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2․16 명절 공급 식량 확보에 총력전
중국과의 전면 경제협력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모든 당 기관, 단위, 무역회사 등에서는 2.16명절 공급 식량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원래는 지난 1월 8일 김정은 군사부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대대적인 식량공급을 계획했었는데, 식량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양력설 명절 공급도 없었던 데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일 공급조차 나오지 않자 식량 값이 치솟았고, 민심도 동요했다. 그 뒤 음력설 명절공급을 마련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으나, 또 성과가 없었다. 불행 중 다행히 해외 대표부에서 지난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연일 군량미 과제와 량심 있는 원호사업 등을 명목으로 송출한 식량이 유입되면서 식량 값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음력설 명절 공급은 역시 보위부 등 일부 계층에만 한정적으로 풀렸을 뿐 전체공급은 없었다. 해외에서 유입된 식량은 2월 16일 명절공급과 군량미와 희천발전소, 평양 10만 세대 건설현장 등에 공급하기 위해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월 16일 명절 공급을 확보하는데 국내외 무역회사들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월 16일 명절공급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당의 권위와 신임도가 완전히 땅에 떨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간부들은 “일반 백성들뿐만 아니라 간부들의 신뢰조차 무너질 수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2월 16일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당에서도) 2월 16일까지 공급이 없으면, 전국적으로 아사 현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 마디로 시급하고 위급하기 때문에 총력을 다 하라는 지시를 연일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에서 식량이 들어온다는 소문과 함께 2.16명절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식량 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직 곡물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 주민들 사이에는 “죽기보다 못한 세월”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직 중국 정부에서 식량 수출 허가를 내린 상태가 아니어서 단시일 내 식량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간부들과 무역일군들은 중국과의 전면 무역 정책이 안정되면 식량 사정이 조만간 호전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동북 3성 지역에 무역회사 진출 늘어날 것
지난해 말부터 각 도마다 식량 사정과 추위, 각종 질병 등으로 노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올라오자, 중앙당에서는 전국 지역의 식량난 실태 조사를 벌였다. 각 도에 파견된 실태 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장시간 토론 끝에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말씀에 따라, 조·중 우호협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해외에 파견하는 무역회사들의 수를 늘리는 방향이 검토됐다. 보다 많은 무역 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파견 나가는 무역일군들도 올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 1월 달만 해도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한 도시마다 4-5개 이상의 무역회사들이 새로 들어갔다. 2.16 명절(김정일 위원장 생일)이 끝나면 중국에 장기 주재하는 무역일군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전 기관들에 조․중 우호협력 강화를 반영한 정책을 다시 수립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도 이 즈음이다. 각 기관들에서 올린 보고서는 2월 14일까지 취합된 뒤 2월 16일에 간부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동북3성 지방에 나가있는 해외 대표들이 평양에 모여 1년 총화를 하고 있는데, 2월 16일 전에 새 정책을 받아갈 것으로 보인다.
무역 일군들, 대중(對中) 무역 강화에 반색
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공화국의 독립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일부 중앙당 간부들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일선 무역 일군들은 대중(對中) 무역 정책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무역일군들은 그동안 중국과 무역을 하려고 해도 국내 정책이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중국 측의 신뢰를 많이 잃어, 번번이 투자 유치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무역일군들에게 ‘통이 크고 담대하게 하라’고 하신 위대하신 장군님의 한 말씀에 모든 것이 변하게 됐다고 좋아들 한다”고 했다. 국가 정책이 또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신의주와 단동을 오가는 정성일(가명)씨는 “올해 신년공동사설문을 학습할 때만 해도 사람들의 얼굴이 다들 어두웠는데, 장군님께서 친히 내리신 (조․중 무역 강화) 방침을 듣고는 활짝 폈다. 정말로 이대로라면 전국에 있는 무역 회사들이 광범하게 운영돼 중국과 무역을 활성화 하여 식량도 해결하고 인민 생활필수품도 많이 들여와 강성대국 문을 열기위한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야단법석이 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은 중앙당의 일부 간부들이 “올해 신년공동사설은 당의 리론이고 방침인데도 장군님 한 말씀에 단번에 뒤집히는 게 아닌가. 모든 정책 부서들이 대외 정책 방침을 다 새로 짜야 하는 지경이다”며 불편한 심경을 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남조선과의 교섭 실패로 중국에 의존”
중앙당의 한 간부는 “새해 들어 급속히 중국에 경도되는 각종 무역 지침들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후계자를 성공적으로 새로 올려 세우고, 정치를 잘 한다는 민심을 얻기 위해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는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선 게 아니겠느냐며, 그는 무역할만한 원천을 다 들어내고 땅까지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는 것을 후계자 문제와 연관시켜 분석했다. 그는 중앙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어디서든 도와주는 데가 있으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며 과거와 달리 중국을 경계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깊은 골이 생겼지만, 경제적으로나 국제 정세로 보나 믿을 데는 이제 중국밖에 없다는 인식들이 퍼지면서 중국과 새로 우호를 다지는 정책에 별다른 반감이 없다고 했다. 한때 남조선과의 관계를 잘 풀어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은 이제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간부들은 통전부에서 남조선과의 교역에 실패하자, 중앙당이 내각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에 집중하게 된 것이라며 남조선과의 경제협력에 은근히 기대를 걸었던 일군들은 중국에 모든 자원을 내다 파는 것도 모자라 땅까지 팔아넘기는 것에 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제시대, 나라 잃었을 때 뺏겼던 땅을 다시 되찾아오지는 못할망정 갖고 있는 땅마저 팔아넘기는 일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데도, 꾸역꾸역 강매하다시피 떠넘기고 제발 투자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너무 구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나라의 어려운 현실이므로, 피눈물이 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작년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리산자 상봉 교섭으로 남조선 정부로부터 50만 톤의 식량을 들여오려고 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들여오려고 했던 식량도 제 때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국내 식량 사정이 날로 악화되었고, 주민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권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였다는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우선 정권을 보장받고 체제를 지키려는 심산으로 내세운 방법이지만, 앞으로 먹는 문제와 체제 보장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국의 지배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중국 신뢰 얻으려고 물건 먼저 주고 돈은 나중에
중앙당의 계속되는 조․중 무역 강화 방침에 따라, 일선 무역일군들은 중국 대방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중국 대방에게 일단 물건부터 받고 2-3년이 지나도 대금을 갚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돈이 없으면 먼저 광물이나 수산물 등 물품으로 값의 일부를 치르고 나머지는 후불로 계약을 체결한다. 무역 일군들은 앞으로 무역이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고, 예전에 거래했던 중국 회사들을 찾아가 얼마간 빚을 갚은 뒤 다시 거래를 트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신용을 얻기 위해 무상으로 물건부터 보내고, 나중에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예전 같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자, 일부 중국 상인들이 호응하면서 새로 계약을 맺는 일들이 한 건, 두 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산단위에서 낙후한 설비와 에너지 부족 등으로 질과 양을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물건을 먼저 주고 돈은 나중에 받는다고 하더라도 질이 떨어지고 수량이 확보되지 못하면 대방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중앙당, 연일 “대중(對中)무역 잘 해야 식량 풀린다” 강조
중앙당에서는 연일 중국과의 무역을 강조하는 지시문을 쏟아내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면, 나라 경제를 추켜세워야 하는데 우선 먹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나라의 무진장한 철광산, 제철소를 더 활성화하여 중국과의 무역을 공고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심지어 “무역 원천이 될 만한 물질적 자원을 모두 중국에 팔아서라도 빨리 식량을 구입해 현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인민들의 생활을 더욱 향상 시켜야 한다. 중국 대방에 경영권을 주면서라도 외화를 끌어들여 광산업과 기타 산업들을 가동해 하루 빨리 우리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까지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주체경제를 명목으로 자국의 자원보호를 위해 반출광물을 철저히 제한해왔던 것에서 완전히 달라진 태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가 자원을 랑비하지 말고 원자재를 반드시 가공하여 완성품이나 반완성품이 되어야 수출할 수 있다. 원자재를 수출할 경우 법에 따라 처리 한다”는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대중(對中) 무역 지침이 보다 상세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당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하고 절박한지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최근 중앙당에서는 무역성에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렸다. “중국과 무역에서 신용이 제일이다. 전에는 많은 회사와 기관들에서 물건과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들이 있었는데 그러면 신용이 떨어져 누가 투자하겠는가? 앞으로 조·중 경제 거래에서 말썽거리를 만들거나 계약을 위반해 불신을 만드는 자들은 당적 차원에서 처벌해야 한다. 앞으로 통이 크고 과감하고 대담하게 조․중 무역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여기엔 현재의 경제난과 식량난이 극도로 심각하다는 현실 인식과 중국의 지원과 투자를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그에 따르면, “이젠 우리가 주동적으로 성의와 결심을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중국 상무부와 라선지구와 황금평 임가공단지 개발 양해각서를 지난 2010년 12월에 체결한 바 있다. 위화도와 황금평의 토지임대를 50년에서 100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도 계속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선특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가 투자돼 중국 측에서 도로, 발전소 등을 지어주는 대신 광물 채굴권을 가져가기로 합의된 상태다. 여기에 청진항 70년 조차 협상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공화국 최대 항구까지 내주는 게 괜찮은 거냐?”는 우려감도 일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 풀려 곡물가격 하락세
천정부지 치솟던 곡물가격과 외환가격이 25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 kg당 각각 3,200원, 2,200원 했던 쌀과 옥수수가 30일 평양에서 쌀은 2,200원, 옥수수는 1,300원까지 내렸다. 외환가격도 달라는 3,400원에서 2,750원으로 인민폐는 515원에서 415원으로 떨어졌다. 중앙당에서는 해외 무역 대표부나 무역 일군들에게 당적 분담 과제를 내주었던 것이 드디어 은을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확한 수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무역 일군들이 들여보내는 식량이 상당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무역 대표부는 군량미 확보와 희천발전소 공사장, 평양 10만 세대 건설장 등을 포함해 주요 건설현장의 명절용 배급 식량 과제를 받고 식량 확보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그간 신뢰를 쌓아온 중국 대방에게 돈을 빌려 국가 과제를 달성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해외에 있다고 해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일 텐데 왜 과제들을 무리하게 달성하려고 애쓰느냐고 했더니, 한 무역일군은 “과제를 하지 못해 충성심을 의심받게 되면, 귀국 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조선에 돌아가서 생활하자니 딱히 벌이가 마땅치 않아 너무 막막하다. 차라리 외국에서 더 노력하고 부지런히 움직여 돈을 열심히 벌어 조국에 바치는 것이 더 보람되고 자기 살 길도 트이는 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정사정해서 돈을 먼저 꾸어서라도 과제를 수행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이들의 노력 덕분인지, 얼마간의 식량이 배급으로 풀리고, 다시 시장에 넘어가면서 곡물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 경제활동
2․16 명절 공급 식량 확보에 총력전
중국과의 전면 경제협력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모든 당 기관, 단위, 무역회사 등에서는 2.16명절 공급 식량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원래는 지난 1월 8일 김정은 군사부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대대적인 식량공급을 계획했었는데, 식량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양력설 명절 공급도 없었던 데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일 공급조차 나오지 않자 식량 값이 치솟았고, 민심도 동요했다. 그 뒤 음력설 명절공급을 마련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으나, 또 성과가 없었다. 불행 중 다행히 해외 대표부에서 지난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연일 군량미 과제와 량심 있는 원호사업 등을 명목으로 송출한 식량이 유입되면서 식량 값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음력설 명절 공급은 역시 보위부 등 일부 계층에만 한정적으로 풀렸을 뿐 전체공급은 없었다. 해외에서 유입된 식량은 2월 16일 명절공급과 군량미와 희천발전소, 평양 10만 세대 건설현장 등에 공급하기 위해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월 16일 명절 공급을 확보하는데 국내외 무역회사들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월 16일 명절공급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당의 권위와 신임도가 완전히 땅에 떨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간부들은 “일반 백성들뿐만 아니라 간부들의 신뢰조차 무너질 수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2월 16일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당에서도) 2월 16일까지 공급이 없으면, 전국적으로 아사 현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 마디로 시급하고 위급하기 때문에 총력을 다 하라는 지시를 연일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에서 식량이 들어온다는 소문과 함께 2.16명절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식량 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직 곡물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 주민들 사이에는 “죽기보다 못한 세월”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직 중국 정부에서 식량 수출 허가를 내린 상태가 아니어서 단시일 내 식량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간부들과 무역일군들은 중국과의 전면 무역 정책이 안정되면 식량 사정이 조만간 호전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동북 3성 지역에 무역회사 진출 늘어날 것
지난해 말부터 각 도마다 식량 사정과 추위, 각종 질병 등으로 노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올라오자, 중앙당에서는 전국 지역의 식량난 실태 조사를 벌였다. 각 도에 파견된 실태 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장시간 토론 끝에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말씀에 따라, 조·중 우호협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해외에 파견하는 무역회사들의 수를 늘리는 방향이 검토됐다. 보다 많은 무역 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파견 나가는 무역일군들도 올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 1월 달만 해도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한 도시마다 4-5개 이상의 무역회사들이 새로 들어갔다. 2.16 명절(김정일 위원장 생일)이 끝나면 중국에 장기 주재하는 무역일군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전 기관들에 조․중 우호협력 강화를 반영한 정책을 다시 수립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도 이 즈음이다. 각 기관들에서 올린 보고서는 2월 14일까지 취합된 뒤 2월 16일에 간부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동북3성 지방에 나가있는 해외 대표들이 평양에 모여 1년 총화를 하고 있는데, 2월 16일 전에 새 정책을 받아갈 것으로 보인다.
무역 일군들, 대중(對中) 무역 강화에 반색
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공화국의 독립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일부 중앙당 간부들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일선 무역 일군들은 대중(對中) 무역 정책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무역일군들은 그동안 중국과 무역을 하려고 해도 국내 정책이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중국 측의 신뢰를 많이 잃어, 번번이 투자 유치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무역일군들에게 ‘통이 크고 담대하게 하라’고 하신 위대하신 장군님의 한 말씀에 모든 것이 변하게 됐다고 좋아들 한다”고 했다. 국가 정책이 또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신의주와 단동을 오가는 정성일(가명)씨는 “올해 신년공동사설문을 학습할 때만 해도 사람들의 얼굴이 다들 어두웠는데, 장군님께서 친히 내리신 (조․중 무역 강화) 방침을 듣고는 활짝 폈다. 정말로 이대로라면 전국에 있는 무역 회사들이 광범하게 운영돼 중국과 무역을 활성화 하여 식량도 해결하고 인민 생활필수품도 많이 들여와 강성대국 문을 열기위한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야단법석이 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은 중앙당의 일부 간부들이 “올해 신년공동사설은 당의 리론이고 방침인데도 장군님 한 말씀에 단번에 뒤집히는 게 아닌가. 모든 정책 부서들이 대외 정책 방침을 다 새로 짜야 하는 지경이다”며 불편한 심경을 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 풀려 곡물가격 하락세
천정부지 치솟던 곡물가격과 외환가격이 25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 kg당 각각 3,200원, 2,200원 했던 쌀과 옥수수가 30일 평양에서 쌀은 2,200원, 옥수수는 1,300원까지 내렸다. 외환가격도 달라는 3,400원에서 2,750원으로 인민폐는 515원에서 415원으로 떨어졌다. 중앙당에서는 해외 무역 대표부나 무역 일군들에게 당적 분담 과제를 내주었던 것이 드디어 은을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확한 수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무역 일군들이 들여보내는 식량이 상당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무역 대표부는 군량미 확보와 희천발전소 공사장, 평양 10만 세대 건설장 등을 포함해 주요 건설현장의 명절용 배급 식량 과제를 받고 식량 확보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그간 신뢰를 쌓아온 중국 대방에게 돈을 빌려 국가 과제를 달성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해외에 있다고 해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일 텐데 왜 과제들을 무리하게 달성하려고 애쓰느냐고 했더니, 한 무역일군은 “과제를 하지 못해 충성심을 의심받게 되면, 귀국 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조선에 돌아가서 생활하자니 딱히 벌이가 마땅치 않아 너무 막막하다. 차라리 외국에서 더 노력하고 부지런히 움직여 돈을 열심히 벌어 조국에 바치는 것이 더 보람되고 자기 살 길도 트이는 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정사정해서 돈을 먼저 꾸어서라도 과제를 수행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이들의 노력 덕분인지, 얼마간의 식량이 배급으로 풀리고, 다시 시장에 넘어가면서 곡물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정치생활
중앙당, 연일 “대중(對中)무역 잘 해야 식량 풀린다” 강조
중앙당에서는 연일 중국과의 무역을 강조하는 지시문을 쏟아내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면, 나라 경제를 추켜세워야 하는데 우선 먹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나라의 무진장한 철광산, 제철소를 더 활성화하여 중국과의 무역을 공고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심지어 “무역 원천이 될 만한 물질적 자원을 모두 중국에 팔아서라도 빨리 식량을 구입해 현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인민들의 생활을 더욱 향상 시켜야 한다. 중국 대방에 경영권을 주면서라도 외화를 끌어들여 광산업과 기타 산업들을 가동해 하루 빨리 우리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까지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주체경제를 명목으로 자국의 자원보호를 위해 반출광물을 철저히 제한해왔던 것에서 완전히 달라진 태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가 자원을 랑비하지 말고 원자재를 반드시 가공하여 완성품이나 반완성품이 되어야 수출할 수 있다. 원자재를 수출할 경우 법에 따라 처리 한다”는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대중(對中) 무역 지침이 보다 상세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당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하고 절박한지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최근 중앙당에서는 무역성에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렸다. “중국과 무역에서 신용이 제일이다. 전에는 많은 회사와 기관들에서 물건과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들이 있었는데 그러면 신용이 떨어져 누가 투자하겠는가? 앞으로 조·중 경제 거래에서 말썽거리를 만들거나 계약을 위반해 불신을 만드는 자들은 당적 차원에서 처벌해야 한다. 앞으로 통이 크고 과감하고 대담하게 조․중 무역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여기엔 현재의 경제난과 식량난이 극도로 심각하다는 현실 인식과 중국의 지원과 투자를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그에 따르면, “이젠 우리가 주동적으로 성의와 결심을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중국 상무부와 라선지구와 황금평 임가공단지 개발 양해각서를 지난 2010년 12월에 체결한 바 있다. 위화도와 황금평의 토지임대를 50년에서 100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도 계속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선특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가 투자돼 중국 측에서 도로, 발전소 등을 지어주는 대신 광물 채굴권을 가져가기로 합의된 상태다. 여기에 청진항 70년 조차 협상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공화국 최대 항구까지 내주는 게 괜찮은 거냐?”는 우려감도 일고 있다.
중국 신뢰 얻으려고 물건 먼저 주고 돈은 나중에
중앙당의 계속되는 조․중 무역 강화 방침에 따라, 일선 무역일군들은 중국 대방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중국 대방에게 일단 물건부터 받고 2-3년이 지나도 대금을 갚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돈이 없으면 먼저 광물이나 수산물 등 물품으로 값의 일부를 치르고 나머지는 후불로 계약을 체결한다. 무역 일군들은 앞으로 무역이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고, 예전에 거래했던 중국 회사들을 찾아가 얼마간 빚을 갚은 뒤 다시 거래를 트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신용을 얻기 위해 무상으로 물건부터 보내고, 나중에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예전 같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자, 일부 중국 상인들이 호응하면서 새로 계약을 맺는 일들이 한 건, 두 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산단위에서 낙후한 설비와 에너지 부족 등으로 질과 양을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물건을 먼저 주고 돈은 나중에 받는다고 하더라도 질이 떨어지고 수량이 확보되지 못하면 대방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남조선과의 교섭 실패로 중국에 의존”
중앙당의 한 간부는 “새해 들어 급속히 중국에 경도되는 각종 무역 지침들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후계자를 성공적으로 새로 올려 세우고, 정치를 잘 한다는 민심을 얻기 위해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는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선 게 아니겠느냐며, 그는 무역할만한 원천을 다 들어내고 땅까지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는 것을 후계자 문제와 연관시켜 분석했다. 그는 중앙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어디서든 도와주는 데가 있으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며 과거와 달리 중국을 경계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깊은 골이 생겼지만, 경제적으로나 국제 정세로 보나 믿을 데는 이제 중국밖에 없다는 인식들이 퍼지면서 중국과 새로 우호를 다지는 정책에 별다른 반감이 없다고 했다. 한때 남조선과의 관계를 잘 풀어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은 이제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간부들은 통전부에서 남조선과의 교역에 실패하자, 중앙당이 내각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에 집중하게 된 것이라며 남조선과의 경제협력에 은근히 기대를 걸었던 일군들은 중국에 모든 자원을 내다 파는 것도 모자라 땅까지 팔아넘기는 것에 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제시대, 나라 잃었을 때 뺏겼던 땅을 다시 되찾아오지는 못할망정 갖고 있는 땅마저 팔아넘기는 일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데도, 꾸역꾸역 강매하다시피 떠넘기고 제발 투자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너무 구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나라의 어려운 현실이므로, 피눈물이 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작년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리산자 상봉 교섭으로 남조선 정부로부터 50만 톤의 식량을 들여오려고 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들여오려고 했던 식량도 제 때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국내 식량 사정이 날로 악화되었고, 주민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권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였다는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우선 정권을 보장받고 체제를 지키려는 심산으로 내세운 방법이지만, 앞으로 먹는 문제와 체제 보장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국의 지배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