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함북 9군단 45사단 군량미 86% 접수
함경북도 청진에 주둔하고 있는 9군단 45사단 후방부는 지난 해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군량미를 약 2,600톤 접수했다고 밝혔다. 전체 필요량 3천 톤에서 약 86%가 접수된 것이다. “식량을 다 못 받아서 (400톤 부족량) 어떻게 하려는가?”하고 한 량정부 일꾼이 후방부 일꾼에게 묻자, “세 달 정도는 죽을 먹든가, 구분대 부업 밭에 보리를 심어 식량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회령시에서는 군량미를 받아가려고 보름동안 역에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은 체류경비와 이동경비를 마련하려고 통옥수수를 15톤 가까이 팔기도 했다.
소출 많은 밭 기준으로 군량미 계획량 산정
황해북도 사리원의 한 간부는 “외부에서 조선 식량이 400만 톤을 웃돈다고 계속 보도하던데 말도 안 된다. 400만 톤이라면 군량미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다”고 말했다. 실제 황해북도 지역에서 군량미를 징수하러 다니던 일꾼들도, “농장들마다 탈곡이 끝나는 족족 군량미로 빼내다보니, 거기 사람들은 옥수수밥도 겨우 먹는 집들이 허다하다. 그 사람들(농민)은 이 시절이나 돼야 겨우 쌀밥을 구경할 수 있을까 말까한데, 올해는 옥수수밥 구경도 어려워했다”며 군량미를 최우선으로 확보하다보니, 농민들의 분배량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황해남도 배천군의 농장 일꾼들도 “가을철에 상부에서 내려와 밭 면적과 알곡 소출을 따지는 데, 다 잘 된 밭들을 기준으로 했다. 그것을 토대로 군량미 계획량을 잡는 바람에 군량미 대느라고 우리만 혼쭐이 났다. 그거 한 번 계산하더니 탈곡할 때는 다시 안 오더라. 그냥 군량미 가져가는 군인들만 하루가 멀다 하고 쫓아 내려와서 ‘이제 (군량미 계획이) 얼마 남았다’는 식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군량미 100% 달성 못한 곳 많아
1월 중순 현재 군부대에서 식량계획을 100% 달성한 곳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강원도와 황해남도, 황해북도 전연지대를 비롯해 함경북도, 평안북도 등 일부 군부대에서 군량미를 전량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군량미가 100% 완성되지 못하다보니 군량미 징수인원들과 각 지방 량정부 일꾼들 사이에 번번이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량미 계획량에 도저히 맞추기 어려운데 자꾸 재촉해 량정부 일꾼들이 화를 내면, 군인들도 덩달아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하느냐”고 맞받아쳐 싸움이 커진다.
■ 식량소식
신의주, 1월에 들어온 콩기름 100톤
1월 현재 단동에서 신의주로 들어간 콩기름이 50톤씩 두 차례에 걸쳐 100톤에 달한다. 1개월 후불제이다. 한편 중국 길림성에서 식량을 2만 톤 허가한 데 이어, 도문에서 7천 톤을 허가해 북한은 총 2만 7천 톤의 식량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함경북도 음력설명절 공급 기대
함경북도 각 지역 주민들은 음력설을 앞두고 명절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명절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어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옥수수 1kg가 아쉬운 때에 뭐라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번 음력설에 일반 주민들에게는 입쌀 1kg와 국수 1kg 외에 기름 100g, 된장 1kg, 세숫비누 1장 등이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단, 지역과 각 공장, 기업소, 또는 단위에 따라 공급 물품과 수량이 달라진다. 한편 2월 16일 명절을 앞두고 각 동사무소에서는 선물 명단 작성에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줄 명절 선물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한 세대당 두부콩, 줄땅콩, 옥수수 중 하나를 택해 5kg씩 바쳐야 한다. 만약 바치지 못하면 선물 명단자에서 제외되므로, 돈이 없는 가난한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어 이래저래 시름이 깊다.
청진 사구리 농민 분배량 통옥수수 230kg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사구리 농장에서는 농민들에게 1년 식량으로 통옥수수 230kg를 분배해주었다. 군량미를 내고 보니 농장원들에게 분배 몫으로 돌아갈 식량이 많이 부족해 부양가족들의 식량까지 확보하기 어려웠다. 겨우 농장원 본인에 한 해 옥수수를 마련해줄 수 있었다. 기타 알곡은 전혀 없는 상태다. 1년 농사를 어렵게 지어 그나마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시기인데도, 가족들 식량은커녕 농장원인 본인 식량도 제대로 얻지 못해 농가의 생계가 여전히 어렵다.
■ 경제활동
배 많아도 조업 못 해
강원도와 함경도 동해안 지구에는 배들이 많이 있어도 바다에 나가 조업하는 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기름 값이 워낙 비싼데다 그나마 배 시설이 낙후하다보니 기름 낭비가 심해서다. 큰 수산사업소에서는 물고기를 팔아 배를 제때 보수하곤 하지만, 작은 배들은 부속품과 기름 등을 조달하려면 수입 대 지출이 맞지 않는다. 어민들은 쪽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낙지(오징어), 멸치, 꽁치, 이면수 등을 잡는다. 쪽배다 보니 어획량이 많지 않다. 어촌 주민들은 미역, 곤포, 새우 등을 잡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농업성, 다수확 품종 대대적 도입 예고
북한 농업성은 올해 농장 지대 특성과 토양 조건에 맞는 다수확 품종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선진영농기술방법을 적극 받아들이는 한편 새로운 옥수수와 벼 품종을 심어 정보당 알곡 수확고를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올 봄에 우선 평양시 만경대 협동농장에는 채소를 새 품종으로 심어보고, 평안남도 평성시와 순천시 등지에서는 옥수수와 벼를 새 품종으로 심기로 했다. 올 가을 수확량 결과가 좋으면, 평안남도에서 황해남북도와 평안북도 등지에도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 정치생활
노동단련대 계호원들이 사식 빼돌려
평안북도 정주시 노동단련대에서는 일부 계호원(교도관)들이 수감자 면식(사식)을 빼돌려 가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상철(42세)씨는 동생 상학(40세)씨가 일명 ‘깡판’으로 불리는 노동단련대에 들어간 지 벌써 2개월째라고 했다. 이곳의 하루 한 끼니는 통옥수수 서른 알 정도에 불과하다. 최씨는 “9개월 있다는 사람을 봤는데 얼굴은 해골 모양이고, 얼 나간 모습이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기를 쓰고 면식(사식)을 넣어주고 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최씨는 옥수수에 다른 음식 약간, 그리고 동생에게 꼭 전달해달라는 수고비까지 챙기면, 한 번 면회 갈 때마다 1만 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중간에 계호원들이 좀 괜찮다 싶은 음식을 챙기고 나머지를 약간씩 분배해 주기 때문에 간혹 아예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씨는 “지난번에는 분명히 써비 값까지 단단히 챙겨서 줬는데도 밥을 못 먹었다고 울더라.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졌다. 늙은이들 말 들으면 왜정 때도 면회 가면 차입품은 본인에게 그대로 줬다고 하는데, 지금이 왜정보다 더 못한 시절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호원들도 얼마나 배를 곯고 있으면 죄수들 면식까지 훔쳐 먹고 있겠는가?”라며 그들의 처지도 딱하다고 말했다.
정주시, 부식토 200kg 과제 절반 달성
평안북도 정주시 룡포리에서는 부식토를 하루 200kg씩 마련하라는 과제를 내렸다. 200kg을 달성한 사람에게는 입쌀 400g 또는 옥수수 800g을 준다. 부식토를 마련하려고 산에 올라간 주민들은 절반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눈 덮이고 언 땅을 파내는 작업이 힘든데다 낙엽이 깔려있으면 낙엽을 골라내야 흙을 긁을 수 있기 때문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해도 겨우 80-90kg 할까 말까다. 1월 17일 부식토를 찾아 산에 다녀온 주민들 중에 최고로 많이 했던 사람이 90kg이었다. 그는 이 날 일한 대가로 옥수수 400g을 받았다.
순천시, 강연학습회 참석자 적어 고심
평안남도 순천시 일부 인민반에서는 매주 토요일 강연학습 시간에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참석률이 저조하자 한 인민반장은 주민들에게 제목만 알려주고, 강연회를 한 것으로 해달라고 서명을 받아가기도 한다. 요즘에는 “식량이 곤란한 세대들을 적극 도와주자”와 “우리 당과 국가의 인민적 시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여맹원 학습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중순 학습 시간에 신년공동사설에서 제시한 과업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회가 있었다. 이 날 파철수매, 분토 과제 수행, 환경위생문화, 비사회주의 현상인 골목장사, 길거리 매대 장사를 철저히 없앨 데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참석한 녀맹원들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하고 대답해서 한바탕 왁자하게 웃음보를 터뜨렸다. 다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니 토론이 될 리 없다. 그저 빨리 대답해주고 자리를 뜨는 게 능사이겠거니 하고 대답한 게 모두들 같은 심정이었던지 거의 한 목소리로 “예”하고 대답해 사람들이 그만 웃고 말았다. 당시 토론에 참석했던 곽순영(41세)씨는 “회의 때마다 하도 같은 말을 들으니 회의 분위기가 안 선다. 출석이나 긋고 빨리 끝내고 가자는 심산밖에 없는 아줌마들을 붙들고 길게 연설하는 사람만 불쌍하다”고 말했다.
■ 사회
“거스름돈 없으니 그냥 가라”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에 사는 박광혁(35세)씨는 얼마 전 어이없는 일을 두 번이나 당했다고 불쾌해했다. 박씨는 무궤도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지나 내리면서 잔돈이 없어서 500원을 냈다. 그날따라 잔돈이 없었다. 버스비가 5원이라 당연히 거스름돈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잔돈이 없으니 그냥 가라는 말만 들었다. “당연히 돈을 줘야지,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냐?”고 버럭 화를 냈지만, 상대는 오히려 귀찮은 기색으로 빨리 내리라고 신경질을 냈다. 화가 더 나서 한바탕 퍼부어대고 싶었지만, 다른 승객들이 빤히 쳐다보는데다 시간 끈다고 오히려 역정 내는 사람이 있어서 그냥 내리고 말았다. 박씨는 “너무 어이가 없어 한동안 분을 삭이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박씨는 평양에 등기 우편을 발송할 일이 있어서 우편국(우체국)에 갔다. 그런데 봉투 규격이 다르다며 발송을 못한다고 했다. 박씨는 “그럼 등기우표가 붙어있는 편지 봉투가 얼마냐고 물으니 10원이라고 하더라. 달라고 했더니 다 나가고 없다고 했다. 100원을 주며 좀 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했더니, ‘오늘 것은 다 판매했다’면서도 슬쩍 한 장을 내주었다. 10원짜리 봉투를 앉은 자리에서 100원을 받았다. 와 이런 장사치들이 어디 있냐? 이게 무슨 사회주의냐, 마구잡이지. 국가가 정한 모든 값이 제대로 집행되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불법 컴퓨터 사용자는 주로 간부 자녀들
북한에서 인터넷은 안 되지만 컴퓨터 사용자는 일부 간부 자녀들을 중심으로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 이들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북한에서 허용된 컴퓨터 게임은 국내산 게임 외에는 테트리스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테트리스도 처음엔 금지 목록에 올랐다가 무해하다는 판단에 따라 허용됐다. 다른 컴퓨터 게임들은 모두 외국에서 불법 유통된 것이라 당국에서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영화 역시 90% 이상이 모두 한국이나 중국 등 외국 영화들이라 대부분 금지 목록에 올라있다. 보안당국과. 학교에서 컴퓨터 관련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희진(28세)씨는 “아이들 감수성이 한창 높을 때라 그런지 통제를 하면 기를 쓰고 더 한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부모들이 그런 것을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만 말을 잘 안 듣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불법 게임이나 영화 출처를 캐면 간부들과 법 일꾼(보안원, 보위부원 등)들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단속하고 말고 할 게 못 된다”고 말했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 결핵 격리환자 70여명
지난 1월 8일, 북한 보건성의 지시에 따라 평양시 3예방 결핵병원에서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의료담당자는 검진 결과 결핵감염자 중 각혈을 해서 격리가 필요한 환자가 70여 명, 이들 주변에 결핵감염자가 90여 명 더 발생했다고 밝혔다. 의료단은 약품이 부족해 일단 결핵환자들에게 이소니지트(isoniazid) 100정씩 나눠주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 여성/어린이/교육
신의주에서 온 편지
우리 동생 공장 반장님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저는 신의주에 사는 김순희(가명)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올해 쉰다섯 되신 홀어머니와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스물여덟살 남동생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과일 장사를 하고 있고, 저는 신발공장에 다닙니다. 제 남동생은 작은 공장에 다닙니다. 낡은 집에 살고 있지만 우리 세 식구 다 입에 풀칠은 하고 삽니다. 어머니는 제가 시집갈 걱정보다 제 남동생 장가 갈 걱정이 더 크다고 하십니다. 장가보낼 형편이 못 되다보니 동생도 아직 좋은 처녀 만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동생에게도 새해 들어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동생 혁이가 다니는 공장의 반장님이 동생 결혼을 도와주겠다고 하신 겁니다. 그 소리에 요즘 어머니 얼굴이 활짝 폈습니다. 동생이 다니는 공장은 주로 횟가루와 블로크를 찍어냅니다. 신의주시가 국경 관문 도시면서 전국적으로 제일 어지럽다고 평가를 받는답니다. 상하수도 체계가 잘 안 돼 장마철엔 물에 잠기고, 겨울에는 석탄 먼지바람이 굉장합니다. 도시 미화사업에 신경 쓴다는 게 겨우 시내 아빠트들과 공공건물에 횟가루를 칠하는 일입니다. 해마다 한 수십 번은 칠하는 것 같습니다. 이 횟가루를 이 공장에서 만들어냅니다. 이 공장 반장님이 바로 제가 자랑하고 싶은 분입니다. 우리 동생네 반장님은 자기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정신이 아주 높다고 존경을 받는 분입니다. 혁이 말로는 일이 아주 고되고 힘들답니다. 석회석을 시내에서 80리 떨어진 의주군 덕현광산에서 가져와 횟가루를 만드는데, 생산물은 적고 수요는 태산 같아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답니다. 회죽물 한 동이에 1,000원 하는데, 화장품공장, 철기공장, 닭 목장, 오리 목장 등 횟가루를 가져가는 곳들마다 돈 대신 자기네 생산물로 준답니다. 동생네 반장님은 이렇게 들어온 생산물을 로동자 매 사람마다 골고루 나눠줍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봄과 가을에 석탄도 공급해주고, 가족까지는 못 주지만 본인한테는 벼나 옥수수로 1년분 배급을 꼬박꼬박 줍니다. 다른 데서는 로임도 못 받고 배급은 구경도 못하는 이런 때에 말입니다. 명절은 또 명절이라고 고기랑 비누 같은 것을 꼭꼭 챙겨줍니다. 이러니 동생은 자기가 운이 정말 좋다고 말합니다. 물론 일은 중로동이지만 동생은 보람을 느끼며 성실히 다닙니다. 혁이가 하도 자기 반장님 자랑을 많이 하니 자연히 우리 식구도 반장님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런 존경하는 반장님이 우리 동생을 장가 보내주겠다고 했으니 우리 어머니와 제가 얼마나 안심이 되고,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요? 반장님이, 동생 장가갈 때 블로크랑 일체 다 보장해서 우리 집을 크게 보수해 다시 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말씀만이라도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공화국에는 아직 이런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사건사고
온성군, 일가족 살인사건 재조사
함경북도 온성군 보안당국은 최근 일가족 피살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10일 사건 당일, 부부는 현장에서 바로 숨지고 12살 딸아이는 병원에 급히 호송됐으나 이틀 만에 곧 부모 뒤를 따랐다. 이 사건을 목격했던 주민들은 일가족이 너무 극악한 방식으로 살해돼서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고 말한다. 당시 함경북도 차원에서 부검이 내려오고, 이 사건을 무조건 해명하라고 방침까지 내려 보냈으나 단서가 별로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딸아이가 입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지자 잠시 수사 진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보안당국은 이 사건만 전담하는 조사조를 별도로 구성해 주민 료해사업을 계속 벌이다가 지난 해 10월 드디어 용의자를 붙잡았다. 청년동맹 지도원 최모(27세)씨에게서 피 묻은 돈 80장이 발견된 것이다. 이 중 30장에 혈흔이 많이 묻어있었는데 조사결과 죽은 이의 것과 같은 피였다. 최모씨는 바로 구속됐는데 아직까지 범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보안당국은 사건을 결론짓기 위해 최모씨를 중심으로 당시 관련자들을 불러내 수사를 적극 펼치고 있다. 온성군 주민들은 당시 일가족이 너무 처참하게 피살된 것을 떠올리며 하루빨리 범인이 밝혀져 응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논평
신의주 반장 얘기, 어려울수록 돕는 우리네 미풍양속 떠올라
신의주 공장의 한 반장님 얘기는 참으로 가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그는 간부도 아니고, 당원도 아니다. 그저 횟가루와 블로크를 찍어내는 작은 공장의 반장일 뿐이다. 그 자신이 노동자이기에 같은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 잘 알고 있어서일까? 그 자신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자기 책임 아래에 있는 열 명 남짓한 노동자들을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배려한다. 바로 이런 점이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그의 인품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이유이다.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공산주의 도덕품성을 지니도록 교양해왔다. 해마다 아무리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자주 교양해도,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공산주의 도덕 미풍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미공급 시기에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하지 못하면 죽음뿐’이라는 절대 절명의 깨달음은 좀 더 약삭빠르고, 이악하게 살아남는 법만 가르쳤다. 매일 그 날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이 죽어가는 꽃제비를 외면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정이 더 낫다는 간부들은 어떤가. 그들 역시 인민을 돌보기는커녕 제 안위와 가족 생계 돌보기에 연연해하고 있다.
남을 배려하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간부는 간부대로, 직급이 있는 자들은 직급이 있는 자들대로 어떻게든 최대한 자신의 직분과 권력을 이용해 제 것을 챙기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그 누구든 적당한 청탁과 아첨 또는 뒷거래를 할 줄 알아야 처세에 능하고 자기 앞가림을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각박한 시절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남’을 챙기는 신의주 반장의 모습은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그 반장 역시 제 배만 채우고 다른 이들을 모른 체 하더라도, 누구도 그를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잎이 떨어진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옛말처럼, 이런 시류 속에서도 다른 이들까지 제 가족처럼 챙기는 그의 따뜻한 품성은 더욱 높고 빛나 보인다.
그에게서 작은 희망을 본다. 우리는 이런 훌륭한 도덕 품성을 지닌 분들이 북녘 땅 곳곳에 아직 많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것은 가난한 보릿고개 시절, 보리밥 한 그릇도 이웃과 나눠먹었던 우리 민족의 심성과도 맞닿아있다. 북한 주민들이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는 모습에 과연 우리는 어떤지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남한 사회도 경제위기로 힘든 때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 해도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도울 여력이 충분하다.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가며 살았던 우리 조상님들의 미풍양속을 우리 역시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