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평양 소아과 의사들, 한국 드라마‘대장금’과 ‘허준’에 감탄
평양의 한 소아과 의사는 동료들 사이에 남조선 드라마 대장금과 허준이 최고의 의학드라마로 암암리에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의 수준 높은 의술을 어찌나 생생하게 잘 담아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평양에서 웬만한 의과대 교수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너도나도 돌려가며 봤는데, 다시 보고 싶어도 한번밖에 보지 못해 참으로 아쉬워할 정도라고 했다. 평양의학대학의 한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한다하는 교수들도 허준을 보고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의학부문에 교육용으로도 참으로 쓸 만한 극영화라고 칭찬이 자자하다”고 했다. 특히 대장금이나 허준에 나오는 민간요법들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아직 이 드라마를 접하지 못한 지방 병원 의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지만 다들 몰래 보는 것이라서 지방에 보내주지 못하는 것을 대단히 아쉬워했다.
영양실조에 소화 장애까지 앓는 아이들
지난 12월 22일, 함흥 사포구역에 사는 6살 향미(가명)는 엄마 등에 업혀 인민병원을 찾았다. 소화가 잘 안 되는지 며칠째 계속 설사를 해서 진찰을 받으러 간 것이다. 담당 의사는 “처음 향미를 봤을 때 너무 한심할 정도로 야위어서 충격이었다”고 당시 놀랬던 심경을 전했다. 대체 무슨 병을 앓았기에 이렇게 허약하게 됐는지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아이 엄마는 금세 눈물을 글썽이며 쉽게 말을 못했다. 사연인즉슨 작년에 너무 사는 게 어려워 여름에 하는 수없이 집을 팔아 그 돈으로 장사를 벌였는데 장사가 잘 안 됐다. 날이 갈수록 하루에 한두 끼도 제대로 못 먹일 때가 많았다. 간혹 옥수수밥을 먹은 날은 명절이고, 대부분 풀죽 아니면 음식 같지 않은 대용식품들을 가리지 않고 먹였다. 아무 것도 안 먹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먹인 것이 아이를 더 아프게 만든 것 같다며,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울었다. 담당 의사는 가슴을 치며 우는 어머니에게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못하고 가만히 등만 토닥거려주었다.
소아과 의사들은 어머니 젖을 못 먹고 바싹 야위어 온 신생아들부터 아무리 봐도 3살 이상으로는 안 보이는 10살 아이까지 향미처럼 영양실조에 발육부진이 심각한 아이들이 태반이라고 했다. 영양실조도 문제지만 만성 소화 장애도 심각하다. 성장단계에 따라 모유에서 부드러운 이유식을 거쳐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먹을 것이다 싶은 것들을 가리지 않고 구해 먹이다보니 영양상태도 엉망이고, 각종 소화 장애에 시달리기 일쑤다. 흥남구역에 사는 한 소아과 의사는 “애 엄마에게는 ‘이 아이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해준다. 또 치료약을 살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쌀밥이라도 먹이라고 한다. 거짓으로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라, 약 살 돈으로 음식을 잘 해 먹이면 금방 몸이 춰 설 수 있다. 그러나 자랄 시기에 영양이 너무 부족하면 발육은 물론이고 지력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정말 불쌍하다. 하필 이렇게 못 먹고 못사는 시대에 태어나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고통 받는다”며 가슴 아파한다.
함흥시 소아과 환자 180명 중 100명이 영양실조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어린이 환자들 중에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경력의 소아과 의사인 리명옥(가명)씨는 지난 3주 동안 자신이 진찰한 아이들이 총 150명가량 되는데, 그 중 80명 정도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영양부족으로 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부터 조금씩 늘더니 어떤 달에는 180명 중에 100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이 기력이 없어 몸을 가누지 못하니 무슨 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이 돼 병원에 데려오지만 특별한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데도, 너무 영양상태가 나빠 약을 투여할 수도 없는 아이들도 있다. 항생제를 썼다가 부작용이 생기거나 더 악화된 사례들이 있어 처방을 내리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에게는 일단 1-2개월 정도 영양성분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먹인 다음 기력이 좀 회복되면 다시 치료 받으러 오라고 권한다. 어느 정도 기력을 찾은 뒤에 진찰을 해야 병이 있어도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약은 물론 부모들이 구해 와야 한다. 리씨는 “아주 간단한 치료제로도 고칠 수 있는 병인데 약값을 구하지 못해 치료를 못하는 가정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나라도 돈이 있으면 약을 사주고 싶은데, 도와줄 애들이 한 둘도 아니라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없이 돌려보낼 때가 많다. 약이 없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의사들의 마음도 부모 못지않게 타들어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경연선에서 화교들이 제일 잘 나가
국경연선지역에서 요새 가장 잘 나가는 사람들은 화교다. 제 아무리 급 높은 간부들이라고 해도 웬만한 화교들의 생활수준을 따라갈 수가 없다. 화교들이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당 실세들만 못했지만, 화폐교환 조치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화교들은 중국과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고,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얻는 것도 훨씬 자유로워, 집집마다 쌀 몇 톤씩 저장해놓지 않은 화교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집안 창고에는 시장에 언제든 내보낼 준비가 돼있는 쌀과 각종 물품들이 빼곡하게 저장돼있다. 화교들은 조선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신용이 없어 위안화나 달러가 아니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량강도 혜산시 주민들은 화교집 창고에 가보면 평양 제1백화점도 안 부러울 거라면서 혀를 내두른다. 과장 섞인 말이지만 그만큼 물량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말이다. 중국 쪽 대방들이 화교들을 더 신뢰하면서 북한 계 무역회사들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물건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화교들의 조․중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그 밑에 들어가 일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화교들은 대개 ‘차판들이’ 장사와 연계돼 물건을 싣고 나르는 일을 하는데 집마다 10명에서 15명 정도를 부린다. 식사를 지급하고 일당 2,500원 지급하는 옳은 조건이지만 워낙 천시당하는 분위기라 마치 지주와 머슴 관계 같다. 일례로 화교들은 집안에 들어가 갖추어 식사를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창고 앞마당에서 때우듯 대충 먹는다. 화교들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면서 당연히 콧대도 높아졌다. 주민들 사이에는 화교들이 돈 없는 사람은 짐승 취급하고, 당 간부라 해도 웬만한 간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면서 고위 간부나 보위부원 정도나 돼야 사람처럼 대우한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면 설 명절 잘 쇤 것”
올해 함경남북도 주요 도시에서는 설 명절이 유독 냉랭했다. 여느 해 같으면 설 명절 음식 준비로 시장이 흥성거렸을 텐데, 올해는 북풍한설이 몰아친 것처럼 썰렁했다. 쌀이며 돼지고기며 이것저것 사 가는 사람은 어쩌다 한두 명이고, 보통은 큰맘 먹고 사가는 게 입쌀 1kg 정도에 불과했다. 그걸로 누구 입에 풀칠했느냐고 하니 “당연히 옥수수쌀에 섞어 먹었다”고 대답했다. 건더기 없는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면 설 명절을 아주 잘 쇤 축에 든다고 했다. 입쌀 1kg도 못 섞어 먹은 집도 많다며 명절을 어떻게 쇠었는지 민망해서 서로 묻지 않는다고 했다.
함흥시로 장사하러 나온 함주군 김예영(가명)씨는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설 명절이라 기대를 하고 (함흥까지) 나왔는데, 올해는 거의 장사를 못 했다”고 했다. 집에서 키우던 닭 몇 마리와 계란 등을 챙겨서 나왔는데, 교통비 빼면 손에 남는 게 없어서 괜히 함흥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는 곳마다 이렇게 더는 못 산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며 다들 먹는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
함흥시 시당의 한 간부는 “시당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먹는 문제로 중앙당에 의견들이 많다. 각자 알아서 먹고 살라고 했으면 그렇게 살 수 있게, 중앙에서도 내리먹이는 것이 없이 그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자력갱생하라며 지원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희천발전소 건설 지원 자금이다 뭐다 자꾸 이것저것 내놓으라고 하니 지방당에서 알아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금지하는 것도 많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중앙당에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인민생활향상을 위하여’ 라고 외치지만 먹는 문제가 안 풀리면 백성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심을 전했다.
함경북도 도시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령시 동명동에 사는 정인국(가명)씨는 설날 아침에 뭘 먹었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잘 못했다. 대신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었으면 하는 것이 올해 소원”이라고만 말했다.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구역당 간부는 “설날에 두부 국에 5대 5밥(입쌀과 옥수수쌀 섞은 밥) 먹은 집들이 많았다. 말이 5대 5밥이지 실상 1kg도 못 되는 입쌀을 옥수수쌀에 섞어 먹었는데 그것도 명절 하루뿐, 더 이상 입쌀 구경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입쌀은 시장 진열품일 뿐”
설 명절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다. 한 번 올라간 식량 값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지난 새해 첫날 쌀이 kg당 1,500원선에서 거래됐다. 12월 말 1,400원대서 다시 올라간 것이다. 사포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서현선(가명)씨는 쌀을 살 수 없는 사람들 눈에 “입쌀은 매탁의 진열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1월 둘째 주에 접어들어서도 식량가격은 1,500원 선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잘 살던 사람들도 작년부터 수입이 줄어 쌀 대신 옥수수를 사고 있다. 집에 6개월 이상의 쌀을 비축해둔 사람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에 나가 쌀을 옥수수로 바꾸는 등 오래 버틸 궁리를 하고 있다. 반면 쌀 장사꾼들은 쌀값이 올라도 찾는 데가 많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돈 있는 개인이나 단위들은 어디서나 옥수수보다는 쌀을 찾기 때문이다.
■ 식량소식
“입쌀은 시장 진열품일 뿐”
설 명절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다. 한 번 올라간 식량 값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지난 새해 첫날 쌀이 kg당 1,500원선에서 거래됐다. 12월 말 1,400원대서 다시 올라간 것이다. 사포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서현선(가명)씨는 쌀을 살 수 없는 사람들 눈에 “입쌀은 매탁의 진열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1월 둘째 주에 접어들어서도 식량가격은 1,500원 선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잘 살던 사람들도 작년부터 수입이 줄어 쌀 대신 옥수수를 사고 있다. 집에 6개월 이상의 쌀을 비축해둔 사람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에 나가 쌀을 옥수수로 바꾸는 등 오래 버틸 궁리를 하고 있다. 반면 쌀 장사꾼들은 쌀값이 올라도 찾는 데가 많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돈 있는 개인이나 단위들은 어디서나 옥수수보다는 쌀을 찾기 때문이다.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면 설 명절 잘 쇤 것”
올해 함경남북도 주요 도시에서는 설 명절이 유독 냉랭했다. 여느 해 같으면 설 명절 음식 준비로 시장이 흥성거렸을 텐데, 올해는 북풍한설이 몰아친 것처럼 썰렁했다. 쌀이며 돼지고기며 이것저것 사 가는 사람은 어쩌다 한두 명이고, 보통은 큰맘 먹고 사가는 게 입쌀 1kg 정도에 불과했다. 그걸로 누구 입에 풀칠했느냐고 하니 “당연히 옥수수쌀에 섞어 먹었다”고 대답했다. 건더기 없는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면 설 명절을 아주 잘 쇤 축에 든다고 했다. 입쌀 1kg도 못 섞어 먹은 집도 많다며 명절을 어떻게 쇠었는지 민망해서 서로 묻지 않는다고 했다.
함흥시로 장사하러 나온 함주군 김예영(가명)씨는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설 명절이라 기대를 하고 (함흥까지) 나왔는데, 올해는 거의 장사를 못 했다”고 했다. 집에서 키우던 닭 몇 마리와 계란 등을 챙겨서 나왔는데, 교통비 빼면 손에 남는 게 없어서 괜히 함흥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는 곳마다 이렇게 더는 못 산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며 다들 먹는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
함흥시 시당의 한 간부는 “시당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먹는 문제로 중앙당에 의견들이 많다. 각자 알아서 먹고 살라고 했으면 그렇게 살 수 있게, 중앙에서도 내리먹이는 것이 없이 그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자력갱생하라며 지원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희천발전소 건설 지원 자금이다 뭐다 자꾸 이것저것 내놓으라고 하니 지방당에서 알아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금지하는 것도 많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중앙당에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인민생활향상을 위하여’ 라고 외치지만 먹는 문제가 안 풀리면 백성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심을 전했다.
함경북도 도시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령시 동명동에 사는 정인국(가명)씨는 설날 아침에 뭘 먹었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잘 못했다. 대신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었으면 하는 것이 올해 소원”이라고만 말했다.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구역당 간부는 “설날에 두부 국에 5대 5밥(입쌀과 옥수수쌀 섞은 밥) 먹은 집들이 많았다. 말이 5대 5밥이지 실상 1kg도 못 되는 입쌀을 옥수수쌀에 섞어 먹었는데 그것도 명절 하루뿐, 더 이상 입쌀 구경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 사회
국경연선에서 화교들이 제일 잘 나가
국경연선지역에서 요새 가장 잘 나가는 사람들은 화교다. 제 아무리 급 높은 간부들이라고 해도 웬만한 화교들의 생활수준을 따라갈 수가 없다. 화교들이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당 실세들만 못했지만, 화폐교환 조치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화교들은 중국과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고,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얻는 것도 훨씬 자유로워, 집집마다 쌀 몇 톤씩 저장해놓지 않은 화교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집안 창고에는 시장에 언제든 내보낼 준비가 돼있는 쌀과 각종 물품들이 빼곡하게 저장돼있다. 화교들은 조선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신용이 없어 위안화나 달러가 아니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량강도 혜산시 주민들은 화교집 창고에 가보면 평양 제1백화점도 안 부러울 거라면서 혀를 내두른다. 과장 섞인 말이지만 그만큼 물량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말이다. 중국 쪽 대방들이 화교들을 더 신뢰하면서 북한 계 무역회사들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물건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화교들의 조․중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그 밑에 들어가 일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화교들은 대개 ‘차판들이’ 장사와 연계돼 물건을 싣고 나르는 일을 하는데 집마다 10명에서 15명 정도를 부린다. 식사를 지급하고 일당 2,500원 지급하는 옳은 조건이지만 워낙 천시당하는 분위기라 마치 지주와 머슴 관계 같다. 일례로 화교들은 집안에 들어가 갖추어 식사를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창고 앞마당에서 때우듯 대충 먹는다. 화교들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면서 당연히 콧대도 높아졌다. 주민들 사이에는 화교들이 돈 없는 사람은 짐승 취급하고, 당 간부라 해도 웬만한 간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면서 고위 간부나 보위부원 정도나 돼야 사람처럼 대우한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함흥시 소아과 환자 180명 중 100명이 영양실조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어린이 환자들 중에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경력의 소아과 의사인 리명옥(가명)씨는 지난 3주 동안 자신이 진찰한 아이들이 총 150명가량 되는데, 그 중 80명 정도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영양부족으로 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부터 조금씩 늘더니 어떤 달에는 180명 중에 100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이 기력이 없어 몸을 가누지 못하니 무슨 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이 돼 병원에 데려오지만 특별한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데도, 너무 영양상태가 나빠 약을 투여할 수도 없는 아이들도 있다. 항생제를 썼다가 부작용이 생기거나 더 악화된 사례들이 있어 처방을 내리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에게는 일단 1-2개월 정도 영양성분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먹인 다음 기력이 좀 회복되면 다시 치료 받으러 오라고 권한다. 어느 정도 기력을 찾은 뒤에 진찰을 해야 병이 있어도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약은 물론 부모들이 구해 와야 한다. 리씨는 “아주 간단한 치료제로도 고칠 수 있는 병인데 약값을 구하지 못해 치료를 못하는 가정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나라도 돈이 있으면 약을 사주고 싶은데, 도와줄 애들이 한 둘도 아니라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없이 돌려보낼 때가 많다. 약이 없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의사들의 마음도 부모 못지않게 타들어간다”고 안타까워했다.
평양 소아과 의사들, 한국 드라마‘대장금’과 ‘허준’에 감탄
평양의 한 소아과 의사는 동료들 사이에 남조선 드라마 대장금과 허준이 최고의 의학드라마로 암암리에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의 수준 높은 의술을 어찌나 생생하게 잘 담아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평양에서 웬만한 의과대 교수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너도나도 돌려가며 봤는데, 다시 보고 싶어도 한번밖에 보지 못해 참으로 아쉬워할 정도라고 했다. 평양의학대학의 한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한다하는 교수들도 허준을 보고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의학부문에 교육용으로도 참으로 쓸 만한 극영화라고 칭찬이 자자하다”고 했다. 특히 대장금이나 허준에 나오는 민간요법들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아직 이 드라마를 접하지 못한 지방 병원 의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지만 다들 몰래 보는 것이라서 지방에 보내주지 못하는 것을 대단히 아쉬워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함흥시 소아과 환자 180명 중 100명이 영양실조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어린이 환자들 중에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경력의 소아과 의사인 리명옥(가명)씨는 지난 3주 동안 자신이 진찰한 아이들이 총 150명가량 되는데, 그 중 80명 정도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영양부족으로 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부터 조금씩 늘더니 어떤 달에는 180명 중에 100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이 기력이 없어 몸을 가누지 못하니 무슨 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이 돼 병원에 데려오지만 특별한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데도, 너무 영양상태가 나빠 약을 투여할 수도 없는 아이들도 있다. 항생제를 썼다가 부작용이 생기거나 더 악화된 사례들이 있어 처방을 내리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에게는 일단 1-2개월 정도 영양성분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먹인 다음 기력이 좀 회복되면 다시 치료 받으러 오라고 권한다. 어느 정도 기력을 찾은 뒤에 진찰을 해야 병이 있어도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약은 물론 부모들이 구해 와야 한다. 리씨는 “아주 간단한 치료제로도 고칠 수 있는 병인데 약값을 구하지 못해 치료를 못하는 가정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나라도 돈이 있으면 약을 사주고 싶은데, 도와줄 애들이 한 둘도 아니라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없이 돌려보낼 때가 많다. 약이 없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의사들의 마음도 부모 못지않게 타들어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영양실조에 소화 장애까지 앓는 아이들
지난 12월 22일, 함흥 사포구역에 사는 6살 향미(가명)는 엄마 등에 업혀 인민병원을 찾았다. 소화가 잘 안 되는지 며칠째 계속 설사를 해서 진찰을 받으러 간 것이다. 담당 의사는 “처음 향미를 봤을 때 너무 한심할 정도로 야위어서 충격이었다”고 당시 놀랬던 심경을 전했다. 대체 무슨 병을 앓았기에 이렇게 허약하게 됐는지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아이 엄마는 금세 눈물을 글썽이며 쉽게 말을 못했다. 사연인즉슨 작년에 너무 사는 게 어려워 여름에 하는 수없이 집을 팔아 그 돈으로 장사를 벌였는데 장사가 잘 안 됐다. 날이 갈수록 하루에 한두 끼도 제대로 못 먹일 때가 많았다. 간혹 옥수수밥을 먹은 날은 명절이고, 대부분 풀죽 아니면 음식 같지 않은 대용식품들을 가리지 않고 먹였다. 아무 것도 안 먹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먹인 것이 아이를 더 아프게 만든 것 같다며,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울었다. 담당 의사는 가슴을 치며 우는 어머니에게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못하고 가만히 등만 토닥거려주었다.
소아과 의사들은 어머니 젖을 못 먹고 바싹 야위어 온 신생아들부터 아무리 봐도 3살 이상으로는 안 보이는 10살 아이까지 향미처럼 영양실조에 발육부진이 심각한 아이들이 태반이라고 했다. 영양실조도 문제지만 만성 소화 장애도 심각하다. 성장단계에 따라 모유에서 부드러운 이유식을 거쳐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먹을 것이다 싶은 것들을 가리지 않고 구해 먹이다보니 영양상태도 엉망이고, 각종 소화 장애에 시달리기 일쑤다. 흥남구역에 사는 한 소아과 의사는 “애 엄마에게는 ‘이 아이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해준다. 또 치료약을 살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쌀밥이라도 먹이라고 한다. 거짓으로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라, 약 살 돈으로 음식을 잘 해 먹이면 금방 몸이 춰 설 수 있다. 그러나 자랄 시기에 영양이 너무 부족하면 발육은 물론이고 지력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정말 불쌍하다. 하필 이렇게 못 먹고 못사는 시대에 태어나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고통 받는다”며 가슴 아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