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사고
남포항 쌀 도적질해 구타당한 제대군관, 아내 덕에 전화위복
지난 1월 25일, 평안남도 남포시 남포항에 들어온 식량을 도적질하다가 붙잡힌 제대군관이 보위대원들에게 심한 매질을 당해 의식을 잃는 일이 있었다. 당시 경비를 서던 보위대원들에게 걸려 창고로 끌려가 심문을 당했다. 미수범이라 훈방조처로 끝났지만, 이미 너무 혹독한 구타를 당한 뒤라 후문 근처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고기잡이 다녀오던 어부들이 그를 발견하고, 병원 구급과에 업고 갔는데 매 맞은 부위가 파열직전이어서 곧장 수술에 들어갔다.
제대한 지 4개월 남짓 된 그는 공장에 배치됐지만, 살림집도 못 받아 공장 안에 있는 돈사(돼지우리) 옆방에서 임시로 거처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형편에 고민하다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편지로 썼다. “선군시대에 26년 동안이나 군사 복무한 남편이 제대한 지 얼마 안 돼 도저히 먹고 살 길이 없었다. 굶어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쌀을 도적질하게 됐는데, 매를 지나치게 많이 맞아 거의 죽기 직전에 이르렀다”며 당의 배려를 구하는 편지였다. 그의 아내는 이 편지를 들고 남포 시당이 아니라, 평성시에 있는 평안남도 도당 정문 앞으로 갔다. 문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린 끝에 도당 조직비서가 차를 타고 나오는 것을 보고, 차를 가로막고 자신이 쓴 편지를 건넸다. 도당 조직비서가 편지를 읽고 도당 간부들에게 돌려 읽게 하고는 제대군관을 구타한 남포항 보위대에 피해를 배상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도적질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작정 구타해 죽을 지경으로 만든 것은 잘못됐다. 또 제대군관이 사회에 나와 힘들어서 그런 죄를 지으려고 했던 점이 인정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피해자에게 살림집을 마련해주고, 의약품과 식량 등을 지원하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남포시 주민들은 “제대군관은 매 맞은 덕에 남포시에서 제일 좋은 아빠트 받고, 시당과 남포항 보위대에서 약도 받고 식량도 받았다. 화가 복이 되었다”며 부러워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김책시, 꽃제비 증가에 무대책
함경북도 김책시 철도역 대합실과 주변 시장에도 꽃제비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장사꾼들에 따르면, 화폐 교환 조치 이전보다 요즘 더 많아졌다고 말한다. 꽃제비들 중에는 신종독감에 걸린 아이들도 있다. 또 일반 감기나 다른 질병에 걸린 아이들도 많지만,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책시 시당과 보안 일군들은 “최근 파산한 백성들이 늘고, 굶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꽃제비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진 수남시장 등에 꽃제비 부쩍 증가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을 비롯해 라남, 신암, 송평구역 등지의 시장에는 화폐 교환 조치 이후 꽃제비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노인 꽃제비들보다 10세 미만의 어린 꽃제비들이 유독 많아졌다. 최근 어린 꽃제비들이 증가하는 데는 굶주리는 세대들이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남시장에서 장사하는 리명금(가명)씨는 “굶어죽은 세대들도 많고, 가정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방랑생활을 하는 등 가정파탄난 데가 많아” 꽃제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 꽃제비들은 올겨울 유독 추운 한파에 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순천 련봉중학교 신형독감 걸린 학생 3명 사망
지난 1월 29일, 평안남도 순천시 련봉중학교에서 학생 3명이 신형독감에 걸려 사망했다. 련봉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사망과 상관없이 수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시당 교육부에서는 신종독감에 걸린 학생과 일반 독감에 걸린 학생들을 조사하고, 이들의 출석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죽었는데도 련봉중학교에서 아무런 격리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아이들을 학교에 내보내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비상방역지휘부에서 위생 소독과 국내에서 제조된 주사약을 공급해주고 있지만, 예방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출석율이 떨어지자, 련봉중학교 당국은 학부모회의를 소집해 자녀의 건강관리를 잘 해 출석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
평안북도 주민들, 도당 책임비서에 불만 팽배
평안북도 주민들의 도당 책임비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 식량 사정이 몹시 어려워진데다 세외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평북 도당책임비서가 중앙당 회의에서 했다는 얘기가 소문으로 떠돌면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사는 강병덕(가명)씨는 주민들 사이에 나돌고 있는 얘기라면서, “장군님이 각 도당 책임비서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폐 교환 후 인민들의 생활 형편을 물어보셨다고 한다. 자강도와 황해북도 책임비서 두 사람만 인민의 70% 정도가 고난의 행군 때처럼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냐는 장군님의 물으심에 우리도(평북) 도당 책임비서는 매 세대당 쌀 25kg와 콩기름 5kg씩 공급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장군님께서 평북도는 사정이 괜찮은 것 같으니, 식량 사정이 더 어려운 다른 도를 도와주라면서 식량을 지원하라고 하셨다고 한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정혜심(가명)씨도 “늙다리 김평해(책임비서) 덕에 평안북도가 다른 도에 식량 지원 과업을 부담하게 됐다. 없는 식량을 누구에게서 짜내겠는 가. 결국 우리 같이 힘없는 백성들 아니겠는 가”라며 “사람들이 화가 나서 거짓말쟁이 김평해를 물평해라고 부른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 정치생활
2009년 가장 큰 마약범, ‘최광철’ 사건
2009년 마약단속과 검열 총화 결과, 함경북도 회령시의 ‘최광철’사건이 가장 큰 범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원래 함경남도 함흥 사람으로 사포구역에 적을 두고 마약장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 몇 번 시보안서에 붙잡혔는데, 그때마다 막대한 뇌물을 써서 풀려나곤 했다. 그러다 2003년에 붙들렸을 땐 워낙 크게 걸려서 함흥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회령시 오산덕동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는 이후 7년 동안 함흥, 청진, 회령 시당 일군들의 아내와 보안원 가족들이 가져온 마약을 중국 대방에게 넘겨주는 일을 계속해왔다. 최씨는 그동안에도 각종 뇌물을 써가며 보안 일군들에게 적절히 입막음을 해왔는데, 작년 8월 10일에는 150일 전투 검열이 워낙 세게 들어가 결국 체포됐다.
보안당국에서 최광철을 심문한 결과 회령, 김책, 청진, 함흥시 등 마약 생산 및 판매망에 연루된 사람들이 총 110여명에 달했다. 회령에서만 약 50여명, 그 외 김책 20여명, 청진 30여명, 함흥 15명 등이었다. 회령에서는 공범자 50여 명 중 중범죄자 30여명을 도보안서로 넘기고, 나머지는 시보안서에 구류했다. 중범자들은 도보안서에서 재판을 거친 뒤 교화소에 보내졌다. 주범인 최광철은 최고형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중범죄로 분류돼 도보안서로 넘어간 사람들은 거의 다 아무 직위가 없는 평범한 주민들이었다. 시당 일군이나 법일군의 가족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 경제활동
함경북도 도당, “식량 단속 하지 마라”
주민들의 장사가 암묵적으로 풀렸으나 식량 단속이 계속되자, “정부에서 백성들의 돈을 교환하면서 다 빨아가고, 식량 해결을 못해주면서 식량 장사까지 단속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시, 군들마다 식량이 빠져나간다고 식량단속을 하면 시장에 식량이 나오지 못하지 않나?”라며,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빗발쳤다. 특히 함경북도의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청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송평구역 사봉동 동사무소의 일부 초급당원들은 “배급도 못 타는데, 식량 단속으로 유통이 안 돼 돈이 있어도 사먹기 힘들다”며 도당에 신소를 올리기도 했다. 1월 30일에 도당 책임비서가 실태 자료를 확인한 뒤, “국내 식량 형편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굶어죽는 세대들이 없어야 한다. 각 시, 군에서는 식량 단속 초소를 없애라”고 도보안서장에게 지시했다. 2월 1일 오전에는 온성, 새별, 회령 등 시, 군당 책임비서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식량 단속 초소 철수 건을 지시했다. “주민들이 식량 장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일체 식량 단속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주된 지시 내용이었다. 이후 단속이 풀리자, 식량 장사꾼들은 “이번 도당 조치로 식량 단속 초소가 없어져 장사하기가 좋아졌다”고 반겼다. 그러나 일부 돈주들이 뭉칫돈으로 차판 장사하는 것은 여전히 단속이 되고 있다. 이번에 도당에서 식량단속을 푼 것은, 최근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굶주리는 세대가 속출하는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시장 운영 눈감아 줘
함경북도에서는 올해부터 금지됐던 종합시장이 다시 운영되고 있다. 화폐교환 조치 이후 쌀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어 급기야 굶어죽는 세대가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자 도당 차원에서 주민들의 장사를 눈감아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장사가 바로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각 시, 군간 식량 유출 단속이 강화돼, 식량장사꾼들이 새별이나 온성, 회령 등지에서 식량을 사서 청진에 내다팔려고 해도, 산림단속초소에서 식량까지 단속하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함경북도에서 옥수수 농사를 많이 하는 온성에서는 삼봉노동자구 경계지점에 산림단속초소를 세우고 유출되는 식량을 회수했다. 새별군에서는 룡계리 6반 보안서 단속초소에서, 회령시는 풍산리 보위부 10호 초소에서 각각 식량을 단속해왔다.
■ 식량소식
청진,“밥 먹는 사람 별로 없고, 다 죽 먹어”
함경북도 청진시 주민 실태 조사 결과, 밥 먹는 집들은 얼마 없고, 대개 죽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에게 돈이 없으니 시장을 보러 나가는 사람들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라남구역의 경우, 주민들이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술 죽이나 도토리를 우려먹고 있는 형편이다. 두부를 만들어 파는 집 앞에서는 비지를 먼저 가져가려고 콩을 갈기 시작할 때부터 가서 기다린다. 비지를 받아 옥수수 가루와 섞어 죽을 쑤어먹기 위해서다. 이마저 없는 집들에서는 살림살이부터 내다팔아 식량에 보태다가 더는 팔 재산이 없으면 집까지 싼값에 넘긴다. 후방식량공급이 잘 안 되고 있는 김책제철소의 경우 얼굴이 붓고 몸에 부종이 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1월 중순부터 말까지 굶어죽은 노동자가 9명이었고, 가족들이 죽은 집은 더 많다.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은 작년에 모아두었던 도토리를 식량에 보태먹고 있는데, 간혹 두부 비지를 먹는 세대는 잘 사는 축에 든다.
■ 시선집중
무역성, “무역회사들은 무조건 식량 끌어들여야”
지난 1월 27일, 내각과 무역성의 일군들은 식량 사정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무역회사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살아남은 무역회사들은 2월부터라도 식량을 무조건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식량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회사가 단 한 곳도 없어야 한다는 강력한 지시였다. 현재 남포항으로 들어오는 모든 식량은 신병훈련소, 철도성 기관차, 체육단 및 보안당국 후방부 등에서 받아가고 있다. 아직 일반 주민들에 대한 배급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함경북도 청진시 사회급양관리소의 식당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상태이다. 운영 중인 몇몇 식당들도 식량과 부식물 값이 너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중 국경연선지역의 무역회사들이 구조조정 한파에 된서리를 맞는 통에 다른 국영상점들 역시 팔 물건이 없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외화 금지 포고령
지난 12월 28일 선포됐던 국내 외화 사용 금지 포고령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1월 중순부터 각 도검찰소와 시, 군 보안서 등에 잡혀갔던 돈장사꾼들이 1월 29일자로 석방됐다”고 밝혔다. 또 평양에서는 한때 외화를 취급하지 못했던 수매상점들 역시 외화 거래를 재개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외화 금지 정책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외화가 유통되고 있는데다, 금지 이후에 가격이 오히려 치솟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내각 일군들 사이에서도 외화 금지 포고 이후 전망이 어떻게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내각의 한 일군은 “국내에서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뒤에 기업소마다 적지 않은 손해와 피로가 조성되어 백성들의 생활도 추켜세울 수 없다고 내각 일군들 사이에 론쟁들이 오갔다. 포고문을 정부에서 너무 급히 발표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그는 “포고령이 이미 선포됐기 때문에 쉽게 취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법적 효력은 없어질 것이다. 외화를 통제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은 무효가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내각 총리 “상품 가격 잘못 제정해 사회 혼란 가중”
김영일 내각 총리는 며칠 전 평양시 인민위원회 주요 간부들이 모인 회의에서 “화폐 교환 이후 새해 초까지 국영상점 상품 판매 가격이 잘못 제정돼 인민들의 생활에 혼란과 불안정을 주었다”고 사과했다.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주민들의 생계 부담이 더 높아진 것에 대한 사과의 표현이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식량 문제를 꼭 해결할 것이니, 당의 두리에 뭉쳐 일심단결하여 장군님의 령도 따라 힘차게 나가자”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할 뿐이다. “또 내일을 믿으라고? 그 말을 어떻게 믿나. 상품 가격 인하시킨다고 지금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가?”라며 코웃음 치는 주민들도 있었다. 평양 선교구역에 사는 한정옥(가명)씨는 “30원짜리 하는 세숫비누가 장마당에 가면 160원 한다. 가격을 낮추겠다고 하면 뭘 하나. 상점에 가면 물건은 없고 상점들은 텅텅 비어있는데”라며, 물품 수량이 충분치 않은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