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농민, 3대혁명판정사업비 500원 큰 부담
농민들이 현금분배를 받고 시장에 나가 물건을 구입하는 등 일시적으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정이 앞으로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세외부담에 식량 빚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오히려 미누스(마이너스)가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당장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춘궁기에 먹을 것이 없어 식량을 빌렸던 집에서는 빚을 갚아야하는데, 새 돈으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빌려준 측과 싸움하는 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가 시당과 보안서에 제기돼, 12월 26일부터 시당의 지도 아래 시당 일군들과 보안원들이 농촌에 나가 현금 분배의 사용에 대해 후열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3대혁명판정사업비로 500원씩 내야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김정빈(가명)씨는 “세대당 구화폐로 10만 원 해서 1,000원씩만 바꿔줬으면서, 3대혁명판정사업비로 그 절반에 해당하는 500원을 내라는 건 심하다. 물론 3대혁명판정사업비라는 것이 각 단위별로 벌이는 충성심 경쟁이라 강압성은 없다 해도, 결국 농장원들이 져야할 부담”이라고 말했다.
농민들 덕분에 잘 팔리지 않던 상품도 잘 팔려
새 화폐로 1년 현금분배를 받은 농민들이 물건을 사러 시장에 몰리는 바람에 시장마다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농민 한 사람당 1만 5천 원씩 현금분배를 받은 농가에서는, 특히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3만원, 3가족이 4만 원 이상 받은 집들에서는 여윳돈이 좀 생기는 듯하자, 당장 살림마련부터 시작하고 있다. 평소 손에 돈을 쥐어보기가 어려웠던 농민들이 이번에 현금을 받게 되자, 물건을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어서다. 예전에는 손님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상품들이 절반 이상 값이 올랐는데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정도다. 최근 로임을 받은 노동자들까지 구매 행렬에 가세하면서, 구매자에 비해 물품이 충분하지 않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화폐교환 이후 시장이 위축돼 울상을 짓던 상인들도 하루 수입이 높아져 모처럼 얼굴을 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화폐교환 조치 이전부터 상품을 많이 확보하고 있던 장사꾼들 중에는 물가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새 돈으로 벌써 10만 원 이상 벌어들인 고소득자들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남에게 물건을 외상으로 받아다 파는,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영세 상인들은 장사로 돈 모으기가 대단히 힘들다고 말한다. 어차피 외상으로 받아 파는 것이라, 외상 빚을 갚고 나면 수중에 남는 이윤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사려다보면 높은 물가 때문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돈(외화)이 있거나 장사밑천(물건)이 있는 사람들은 화폐 교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잠시나마 숨통을 틔우는가 싶던 하루벌이 장사꾼들은 또다시 예전처럼 어려운 처지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화폐교환 조치, 생활비 인상에 ‘도루묵’
전국적으로 임금을 지급받은 뒤 11월 집세, 전기세, 수도세 등 생활비를 계산해본 주민들은 화폐가치가 말짱 도루메기(도루묵)라는 반응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사는 신화영(가명)씨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한 세대당 300원에서 600원 정도의 사용료를 냈다고 한다. 여기에 기본 곡물가격, 부식물값, 기타 생필품 구입 등에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요즘 신종독감이 세게 돌고 있어 의약품 구입에도 상당한 돈이 들어가지만, 그 계산까지 하면 1달 생활비는 어느새 훌쩍 초과되고 만다. 신씨는 “리발, 파마, 목욕까지 하자면 로임 돈이 모자란다. 전기는 하루에 1시간도 안 온다. 그것도 강한 저전압이어서 TV를 제대로 못 본다. 전력적산계라도 달아볼까 사려고 했더니 유로화로 30유로”라며, 화폐 가치가 100배 올랐다지만 물가도 그만큼 올라 생활수준이 나아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회령 기업소, 시장보다 싸지만 배급소보다 비싸게 공급
지난 12월 28일, 함경북도 회령시의 공장, 기업소에서는 노동자들에게 곡물을 공급해주었다. 시량정사업소에서 수입쌀을 30원, 밀가루를 28원에 받아와 노동자들에게 약간 더 비싸게 공급했다. 쌀은 5원 더 비싼 35원에, 밀가루는 4원 더 비싼 32원에 각기 공급했다. 노동자들 중에는 기업소나 공장에서 노동자들 상대로 돈을 벌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배급소보다는 비싸지만 시장가격보다는 싸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들은 해당 공장, 기업소에서 식량을 앞 다퉈 사가고 있다. 현재 회령시장에서 쌀 가격은 kg당 45-50원, 밀가루 50원, 옥수수는 2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월급 받은 뒤부터 유해직장 노동자, 100% 출근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탄광 기계공장의 군수 일용직장 2작업반 노동자들은 임금 급수가 높은 편이다. 이번에 이 직장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은 9천 5백원이었다. 유해로동이라는 이유에서 다른 일반 노동자들의 월급보다 높게 책정됐다. 월급 액수가 알려진 후 유해로동 작업반에서 일하겠다는 노동자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이 직종에 들어가려고 뇌물을 들고 책임자들 집을 찾아가는 노동자들도 생겼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배급이 있어도 월급이 없어 일하려 하지 않았고, 이 작업반 노동자 17명 중에 한 달에 상시적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10여명 안팎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그러다 지난 달 23일, 월급을 나눠 준 후부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출근을 하고 있다. 이 직장에 다니는 김혁철씨는 의사가 한 달간 휴식해야 한다고 진단서까지 떼 주며 휴식을 권하는데도, 직장에서 밀려날까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함흥 추평시장, 수남시장 이후 폐쇄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이 폐쇄된 뒤 함경남도 함흥 추평시장도 곧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다. 함흥시는 북부 지역에서 가장 큰 공업지구로써 개인 수공업과 모방가공제품 생산과 수요가 대단히 높은 지역이다. 함흥시 사포구역에 위치한 추평시장은 개인 모방가공제품의 도매시장으로 평성시장 못지않게 규모가 크고, 도매상인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이다. 주민들의 왕래가 많고 복잡하다보니, 각종 사기, 협잡, 강도 등 범죄 행위도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에 당국은 “북반부 소문난 시장들의 운영 질서가 외국까지 소문이 났다. 주민들의 어려운 실태가 (외국에) 방영되어 공화국 선군정치를 비방하는 언론에 자주 이용되었다. 나라의 대외 권위를 훼손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폐쇄 결정을 밝혔다. 작년 6월 평성시장을 없애면서 나타났던 모든 장단점을 종합 분석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1/4분기에 청진 수남시장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추평시장은 1/4분기에 차츰 폐쇄 준비에 돌입해, 청진시 수남시장이 완전히 없어진 뒤 2/4분기에 폐쇄할 예정이다. 당 포치문에는 시장 폐쇄의 목적에 대해 “강성대국 실현을 앞당겨, 온 나라 백성들이 2012년 강성대국 사회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차이 없이 잘 살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진 수남시장, 올 3월 폐쇄 결정
북한 당국은 2009년 6월 평안남도 평성 시장을 폐쇄한 데 이어 올해 3월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도 폐쇄할 예정이다. 지난 12월 30일, 내각의 조치로 올해 3월 말부터 청진 수남시장의 운영 관리를 중지해, 사실상 시장을 폐쇄할 것을 결정했다. 앞으로 함경북도 도당위원회에서 직접 이 일을 맡아 당적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도당은 “주민들의 여론과 발언이 망탕하지 않게, 선전교양 사업을 짜고 들어 진행”하기로 했다.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주민들의 격한 반발을, 치밀한 사상 사업을 통해 잠재우겠다는 의도이다. 수남시장은 건설된 지 5년밖에 안된 시장으로 현재 수남구역 추목동과 청남동 사이에 위치해있다. 도당에서는 3월부터 시장을 허물어, 이 자리에 현대적 감각에 맞는 공원과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남시장 폐쇄 결정은 평성시장 폐쇄에 이어 장사로 먹고 사는 주민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수남시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평성시장과 함께 ‘공화국 도매시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북한에서 시장 상행위가 가장 활발하고, 특히 차판 장사가 왕성한 시장이다. 당국으로서는 그만큼 비사회주의 현상, 특히 비법행위들의 온상으로 비쳐졌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수남시장은 2008년 3월, 50세 미만 여성들의 장사를 금지하는 조처가 내려지자 여성 상인들이 집단 항의를 해 중앙당을 당혹스럽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함경북도 도당의 한 간부는 “수남 시장을 없애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강성대국 문을 열게 하자는 당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청진시 주민의 약 40% 이상이 수남시장에 매달려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시장이 폐쇄되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남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세대들은 벌써부터 시장을 없애면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 큰 걱정근심에 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