 지도부였는지 군대였는지 일반주민이었는지는 그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 중단의 최대 피해자는 결코 북한 지도부도, 군대도 아니라 바로 힘없는 일반주민이다. 이 점을 분명히 직시하지 않는 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입장은 원칙도, 철학도 없이 휩쓸리며 표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