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장군님 초상화 탔다고 화재 복구, 칭찬은 못해주고”
지난 6월 11일, 함경남도 홍원군 남산협동 농장에서 화재가 나 두 세대가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 불에 탄 세대는 3작업반 농장원 세대로, 이 날 오전에 5살짜리 아이가 불장난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농장원 정란희(가명, 30대)씨는 “3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집 재산은 말할 것도 없고 작년에 분배받았던 식량이 다 타버렸다. 살림집을 새로 지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정씨는 “지금이 농민들이 제일 바쁜 시기라 화재 난 세대들에게 신경써줄 정황이 안 된다. 농장 일꾼들은 그저 작업반에서 알아서 하라(피해자들이 살 수 있게 도우라)고 나 몰라라 한다”고 했다.
피해 농장원이 속해있는 3작업반에서는 일단 공구 창고에 림시 거처를 마련해주었고, 농근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에서는 간단한 식기류와 이불 등을 지원해주었다. 분조원들은 비상식량으로 일단 통옥수수 2kg씩 거둬 주었다. 마침 화재 소식을 들은 홍원군 주둔 인민무력부 자동차 양성소 소장이 화재 세대들의 살림 복구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는 “선군정치로 군민관계 미풍을 발휘하여 우리 자동차양성소에서 화재 난 세대들을 원상태로 해 주겠다”며 지난 6월 25일부터 살림집 복구에 착수했다. 이 지역 농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장군님의 군대는 역시 다르다”며 칭송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군당을 비롯한 리당 일꾼들은 “장군님 초상화가 모두 불에 타 없어졌다”며 군부대의 살림집 복구 지원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리당 간부는 “그 집들에 있던 장군님 초상화가 다 타버렸다. 화재 날 때 초상화만이라도 살렸으면 이 군대의 지원이 칭찬받을 만 했는데, 타버렸기 때문에 칭찬꺼리가 못 된다. 초상화를 태워 장군님께 불충불경을 지은 죄인들을 위해 집을 짓는데, 누가 칭찬해줄 수 있겠느냐. 초상화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일부 농민들은 “당 일꾼들은 주민 재산이 피해 받은 건 아무 말 안하고, 오로지 관심이 장군님 초상화밖에 없는 거냐. 원래는 화재가 나면 농장에서 지원해주어야 하는데, 하도 지원이 없으니 보다 못해 군대가 나선 것 아니냐. 아무리 좋은 일 해줘도 초상화 타버렸다고 좋은 소리 못 듣는 게 말이 안 된다. 장군님 초상화를 태우고 싶어서 태운 게 아닌데, 그런 것은 좀 사정을 봐주면 안 되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고아 데려다 키우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비난”
평안북도 운산군 삼산농장에는 고아들을 제 자식처럼 데려다 키우는 농장원이 있다. 2008년 7월에는 아이들이 11명까지 늘어났는데, 군당에서는 청년동맹원들을 동원해 살림집을 큰 규모로 새로 지어주었고, 농장의 밭도 1,500평을 떼어 주어 식량에 보태도록 배려해주었다. 군당의 이런 배려와 대조적으로 농장에서는 이 세대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군당에서는 지시만 내리면 되지만 실제로 이것저것 지원해주어야 하는 것은 농장이기 때문이다. 한 농장일꾼은 “농장에서 이 세대를 잘 돌봐주지 않으면, 군당에서 회의 때마다 농장일꾼들을 비판한다. 농장일꾼들은 농장 전반 사업을 보장하는 것도 아름찬데 고아 키우는 세대까지 부담해야 하니 시끄러워한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농장의) 덕 좀 보려는 사람들이 부모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농장 관리일꾼들은 고아들을 키우는 김순철(가명) 세대도 그런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지난 4월말까지 김씨 집에 있던 아이들 11명 중 7명이 집을 뛰쳐나가 꽃제비생활을 하고 있다. 농장 초급당비서와 관리일꾼들은 김씨에게 “데려온 아이들은 그냥 고아원에 데려다주고, 당신 자식들만 잘 키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씨는 현재 데리고 있는 4명의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데려다 키운 정이 있어 고아원에는 못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장의 신세를 지지 않고 자체 힘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잘 키울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소식에 다른 농장원들은 “우리 사회 일꾼들은 자기한테 약간만 부담돼도 시끄러워하고 귀찮아한다. 이런 세대들을 도와주고 잘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비웃기 좋아한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렇게 비난하니 뭐가 되느냐. 일꾼들이 순 자기밖에 모른다. 도덕성이 없어졌다. 이것은 당과 대중을 갈라놓는 일본새(일하는 모양)”라고 수군거렸다.
■ 식량소식
어랑천발전소 식량과 자재부족으로 작업 중단
함경북도 어랑천 발전소 건설이 지난 6월 15일부터 일시 중단됐다. 함경북도 김책시와 길주군, 청진시 등에서 식량 조달을 하지 못한데다 자재마저 보장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들 돌격대 대대는 당장 식량이 급해 다른 지역의 대대에서 일주일 분량씩 꿔오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이 벌써 바닥난 대대의 지휘관들은 “식량도 없고 자재도 떨어져 기본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급식량을 하루 700g에서 500g으로 줄이라”고 후방부에 지시했다.
청진시 라남구역의 각 기관, 기업소에서는 어랑천발전소 2중대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교대 날짜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교체 인력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다 못한 노동자들 중 일부는 기업소에 찾아가 왜 교체를 시켜주지 않느냐며 일꾼들과 싸워 지난 6월 15일, 시단련대 2개월 형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을 지켜본 노동자들은 “제 날짜에 교대를 안 시켜줘서 일꾼들과 싸운 건데, 그 사람들을 모조리 단련대에 보냈다. 아무리 일꾼들이 사업을 잘 못해도 로동자들은 아무 반항하지 말고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하라는 말이다. 그저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인데, 공평하지 못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 6월 23일 오후, 어랑천 발전소 돌격대 려단 지휘부에 파견된 함경북도 도당 부부장은 식량이 떨어진 대대들의 시당위원회 책임비서들에게 전화로 “식량과 후방 지원 물자 및 작업 공구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어 도당에서는 각 시당 책임비서와 관련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떻게든 이번 150일 전투 기간 동안, 못해도 최소 새로 시작될 100일 전투 기간 안에는 어랑천 발전소 건설을 끝내야 한다”며 발전소 건설 완공에 더 힘써줄 것을 부탁했다. 도당의 한 간부는 “어랑천발전소가 완공되면 우리 도에서 (전력을) 소비하라고는 하는데, 공사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토목 공사 뿐만 아니라, 수력터빈, 발전기 등 국가 지원이 없으니 (건설이) 잘 안 되고 있다. 총 발전량은 많지 않은데, 공사 규모가 워낙 커져서 지방에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 제
■ 경제활동
함흥 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식량난에 출근률 감소
5-6월 들어서면서 함경남도 함흥시 영예군인수지일용품 공장의 출근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건군절을 맞아 시당에서 10일 분량의 식량과 콩기름 반 병 등 기타 생필품 약간을 지급한 것 외에는 정상적인 배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영예군인들 중에는 “생활 조건을 보장해달라”며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시에서 대책을 세워 달라”는 개인 신소들도 쏟아지고 있다. 시인민위원회에도 “영예군인들의 생활 편의를 보장해 달라”는 신소가 넘쳐나고 있다.
한 간부는 “어쩌다 (공장이)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수령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공화국에서 가장 큰 영예군인으로 이름 난 공장이다. 가족까지 같이 일할 수 있고, 주로 원주필(볼펜), 플라스틱 그릇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수령님과 위대하신 장군님께서 직접 현지 교시를 하신 공장으로 식량배급에 있어 특별히 국가적인 배려를 받아왔다. 그랬던 공장이 어쩌다 식량을 공급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빗발치는 신소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개성시 고려인삼 수매가격 최고 14만 원으로 인상
개성시 고려인삼 약초 수매소에서 인삼이 1kg당 최고 14만원(조선 돈)에 거래되고 있다. 인삼엑기스는 kg당 3만원에 거래된다. 개성시의 한 간부는 인삼을 두고 여러 권력기관이 이권을 다투다보니 수매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만년장수’(보건성 산하 무역회사)가 국내에 있는 인삼을 총괄적으로 수매하게 돼있다”며 복잡한 사정을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만년장수 회사는 홍콩에 있는 대리상을 통해서 판매를 하는데 80% 이상은 대만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만년장수는 고려삼에 대해 수매권만 있고, 생산 지배권이 없다. 생산은 개성시당과 황해북도 도당에 속한다. 인삼이 아무래도 돈이 되다보니까 중앙당에서도 눈독을 많이 들였다. 그래서 대성총국(중앙당 39호실 소속)에서 고려삼을 수매할 수 있는 지분을 받아갔다. 그때부터 만년장수와 대성총국이 수매 경쟁이 붙었다. 황해북도 도당과 개성시 시당에서는 생산만 자기네가 하지 수매권이 없어 자기들은 빈털터리가 되니까 부분적으로 kg당 얼마씩 중국 상인들에게 소매로 팔아먹는다. 이렇게 되다보니 세 곳에서 인삼을 가져가는 거다. 거기다 좀도둑이 엄청 많아 삼이 남아나지 않는다.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만년장수회사는 매년 몇 톤씩 주겠다고 대리상과 계약을 했는데, 생산량이 떨어져 그만큼 수매를 못하게 되니까 동북삼(동북3성 삼), 러시아삼을 혼합해 가져가기 시작했다. 약효가 떨어지니 신용도 떨어졌다. 중국 사람들이 소매로 사가는 게 더 약효가 좋을 정도다. 보건성더러 생산까지 맡으라고 하기도 했는데 생산이 워낙 복잡한 공정이다 보니 맡을 수가 없었다. 만년장수는 동북삼과 러시아삼을 혼합한 것보다 엑기스를 뽑아 만든 삼이 더 낫다고 보고, 7년 넘게 인삼 엑기스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새별군 고건원 탄광 2갱, 10월 말까지 조업 중단
함경북도 새별군 고건원 탄광 2갱에 물이 많이 나와 10월 말까지 석탄 생산이 어렵게 됐다. 2갱은 1갱과 3갱에 비해 밑바닥에서 물이 많이 차오른 상태다. 양수기로 물을 퍼내야 하지만, 전력문제로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그럭저럭 조업을 진행 중인 1갱과 3갱의 노동자들은 5월 상순 배급을 옥수수로 지급받았으나 2급 노동자들에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배급을 못 받은 노동자들이 석탄을 훔쳐 팔려고 해도 여름철이라 석탄 수요가 적어 석탄 한 양동이당 120원밖에 하지 않는다. 10양동이를 팔면 1,200원으로, 쌀 1kg값도 안 되는 돈이다. 그 돈으로 술 한 병(700원) 사서 취할 정도로 마시고 잠을 자고 다음날 출근하는 식으로 세월을 보내는 탄부들이 많다. 탄부의 아내들은 일찌감치 중국으로 도강했거나, 아니면 산에 올라가 소토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런데 올해 열의 여덟 집이 당국의 산림보호방침에 따라 소토지를 회수당해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조업이 중단된 2갱에서 일하는 탄부 세대에서 걱정이 태산이다. “10월 말까지 생산을 못하면 배급도 그때까지 안 주는 거냐?”며 배급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탄부의 아내들 사이에 “중국에 도강해 간 녀자들이 머리가 빨리 깬 거였다. 중국에 나가 돈을 벌어서 집 식구들과 부모 형제를 도와주는 녀자들을 보면 부럽다. 살기도 힘든데 나도 중국에 도강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 정치생활
밀매매 눈감아준 길주 열차 검열원들 덜미
함경북도 길주군 철도보안서 열차검열원 5명이 밀매매 방조 혐의로 붙잡혀 심문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혜산과 오가는 과정에 일부 밀매매꾼들로부터 각종 뇌물을 받고 금, 동 등 희금속을 비롯한 각종 밀매매를 눈감아준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금속 밀매매꾼 3명이 도검찰소에 체포되면서 그동안의 행각이 드러났다. 심문이 끝나는 대로 제대 및 철직(해임)될 예정이다. 국경지대 열차 검열원들의 기본 임무는 밀수를 차단하고 비법물자 수송을 단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건당 10만 원 이상의 뇌물을 받아 챙겨, 세관 직원보다 생활수준이 높은 편이다. 당국에서는 “보통 한 분기,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검열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전력공업성, 150일 전투 기간 공업전력 공급 회의
전력 공업성은 지난 6월 27일 공업부문 전력 공급 문제로 관련 일꾼들을 불러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각 도 송배전부 부장들과 발전소 부문 책임일꾼들이 참석했다. 전력상은 이 날 회의에서 “최대한 능력과 기술을 발휘하여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150일 전투 기간 동안 전기를 써야 되는 (공업) 부문들에 무조건 보장해주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군수와 관련된 공장, 기업소에는 무조건 먼저 공급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반 주민들의 전력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서 주민 전력 문제에 대해선 전력적산계를 설치하거나 신청한 세대에 한해 전력을 공급하라고 했다.
국토환경총국, 6월 20일부터 삼림검열 시작
인민보안성 국토환경총국은 지난 6월 20일부터 전국 삼림 검열을 시작했다. 한 간부는 “이번 검열 기간에는 농촌마다 나무 심은 정형과 나무를 벤 구역들을 살펴보고, 삼림 설계대로 했는지 안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검열에는 개인 소토지가 아직도 남아있는지를 집중 조사한다. 더불어 함경북도 회령시 등 일부 산간지역에서 일어났던 산불 결과를 살펴보고, 삼림 조성 사업 진행 계획도 검토한다. 이번 검열 기간은 50일로 예정돼있으며, 검열 결과는 중앙당 조직부에 보고될 예정이다. 한 삼림일꾼은 “소토지는 어려운 문제다. 군복을 입어야 (주민들이) 말을 들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삼림문제를 보안성에서 맡았는데 소용이 없다. 보안원들도 지방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니까 웬만하면 대립하려고 하지 않는다. 군복 입고 단속해도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근본은 인민생활 문제라, 먹는 문제가 안 풀리면 아무리 검열하고 단속해도 해결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 사회
사회 불평하는 아버지 막으려다 우발적 살해
지난 6월 말,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 구역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부자와 함께 술을 마셨던 한성철(가명, 60대)씨는 다음과 같이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장덕출(가명, 아버지)이는 인쇄 공장 로동자인데 성격이 곧고 또 급하다. 이 날 덕출이네 손자 돌이라 나도 같이 그 집에 갔다. 이전부터도 덕출이는 사회 불평불만을 자주 해오군 했었다. 이 날도 자식과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술을 많이 마시고, 현실에 대한 불만을 막 말했다. 친척과 자식들이 취했으니 이젠 그만 하고, 말을 삼가라고 말렸지만, 덕출이는 ‘내가 없는 말을 하는가, 이게 어디 나 혼자의 생각과 관념인가?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는 말이지’ 하면서 계속 우격다짐으로 열변을 토했다. 아들과 며느리와 다른 자식들, 심지어 친척들까지 다 나서서 취했으니 이제 누워서 쉬라고 권고를 하였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술을 계속 더 마시려고 하였다. 옆 사람들이 이제는 술을 더 마시지 말라고 하니, 덕출이가 ‘모두 나를 이렇게 미워하고 싫어하니 집으로 가겠다’고 문밖에 나섰다.
큰 아들이 집까지 바래다주려고 따라 나섰는데 덕출이는 길가에 나서서도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냐, 망할 세상이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래 급해난 아들이 제 아버지 허리를 끌어안고 당기고 끌고 하다가, 계속 말을 듣지 않으니 안달이 나서 길옆에 있는 돌을 주워 아버지 머리를 탁 쳤다고 한다. 잠시 졸도시키려고 한 게 머리를 잘못 쳤는지 치명상을 입히고 말았다. 덕출이가 길옆에 쓰러져 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까무러친 걸 보고 놀란 아들이 긴급히 병원에 이송하였으나 얼마 못가 숨지고 말았다. 아들이라고 제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서 그랬겠느냐. 말 한 마디 잘 못하면 하도 세상이 무서우니 잠시 입 좀 다물게 하려고 했던 것이 그렇게 됐다.”
■ 여성/어린이/교육
미혼여성에“영예군인에게 시집 좀 가라” 호소
요즘 청년동맹에서는 미혼 여성들에게 “영예군인들에게 시집 좀 가라”고 호소하고 있다. 함경남도 북청군 청년동맹은 과수농장에 기거하게 된 한 영예군인이 혼자 살기 어렵다고 하자, 과수농장 미혼여성들에게 결혼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 영예군인은 부모님 두 분 모두 몇 해 전에 돌아가시고, 자신은 군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오갈 데 없는 형편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고향에서도 기거할 집이 없어 얼마 전만 해도 농장의 독신자 합숙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는 군당 책임비서를 찾아가 합숙생활이 힘들고 불편하다며, 영예군인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군당에서는 지난 5월, 살림집을 새로 건설해 입주시켜주었다.
살림집이 생기니 이번엔 자신을 돌봐주고, 집안을 꾸려갈 동반자가 필요하다며, 군당에 다시 시집 올만한 처녀를 물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청년동맹에서 나섰지만 그 누구도 응하는 여성이 없었다. 청년동맹원인 김관식(가명, 30대)씨는 “군당 선전부와 과수농장 청년동맹 비서가 과수농장 처녀들한테 아름다운 소행을 발휘하라고 선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서는 처녀들이 한 명도 없으니까 그 영예군인이 ‘나라 위해 일한다고 군대에 나갔더니 병신이 됐다. 장가를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겠다’고 란동을 부렸다”고 했다. 그는 “군대 사고가 대단히 많다. 아무 보안 장치 없이 공사 현장에 나가니까 불구자가 돼 나온다. 정신 불구자든지 육체 불구자가 되든지. 군대에서 처리하기가 바쁘니까 장가도 못 가지, 어느 처녀가 미쳐서 가겠는가. 아무리 선전한다 한들, 아무도 가지 않는다”며 영예군인들의 사정이 딱하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게 아니냐고 했다.
■ 사건사고
대흥총국 소속 수산사업소 부업선 연이어 사고
지난 6월 말, 황해남도 옹진군 대흥총국 소속 수산사업소(중앙당 38호실 소속, 당자금 벌이사업소)의 까나리 잡이 부업선이 바다에 가라앉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선원 8명 중에 2명만 살고 나머지는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장장 18년 동안 까나리를 제일 잘 잡는 것으로 이름난 선원들이었다. 사고 당일은 특히 1992년 이래 까나리를 최고로 많이 잡은 날이었다. 원래는 최대 12톤까지 실을 수 있는 배였지만, 그 날엔 무려 17톤까지 실었다. 이렇게 만선을 초과해 귀가하던 중 배의 기관 이상으로 배가 가라앉고 말았다. 수산사업소 간부들은 선원들이 헛된 욕심을 부려 죽었다며 씁쓸해했다.
함경남도 함흥시 대흥총국 성게잡이 수산사업소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20일, 성게잡이를 나간 잠수공이 잠수 작업을 하던 중 산소 공급을 못 받아 사망하고 말았다. 기관이 고장 났을 때 수동 공기 펌프를 재빨리 돌렸어야 했는데, 배에는 수동 공기 펌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사고로 배기관을 담당했던 노동자는 사고의 책임을 물어 곧바로 구속됐다. 대흥총국 산하 부업선들의 잇따른 사고에 한 간부는 이례적인 사고로 규정했다. 그는 “대흥총국은 원래 설비도 좋고 다른 데 비할 바 없이 보장이 잘 되는 곳이다. 이런 사고는 드물게 나는데, 이번에 여기저기서 사고 소식이 들려와 놀랐다. 대흥총국의 관리에 뭔가 빈틈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청진 낙지잡이 삯벌이꾼 5명 행방불명
지난 6월 28일,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방진수산사업소에 소속된 낙지잡이(오징어잡이)배가 행방불명됐다. 이 날 삯벌이꾼 5명을 태운 이 배는 오후 3시쯤 바다에 나갔는데 그 뒤로 종종 무소식이다. 함흥 대흥총국 산하 수산사업소의 부업선이 조업을 나갔다가 파손된 쪽배를 봤다고 했으나, 실종된 배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7월 들어서도 아직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보안당국에서는 이들이 남쪽으로 도주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