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함흥시, 유행성출혈열 환자 증가
함경남도 함흥시 각 인민병원에도 유행성출혈열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시 보건부에서는 기존 병원 건물과 따로 떨어진 낡은 건물을 임시로 꾸려 환자들을 격리수용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사안으로 의사들이 몇 차례 긴급회의를 했으나 현재 치료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함흥에서도 일단 20일 정도 격리 수용했다가 병이 더 악화되지 않으면 퇴원시키고 있다. 환자 가족들 중에는 “병원이 환자를 살리려고 애쓰기 보다는 병원을 새로 꾸리는 과제들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며 허술한 치료를 비판하고 있다.
함경북도 일부 지역, 유행성 출혈열 발병
최근 함경북도 보건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유행성출혈열이 발병한 것을 확인했다. 청진시 포항구역에 위치한 의대병원에서는 지난 해 11월부터 지난 달 19일까지, 출혈열로 사망한 사람이 5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병으로 도 의대병원 외래동 입원실에 입원한 환자는 19명이다. 회령시는 인민병원에 7명이 입원해있다. 의사들은 유행성출혈열로 판명된 환자들을 일단 20일 간 격리시키고 있다. 20일이 지난 뒤 증상이 악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퇴원시킨다. 치료약품 부족으로 격리 기간에 죽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
■ 식량소식
신의주 배급소 식량 판매 어려워
평안북도 신의주와 평안남도 평성 등 주요 도시의 배급소에서는 아직까지 식량 판매가 원활하지 못하다. 시장에서 쌀 거래를 근절하려고 배급소에서 판매하도록 했으나, 정작 배급소에는 판매할 식량이 부족해 주민들이 배급소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장 판매가격과 배급소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잘 가지 않는 이유이다. 애초 당국에서는 농촌에서 식량을 싸게 사와 도시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운송자금이 많이 들어 결과적으로 시장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또 질의 차이도 있다. 주민들은 “같은 돈을 낼 바에야 개인 장사꾼에게서 살 것이다. 배급소보다 질이 낫다”며 배급소에서 식량을 잘 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배급소 식량 판매가 원활하지 못하다.
청진시 량정관리부, 쌀 가격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
지난 1월 18일, 함경북도 량정관리부는 각 시, 군 일군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시 량정부의 승인 없이 각 구역별로 식량을 별도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년마다 식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식량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식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1월 중순에 쌀값이 kg당 1,700원대로 떨어진 것은 외부에서 식량이 들어왔기 때문이므로, 식량이 일정하게 소비되면 조만간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30일에는 쌀값이 2,00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청진시 량정부 일꾼은 쌀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무역 단위에서 앞으로 얼마나 쌀을 많이 들여오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무역회사 일꾼과 협력해 중국에서 쌀을 많이 들여오는 사람이 능력 있는 일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진 배급소, 시장 쌀가격보다 100원 저렴
함경북도 청진시 인민위원회 량정관리부 배급소에서는 시장 거래 가격보다 100원 정도 싼값에 쌀을 판매하고 있다. 청진의 경우 중국에서 최근 쌀 300톤이 들어와, 시장에서 kg당 2,000원에 거래되던 쌀값이 최근 1,750원대로 일시 하락했다. 배급소에서는 1,65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순천시멘트공장 새해에도 배급 없어
평안남도 순천시멘트공장은 새해 들어서도 배급이 전혀 없다. 시멘트는 계속 생산되고 있으나, 노동자들에게 식량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배급이 없기에 노동자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새해에도 시멘트를 훔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 보통 시멘트 30-40kg씩 도적질해서 판매상들에게 넘긴다. 공장 측에서는 배급을 못주고 있어 대체로 시멘트 도둑을 눈감아주는 편이다. 다만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는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일하러 나오지 않을 거면 차라리 퇴직하라고 호통 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배급과 로임이 없어도 기업소에 계속 근무하기를 원한다. 이 공장 직원 김정모(38세)씨는 “직장이 없으면 수시로 검열에 걸려들어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량배나 무직자가 되느니 공장에 출근하면서 시멘트 훔쳐 파는 게 낫다”고 말한다.
■ 경제활동
리원군 수산사업소, 기름 부족으로 조업에 어려움
함경남도 리원군 수산사업소에서는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들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획량의 65%를 어부들에게 주고, 나머지 35%만 국가 계획량으로 가져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수산사업소에 다니는 한 일군은 “우리 수산사업소 일군들이 경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바다에 고기잡이 나갈 배의 기름이 없다. 올해는 1월 달에 겨우 3번 나갔댔다. 국가 계획을 수행하자고 해도 기업소 자금이 없으니 기름을 사서 운영할 형편이 못돼 새로운 방법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일단 고기잡이 배 선원 한 명당 기름 15kg씩 내도록 해서 바다에 나간다. 그 날 잡아온 어획량 중에 65%는 선원들이 가져가고, 나머지 35%는 계획량으로 바친다. 선원들은 65%의 계획량을 분배해 각자 기름 값을 제하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생계에 보탠다. 또 수산사업소 재정이 없어 배가 고장이 나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배 관리는 전적으로 선장이 책임진다. 수산사업소는 배를 대주고, 바다 출입증명서를 책임진다.
당일꾼들은 이런 방식이 자본주의 경제관리라며 비판한다. 행정일꾼들과 기업소 관리일꾼들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 기름 값 댈 형편도 안 되는데, 그대로 배를 놀려서 바다에 못 나가면, 계획량도 못하고, 아무 것도 안 되는 데 그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이들은 “국가에서 하나도 대주지 않는데, 어떻게 생산 계획을 달성하는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라에 도움도 못 주고, 어부들 먹을 것도 못 준다. 그러면 당신들이 배급을 주겠느냐?”며 행정일꾼들은 계속 집행해나가고 있다. 한 간부는 “당일꾼들도 말이 비판이지 실제 이 사람들이 벌어야 자기 몫도 돌아가는 게 아니냐. 그러니 그렇게 심한 충돌은 별로 없다. 싸움이 일어날 때는 다른 일이 껴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데는 이런 식으로 돌아간 게 벌써 한참 됐다”고 말했다.
평양 상원구역 주민들, 시멘트 되거리 장사로 연명
평양시 상원구역 주민들 대부분은 시멘트 되거리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원시멘트공장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 등지에 넘겨다 주는 식이다. 시멘트 생산이 줄어들면 이들의 생계도 타격을 입게 된다. 곽상호(46세)씨는 “아마 못해도 열 세대 중 일고여덟 세대는 시멘트로 먹고 살 거다. 이 지역 사람들의 한결같은 뜻은 시멘트 공장이 잘 돌아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현재 이 공장은 로가 고장 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 당위원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생산을 중단하지 말고 계속 흐름식 공정으로 생산할 것을 결의했으나, 로 부속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를 고치려면 일부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자금마련이 힘든 상태다. 일단 공장 측은 고장 나지 않은 로에 주력해 생산하고 있다. 박순금(41세)씨는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며, “이 일이 아니면 장사할 원천이 없다. 공장이 잘 되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 입에 풀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정치생활
수성교화소 수감자, 21년 만에 석방
청진시 수성교화소에서 올해 2명이 석방됐다. 그 중 한 명은 황해남도 재령군 출신으로 33세에 수감됐다가 21년 만에 풀려났다. 정치범으로 들어갔던 그는 모범수 칭호를 받을 정도로 그동안 열심히 생활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간부는 “서른세 살에 들어갔다가 쉰 넷에 나오다니 본인은 얼마나 감개무량하겠는가. 교화소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도 놀랍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 여기 나와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다. 요즘 같은 시기에 제 밥벌이 못해서 굶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그런데서 살아남은 사람이 오죽 이악하겠는가. 어쨌든 축하할 일이다”고 말했다. 교화소에서는 1년에 한 번 심사를 해서 석방여부를 결정하는데, 보통 10년 이상 복역자들이 석방된다. 어떤 해에는 석방자가 한 명도 없을 때도 있다. 그만큼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청진 수성 교화소, 형기연장 여부 심사 실시
지난 1월 21일, 함경북도 청진시 수성 보위부 교화소에서는 형기 만료된 수감자들을 심사하고, 수감자들의 형기를 대부분 연장시켰다. 중앙에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간부와 중앙 재판소 일군들이 직접 수성교화소를 방문해 2차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다. 3년형을 받고 들어온 수감자들은 3년에서 4년이 더 연장됐고, 5년형을 받았던 수감자들은 4년이 더 추가됐다.
산림 관련 ‘1월 11일 방침’내려
량강도와 함경북도 일대 산림 보호를 위한 ‘1월 11일 방침’이 나왔다. “산림을 애호하고 중시하며, 올해에는 나무를 베여내는 현상이 철저히 없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방침 내용이었다.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국토성 산림검열대가 2개 조로 조직됐다. 량강도와 함경북도의 경우 국토성 환경 보호관리부 산림 계획과와 국가 건설 계획과에서 나무 소비 정형 검열을 실시한다. 이미 인민보안성에서는 지난 1월 4일, 각 시, 군 보안서에 산림 검열 및 단속과를 신설한 바 있다. 작년에 산림보호 및 조성 지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료해사업을 한 결과, 전국적으로 산에 나무가 없고 여전히 무분별하게 벌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새해 들어 다시 방침이 내려진 것이다. 산림과는 앞으로 승인을 받지 않고 나무를 벨 경우, 벌금형이나 그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내릴 것이라 경고했다.
청진 수남시장 관리소 관리원 집중검열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관리소는 일부 관리원들의 장세 착복 혐의로 집중검열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함경북도 도당에 수남 시장 관리원들이 하루하루 장세를 떼어 개인 생활에 보태고 있다는 내용의 신소가 제기됐다. 이에 도 검찰소에서는 음력설을 쇠자마자 29일부터 집중검열을 시작했다. 수남시장은 2년 전에도 관리소 소장이 몇 년에 걸쳐 거액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관리일꾼들을 대폭 물갈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도당에서는 “전(前) 수남시장 소장과 같은 비법행위가 나타나지 않게 사전 대책을 잘 해야 한다. 검찰소에서 이번 검열을 잘 맡아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 사회
청진 피의자 사망에 가족들 신소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 보안서에서는 지난 1월 24일 오후 예심을 받던 피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예심과 보안원이 자백을 받으려고 구타했는데, 피의자의 장이 파열돼 구류장 안에서 사망했다. 사건 구역 보안서에서 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했는데, 가족들이 보안서에 찾아와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보안서에서 발뺌하자 가족측은 시당과 도당에 신소했다.
보안원 불량배에게 총 도둑 맞아
지난 1월 20일, 평양시 보안원 2명이 살인범을 인계받으러 원산시에 갔다가 총을 도둑맞았다. 이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강원도 원산시 칠복리에 도주한 범인이 붙잡혔다는 통보를 받고 원산역에 도착했는데, 역에 상주하는 도적 패에게 그만 총을 도둑맞고 말았다. 원산시 당국은 3월 8일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건을 정치적 사고로 간주해 총을 되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산시 보안서는 물론 보위부, 검찰소까지 총동원해 우선 원산 역에서 도적질하던 꽃제비와 불량 청년들을 보이는 대로 모두 체포해 구류장에 넣고 총의 출처를 찾고 있다. 또 관내 선거 투표 장소에 경비 병력을 두 배 이상 증강 배치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중앙당에 즉각 보고됐다.
증산군 돼지 병 발병
지난 1월 17일, 평안남도 증산교화소 돼지목장에서 돼지발이 갈라지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18일부터 병에 걸린 돼지들을 잡아 인근 군부대에 넘기거나 일부는 시장에 넘겨 팔았다. 교화소 당국은 이 돈으로 소독수를 사서 돼지 목장을 소독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둔 시기여서 돼지들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삽시간에 팔렸다. 20일부터는 돼지 병이 증산군 민가에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검역기관에서는 주민들에게 병든 돼지를 땅에 파묻고,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돼지들은 잡아서 고온에 장시간 삶아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 사건사고
락원군 부업선 침몰 사고
지난 1월 25일, 함경남도 락원군 중앙당 련락소 부업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날 설 명절 준비를 하려고 어대진 어장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던 중 배 기관이 고장 나 바다에서 3시간 정도 표류하다가 암층에 부딪혀 침몰했다. 때마침 인근에 있던 어대진의 한 수산배가 사고 현장에 다가가 선원 구조 작업을 벌였다. 선원 11명 중 3명은 행방불명되고 바다에 떠있던 8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금야군 무연탄 화물차량 탈선
함경남도 금야군 근처에서 무연탄을 실은 화물기차 차량이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금야역 5km 전방에서 100미터 구간 정도의 침목이 내려앉아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당시 철도성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간 만에 긴급히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복구 작업이 원활하지 못해 사실상 20시간 이상 통제됐다. 이 사고로 해당 역 철도간부들이 비판과 경고 처벌을 받았다. 당시 행사국 호위성원들이 사고현장을 확인하고 철길 상태를 점검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호위성원들의 점검이 끝난 뒤에 1호 행사 열차가 지나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간부는 “침목 주저앉는 일이 뭐 한 두 번도 아닌데 빨리 복구 안했다고 처벌하는 게 이상했다. 나중에야 1호 행사 열차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2월 3일, 함경남도 함주군 동봉협동농장에 김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실을 전했다.
■ 논평
북한 주민의 전염병 관리에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유행성출혈열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작년 10월 중순에 평안남도 증산교화소 내에서 수인들 8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보도된 바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함경북도 여러 군에서도 수 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기타 지역에서도 발병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초기 증세로는 열과 두통을 동반하다가 열과 혈압이 떨어지면서 착란과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윽고 소변이 잘 안 나오면서 구토가 나거나 때로는 소화기관에서의 출혈이 발생한다. 신장 기능이 회복될 시기에는 대량의 소변이 나오다가 탈수와 폐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신증후성 출혈열이란 이름을 가진 이 질병은 주로 들쥐의 배설물이 건조되어 공기 중에 날리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 감염된다. 남한에서는 주로 늦가을이나 늦봄, 들판이나 야산에서 일을 하는 농민과 군인에게서 증상이 보고되는 편이다. 예방법으로 군인이나 농민들은 미리 예방접종을 받고, 야산이나 풀밭을 피하거나 드러눕지 않고 옷 등을 말리지 말아야 한다. 외출했다가 돌아와서는 꼭 샤워를 하는 것이 최상의 예방법이다.
북한에서는 아무래도 외부에서 노동이 많은 교화소는 물론 이삭줍기와 분토모으기에 여념이 없는 농민 세대, 마땅한 거처가 없이 풍찬노숙하는 꽃제비들이 이 질병에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재 북한의 현실은 사전예방은 고사하고 발생한 환자조차 치료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배급이 없는 다수의 주민들에게도 질병 예방법을 강조하기란 참으로 무색하기 그지없다. 추수가 끝난 뙈기밭과 농장땅을 전전하며 이삭이라도 더 주워야 하고, 수십리 떨어진 산이라도 가서 나무를 해야 끼니를 잇고 추위를 견뎌낼 수 있다. 수확된 곡물은 골목길과 지붕은 물론 개울가에 널어서 말리기도 하고 김치움에도, 땅속에 파 묻어 보관하기도 한다. 부과된 퇴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인분과 축분, 지푸라기와 흙더미도 마구 섞어 양을 채워야 한다. 수도 공급이 중단되고 생활용수가 부족해 작업 후 청결을 유지하기가 어려움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의료 혜택이 없는 조건에서 환자들은 어느덧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주민들은 간단한 질병이지만 약품이 없고 영양공급도 부족하여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한 정부는 정치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승자없는 치킨 게임을 멈추고 북한 주민들의 전염병 관리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 집중탐구
평양통신 – 섣달그믐날 밤 술자리
*[평양통신]에서는 앞으로 평양 주민들이 사회, 경제, 정치, 국제정세 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급적 여과 없이 전달하려고 합니다. 화자에 따라 편지나 일기, 또는 수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단 화자의 안전상 일부 지명, 직장명, 이름 등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평양에서 해가 바뀌고 음력설(1)을 맞이할 때면 가장 바빠지는 동무가 있다. 인민봉사총국에서 일하는 김만수(가명) 동무다. 명절 때마다 총국은 옥류관, 청류관, 평양면옥 등 시내 여러 식당들에 대한 원재료 공급하는데 만수동무가 물자조달의 책임자이다. 그런데 금년 설도 원자재 조달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려웠다. 총국 당위원회에서는 만수에게 추가 당적 분공(과제)을 주어 창광거리 꼬치안주집에 공급해야할 닭발쪽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닭발튀기와 선술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설날만이라도 ‘표족지’(2) 노릇을 하지 않게 하라”(설날만은 표 없이도 다들 먹을 수 있게 하라)는 분공을 주었다.
만수 동무는 수락해야할 닭발쪽을 총국산하에서 다 가져온다고 해도 표족지 노릇을 면할 수 없다며 “당 생활 총화 때 자아비판감이 생겼구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섣달그믐날밤 부서모임을 만수의 집에서 하기로 한 것도 그에게는 걱정거리였다. 부식물을 많이 조달해놓으라는 세포 분공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수 집사람은 “당신 부서 내에 술주정뱅이도 여러 명 있는 것을 내 잘 아는데, 실수바람 하게 되면 참말로 모두가 입장 곤란하게 만들겠는데 어찌 우리 집으로 불렀소. 술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지 않은가”라며, 만수보고 짜증을 내었다. 그런데 만수는 “그런 걱정은 부서 동무들이 다 생각해서 그런기니 더 말마라. 동무도 와있는데 녀자가 무슨 말이 많나. 그래도 우리 집이 제일 안전하다고 택한 것이야”라고 내 눈치를 보며 넘어갔다.
만수네 집은 한층 두 세대만 있는 ‘색쟈식’(3)이고, 5층 건물 꼭대기 층이라 조용하다. 이웃집도 령감님 한 분만 추운 방을 지키고 있는데, 만수 집으로 모임하자고한 것도 다들 심사숙고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날 모임은 우리 부서 동무들과 산하 농장 공급과 동무들까지 협동 잔치를 벌였다. 우리는 그래도 총국단위에 있다 보니 술도 평양알곡공장에서 나오는 특제품 40% 평양 술, 여러 가지 육류에 떡들이 상에 올라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몇 잔씩 돌아간 다음 자연스럽게 말이 많아졌다. 술잔을 돌리던 누군가 작년에 있었던 북경 올림픽 말을 꺼냈다.
“참 개막식이 굉장했지. 중국이 국력을 시위했소. 돈이 굉장히 들었을 거야”
“중국이 달라졌어. 부자 댁이 됐소”
“그렇고말고. 사동구역에 채소 농사하던 짱꼴라들도 오래전부터 벌써 채소농사 거둬치우고, 개인주택을 새로 짓고, 승용차까지…”
“더는 짱꼴라라고 말게. 중국은 천지개벽이야. 사는 모습 보라. 우리가 대비돼?”
“요즘 웨트남(베트남)도 잘 산다던데”
“맞아. 당신이 작년에 웨트남 갔다 왔지?”
“야 말 마오.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지. 먹을 걱정 다 뭐요. 출퇴근할 때면 오토바이 대열이 이어지는데 참 장관이로다.”
“작년 웨트남 당 총서기가 평양에 오지 않았어? 장군님께서 도이모이를 따라 배우겠다고 하지 않았나”
“야 야 남을 쳐다보지 말고, 우리 실정에 맞게 금년 공동사설 정신대로 장군님 가르치심대로 무조건 앞으로 나가란 말이야”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잡을 수 있나. 지금은 제2의 천리마대진군 하자는데, 그것도 최첨단 기술로. 기가 막혀서. 금년도도 알만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누군가 이 물음에 모두 침묵했다. 그러다 다시 누군가 자기 하고 싶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개혁개방이란 소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중국, 웨트남, 쿠바, 라오스까지 그들의 경제건설 경험을 배워야 하지 않냐 말이야”
“요즘 이런 말 들었소?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의 길은 시장을 수단으로 하는 개혁개방의 길’이라고 하는구려.”“나도 들었네. 다른 나라는 개혁개방하면서도 사회주의를 지키지 않나.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우리 당 정책에 잘못된 것이 없는데 왜 개혁개방 해야 하는가’, 개혁개방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 않으시나?”
“글쎄, 우리는 15개 성상 침체 회오리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다른 사회주의 나라는 몰라보게 되지 않았나”
“그런 말 마시라. 우리 혁명 전통, 우리의 자존심 때문이겠죠. 지금 지구상에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는 우리밖에 없지 않습니까?”
“지금 중국, 웨트남, 쿠바까지 다당제 국가가 아니잖아요? 모두 공산당 일당 통제하는데…”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화제가 너무 무겁구나. 술자리에서 말 하는 건 다 쓸데가 없는 거야. 괜히 누군가 초급당에 잘못 발언해서 우리를 10대원칙에 걸면 야단이야.”
“왜곡하지 말라. 사실 그렇지, 우리가 장군님께 언제나 일편단심 아닙니까?”
“우리가 당 정책을 왜곡 집행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지금껏 다른 나라들이 개혁개방해서 잘 산다고 그랬지, 우리 당 정책을 비방 중상한 건 아니죠”
“모두 옳시다”
그렇게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나라 걱정을 했다. 그저 베트남, 중국, 쿠바가 잘 살게 된 것을 저마다 부러워했다. 만수 처는 잠도 안자고 부지런히 술을 날랐다. 다행히 만수 처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술주정뱅이 동무들은 큰소리 안내고 새벽 늦게까지 마시다가 하나둘 곯아떨어졌다.
(1) 북한은 올해부터 양력설은 하루만 쉬고 음력설에 3일 쉬는 것으로 바꾸었다.
(2)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청류관, 옥류관, 평양면옥 등 일부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표족지’를 나눠준다. 표족지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표족지를 못 받은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에 인민봉사총국에서는 표족지가 없어도 먹을 수 있게끔 충분히 수량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3)‘색쟈식’은 아파트 한 층에 두 개 세대가 마주보고 서있는 모양을 말한다.
■ 여성/어린이/교육
평남 안주, 농촌 진출 여성 환영 모임
지난 1월 23일, 평안남도 안주군 읍사무소에서는 농촌에 진출하는 녀맹원 220여명을 위한 환영모임을 조직했다. 그동안 농촌에 진출하겠다는 여성들이 없어 시당 간부들이 녀맹원들에게 해설담화와 학습 등 각종 선전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농촌에 진출하면 5개월분의 식량을 1월 말까지 미리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지원자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 살림이 너무 궁핍해 먹을 것이 없는 여성들이 적극 자원했다. 안주군의 한 농장일꾼은 “작년에 벌방지대에서 농장마다 사람들이 많이 죽어 농장원들이 대량 필요하다. 올해는 한 사람이라도 더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경북도 회령에서도 지난 1월 20일 농촌 진출 여성 환영 모임을 열었다. 회령시 자원자들은 농촌에 진출하는 대가로 옥수수 350kg를 받기로 했다. 농촌에 진출하는 여성들은 1년 분배량이 300kg에도 못 미치는 농장원들이 많은 데 비하면 옥수수 350kg는 많이 받는 편이라고 위안하고 있다.
소년단원 입단에 학부모 큰 부담
평안남도 평성시 두무소학교에서는 ‘2월 16일’ 명절을 앞두고 조선 소년단원 입단 명단을 작성했다. 소년단원이 되는 학생은 한 학급당 10-12명 정도 되는데, 대상자 학부모들은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학교 교장선생님은 김일성 연구실 꾸리기 등 학교 꾸리기 명목으로 각 담임 교원들에게 소년단원 일인당 2만원 과제를 냈다. 담임 교원들은 이것을 다시 학생들에게 토끼가죽 3매 과제를 내주었다. 현물로 바치지 못할 경우 한 장당 15,000원씩 현금으로 내라고 한다. 될수록 토끼가죽보다 현금으로 내라고 종용하는 교사들도 있다. 소년단원이 되려면 학생들은 일인당 최소 4만 5천원을 내야한다. 학부모들은 “웬만큼 돈 있는 집이 아니고선 아무리 공부 잘하고 실력이 있어도 소년단원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요즘 교육계 현실”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