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지금은 구휼미를 풀어야 할 때
춘궁기가 아닌데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직은 “굶어죽는 사람이 하루에 한두 명”이라는 막연한 숫자지만, 화폐교환 조치 이후 최근 일련의 사태를 미루어볼 때 드디어 터질 것이 터져 나오는구나 싶다. 청진 쌀값이 1,100원까지 오르는 등 최근 식량 값이 거침없이 폭등하고 있던 상황에서 징후는 이미 읽을 수 있었다.
현재 시장에 쌀이 풀리지 않고 있고, 배려금과 월급 2,000-3,000원 다 합쳐도 주민들이 식량을 살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 장사 금지로 주민들의 생계 벌이가 매우 위축됐고, 비축미가 없는 집들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 게다가 지금은 추운 한겨울이라 뜯어먹을 풀도 없는 시기라는 점, 그래서 결국 굶주림 끝에 사망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 바로 그런 징후였다.
북한 당국이 이런 점들을 감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의 식량 대책이 마련돼 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먼저 폭발하는 모습이다. 단천시에서는 70-80대의 연세 많은 전쟁 로병들이 주도해 시당에 식량 대책을 세우라고 집단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식량을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당장 구휼미부터 풀어야할 때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聖君)이라 추앙받는 세종대왕께서도 구휼부터 시작하신 예가 있다. 즉위하자마자 7년 동안이나 기나긴 가뭄과 대기근을 당한 세종대왕께서는 광화문 사거리에 큰 밥솥을 내걸고 죽부터 끓이게 하셨다. 지나가는 백성들은 누구라도 적어도 하루 한 끼는 먹을 수 있게 해서, 굶어죽는 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보다 장기적인 식량수급대책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구휼미를 풀어 백성들이 생명을 유지해나가도록 돕는 것이 급선무임을 말해주는 이야기다.
둘째, 일부 지역에서 시장을 임시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하루빨리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시장에 쌀과 상품이 돌게 해서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가격을 떨어뜨리고, 주민들의 구매력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서경(書經)에 “백성이 바라면, 하늘은 반드시 따른다”는 말이 있다. 장사를 해서 먹고 살려는 백성들의 의지는 누가 강제로 꺾으려한다고 해서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순 임금은 “천하의 백성이 모두 궁핍해지면 천자의 자리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백성의 굶주림을 먼저 돌보는 것이 정책의 근본이요, 천하제일의 순리라는 소리다.
북한 당국은 일단 배급을 풀어 더 이상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을 허용해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반드시 외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있는 식량은 과감히 배급으로 풀고, 부족하면 외부에 지원을 요청해서라도 일단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지금 북한 정부가 취해야할 정책이다.
■ 사건사고
은덕군 화폐 교환 조치 후 강도 증가
함경북도 은덕군 보안당국에서는 화폐 교환 조치 이후 강도들이 부쩍 증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오봉노동자구 탄광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아내 세 명이 새별에 낟알 장사를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났다. 이들은 낟알 장사를 하려고 화폐교환 조치로 받은 새 돈에 친척들로부터 더 꿔서 한 명당 4-5천 원씩 들고, 새별군 종산리협동농장에 찾아가 옥수수, 줄땅콩, 두부콩 등 각종 알곡을 구해 오는 길이었다. 서비차를 타고 갔다가 깜깜한 밤 9시가 넘어서야 마을입구에 내려섰는데, 군인 강도 4명이 나타나 순식간에 인근 야산으로 끌려갔다. 세 여성은 몸에 차고 있던 돈과 알곡을 모두 빼앗겼다. 그 중 한 여성이 “죽이겠으면 죽이라”고 소리치면서 한 군인의 손가락을 물어뜯었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그 여성의 머리를 몽둥이로 내리치는 바람에 앞니 네 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군인들은 세 여성 중 한 명을 인질로 끌고 가다가 다리위에 내동댕이치고 달아났다. 새벽에 이 길을 지나던 한 농민이 그 여성을 발견해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어있었고 다리가 부러져있는 상태였다.
낟알장사를 갔다가 강도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들이 은덕군 보안서에 바로 신소했다. 사건이 발생한 새별군 종산리부터 시작해 은덕군 철주리 등지를 다 뒤진 결과, 은덕군 철주리에 있는 부대를 찾아냈다. 군부대에서는 군인들이 훈련 기간이라 밖에 나가지 못하고, 외부에 작업나간 부대도 없었다며 그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강도를 당한 여성들이, 강도의 손가락을 물어뜯었으니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직접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군인 전원을 집합시켜 찾아보게 했으나, 범인들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탄광노동자들은 “부대에서 손을 물린 군인들을 빼돌린 것”이라며, 범인을 숨겨주고 있다고 확신했다. 군인들이 강도 행위를 한 것이 상부에 보고되면, 군관들이 부하 관리를 잘 못한 죄로 처벌받기 때문에 먼저 손을 쓴 것이라는 것이다. 강도를 당한 여성과 그 가족들만 빈털터리로 나앉게 됐다며, 매우 분개하는 모습이다. 비단 이 사건 외에도 군인 강도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범인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엄청 올라 새 돈 가치가 없어지는 마당에 강도까지 당하고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범인 하나도 못 잡으면서 무슨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거냐?”며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청진 2사범대생들, 물가폭등으로 한 달 생활비 사흘 만에 소비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 위치한 제2사범대학교는 지난 1월 10일부터 개강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갔던 지방 학생들 중에는 한 달 생활비로 4-5천 원씩 챙겨온 학생들이 많았다. 아껴먹으면 한 달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물가 때문에 사흘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다.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주는 밥으로는 너무 허기지고 배고파 대학 인근 식당가에서 사먹곤 하는데, 이젠 돈을 주고 사먹고 싶어도 사먹을 수가 없다. 개인 식당에서도 식량이 부족하다며 문을 안 여는 곳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찬거리를 사와서 학생들에게 파는 돈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안 맞아 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개강한 지 한 달도 못돼 벌써 이렇게 굶주리다가는, 중도에 자퇴하는 수밖에 없다며 공부에 별 의욕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도 자녀의 대학공부 뒷바라지가 더 힘들어졌다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 사회
결혼식은 간소하게
작년 연말에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새로 결혼한 세대가 약 300여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예식이 간소화될 수밖에 없다. 송평구역에 사는 강판근(가명)씨는 “나라 식량사정이 긴장되고 악화되고, 장사도 못하게 하고 모든 벌이가 잘 안 되는 조건에서, 식구들 중에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집도 묵은해가 가기 전에 아들놈 장가보낸다고 고생 좀 했다”고 전했다. 결혼식에 온 손님들에게 찰떡을 대접하는 풍습 때문에 찹쌀 값이 많이 올랐고, 손님들은 축하해주러 가서도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미안해서라도 일찍 돌아갔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일가친척들이 몇날며칠 머물며 대사 치르는 것을 돕기도 하고 놀며 보냈겠지만, 요즘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그 날 하루만 참석하고 돌아가는 분위기다. 도와줄 일이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하루라도 머물면 머물수록 식량이 그만큼 축나기 때문이다. 잔칫상에 올리는 음식들은 거의 다 시장에서 돈을 주고 빌려온 것들이다. 결혼식 날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예물과 신부가 시집 식구들에게 해주는 예물도 간소화되고 있다. 양쪽 사돈들끼리 모여 얼굴이나 익힐 정도로만 결혼식을 치러 규모와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렇게 아낀 돈은 젊은 부부가 장사라도 할 수 있게 장사 밑천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랑이 살림집을 구하게 되는데, 요즘에는 어려운 생활 형편 때문에 남의 집에 얹혀사는 일이 많다. 주민들은 “잘 살라”는 축복의 말보다, 요즘 같은 시절에는 결혼식을 못 올리는 사람도 많다며, 신혼부부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안타까워해주는 분위기다.
평양 노인들, 겨울 한파에 지하철 안으로
유난히 추운 올겨울 기록적 한파에 평양에서도 난방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평양시 만경대구역 당상동에는 시리카트(규석토, 모래, 석회로 만든 대형벽돌) 아파트들이 즐비해있는데, 난방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여름에는 더운 바람이 들어와도 시원한 편인데, 겨울에는 비닐박막으로 집을 둘러싸지 않으면 최소한의 바람막이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춥다. 올 겨울에는 특히 어항에 키우던 금붕어들이 얼어 죽을 정도로 추웠다. 젊은 사람들은 아침에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면 되지만, 노인들은 꼼짝없이 집에서 덜덜 떨며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할 때 도시락을 싸들고 같이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노인들이 많다. 지하철역은 땅 속 깊은 곳에 있어 겨울철에는 집보다 더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하철역은 추위를 피해 들어온 노인들로 늘 북적거린다. 아침에 출근하듯이 나갔다가 다른 노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집에 들어가곤 한다. 지하철 관리원들은 하는 일없이 몰려있는 노인들이 사회질서를 위반하면서 무질서를 조장하고, 수도 시민들을 망신시킨다며 쫓아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바깥에 잠시 나갔다가 관리원이 안 보일 때쯤 다시 들어간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들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춥기도 하고, 새 화폐 조치 이후 난방비가 폭등하면서 온기를 찾아 모여드는 노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 정치생활
회령시, 간첩사건 여파로 중앙 지원 줄어들 전망
이번 유선병원 간첩사건으로 중앙당과 국가안전보위부에서는 “회령시 시당위원회의 모든 부서들과 당간부들 일군들이 개인 리기주의 사상만 가득 차있고, 인민들 생각은 전혀 안중에 없다”며, “시내 모든 범죄는 시당과 아래 일군들 속에서 많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또 회령시 시당 내부가 완전히 썩을 대로 썩은 데다, 작년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기간 성과를 크게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앙당과 내각 성기관의 지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숙 어머니의 고향으로 발전성이 높던 회령으로서는 이번 유선 간첩사건으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히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전국에 간첩 경계령
전국 지역 당국에서는 회령시 유선동 병원과 탄광 주민 지역에서 간첩일당을 체포했다며 강연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무디게 되면, 이처럼 간첩 일당들이 나라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가 해놓은 사회주의 쟁취물이 허물어진다”며 각성을 주문하고 있다. 북한 보안당국에서는 “최대한 국가 외화를 투하해서라도 탈북자 세대를 알아내어 조사장악하고, 남조선에 간 탈북자들과 손전화로 거래를 하는가와 정치적 색채가 띠는 기미를 보이는 세대들을 면밀히 살펴 확실한 근거를 잡아 사회 주민지역에서 숙청하여 뽑아낼 것”이라며, 탈북과 간첩 행위를 경고했다. 또, 강연을 통해 “유선병원 간첩사건과 같이 현대 간첩은 거의 90%가 가족, 친척들 속에서 탈북한 세대들이 하고 있다”며 가족이나 친척들 중에 도강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경계했다. 특히 간부들의 경우 승급을 하고 싶다면, 가족과 친인척 중에 탈북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회령시에서 기존 간부들이 대거 해임, 철직되면서 함경북도 도당위원회와 다른 시, 군에서 간부들이 새로 충원됐다.
회령시당 조직비서 해임에 간부들 싸늘한 반응
지난 12월 18일, 심문 과정에서 유선인민병원 원장이 시당 조직비서와 가깝게 지내면서 당 문서들을 사진 찍고 복사해 넘겨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장은 시당 조직비서의 집과 당을 제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많은 문건들을 수집하여 넘겨 보냈다고 한다. 이 진술에 따라, 중앙당에서는 우선 조직비서의 해임장부터 내려 보냈다. 당시 시당조직비서는 시인민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도보위부에서 시당 조직비서를 데려가려고 해도, 수술을 끝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여서 소환하지 못했었다. 이로써 시당 조직비서는 인민병원 초급당비서의 아내와 딸이 5년 전 탈북 해 한국으로 건너간 사실을 알고도 막대한 뇌물을 받고 묵인한 점에 이 사실이 추가돼 처벌이 보다 엄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당 조직비서는 부령군당 조직비서를 거쳐 회령시당으로 옮겨왔는데, 그동안 시당 책임비서와 서로 맞지 않아 갈등을 빚어왔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시당 책임비서와 가깝게 지내던 시당일군 6명이 차례차례 떨어져나간 데에는 시당 조직비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풍문이었다. 이번 일로 조직비서가 해임되자, 잘 됐다며 은근히 반기는 일군들이 많다. 몇몇 일군들은 “자기 비위에 거슬린다고 서슴없이 사람을 해임시키는 등 사람 잡이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며 조직비서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남조선 적선과 관계된 간첩 혐의로 붙잡히게 됐으니, 아무리 기고 날아도 풀려날 재간이 없을 것”이라며 “몰골이 한심하게 됐다. 꼴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조직비서에게 원한을 품게 된 사람들의 말이지만, 그와 별 연관이 없는 일군들조차 그다지 안타까워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회령 유선간첩사건 간첩혐의자, 가족 연좌 처벌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병원 간첩사건의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함경북도 도보위부에서 연행해간 사람들의 심문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인물들과 관련 혐의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어서이다. 이미 20여 명의 사람들이 구속된 상태인데, 이 중에는 간첩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가담한 사람들도 있다. 함경북도에서는 이 간첩 사건을 “북반부에서 제일 큰 간첩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살아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말 그대로 모두 최고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아무리 모르고 도와줬다고 해도 무혐의로 풀려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일단 간첩사건에 연루된 이상 그 가족들까지 연좌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들 가족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보위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 이미 붙잡힌 사람들 외에 초급당 비서와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일반 주민들도 체포됐으며, 그들의 가족까지 감시를 당하고 있다. 한 간부는 “워낙 정치적 성격과 색채가 드러나게 생활하던 사람들이 많아, 조만간 그 가족들도 모두 (정치범관리소에) 실어갈 수 있다”며 처벌이 매우 엄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간첩혐의로 붙잡힌 사람들은 22호 정치범관리소 닫힌 구역에 보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아이들이 무슨 죄냐. 관리소 닫힌 구역에 들어가면 어른이 되어서도 짐승보다 못한 힘든 일을 하며 고생만 하다가 죽고 말 것이다. 애매하게 정치범으로 몰려 범죄를 쓴 사람들의 처지가 제일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경제활동
전국 식량부족에 시장 임시 허용하는 지역 생겨
최근 연일 식량 값이 폭등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전국적으로 지역에 따라 시장을 임의로 허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폐 교환 조치 후 굶주리는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신소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마다 신소가 빗발치자 중앙당에도 연일 직보가 올라가고 있다. 중앙당에서는 도급 간부들을 급히 불러 모아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한편 평안북도 신의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각 인민반마다 가장 어려운 처지의 빈곤 세대에 중국 쌀을 얼마간씩 공급해주기로 했다.
■ 식량소식
청진 사구리농장 농민들, 식량 400kg 분배받아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사구리 농장에서는 2009년도 결산총화를 했는데, 애초의 알곡 계획은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4작업반 1분조 농민들이 분배를 가장 많이 받은 편인데, 일인당 식량 400kg에 현금 10만원 정도였다. 계획을 수행하지 못한 분조에서는 평균 일인당 식량 300kg, 현금 2만 2천 원 정도였다. 1작업반과 5, 6작업반에서는 부림소 관리를 잘 못해 오히려 분배량이 깎이기도 했다. 작년 봄과 가을에 부림소를 도둑맞거나 잃어버리는 등의 사고를 당해 변상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소 분실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농민 5명은 현금 분배를 아예 받지 못했다. 또 봄에 밭갈이와 써레질 시기에 제대로 먹이지 않아 영양 문제로 죽은 소들도 있었는데, 현금 3만 원 분배받은 것에서 15,000원을 배상해야 했다. 반면 부림소를 잘 관리한 농민들은 알곡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도, 부림소 관리 공수에 따라 4만 원을 받기도 했다. 사구리농장 농민들은 식량과 현금을 분배받았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땀 흘리며 일해도, 물가가 몇 십 배로 오르니 새 돈 가치가 너무 떨어져 일할 의욕이 안 생긴다는 사람들이 많다.
■ 시선집중
인민무력부, “군량미 확보에 총력 기울이라”
지난 1월 20일, 인민무력부에서는 후방총국 국장급 지휘관들과 군 간부들, 그리고 관련 내각 일군들이 참석한 가운데 군량미 확보 방안 회의를 열었다. “농사한 알곡을 다 털어서라도 군대 식량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회의의 주요 요지였다. 전국적으로 주민들의 식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대책 마련 없이 2월말까지 간다면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군량미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단천,“백성들 굶주리는 것 알면서도 구경만”불만 가중
함경남도 단천시에 사는 장금옥(가명)씨는 정부에서 “백성들이 굶어죽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알곡을 사고 싶어도 찾을 수 없고, 식량 값은 날이 갈수록 오르기만 하니 현재로선 속수무책이라 절망감만 든다고 했다. 고병국(가명)씨는 “백성들의 돈을 모두 빼앗아갔으면 생활 보장이라도 잘 해주어야 하는데, 말만 잘해준다고 하지 실제 나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당 일각에서 2․16 명절을 앞두고 배급이 풀릴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별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혹시 그 때 준다고 해도, 지금 굶고 있는 세대에서는 기다리는 동안에 죽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지금 굶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죽으라는 거냐?”는 항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너무나 힘든 시련을 겪고 있는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는 조금도 인정을 베풀지 않고, 악으로 살아가는 백성들이 얼마나 살 수 있는 가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청진시,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세대 늘어
지난 1월 28일,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 은정1동에서 2세대, 라남구역 1세대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겼다. 청진시내 각 인민반마다 실태조사를 보면, 한 개 인민반마다 30세대라고 할 때 흰쌀밥을 먹는 세대는 극히 드물고, 옥수수쌀을 반반씩 섞어먹는 세대는 평균 5-6세대, 낟알이 생기는 대로 죽을 해먹는 세대가 10여 세대, 그리고 나머지 대다수는 하루에 한 두 끼 묵지가루 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인민반마다 평균 절반 이상의 세대들이 하루에 적어도 두 끼는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인데, 하루에 한 끼도 못 먹고 넘어가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시당의 한 일군은 “현재 백성들 형편이 대단히 힘든 정도가 아니라, 고난의 행군 때보다 몇 배 더 곤란하게 살고 있다. 옥수수국수나 콩두박묵지가루 죽을 쑤어서 하루에 한 끼나 두 끼를 먹는 집이 많다. 집집마다 하루에 2끼라도 먹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보장 못하는 집에서는 식구 중에 죽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천시 주민들,“굶겨죽일 셈이냐”집단 항의
이번 실태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함경남도 단천시에서는 전쟁 로병들을 위시한 일부 주민들이 시당 앞에서 집단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로 70-80세 이상 고령의 전쟁 로병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이들의 뒤를 따라 일반 노인들과 주민들이 모여들어 기세가 대단했다. 전쟁 로병들이 먼저 시당 사무실 앞에 줄을 치고 앉아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굶어죽지 않고 악쓰며 살아왔는데,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고 하는 지금 돈 교환한 뒤부터 다 굶어죽게 생겼다. 우리를 이대로 굶겨죽일 셈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쟁 로병들의 연설을 들은 주민들이 악에 받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한때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졌다. 한 노인은 “백성을 먹여 살리지 못할 바엔 시당이나 인민정권기관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우리가 수령님을 따라 총을 메고 혁명할 때는 자손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려고 했던 것인데, 다 늘그막에 죽는 거야 뭐라 할 것 없지만, 우리 자손들이 다 죽게 생겼다. 이런 정부라면 우리에게는 필요 없다”고 절규하듯 말했다.
단천시 시당에서는 이 일에 관해 중앙당에 긴급히 직보를 올렸다. 지난 26일, 중앙당에서 “단천시 농장들에서 2호미로 저장해둔 벼 중에서 1천 톤을 배급으로 풀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시당에서는 생계가 당장 어려운 세대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1월 하순 배급을 서둘렀다. 단천시의 한 간부는 “다른 시, 군에서도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어렵다고 들었지만, 우리 시 주민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 같다. 굶어죽는 세대들도 많이 나타났고, 하루에 식구 4-5명이 옥수수국수 500g을 가지고 거기에 물을 부어 죽물을 먹고 사는 세대들이 많다”고 전했다.
당중앙 경제정책검열부 주민 실태조사, “굶주리는 주민들 많아 심각한 상황”
북한 당중앙 경제정책검열부에서는 지난 1월 중순경 주민 생활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매우 심각할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사를 하던 주민들이 시장 운영 금지와 물가폭등으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장사를 하려고 해도 상품이 없고, 무역회사나 돈주들은 시장 단속이 심해 물건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내각 성의 한 일군은 실태조사 결과, “주민들이 식량이 없어 굶거나 돈이 있어도 사먹을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세대들이 각 도마다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실태조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곳이 함경남도이고, 그 중에서도 단천시”라고 전했다. 올해 1월 초부터 26일까지 굶어 죽은 세대가 가장 많이 나타난 곳도 단천시였다. 단천시에서는 각 인민반마다 굶주림 때문에 일하러나가지 못하고 있고, 사망자도 하루에 1-2명씩 나타나고 있다. 단천시의 한 간부는 “(시당에서) 사람이 많이 죽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로인들 건강이 신통치 못한 것도 이유지만, 먹을 것이 없어 많이 앓아 죽은 것”이라고 밝혔다. 시당 일군은 시내 전역에서 일주일씩 물만 먹고 아무 것도 못 먹다가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시당에 통보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굶어 죽는 사람이 다음으로 많은 곳은 함경북도 청진시였다. 청진시는 노동자들이 많이 집결된 곳인데다, 전국의 도매시장 역할을 해오다가 시장 운영 금지로 장사꾼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8.3이나 장사로 생계를 꾸려왔다. 청진시 노동자들은 이번 새 경제관리조치로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는 화폐 교환 조치 이후 굶으며 겨우 버텨오던 집들에서 1월 중순이 넘어가자 서서히 죽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