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9천만 원 받은 뒤 화폐교환 소식에 심장마비 사망
평안남도 순천시 시장에서는 수산물 장사꾼들이 한번 장사로 움직이는 돈이 9,000만원에 이른다. 순천시에서 청진 대흥수산기지를 통해 동해 지역 수산물을 넘겨받고, 이를 다시 평성시에 넘겨주는 장사이다. 화폐를 교환한다는 발표가 있던 날, 이 돈을 관리하던 여자 장사꾼이 수산물 대금 9천만 원을 받은 지 한 시간 뒤에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심장마비로 그만 사망하고 말았다. 한편 화폐 교환 기간 동안 사망한 경우, 그 가족에게는 국가적인 조치로 먼저 돈을 교환해주고 있다.
외화 못쓴다는 소문에 상점 물건 초토화
12월 3일, 개인이 보유한 외화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소문이 돌아 평양, 평성, 사리원, 신의주 등 전국 각지마다 외화상점의 물건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12월 4일에는 인민폐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소문이 돌아 군당 또는 시당 간부들에게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도시와 도시끼리 상호 전화문의가 폭주했다. 평성의 한 도매상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 도탄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1원이 천금 같은 때가 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화교와 일본 귀국 자녀들은 외화를 바꿀 권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에선 부르는 게 값
요즘엔 구화폐로 물건을 사려면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상품마다 아직 제정된 가격이 없어 장사꾼들이 제 생각나는 대로 값을 부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kg당 1,800-2,000원 하던 쌀값이 구화폐로 3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900원 하던 것이 1만 2천 원 선에 팔리고 있다. 또, kg당 1,700원 하던 밀가루는 2만 5천원에, 한 알에 300원 하던 달걀은 7,000원, 5천 원 하던 돼지고기는 8만원으로 치솟았다. 장사꾼들은 토끼 한 마리에 15만원, 닭은 12만원까지 부른다. 2일 오전 함경남도 함흥시 사포구역 시장에서는 달걀 1알에 1만원, 돼지고기는 10만원, 흰쌀은 kg에 3만원, 옥수수는 15,000원에 거래됐다.
구 화폐 불에 태우면 처벌
당국은 화폐교환을 발표한 이후 주민들이 화폐를 불에 태우는 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 돈을 국가에 그냥 바치면 후에 말이 많아져 소각하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지, 법관들의 주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 도보안국에서는 화폐 교환 발표가 있던 11월 30일 저녁부터 12월 7일까지를 특별 경비 구간으로 선포했다. 도 기동대 보안원들은 밥할 시간이 아닌데도 굴뚝에서 연기 나는 집들이 있으면, 불시에 검문하고 있다. 또 수시로 집에 들어가 부엌 화구에 불을 때는지, 안 때는지 확인하고 있다. 교환을 하고도 남는 옛날 돈이 많아 처리하기 힘들어 부엌 아궁이에 던져 태워버리는 집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이다.
평양시, 12월 3일 식량가격 껑충 뛰어
12월 2일까지만 해도 새 돈으로 1kg에 16-17원 사이를 오가던 쌀 가격이 3일이 되자 50원으로 껑충 뛰었다. 로임은 변동 없이 원래대로라는 소문이 돌고 있고, 그 이외에 별다른 혜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쌀값이 일시에 높아지자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새 돈 50원이면, 종전 가격으로는 쌀 1kg에 5,000원 꼴이다. 화폐 교환 이전만 해도 쌀 1kg에 1,800-2,000원 선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해보면 2배 이상 비싸진 것이다.
장사꾼들, 100대 1로 환산해 식량 판매
화폐교환이 시작된 뒤 12월 1일과 2일, 평양 만경대구역 당상시장에서는 새 화폐로 식량가격을 환산해 판매했다. 질이 좋은 흰쌀은 kg당 16-17원, 옥수수 7원, 밀가루 15원 등이었다. 평안남도 순천시 강안동 시장에서도 새 돈으로 쌀이 kg당 17원에, 옥수수는 7원, 옥수수국수는 8원에 판매되고 있다. 장사꾼들은 국가에서 규정한 100대 1 교환 비율을 기준으로 식량가격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장사꾼들의 경우, 옛날 돈으로 흰쌀 kg당 3만원, 옥수수 1만 2천원, 밀가루를 2만 5천원에 판매했다. 아직까지 제정된 가격이 없어, 장사꾼들이 임의적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실정이다. 식량과 농산물을 제외한 공업품은 아직까지 거래되지 않고 있다.
평양시, 화폐교환 기간 굶는 사람 갑자기 늘어나
지난 11월 30일, 화폐교환조치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평양시에서는 굶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다. 지난 12월 3일, 평양시내 학교 등교율을 살펴보면, 40명 정원에 평균 8-10명 가량이 결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4의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석하는 학생들에게 사유를 물어보면, 굶어서 등교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평양에서는 하루 벌이하는 사람이나 돈 있는 사람을 불문하고, 식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에서는 12월 6일까지는 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하므로,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평양시 무역회사들이 중국에 나가있는 지사들에 식품 대용품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많이 하고 있다.
교원들에“방학 중에도 학생 건강 상태 확인하라”
전국 시, 군당 교육부에서는 신종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방학 중에라도 교사들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학급 학생이 35명이라면, 학생 전원의 집집마다 다니며 앓는 아이들이 없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또 교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히 안전 대책을 세워, 우리 당의 보건 시책을 잘 따라 예방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습했다. 독감에 걸린 환자를 살리기가 어려우니,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독감 의심환자를 격리시킬 병동도 충분하지 않고, 치료약도 제대로 구비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독감 사망 환자가 늘고 있어 당국에서는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성과 교육성, 전국 학교 방학령 내려
보건성과 교육성 일군들은 독감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보건성에서는 사망자의 대다수가 23세 미만 학생들로 나타나, 심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성은 전국적으로 겨울 방학을 한 달 정도 앞당겨 실행하기로 했다. 원래 1월 1일 양력설이 지난 다음 3일부터 방학이 시작되는데, 이번 독감 문제로 12월 4일부터 방학에 들어갔다. 교육당국은 각 시, 군 교육부에 “12월 4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대학교, 전문학교, 중학교, 소학교 등 모든 교육단위들이 신형 비루스 독감유행으로 방학을 실시한다. 이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배려이다”라는 통지를 내려 보냈다. 한 교육 일군은 “평양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 독감 비루스가 강하여 큰 도시의 학교들에서도 쓰러지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독감 전염병에 걸려 사망자 수가 늘어나므로, 전국 학교의 운영을 금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건성, 전염병 확산 막기 위해 예방대책 마련 부심
12월 1일, 보건성에서는 독감이 더 이상 국내에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실무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예방약품을 수입할 것과 의심환자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조처할 것, 가정에서 철저히 격리시킬 것 등의 사항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또, 평안북도 신의주시로 통행하는 모든 차량과 철도차량들을 통제해야 하며, 동사무소마다 독감의 위험성을 상세히 일러주고 예방 사업을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가정에서 철저히 예방사항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평양, 20일 동안 청년 7명 사망
신종 독감이 주로 어린 학생들과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시 시당 교육부 일군의 보고에 따르면, 11월 한 달 중 20일 동안 21세 대학생 환자 2명, 23세 대학생 환자 1명, 8.28청년돌격대 2명 등을 포함한 청년 사망자가 7명이었다.
평양시 외에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없는 사안이라,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보건성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평성시에서는 11월초에 1명이 사망하고, 26일쯤 1명이 추가 사망해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격리된 환자는 총 6명인데, 아직까지 확진 환자는 아니다. 강원도 원산 조군실사범대학에서는 1학년 여학생 2명이 신종 독감에 걸렸다. 대학당국은 지난 11월 24일과 25일,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황해북도 사리원 의학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신의주에 있는 집에 다녀오면서 독감에 걸렸다. 처음에 감기 증상처럼 앓는 것을 동료 학생들이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도록 권해 진단한 결과 독감이라고 밝혀졌다. 대학에서는 이 학생을 따로 격리시켜 치료했으나, 15일을 앓다가 사망했다.
신의주-단동 세관 철저 검진 지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최근 돌고 있는 신종 독감이 중국 단동시와 인근 국경지역에서 넘어온 전염병이라 단정했다. 이에 보안당국은 국경 출입 상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단동-신의주 세관을 통과하는 모든 려행자에 대해 철저히 검진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한편 신의주의 전염병 발생 보고를 받은 보건성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전국 도급 일군들을 소집해 대책 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신종 독감 발병 쉬쉬, “강성대국 건설에 지장 준다”
일군들은 “강성대국 건설에 지장을 준다”면서 “나라의 대외 권위와 관련되는 심중한 문제이므로 철저한 격리 대책 사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강성대국 건설을 힘차게 벌리고 있는 마당에 조선에서 독감 비루스가 발생하여 학생들이 치료도 얼마 받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대외적으로도 큰 망신”이라며 대외에 알려질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이다.
신의주, 신종 독감 확산 방지 의료장비 부족
평안북도 신의주는 지난 11월 초부터 신종 독감이 돌고 있다. 돌림감기처럼 열이 나면서 앓는 환자들이 발생했지만, 병원에 가도 정확한 진단을 받기가 어려운 상태다. 평안북도 도 위생방역지휘부에서는 처음에 ‘돼지비루스’로 부르다가, 아이들이 죽은 뒤 조류 독감 형태의 전염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초부터 첫 환자가 발생한 뒤 3일 사이에 6명으로 늘어나 빠른 속도로 확산됐으며, 지난 11월 29일까지 20세 미만의 청년과 어린이들 약 40여 명이 고열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이후 도위생방역지휘부 일군들과 도 보건부 의료일군들이 비상회의를 열고, 신의주와 남신의주에서 발생한 환자들을 모두 농촌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했다.
현재 환자 발생 지역에는 도위생방역지휘부의 의료 일군들이 관련 인민반 세대를 모두 격리시키고, 하루 3번 정도 검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술과 의약품 부족으로 신종 독감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대책이 현재로선 아무 것도 없다. 이 병에 걸리면 “죽게 될 것은 명백한 리치”라고 하면서 환자와 접촉한 주민들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알아내 격리병동에 후송하고, 25-30일간 격리시켜 증세가 나타나는지 안 나타나는지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 논평
화폐 개혁 혼란기, 민생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30일자로 북한이 17년 만에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당국은 민간 자금을 국가가 산업 자금으로 환수하는 동시에 비사회주의적 상거래 행위를 제거해 나가며 경제활동인구를 다시 산업 현장으로 유인하는 등 사회 통제력 강화를 꾀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돈을 모았던 주민들이 가지는 허탈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화폐 개혁 조치는 주민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일사불란한 집행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겪어야 할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화폐 교환 기간 동안 장마당 상거래 혼란으로 식량 구입이 어려워졌다. 이에 우선적으로, 주민들이 식량을 조달할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빨리 가격을 제정해 시장을 안정화하든지 아니면 주민들에 대한 배급이 재개돼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며칠만이라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계층을 신속히 파악해 이들에게 식량 배급을 실시해야 한다.
이번 조치의 성패 여부는 결국 북한 정부가 얼마나 주민 생활에 필요한 물량 공급 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배급이 없고 월급이 없는 한, 화폐 개혁 조치의 성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다시 물가는 오르고 모든 물건은 값을 충분히 받는 장마당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이루는 물질적 토대를 위해 이번 화폐 교환 조치를 시행했다고 했다. 식량 부족 계층에 대한 배급 재개야말로 북한 정부의 화폐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북한 신종독감, 확산막는데 주력해야
북한 전역이 화폐 개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일부 지역에서는 신종 독감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의주에 이어 평양, 평성, 원산, 사리원 등지에서도 환자가 발생했거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국적인 확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정부는 단동-신의주 세관 검사를 강화하고 예방 약품을 수입하며, 주민들에게 독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학교의 조기 방학 조치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신종 독감이 특별히 우려되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현재 북한 주민들은 장기간의 식량난 여파로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있다. 면역력이 결핍된 북한 주민들에겐 신종 독감은 지극히 위험한 전염병일 수 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져야 치사율을 낮추고 조기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예방을 위한 보건 여건도 열악한 상황이다. 선진국조차도 개인들에게 청결한 위생 관리와 손씻기를 강조하는 것 외에는 백신 확보 이상의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마스크, 손 소독기 같은 장비는 물론, 맑은 수돗물 공급도 여의치 않아 주민들은 늘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셋째, 일선 병원의 의료 장비와 기술 및 의약품 부족 문제를 들 수 있다. 예방을 위한 백신 확보, 초기 진단을 위한 검진 장비, 확진 환자에 대한 격리 및 요양 치료, 주민들에게 기초 의약품 제공 등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기에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 정부는 환자 발생을 입막음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WHO(세계보건기구)에 협조해 조사에 응하고, 백신을 신속히 지원받아야 한다. 또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도 각종 의료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
북한의 요청에 남한도 신속히 응답해야 한다. 남한 내에서도 사망자가 117명에 이르렀고 전염 추세가 누그러들지 않아 보건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훨씬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북한의 신종 독감 발병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의약품과 장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신종 독감 발생이 강성대국 건설에 지장이 된다거나, 북한의 의료장비 요청이 대북 압박 외교의 성과라는 정치적 해석은 무의미하다. 남북한 당국간 대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면한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는 최우선 협의사항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