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아직 끝나지 않은 수해
큰물피해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수재민들을 위한 국가적 구호는 거의 없는 상태다. 당장 추위를 막을 옷과 따뜻한 음식, 바람 막을 거처가 필요한 수재민들에게 겨울은 공포로 다가온다. 병에 걸려 앓고 있는 수재민들이 많고, 병이 깊어져 숨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도무지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식수가 부족하다. 수해로 수도관들이 쓸려 내려가고, 주민용 수도공급체계가 복구되지 않아 물을 틀면 누런 흙탕물이 나온다. 아파트 주민들은 물지게로 인근 강가에 나가 물을 길어먹고 있는 형편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기업소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을 동원해 수해복구에 나섰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파손된 도로와 교량, 제방, 둑 등을 다시 복구하고 있지만, 삽과 곡괭이로만 공사하는 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파손상태나 규모, 범위 어느 모로 보든 인력이 수동으로 복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시멘트나 목재 등 자재가 부족한 것도 공사 진척이 잘 안 되는 이유이다. 큰물이 쓸고 간 때는 한여름이었지만, 피해 주민들에게 수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염주군, 폭우로 쌀 생산량 30% 감소 예상
평안북도 염주군의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주군은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알려져 있다. 한 농장관리일군은 “여름에 련달아 내린 폭우로 다수의 논밭이 물에 잠겼다. 논밭에 넘쳐난 강물이 새로운 갈래의 강물 줄기를 만들어 냈다. 범람한 강물이 다시 다른 논밭에 물골을 내 흐르면서 바닥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생산량이 30% 이상 뚝 떨어졌다고 했다. 1정보당 4톤 정도 나오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정보당 2.5-3톤 정도 생산에 그치고 있다.
금야군, 큰물사태로 수확량 절반 이상 감소
함경남도 금야군의 수확량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물피해로 산사태가 나고, 산골짜기가 범람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산 아랫마을 수십 개에서 대부분의 집들이 피해를 입었다. 보안당국에 따르면, 100여 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내었고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가옥이 관내 2천 세대, 지붕이나 벽체가 파괴돼 긴급보수를 해야 하는 집들이 2천 세대 정도 된다고 했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재난 속에 경작지라고 무사할 리 없었다. 쓸 만한 경작지들은 물에 잠겨버렸고, 그나마 물이 빠진 뒤에 보니 온갖 자갈돌들이 산처럼 쌓여 더 이상 농사짓기가 불가한 곳이 많았다. 물이 차지 않은 경작지에서도 곡식들이 다 쓰러져 건질만한 게 없었다. 예년 같으면 가을걷이라 한창 바쁠 시기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금야군 관내 협동농장들은 거둬들일 알곡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다.
인민보안부, 법 기관 전담 수사팀 ‘특별보안대’시범 운영
인민보안부에서는 작년부터 법 기관을 전담하는 ‘특별보안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보안대는 사법기관, 검찰기관 등의 비리나 각종 범죄를 파헤치고 처벌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동안 법 기관들은 부여받은 권력에 기대어 수사 대상을 보호하거나 고의방해를 하는 등 일종의 성역을 만들어왔고, 교란된 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일환으로 ‘특별보안대’라는 별정기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단 3년간 진행해본 뒤 성과에 따라 정식 기구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려면 성역 없는 수사도 중요하지만,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먼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은 비정상으로 적고 월급과 배급이 없는 노동자들이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공장의 기물을 도둑질해서라도 시장에 내다 팔거나, 아니면 집에 원료를 가져가 뭐라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 이를 일러 북한 주민들은 자조적으로 ‘합법적 범죄’라고 말한다. 직장 기물을 빼돌리는 것은 분명한 범죄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죽기 때문에 당에서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 출장을 나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출장을 가서 직장 일을 보는 게 아니라, 비법적인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통행증을 받는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출장 가는 사람에게 여러 명이 돈을 모아줘서 지방에 나간 김에 물건을 싸게 사들여와 분배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만연해있고, 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명백히 불법이기 때문에, 법 기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잡을 수 있다. ‘합법적 범죄’라는 말 자체가 현실 모순을 담고 있는 것이다.
보안부와 검찰기관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보안부에서 필요한 사람을 검찰이 잡아가기도 하고, 엄중하게 처리해야할 사람을 ‘근거불충분’으로 풀어주기도 한다. 보안원들이 입건할 때 보통 증인을 내세우는데, 검찰에서 ‘증언이 명확하지 않다, 허위다’ 이러면 보안부쪽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특대형 사건이 아니면 검찰 입김이 더 세서 사건이 그대로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보안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증인 하나로 사건이 뒤집어져서 범죄자가 무죄로 방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수보안대 운영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그러나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보안부 안에서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합법적인 범죄자’들은 아무리 잡아들여도 무한정할 것이고 검찰이나 사법기관을 끼고 비법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특수기관들의 수사방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창건 65주년으로 정신없었던 평양, 겨우 한숨 돌려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이 끝나자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평양 시민이었다. 그동안 당대표자회와 당창건 65주년 행사를 치른다고 숨 한 번 크게 못 쉬고, 각종 모임과 과제에 청소와 마을 꾸리기 등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아침 6시에 가정주부들을 불러 잔디를 깎거나 연석을 하얗게 닦는가 하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수시로 거리 청소에 동원됐다. 중구역에 사는 한 간부는 “장군님께서 길림성을 돌아보시던 중 장춘시의 거리가 깨끗하고 화려한 데 감탄을 금치 못하시고, 시당 책임비서(문경덕)에게 평양시가 중국의 지방 도시보다 어지럽고 환하지 못하니 화려하게 단장하라는 말씀이 계셨다”고 한 뒤로 도로와 마을꾸리기 대선풍이 일고, 매일 아침마다 ‘분위기 조성사업’이 진행됐다. 평양시부터 거리 조명 장식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하라는 지시에 조명장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10월 10일을 전후로 시내 곳곳에서 꾸리기, 깜빠니아(캠페인), 각종 회의가 벌어져 주민들은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행사 참가자들의 고생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단 큰 행사를 하면 ‘광장대렬’팀, ‘춤대렬’팀, ‘놀이군중’팀 등 3부류로 나누어 과업을 내린다. ‘놀이군중’팀의 과업은 술, 고기 등을 미리 싼값에 사가지고 지정한 장소에서 노는 것이다. 남산이나 모란봉 등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뭘 먹거나 휴식하는 모습 등을 보이면 된다. 놀이군중이 아닌 사람들 중에도 놀러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날은 대개 놀이군중 과업을 받은 사람들이 나간다. 놀이군중팀은 제일 신세가 좋은 편이다. ‘춤대렬’팀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춤 연습을 한 뒤 행사기간 동안 선정해둔 구역에 나가 춤을 추어야한다. 매일 퇴근 후에 훈련해야 해 신체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가장 힘든 팀은 뭐니뭐니 해도 신호에 따라 집단체조를 하는 ‘광장대렬’팀이다. 춤대렬이나 놀이군중팀은 1호행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광장대렬팀은 십중팔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1호행사라 가장 엄격하다. 이번 65주년 기념행사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엄숙한 분위기였다. 외국 언론사들을 많이 초청한 터라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 여성이 신호를 잘 못 받아 실수한 사건이 있었다. 중구역에 사는 림옥란(가명)씨는 “구령에 맞춰 글씨나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신호에 따라 빨간 꽃과 노란 꽃을 착착 들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순서를 딱딱 맞추지 못해 실수를 했다”고 했다. 대렬을 지휘하는 신호수가 신호 없이 깃발을 흔드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그 사람 혼자 엇박자를 했다는 것이다. 워낙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거의 당사자와 바로 옆사람이 아니면 알아채지 못할 미미한 실수였지만, 당사자는 극도의 긴장감에 급기야 기절하고 말았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위축돼있었던 탓이다. 림씨에 따르면, 지난 2개월 남짓 못 먹어가며 고생 고생해서 연습한 것이 한 명의 실수로 물거품으로 변하자, “아무 보람도 없게 됐다”며 행사 참가자들이 몹시 실망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10월 10일 이후, 평양시 전체가 호된 홍역을 앓듯이 행사를 치른 뒤여서인지 지금은 다시 예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평양 주민들, 오랜만의 배급에 모처럼 활짝 웃어
당창건 65주년을 맞아 평양시당은 주민들에게 10월 식량을 전량 공급하도록 했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일주일 분량씩만 지급되어 평양주민들의 아우성이 컸다. 이외에도 매 세대 당 열대 메기 3kg, 생낙지(오징어) 1kg도 공급됐다. 평양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 열대 메기를 도입해 평양화력발전소들에서 나오는 퇴수로 열대메기를 많이 키우고 있다. 또 시민들에게 공급할 당과류생산을 위해 밀가루가공공장과 곡산공장을 개건, 현대화하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기초식품공장과 기름 정제 공장을 새로 꾸리고, 맛내기 가공반을 2012년 위대한 수령님 탄생 100돐까지 완성하여 시민들에게 기초식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은 세대 당 식량 2일분, 술 1병, 돼지고기 1kg, 콩기름 일인당 100g씩 공급했다.
당창건 65돐 기념 전국 대사령
당 창건 65주년을 맞이해 지난 9월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대사령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9월 초에 당대표자회가 끝나는 대로 실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다소 미뤄져 9월 21일부터 시작돼 27일까지 진행됐다. 이번에 풀려나거나 감형된 사람들은 대개 단순 폭행, 무단결근, 도둑질, 국가소유재산 절취 및 파손 등 생계형 범죄자들과 우발적인 범죄자들이었다. 형기가 절반 이상 남아있는 사람들은 감형됐고, 절반 이상 치른 사람들은 모두 석방되어 이번 대사령으로 전국에서 약 15만 명이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사회 제도를 비판하는 등 정치범과 사상범, 그리고 강력범들은 제외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면된 곳은 함경남도로, 약 4만 여명이 석방됐고, 함경북도에서는 9천 6백 명 가량이 사면됐다. 함흥시 성천강구역에 사는 박미혜(가명)씨는 “먹고 살려고 애쓰다가 잡혀 들어간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풀려나게 돼 모두들 제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했다.
■ 정치생활
당창건 65돐 기념 전국 대사령
당 창건 65주년을 맞이해 지난 9월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대사령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9월 초에 당대표자회가 끝나는 대로 실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다소 미뤄져 9월 21일부터 시작돼 27일까지 진행됐다. 이번에 풀려나거나 감형된 사람들은 대개 단순 폭행, 무단결근, 도둑질, 국가소유재산 절취 및 파손 등 생계형 범죄자들과 우발적인 범죄자들이었다. 형기가 절반 이상 남아있는 사람들은 감형됐고, 절반 이상 치른 사람들은 모두 석방되어 이번 대사령으로 전국에서 약 15만 명이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사회 제도를 비판하는 등 정치범과 사상범, 그리고 강력범들은 제외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면된 곳은 함경남도로, 약 4만 여명이 석방됐고, 함경북도에서는 9천 6백 명 가량이 사면됐다. 함흥시 성천강구역에 사는 박미혜(가명)씨는 “먹고 살려고 애쓰다가 잡혀 들어간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풀려나게 돼 모두들 제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했다.
인민보안부, 법 기관 전담 수사팀 ‘특별보안대’시범 운영
인민보안부에서는 작년부터 법 기관을 전담하는 ‘특별보안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보안대는 사법기관, 검찰기관 등의 비리나 각종 범죄를 파헤치고 처벌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동안 법 기관들은 부여받은 권력에 기대어 수사 대상을 보호하거나 고의방해를 하는 등 일종의 성역을 만들어왔고, 교란된 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일환으로 ‘특별보안대’라는 별정기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단 3년간 진행해본 뒤 성과에 따라 정식 기구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려면 성역 없는 수사도 중요하지만,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먼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은 비정상으로 적고 월급과 배급이 없는 노동자들이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공장의 기물을 도둑질해서라도 시장에 내다 팔거나, 아니면 집에 원료를 가져가 뭐라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 이를 일러 북한 주민들은 자조적으로 ‘합법적 범죄’라고 말한다. 직장 기물을 빼돌리는 것은 분명한 범죄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죽기 때문에 당에서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 출장을 나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출장을 가서 직장 일을 보는 게 아니라, 비법적인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통행증을 받는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출장 가는 사람에게 여러 명이 돈을 모아줘서 지방에 나간 김에 물건을 싸게 사들여와 분배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만연해있고, 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명백히 불법이기 때문에, 법 기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잡을 수 있다. ‘합법적 범죄’라는 말 자체가 현실 모순을 담고 있는 것이다.
보안부와 검찰기관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보안부에서 필요한 사람을 검찰이 잡아가기도 하고, 엄중하게 처리해야할 사람을 ‘근거불충분’으로 풀어주기도 한다. 보안원들이 입건할 때 보통 증인을 내세우는데, 검찰에서 ‘증언이 명확하지 않다, 허위다’ 이러면 보안부쪽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특대형 사건이 아니면 검찰 입김이 더 세서 사건이 그대로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보안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증인 하나로 사건이 뒤집어져서 범죄자가 무죄로 방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수보안대 운영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그러나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보안부 안에서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합법적인 범죄자’들은 아무리 잡아들여도 무한정할 것이고 검찰이나 사법기관을 끼고 비법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특수기관들의 수사방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사회
평양 주민들, 오랜만의 배급에 모처럼 활짝 웃어
당창건 65주년을 맞아 평양시당은 주민들에게 10월 식량을 전량 공급하도록 했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일주일 분량씩만 지급되어 평양주민들의 아우성이 컸다. 이외에도 매 세대 당 열대 메기 3kg, 생낙지(오징어) 1kg도 공급됐다. 평양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 열대 메기를 도입해 평양화력발전소들에서 나오는 퇴수로 열대메기를 많이 키우고 있다. 또 시민들에게 공급할 당과류생산을 위해 밀가루가공공장과 곡산공장을 개건, 현대화하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기초식품공장과 기름 정제 공장을 새로 꾸리고, 맛내기 가공반을 2012년 위대한 수령님 탄생 100돐까지 완성하여 시민들에게 기초식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은 세대 당 식량 2일분, 술 1병, 돼지고기 1kg, 콩기름 일인당 100g씩 공급했다.
당창건 65주년으로 정신없었던 평양, 겨우 한숨 돌려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이 끝나자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평양 시민이었다. 그동안 당대표자회와 당창건 65주년 행사를 치른다고 숨 한 번 크게 못 쉬고, 각종 모임과 과제에 청소와 마을 꾸리기 등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아침 6시에 가정주부들을 불러 잔디를 깎거나 연석을 하얗게 닦는가 하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수시로 거리 청소에 동원됐다. 중구역에 사는 한 간부는 “장군님께서 길림성을 돌아보시던 중 장춘시의 거리가 깨끗하고 화려한 데 감탄을 금치 못하시고, 시당 책임비서(문경덕)에게 평양시가 중국의 지방 도시보다 어지럽고 환하지 못하니 화려하게 단장하라는 말씀이 계셨다”고 한 뒤로 도로와 마을꾸리기 대선풍이 일고, 매일 아침마다 ‘분위기 조성사업’이 진행됐다. 평양시부터 거리 조명 장식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하라는 지시에 조명장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10월 10일을 전후로 시내 곳곳에서 꾸리기, 깜빠니아(캠페인), 각종 회의가 벌어져 주민들은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행사 참가자들의 고생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단 큰 행사를 하면 ‘광장대렬’팀, ‘춤대렬’팀, ‘놀이군중’팀 등 3부류로 나누어 과업을 내린다. ‘놀이군중’팀의 과업은 술, 고기 등을 미리 싼값에 사가지고 지정한 장소에서 노는 것이다. 남산이나 모란봉 등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뭘 먹거나 휴식하는 모습 등을 보이면 된다. 놀이군중이 아닌 사람들 중에도 놀러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날은 대개 놀이군중 과업을 받은 사람들이 나간다. 놀이군중팀은 제일 신세가 좋은 편이다. ‘춤대렬’팀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춤 연습을 한 뒤 행사기간 동안 선정해둔 구역에 나가 춤을 추어야한다. 매일 퇴근 후에 훈련해야 해 신체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가장 힘든 팀은 뭐니뭐니 해도 신호에 따라 집단체조를 하는 ‘광장대렬’팀이다. 춤대렬이나 놀이군중팀은 1호행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광장대렬팀은 십중팔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1호행사라 가장 엄격하다. 이번 65주년 기념행사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엄숙한 분위기였다. 외국 언론사들을 많이 초청한 터라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 여성이 신호를 잘 못 받아 실수한 사건이 있었다. 중구역에 사는 림옥란(가명)씨는 “구령에 맞춰 글씨나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신호에 따라 빨간 꽃과 노란 꽃을 착착 들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순서를 딱딱 맞추지 못해 실수를 했다”고 했다. 대렬을 지휘하는 신호수가 신호 없이 깃발을 흔드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그 사람 혼자 엇박자를 했다는 것이다. 워낙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거의 당사자와 바로 옆사람이 아니면 알아채지 못할 미미한 실수였지만, 당사자는 극도의 긴장감에 급기야 기절하고 말았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위축돼있었던 탓이다. 림씨에 따르면, 지난 2개월 남짓 못 먹어가며 고생 고생해서 연습한 것이 한 명의 실수로 물거품으로 변하자, “아무 보람도 없게 됐다”며 행사 참가자들이 몹시 실망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10월 10일 이후, 평양시 전체가 호된 홍역을 앓듯이 행사를 치른 뒤여서인지 지금은 다시 예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수해
큰물피해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수재민들을 위한 국가적 구호는 거의 없는 상태다. 당장 추위를 막을 옷과 따뜻한 음식, 바람 막을 거처가 필요한 수재민들에게 겨울은 공포로 다가온다. 병에 걸려 앓고 있는 수재민들이 많고, 병이 깊어져 숨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도무지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식수가 부족하다. 수해로 수도관들이 쓸려 내려가고, 주민용 수도공급체계가 복구되지 않아 물을 틀면 누런 흙탕물이 나온다. 아파트 주민들은 물지게로 인근 강가에 나가 물을 길어먹고 있는 형편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기업소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을 동원해 수해복구에 나섰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파손된 도로와 교량, 제방, 둑 등을 다시 복구하고 있지만, 삽과 곡괭이로만 공사하는 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파손상태나 규모, 범위 어느 모로 보든 인력이 수동으로 복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시멘트나 목재 등 자재가 부족한 것도 공사 진척이 잘 안 되는 이유이다. 큰물이 쓸고 간 때는 한여름이었지만, 피해 주민들에게 수해는 아직 진행 중이다.
■ 사건사고
금야군, 큰물사태로 수확량 절반 이상 감소
함경남도 금야군의 수확량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물피해로 산사태가 나고, 산골짜기가 범람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산 아랫마을 수십 개에서 대부분의 집들이 피해를 입었다. 보안당국에 따르면, 100여 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내었고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가옥이 관내 2천 세대, 지붕이나 벽체가 파괴돼 긴급보수를 해야 하는 집들이 2천 세대 정도 된다고 했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재난 속에 경작지라고 무사할 리 없었다. 쓸 만한 경작지들은 물에 잠겨버렸고, 그나마 물이 빠진 뒤에 보니 온갖 자갈돌들이 산처럼 쌓여 더 이상 농사짓기가 불가한 곳이 많았다. 물이 차지 않은 경작지에서도 곡식들이 다 쓰러져 건질만한 게 없었다. 예년 같으면 가을걷이라 한창 바쁠 시기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금야군 관내 협동농장들은 거둬들일 알곡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다.
■ 식량소식
염주군, 폭우로 쌀 생산량 30% 감소 예상
평안북도 염주군의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주군은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알려져 있다. 한 농장관리일군은 “여름에 련달아 내린 폭우로 다수의 논밭이 물에 잠겼다. 논밭에 넘쳐난 강물이 새로운 갈래의 강물 줄기를 만들어 냈다. 범람한 강물이 다시 다른 논밭에 물골을 내 흐르면서 바닥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생산량이 30% 이상 뚝 떨어졌다고 했다. 1정보당 4톤 정도 나오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정보당 2.5-3톤 정도 생산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