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온 나라 천지에 울음소리와 고통소리 진동해, 하루빨리 사람 살려야!
설 명절에 이어 2.16명절까지 북한의 정초 최대명절이 끝났다. 북한 당국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고조시키느라 갖은 애를 썼지만, 온 나라 천지에 울음소리와 고통소리는 여전히 진동하고 있다. 생의 마지막 발악 같은 그들의 처참한 소리가 북한 지도부 그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고난의 행군으로부터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죽은 뒤 외부의 지원과 백성들의 악으로 간신히 고난의 길에서 헤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당국의 실책으로 또다시 소중한 목숨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2010년을 맞는 새해 벽두에 함경남북도, 강원도 등 척박한 지역뿐만 아니라, 량곡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서도 아사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보릿고개 시기가 아닌데도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어 충격은 더 크다.
이번 화폐 교환은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인민의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명목 하에 이뤄졌다. 농민들에게 1인당 1만 5천원까지 분배함으로써 그동안 굶주려서 일조차 나오지 못했던 농민들의 생활을 개선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로임과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도시 로동자들에게 그 고통을 떠넘긴 것이 되고 말았다. 중앙당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던 애초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사회혼란을 가중시키고 생계수단을 박탈해 백성들을 사실상 죽음으로 몰아넣은 결과를 빚었다.
그나마 최근 화폐 교환 시책이 혼란을 주었다는 내각의 사과문과 시장을 전면 허락하겠으니 통제 단속하지 말라는 결정은 백성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열어주었다. 이처럼 잘못된 정책을 과감히 승인하면, 반드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상에 치우친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주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오로지 백성을 위한 정치와 정책을 펴나가야 할 때다.
북한 정부는 현재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식량상황을 밝히고 인도적 지원을 요청해야한다. 또 국제사회와 국제 NGO단체들도 북한 정부의 지원요청만을 기다리지 말고, 식량난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북한 소식을 알리는 매체들도 북한의 식량 사정과 인민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알려내어,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켜 인도적 지원을 독려해야 한다. 남한 정부와 민간단체들도 다른 것에 우선해서 식량과 약품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지금은 어떤 조건부로 식량 몇 십만 톤을 보내줄 수 있다는 언질보다는, 당장 들어가는 1톤의 식량이 몇 배 더 가치가 있는 때이다. 굶주림, 영양실조, 전염병, 폐결핵, 신종독감 등이 돌고 돌아 악순환을 거듭하며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시시각각 위협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남한 정부, 민간단체들의 신속한 인도주의 손길이 절실하다(끝).
■ 사건사고
회령 전거리교화소, 열병 번져 사망자 계속 증가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교화소에서는 지난 1월 10일부터 열병이 번져 여성 수감자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고 있다. 2월 5일부터는 사망자가 더 늘어나 하루 평균 5명, 많으면 7-8명씩 죽고 있다. 남자 수감자들 중에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성 수감자 수가 4.5배 정도 더 많아 사망자 비율은 여성 사망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자 수감자는 1,100여명인데 반해 여성 수감자는 현재 4,500명에 육박한다.
작년 12월 이후 주민들이 생활난으로 면회를 잘 오지 않고, 신종독감 경계령에 따라 그나마 면회도 금지되다시피 해 수감자들의 면역력이 더 떨어진 상태다. 그간 가족들로부터 먹을 것과 약품 등을 조달받아왔는데, 조달품이 중단되자 감옥 안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냉동 방에서 지내다보니 몸이 더 허약해진 것이다. 교화소 내부가 원래 청결하지 못해 여러 질병이 발생하기 쉬운데, 최근엔 돌림감기가 돌아 무리로 죽어가고 있다. 최근 병에 걸린 사람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을 날만 받아놓고 기다리는 형편이다. 수감자들이 무리로 죽어나가고 있지만, 교화소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저 화장터를 만들어놓고, 무더기로 화장하고 있을 뿐이다. 화장터 설비가 낡아서 시체 태우는 냄새가 찬 겨울에 교화소 골안과 주변 마을까지 매일 퍼져나가고 있다.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매일 죽음의 냄새를 맡으면서 공포감도 느끼지만, 이 땅에서 정말 살고 싶지 않다는 반발감이 생긴다며 진저리치는 모습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해주시, 꽃제비 구제 위해 전쟁예비물자 풀기로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는 최근 꽃제비들이 급격히 증가하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화폐 교환 조치 이후에 식량 사정으로 먹고 살기 힘든 가정이 늘면서, 며칠씩 굶다가 전 재산을 모두 헐값에 팔아 쌀을 사먹고는 더 이상 팔 게 없어 집마저 팔고 꽃제비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주로 아이 꽃제비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어른 꽃제비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철도역 주변과 시장에 떠도는 꽃제비들이 늘어나자, 시당에서는 이 문제를 자체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도당에 보고했다. 아무리 회의를 해도, 시내 구제소와 배급분량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해남도 도당에서는 비단 해주시뿐만 아니라, 관내 여러 지역에서 굶주려 죽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일단 전쟁예비물자를 풀기로 결정했다. 도당 일군들은 아무리 전쟁예비물자를 풀어도, 꽃제비들과 빈민층 주민들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지난 열흘 동안 해주시에서만 하루 평균 5명 이상의 주민들이 굶어죽은 것으로 보고됐다. 시장에 록화기를 팔러 나온 정일선(가명)씨는 “우리도 곧 꽃제비가 될 것 같다”며 생활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달에는 집에 있던 일본산 히다찌 색텔레비존을 팔아 옥수수국수 18kg과 맞바꿔먹었다. 오늘은 록화기를 팔러 나왔는데, 옥수수국수 5kg도 안 나올 것 같다. 비싸게 주고 사서 팔기 아깝지만 당장 낟알 한 알이라도 목구멍으로 집어넣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울상을 지었다. 시장 곳곳에는 정씨처럼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하나 둘 들고 나와 흥정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풍경은 비단 해주시뿐만 아니라, 평성과 순천, 원산, 함흥 등 전국 주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 사회
홀어머니 부양하던 청년, 콕스 훔치다 사고로 사망
청진 김책제철소 주강주물직장에 다니는 김영식(20세)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왔다. 그동안엔 어머니가 장사라도 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았지만,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장사벌이도 안 되고 제철소에서는 배급이 전혀 나오지 않아 옥수수국수 1kg로 둘이 하루 반을 버티는 실정이었다. 할 수 없이 김씨가 제철소에서 콕스를 훔쳐 내다팔기 시작했다. 10kg에 500원씩 팔아 그 돈으로 옥수수 묵지가루를 사서 묽게 죽물을 쑤어 끼니를 때웠다. 지난 2월 12일 저녁, 김씨는 평소처럼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콕스를 훔쳐 나오다 제철소 외부순찰대에 발각될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급한 마음에 얼어붙은 성천강을 건너려다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지고 말았다. 동료들이 물에 빠진 김씨를 구하려고 했으나, 깜깜한 저녁이라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허망하게 보내고 말았다. 다음날 13일 오전 10시경, 기업소 초급당 일군들이 보고를 받고 보안서 보안원들과 시신을 수습했다. 김영식은 이미 젖은 콕스 배낭을 등에 진채로 숨져있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씨의 어머니는 콕스탄 배낭과 함께 차디찬 얼음처럼 변한 아들 시체를 붙들고 통곡했다. 때마침 설 전날이어서 장을 보러 오가던 주민들이 사고 현장을 까맣게 진을 치고 구경했다.
김씨의 사고 소식을 들은 노동자들은 울분을 참지 못했다. 김책제철소에 다니는 김수찬(가명)씨는 “(중앙)당에서는 우리더러 주체강을 많이 생산하라고 지시만 내려놓고 정작 주체강을 생산해야 하는 우리들이 무엇을 먹고, 공장에 얼마나 출근하는지에 대해서는 작은 관심조차 없다. 먹을 것이 없어 기업소에서 돌덩이 같은 석탄을 도둑질해 내다팔아 죽물이라도 먹고 어떻게 살아보려고 애쓰다가, 결국에는 홀어머니 혼자 남겨두고 추운 겨울날 얼음물에 빠져 생을 마감하는 현실이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라며 씁쓸해했다. 시신수습장면을 목격한 주민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생활형편 때문에 힘들게 살고 있는데 백성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국가조치 때문에 이런 일들이 수시로 발생 한다”면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며 수군거렸다.
김책제철소, 콕스 도난사고 급격히 증가
함경북도 청진시 김책제철소에서는 식량난의 여파로 콕스 도난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콕스를 훔쳐 팔아넘겨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도난사고는 늘 있어왔지만,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최근 두 달 새 약 40% 가까운 노동자들이 원료와 자재 등을 팔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작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당시 주체강을 많이 생산하라는 독려를 받았을 때만 해도 생산의욕이 불타는 분위기였지만, 얼마 못가 굶어죽는 노동자들이 생기면서 제철소 기강도 덩달아 흐트러졌다. 콕스를 훔치거나 시장에 내다팔다 걸려 보안서에 불려가 며칠 동안 심문을 받고 취조를 당하는 노동자들이 날마다 늘고 있다.
■ 정치생활
도강자 발생 시 상급자까지 처벌
올해부터는 각 공장, 기업소에서 도강자가 발생할 경우 기업소 당비서와 행정책임자 등 상급자들까지 처벌을 받게 될 예정이다. 도강 건수가 많으면 해당지역의 당비서와 공장 지배인 등이 철직, 해임된다. 이 같은 방침은 올해 1월 4일 처음 이야기 되었고, 2월 4일 각 시, 군당 전원회의에서 다시 강조됐다. 중앙당에서는 노동자들의 도강을 막기 위해 사상 사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며, 기업소 초급당 비서의 역할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부문당과 당세포비서들은 세포 당원들과 직맹, 청년동맹원들 중에서도 도강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일 직장에 불러내 사상성을 불러일으켜, 조금이라도 중국에 환상을 품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1월 17일’ 공장의 자동화직장에 다니는 김영일씨가 지난 1월 15일 도강했다가 체포돼 돌아왔다. 시당에서는 공장 초급당비서에게 노동자들을 제대로 교양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당 책벌을 주겠다고 했다. 2월 3일에는 운수직장 노동자 허용수가 도강을 했고, 허씨의 아내와 딸이 그 다음날 넘어가려다가 붙잡히는 일이 발생했다. 김영일 사건에 이어 허용수 사건이 일어나자, 시당 조직부에서는 기업소 당비서와 운수반 비서를 불러 “로동자들의 교양과 생활을 보살피지 못한 것이니 련대 책임을 지라”고 호통을 쳤다. 이 공장 초급당비서는 이미 한 차례 당의 경고를 받은 터라, 이번엔 철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시당은 다음 날 5일 오후, 보안기관 일군들을 불러 도강범죄를 막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시당 차원에서 임시로 검열조를 구성해 ‘1월 17일’ 공장부터 회령시 관내 모든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의 생활환경과 사상태도를 료해하기로 했다. 도강할 소지가 있을만한 사람들을 색출하기 위한 작업이다. 일단 마약 거래 혐의가 한 번이라도 있거나, 손전화기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요 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연선지역, 2월 집중 숙박검열 실시
중앙당은 지난 1월 27일, “가족 도주가 제일 많이 나온 지역이 함경북도 지역 연선이므로, 2월을 집중 숙박 검열 기간으로 정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2월 1일부터 말까지 얼음이 녹을 기간에 보안기관과 경비대 합동으로 집중 검열하기로 했다. 연선지역 마을은 특히 매일 숙박검열이 진행되고 있다. 밤중에 집집마다 들어가 가족 수를 확인하고 없는 사람은 정확한 행처를 조사한 뒤 다음날 확인 절차에 들어간다. 가족 수보다 더 많아졌을 경우, 증거가 있든 없든 일단 해당 지역 보안서에 들어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야 다음날 귀가할 수 있다.
■ 경제활동
회령, 김책제철소와 알곡 교환하고 나면 주민 배급 없어
회령시는 김책제철소로부터 받은 비료를 관내 협동농장들에 배분하고 있다. 비료량에 따라 옥수수량을 산출해 김책제철소에 넘기는데, 이 양은 농민들에게 분배해주어야 할 1-2개월 정도의 분량에 해당한다. 회령시 농민들은 2009년도에 알곡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당일군들의 허위보고로 달성한 것처럼 보고됐다며, 군량미 7천 톤에 회령시 각종 건설공사 식량과 더불어 김책제철소까지 보내게 되면 농민들은 물론이고, 시내 주민들에게 공급할 식량이 전혀 없을 것이라며 분개하는 모습이다. 시당과 인민위원회에서는 주민 배급 문제로 여러 차례 대책 마련 실무 회의를 열고 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책제철소, 중국에서 받은 비료를 회령에 넘기고 쌀 받기로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소는 금속공업성의 방침도 방침이지만, 노동자들이 굶어 죽어가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철을 넘기는 대가로 중국 거래회사 측에 식량을 받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중국 회사에는 비료와 비닐박막을 받고, 이것을 다시 회령시에 넘겨 그 대가로 옥수수를 받기로 회령시 농촌경영위원장과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2월 12일부터 13일까지 두 번에 걸쳐 18대 차량에 요소비료가 들어왔다. 김책제철소 측은 하루빨리 알곡을 받아야 굶주리는 노동자들을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며, 식량 실어가는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회령시 각 농장들로부터 알곡을 받아와야 하므로, 동원 가능한 운반차량과 소요되는 차량운반비 등을 계산하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보름 안에는 모두 받아와야 노동자들에게 얼마간이라도 식량을 배급할 수 있다. 그러나 화폐 교환 조치 이후에 차량유류비가 너무 올라 현실적으로 차량을 많이 동원할 수 없어 그보다 늦어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차량이 안 되면 소달구지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방부 일군들은 “로동자들이 매일 굶어 죽어가는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 이상 시간을 단축하기가 어렵다”며 그래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받아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책제철소, 노동자들 굶어죽자 타개책 마련 분주
함경북도 청진시 김책제철소는 오는 3월부터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첫 단계를 시작해야 하는데, 화폐 교환 조치 이후에도 배급을 주지 못해 노동자들이 출근을 못하자 크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월 중순부터 굶어죽는 노동자들이 생겨 식량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김책제철소의 한 일군은 “로동자들의 생활 형편이 어렵고, 매일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참담한 현실에 한숨만 내쉴 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로동자들이 죽으면 기업소 후방부에서 하는 게 고작해야 장례 물품 좀 부조해주고, 그 집에 옥수수국수와 쌀 몇 키로, 5리터짜리 술 한 병 줄 뿐”이라며, 현재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속공업성, “선철 녹여 주물품 팔아 식량 마련하라”고 했지만
금속공업성에서는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제철소 노동자들이 굶어죽자, 전국 각 도에 식량 관련 지시문을 내려 보냈다. “제철소들은 선철을 녹여 생산한 주물품을 중국에 팔아 식량 배급을 풀라”는 내용이었다. 단, 중국과 계약할 때 돈은 일체 받지 말고 쌀로 받으라고 했다. 돈을 받으면 다른데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위해서이고, 중국이 근래 식량을 통제하므로 식량을 주지 않으면 철을 팔지 말라는 지시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쪽 회사들이 돈은 줄 수 있으나 쌀은 허가증 문제 때문에 주지 못하겠다는 곳이 많아 진척이 잘 안됐다. 이에 따라 제철소마다 명절 전에 철을 팔아 명절 공급을 하려고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2.16명절에 얼마간의 공급이라도 나오겠거니 기대했던 노동자들의 실망이 대단히 컸다.
■ 식량소식
강서군 주둔부대들, 군량미 수분 문제로 실랑이
평안남도 강서군에서는 올해 군량미로 쌀 6천 5백 톤을 배정해 인근 부대에 제공하고 있다. 주로 3군단 산하 신설사단들과 교도사단, 9.1훈련소, 고사포련대들에서 가져가는데, 쌀에 수분이 많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후방부 군관들과 량정사업소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자주 오가고 있다. 부대에서는 수분 함량을 빼고 계산해야 한다며 쌀을 더 달라고 하고, 량정사업소측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다. 양자 사이에 마찰이 심하자, 급기야 후방부 군관들이 군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군부에서는 곧 군단에 보고했다. 군단에서는 평안남도 량정부 간부들과 모여 문제를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도 일군들은 “작년 농사가 잘 안 돼 주민들이 굶고 있는 처지인데도, 주민들에게 전혀 공급을 못하고 있다. 선군정치로 군대에 우선 공급하는 상황이니 수분 따윈 보지 말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아가라”는 요지로 얘기했고, 군단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문제를 매듭지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여전히 작은 실랑이들이 오가고 있다.
김책 성진제강소, 굶주림에 결근 속출
함경북도 김책시 성진제강소의 출근율이 화폐교환 이후 한 달 만에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던 세대에서 굶어죽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출근율도 덩달아 떨어졌다. 올해 1월 초만 해도 한 직장마다 1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결근자가 절반을 넘는다. 굶어죽는 세대가 많다보니 이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성진제강련합기업소 당위원회 당비서가 매주 2회씩 출근율을 높이기 위해 총회의를 열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식량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이런 모임을 백날, 천날 해봤자 시간 낭비일 뿐 아무 소용없다”고 말한다.
■ 시선집중
밀린 월급 지급해도 생계 도움 안 돼
2월 현재 전국 각 시, 군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밀린 생활비(임금)를 나눠주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시 노동자들은 화폐 교환 조치 이후 2009년 11월과 12월 생활비 일부를 지급받을 때만 해도, 물가가 100대 1 가격으로 환산돼 임금을 받는 보람이 있었다고 말한다. 출근하라고 더 이상 종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었다. 육체적으로 너무 고되고 위험해 기피했던 일들도 임금이 많은 것을 보고, 뇌물까지 동원해 서로 하려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가 10배 이상 폭등하면서 새 돈 가치가 떨어져 생활비를 받아도 생계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설 명절 전에 생활비를 지급받은 노동자들은 “명절 쇠라고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로는 설은 고사하고 하루 한 끼 겨우 연명할 수 있을까말까 할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