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꽃무늬 치마 입어도 사상 투쟁 대상
여성들이 치마를 입었다고 해서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멋 내는 데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은 짧은 치마나 알록달록한 꽃무늬 치마를 즐겨 입기도 하는데, 이 모두가 단속 대상이요, 사상 투쟁 대상이 된다. “조선 사람의 체질에 맞고 고상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치마”라며 바지를 못 입게 하지만, 짧은 치마나 꽃무늬 치마는 “사상이 썩은 녀자들이 입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 바지 중에서도 쫑대 바지(쫄바지)나 나팔바지 등 모양을 낸 바지들은 “우리나라 식이 아니라, 저속한 자본주의 방식”이기에 철저히 배격된다.
평안북도 신의주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명주(가명, 20대)씨는 얼마 전 바지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물고 나왔다. 그는 “우리나라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속하지 않는 게 없다. 머리를 길면 길어서 안 되고, 풀면 풀어도 안 되고 직발(스트레이트파마)도 못하게 한다. 우리 같은 나이에 제일 희망하는 건 자유와 미(美)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단속한다 해도 이 눈, 저 눈을 피해, 기를 쓰고 따라하고 마는 것이 젊은 사람들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서화영(가명, 20대)양도 “남의 나라 풍습이라고 해도, 좋으면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냐. 왜 우리나라 것만 최고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오이를 거꾸로 먹어도 제 멋이라는데, 짧은 치마를 입던 쫑대 바지를 입던 상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이렇듯 청년들은 “류행을 따라하지 말라고 하면 기어이 하고 마는 게 청년들”이라며 단속이 아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여성들 단속 피하려고 바지 위에 치마 걸쳐
여성들이 강제에 못 이겨 치마를 입다 보니, 치마가 없는 여성들은 밖에 나갈 때마다 치마를 빌려 입고 가야 한다. 어떤 여성들은 바지를 입고 그 위에 마대 자루 같은 치마를 덧입는다. 지난 6월 12일, 평안남도 남포에 사는 리옥화(30대)씨는 다음 얘기를 들려주었다.
“일주일 동안 아침 청소 당번이라 새벽 5시 반에 빗자루를 들고 거리에 나갔다. 마침 그 시각에는 남루한 옷차림의 남자애 꽃제비 5명이 마대를 손에 들고 오물장을 뒤지고 있었다. 다른 한 쪽에선 남자 규찰대가 나와 자전거에 짐을 싣고 다니는 사람들을 일일이 불러 세워 검사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또 다른 규찰대가 나와 이제 여자들의 복장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남자 규찰대원이 남새 장사하러 시골에서 막 올라온 것 같은 여자들을 불러 세웠다. 그는 왜 바지를 입고 나다니느냐며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자들이 일제히 허리춤을 만지작거렸다. 그랬더니 둘둘 말아 올렸던 치마가 바지 위로 내려와 바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남자 규찰대원은 일순 멍한 표정이 되더니 턱짓으로 그만 가보라고 했다. 여자들이 몇 발자국 못 가 저희들끼리 폭소를 터뜨리며 웃었다. 그 웃는 모양이 내가 보기에도 얼마나 통쾌한지 몰랐다. 그때 등 뒤에서 ‘고양이 담배 한 갑 건졌다 생각했더니 아침부터 김샜구만’이라며, 낮게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150일 전투 기간에 치마 안 입는 여성 단속
150일 전투 기간인데도, 여성들의 복장 단속이 거리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여성들에게 치마만 입도록 강요하고 있는데, 치마를 입지 않은 사람은 시장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할 정도다. 그런데 본격적인 동원 철을 맞이해 여성들은 일하기에 치마가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아무래도 활동하기에 자유로운 바지를 선호하다보니 치마보다 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당국은 다시 청년동맹 규찰대와 녀맹 규찰대, 학생 규찰대 등을 총동원해 바지 단속에 나섰다. 치마를 입지 않은 여성들을 붙잡아 강제노동을 시키니, 치마를 입지 않고선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평안남도 남포시 여성들은 “길가에도 (규찰대들이) 쫙 풀려있다. 심지어 장사하러 가는 게 아니라, 장보러 가는데도 치마를 안 입었다고 시장에 들여놓지 않는다. 150일 전투 기간에 생산성을 높이자면 일하기 편한 옷을 입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우리 여자들이 제일 불편해하고 입기 싫어하는 치마를 왜 그렇게 입으라고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 식량소식
개천탄광련합기업소 5월 하순부터 배급 중단
평안남도 개천 탄광련합기업소에서는 5월 하순부터 배급이 중단돼 2갱과 3갱 탄부들은 6월 7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기업소측은 150일 전투 기간인데도 결근자가 속출하자, 보안원들을 동원해 탄부들을 일터로 끌어내고 있다. 부지배인은 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6월말까지만 식량난을 극복하자”고 호소했고, 초급당비서와 선전원들은 “식량난을 극복하고, 혁신하자”고 선전 선동에 힘썼다. 탄부의 아내들은 장사거리가 없어 돼지나 닭 등 가축을 기르지만 생계에 큰 도움은 못된다고 말한다. 사실상 탄광 배급에 의존해왔는데 중단되자, 죽 끓일 식량도 없는 신세가 됐다. 현재 아침식사를 못하고 출근하는 탄부들이 많다.
■ 경제활동
태천군 대령강2호발전소 전력량 40% 감소
평안북도 태천군 대령강 2호 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전력 생산량을 비교한 결과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 간부는 “수차 1호 터빈이 계속 고장 나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날보다 정비하는 날이 더 많았다. 발전소 소장과 기사장, 현장 기사들도 수리하라고 하면, 서로 아프다며 출근을 안 하려고 했다. 수리를 하고 싶어도 부품이나 자재가 없는데다, 수리를 한다손 쳐도 제대로 가동될 리 만무하다. 괜히 나섰다가 혼자 책임만 뒤집어쓰기 십상이라 가급적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령강2호 발전소는 규모가 작아 전력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다행히 평안북도 인민경제부문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
길주 펄프공장 생산율 20% 감소
함경북도 길주군 펄프공장의 올해 생산율이 작년보다 20% 이상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부족이 가장 큰 이유지만, 노동자들의 식량 배급 문제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배급을 받지 못하자, 노동자들은 종이를 몰래 훔쳐내 왔다. 이렇게 공장 일꾼들과 보위대 검열원들의 눈을 피해 빼돌린 종이를 kg당 2,200원에 팔아넘기는 등 생산물 손실양이 꽤 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이런 식으로 손실되는 양이 약 300-350kg 가량 된다. 작년에는 2kg를 훔치면 통옥수수 200-300g을 살 수 있다고 했으나,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종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더 뛰었다. 훔치다가 적발된 사람은 한 달 생활비를 받지 못하게 되며, 하루 8시간 노동 일정이 끝나면 건물꾸리기 작업에 동원된다. 또 전체 종업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인신모욕적’(인신공격성) 비판을 받게 된다. 한편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종이를 훔치는 양보다 간부들이 몰래 빼돌리는 양이 더 많다며 욕설을 남발하는 간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토지 정리 사업으로 면적 늘었지만 수확량 별 차이 없어
평안북도 농촌 경영위원회 토지관리부에 따르면, 토지정리사업을 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수확량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토지정리사업으로 농지 면적이 늘어나 그만큼 수확량도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한 간부는 면적만 늘었을 뿐 토지의 질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례로 새로 개간한 논밭에는 농작물에 물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농업용수 문제가 심각한 곳들이 많다. 벼를 심어도 땅이 마른 구간이 많아 모가 마르게 되어, 소출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 해도 소토지 농사를 짓게 되면 소출이 몇 배나 늘어난다며, 단지 농경지의 질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농민도 있다.
다른 한 농장일꾼은 토지 정리할 때 표토층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토지 정리할 때 유기질이 제일 많은 표토층을 밀어서 한 쪽에 놓고 정리한 다음에, 다시 표토를 깔아야 하는데 공정이 힘드니까 그대로 놔둬서 생땅이 나타난다. 유기성분도 별로 없는 생땅에 농사를 하려니 잘 될 리가 있나. 소출이 잘 되는 농토로 만들려면 퇴비도 많이 주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다”고 지적했다. 개인농사가 잘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농들은 표토층을 덮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퇴비를 준다. 그러니 농사 소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정치생활
“세외 부담 없앤다더니”
평안남도 평성시 인민반장 모임에서는 “9월까지 자기 사는 마을의 집들을 선군문화모범가정으로 꾸리는 사업을 힘차게 밀고 나갈 데 대해”주로 논의됐다. 녀맹의 협조로 모든 세대들이 잘 참가할 수 있도록 사상사업을 많이 하고,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세대들은 해당 구역에서 추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세대에서는 토피 20장, 철도 지원 장갑 2켤레, 방망이 2개, 산나물 200g, 인민군대 지원고기 1kg, 가루 비료 20kg, 파고철 5kg, 도로 포장용 자갈 1양동이, 유휴자재 수매증 5원, 농장 지원용 빈 마대 2자루 등 기존에 냈던 세외부담에 새로운 세외부담을 안게 됐다. 평성시 주민들은 “방송에서는 세외부담이 인민의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라느니, 없앨 것이라느니 난리더니, 내라는 게 많기도 하다”며 국가에서 하는 말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당원들, 반성문 쓰고 비밀편지에 바빠
당중앙위원회는 전체 당원들에게 “국가 비밀을 철저히 엄수할 데 대한 방침”을 전달했다. 당과 국가 및 군대 주요 일꾼들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일체의 모든 부정행위들을 강력히 뿌리 뽑겠다는 결심의 일환에서 나온 방침이다. 앞으로 “국가의 어떤 조그만 비밀도 밖으로 류포시키지 말 데 대해” 강조했으며, 이를 단속하기 위해 비사회주의그루빠보다 더 강력한 검열단이 조직될 것으로 예고했다. 또 로동신문과 같은 중앙매체에서 제기한 내용 외에는 다 국가 기밀에 속하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미국 간첩사건과 같이 현재 국내 정세와 관련된 비밀문서들이 전달되고 있다.
한편 당중앙위원회에서는 “세금 없는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권세와 세도를 쓰며 인민들에게 이러저러한 구실로 세외 부담을 주는 현상이 있다. 일군들은 정신을 차리고, 법관들은 뢰물을 받아서 공정치 못하게 사건을 처리하지 않아야 한다. 일군들과 간부들이 인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사로운 개인의 리익을 위해 일하는 현상에 반대하며 투쟁해나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체 당원들에게 통보문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당원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와 본신업무(본업)에 따른 부정행위를 스스로 고발하는 반성문을 쓰고 있다. 또 반성문에서 “우리 당원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내용으로 사상성도 검증받아야 한다.
150일 전투 끝나면 100일 전투 또 시작
지난 6월 8일, 중앙당과 내각에서 부장급 간부들이 모여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150일 전투가 끝나면, 다시 100일 전투에 들어간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다음 날 9일 오후, 전국 시, 군당 책임비서 및 인민위원장들에게 전화로 일차 통보가 됐고, 이후 같은 내용으로 공문이 전달됐다.
무직자 및 무소속 주민 파악
150일 전투 기간에 직맹원들 가운데 확인되지 않는 주민들이 있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당원, 청년동맹원, 녀맹원 등은 참가자 명단 확인이 100% 가능한 반면, 직장에 다니니 않는 무직자나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주민들이 각 군마다 상당수에 이른다. 한 간부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군마다 100명은 넘어가는 것 같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인민반을 동원해 직맹원들의 명단을 세세하게 다시 확인하고, 무직자 및 무소속자 명단 및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 사회
자녀들에게 천대받는 노인들
시어머니가 필요하다고 해서 꼭 공경하며 모시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살림살이가 어려운 가운데 힘없고 능력 없는 노인들이 천대받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평안남도 강서군에 사는 김경화(40대)씨는 얼마 전에 자기 인민반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살기 바쁘니 별걸 다 봅니다. 우리 뒷집에서는 늙은 시어머니 혼자인데 아들이 때리고, 며느리가 이빨로 물어뜯고 꼬집어놓고 합니다. 못사는 집에서 자꾸 쌈질하니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들고나가 술 바꿔 먹고 먹을 거 빌어먹고 합니다. 이런 집들이 한두 집이 아닙니다.
여기서 중학교 교원하는 재동이네(가명)는 할아버지만 모시고 살았습니다. 늙은이가 로친 먼저 죽고 혼자 있으니 좀 괴벽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들이 아버지하고 자주 싸웠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다른 집에 제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그 집에서 급하게 30만 원을 쓸 일이 있었답니다. 아무리 돈을 꾸러 다녀도 돈 빌려준다는 데가 없었는데, 재동이네가 30만 원 주겠으니 자기 아버지 건사해달라 그랬답니다. 그 선생은 30만 원에 제 아버지를 팔아넘긴 격이 됐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그래도 30만 원에 넘어갔지만, 옆집 할머니는 있는 돈 다 아들한테 꼴아 박고 빈털터리로 길거리에 나앉았습니다. 그 집 며느리가 장사하다가 망했는지 시어머니한테 살던 집을 팔아 그 돈을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는 자기가 모시겠다고 하면서요. 마음약한 할머니가 아들 내외가 불쌍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웬걸요. 얼마 못 가 할머니한테 집안 일 하나 못한다고 구박하고 밥도 잘 안주고 그래서 결국 할머니가 쫓겨나다시피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지금은 시장마다 돌아다니며 구걸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세월이 이렇습니다.”
선보는 여성들 첫 질문, “염소는 산으로 가고, 유모차는 튼튼한가?”
요즘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이 상대 남성에게 처음 만났을 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염소는 산으로 갔는가, 유모차는 튼튼한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염소는 담배 피우는 시아버지를 말하고, 염소가 산으로 갔냐는 것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느냐는 물음이다. 유모차는 시어머니를 일컫는다. 그래서 유모차가 튼튼하냐는 질문은 시어머니가 어디 아픈 데 없이 건강하냐는 말이다. 결국 집안 살림살이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밥만 축내는 시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면 좋겠고, 시어머니는 아프지 않아서 집도 봐주고 아이도 업어주고 장사도 같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엔 특히 장사 나이 제한으로 이웃집 할머니와도 동업하는 마당이라, 시어머니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불량배들 돌격대 보내 교양
평안남도 순천시에서는 17세 이상 청년동맹원 중 직업이 없는 청년들이나 불량배들을 돌격대에 보내 교양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단속된 청년 25명과, 7일부터 16일까지 단속된 26명을 합쳐 돌격대 한 부대로 조직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돌격대가 된 불량배 및 무직 청년들은 약 2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150일 전투 기간 동안 육체적으로 힘든 부문에 나가 일하게 된다. 잘 사는 집에선 조선 돈 10만 원 이상을 뇌물로 바치고 자녀를 돌격대에서 빼내고 있다.
시장 단속 강화되자, 몸싸움 심해져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시장에서 농산물을 제외한 일체의 품목도 팔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서둘러 장사 지표(품목)를 바꾸고 있으나, 미처 바꾸지 못한 상인들은 시장 주변을 떠나지 못한 채 몰래 장사하고 있다. 이렇게 주변에서 공업품이나 중고옷 등 금지 품목을 파는 상인들이 약 200여명에 달한다. 시장 안팎이 사람들로 혼잡스럽고 번다하다보니, 무질서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순찰대가 몇 배나 보강됐다. 단속하는 과정에서 장사하는 여성들과 보안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거나 심지어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더 빈번해졌다.
지난 6월 13일 오후에는 순찰대 8명이 시장 근처에서 옷 장사를 하던 한 무리의 여성들을 붙잡아 공터로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짐승을 몰아넣는 것처럼 끌고 가더니 보따리를 빼앗으려고 땅바닥에 여자들을 여기 저기 내동댕이쳤다”고 한다. 그런데 옷 보따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순찰대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서춘실(가명,40대)씨는 “악이 날대로 난 녀자들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달려들어 할퀴고 물어뜯고 난리가 아니었다. 여자들 등쌀에 보안원들 팔소매가 째져 군복이 심하게 상했는데, 치안 유지한다는 보안원들이 그 꼴이 됐으니 백성들한테 개망신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림영옥(가명,40대)씨는 “가뜩이나 장사 못하게 해서 앞날이 깜깜한데, 사람을 제 집 개 패듯 패다나니 악이 안 날 수 있나. 나라도 이가 다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팔뚝 물어뜯고 안 놔뒀을 것”이라고 말해 보안원들의 가혹행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평양에서 공연할 학생을 뇌물 받고 뽑아 처벌당해
함경북도 청진시에 소재한 함경북도예술학원에서 뇌물 사건이 드러나 때 아닌 사정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 6월 13일, 학교당국은 뇌물을 받고 평양에 공연하러 올라갈 학생들을 뽑은 혐의로 관련 교원들을 중학교 교원으로 강등하는 처벌을 주었다. 이 학교에서는 평양 공연을 위해 3학년 학생 중에서 42명을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돈 많은 집과 간부 집들에서 상당한 뇌물을 바치고, 자신의 자녀들을 공연단에 밀어 넣는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행위로 뽑힌 학생들이 악기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할 만큼 수준이하의 실력이라 문제가 됐다. 담당 교사들이 개인교습을 시키는 등 노력을 해봤지만, 학원 원장과 도교육부장 등이 참관하는 예비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서도 실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이를 뒤늦게 눈치 챈 학교당국에서 부랴부랴 교원회의를 열고 사태파악에 나섰다. 이대로 공연단을 평양으로 올릴 경우 단순히 학교 망신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간부들 책임론까지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당국은 뇌물을 챙긴 교원들을 처벌하고,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재 선발하는 것으로 일단락 짓기로 했다. 그러나 1차 선발에서 돈 있는 집 아이들에게 밀려났던 학생들 측에서 자녀를 내보내지 않겠다고 해 사건 마무리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학원장과 부원장 등은 성난 학부모들을 달래기 위해 뇌물수수를 한 교원들에게 학부모들을 찾아가 사죄하도록 지시했다. 또 공연 출연진을 전원 다시 선발해 가까스로 공연 준비에 돌입할 수 있었다.
■ 사건사고
회사 돈으로 마약장사한 사장 긴급체포
함경북도 청진시 116기동대 울림회사 사장이 몇 년에 걸쳐 회사 수입을 유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긴급 체포됐다. 수사 결과 그는 비단 회사 자금 유용뿐만 아니라, 마약 거래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몰래 빼돌린 돈으로 마약을 거래한 것은 물론, 함흥을 오가는 회사 차량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조선 돈 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주민들은 “함경북도적으로 가장 특대형 사건”이라고 했다.
■ 논평
치마를 입고 싶어도 입기 어려운 북한 여성의 삶
북한에서 150일 전투 기간 동안 바지 단속을 바짝 더 조이고 있다. 치마를 입지 않은 여자들은 장마당 장사는 물론 물건을 구입하러 시장에 출입할 수도 없고, 잡혀서 벌금을 물거나 강제노동에 동원시킨다고 한다. 여성들은 150일 전투 기간에 생산성을 높이자면서도 일하기 편한 바지보다 불편한 치마를 입으라는 당국의 지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1986년 2월 어느 금요일이었다고 한다. ‘금요 로동’이 있는 날이라 그날따라 작업복을 걸친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한다. 이를 본 최고 지도자가 “금요로동을 한다고 해도 바지는 가방에 넣고, 외출할 때는 깨끗한 치마를 입고 다녀야 합니다. 평양시 거리에서 (여성들이) 바지를 입으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라고 한 뒤부터 바지 단속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바지 단속은 법적 근거도 불분명한데다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 단속원은 “바지 단속이 제일 쉽고 부담이 없다. 크게 돈 버는 건 없지만 녀자들을 희롱하는 재미도 있고, 얘기도 나눌 수 있고 하니까 젊은 남자들이 서로 규찰대로 나가겠다고 할 정도”라고 말한다. 단속 과정에서 남성 규찰대들의 무례하고 과도한 단속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대부분 여성들이 바지보다 치마를 입을 때 훨씬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여성이 옷을 입고 거동하는데서 불편을 호소하게 만드는 것은 지극히 여성 차별적인 사회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관철되기 위해 중간 간부들은 공연히 바빠지게 되고 바지를 입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노동량이 많은 여성들은 바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고 먹고 사는 것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현재 배급이 없어 가족 전체를 부양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장마당 장사까지 통제하면서 150일 전투에 내몰고 있는 북한 정부가 뜬금없는 바지 단속까지 시행하고 있다. 당국은 치마를 입고 멋을 내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1년 내내 일하고 장사하느라 바지밖에 걸치지 못하는 북한 여성들의 어려운 처지를 걱정해야 할 때다. 이런 단속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