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2005년 10월호 편집자의 글
편집자의 글
6자회담이 타결되면서 한반도는 모처럼 핵무기와 전쟁 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나 교류와 협력의 기지개를 켜게 되었다. 주가가 올라가고 국가 신용도가 상향 조정되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누구나 체감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북한의 올해 농사가 잘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농민들이 살고 있고, 산성화된 농토가 하루아침에 식량난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남한에서의 풍년가는 더 이상 농민들의 웃음이 아니라 한숨이 되어 버렸다. 북한의 농민들이 흉년을 걱정하는 데 비해 우리네 농부들은 풍년을 걱정해야 하는 이상한 세월을, 우리는 10여년이 넘도록 살아가고 있다.
(사)좋은벗들은 지난 한여름 내내 북한에 쌀을 보내고 북한의 농토를 살리는 농기구를 보내자는 거리 모금을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3개월간 전국과 해외 각지에서 약 1억 8천만 원의 귀중한 성금이 속속 모아졌다. 그 중에는 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며 멀리 경상도 산골에서 보내온 선물 꾸러미도 있다. 몇 권의 헌 교과서와 흙이 묻은 채 신문지에 쌓여진 호미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북녘의 풍년을 기다리는 우리 이웃의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 정부가 배급을 다시 재개한다는 기사를 서두에 싣는다. 새롭게 변경된 정책 입안의 배경에 새삼 관심이 가면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배급제를 위해 북한 전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과 함께 두만강 하구의 동해안에서 하루하루 고달프게 살아가는 일용직 선원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았다.
휴전선 바로 너머 황해도의 농민부터 동해안 최북단의 어민들까지, 그들의 고달픈 삶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시선집중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1 – 황해도 배급위한 조사 착수
황해도, 새 배급제도 위한 조사 착수
지난 8월, 황해도에서 일대 농장을 개편한다는 소식이 돌았다. 2006년 1월 1일부터 새 배급제도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각 농장들과 도, 군, 리까지 농장 면적을 논 면적이 얼마이며, 옥수수밭 면적이 얼마인지 총체적으로 다시 조사를 하고 있다.
우선 중앙 량정관리국과 외화벌이 단위에서 소유하고 있는 양곡의 양, 농장에서 수확하고 탈곡한 정곡의 양과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양곡의 양을 추산하고 있는 중이다. 외부 지원 식량, 국내 생산량, 밀수량, 무역 거래량 등을 총 파악하려는 것이다.
또한 현재 2호 창고(군량미를 보관하는 창고)가 텅 비어있어 배급분이 없으므로 재고량을 조사 중이다. 그 계산에 근거하여 군량미 비율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농장 생산량의 20%를 군량미 명목으로 책정했는데 그 비율을 새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한편, 량정사업소의 중간 간부들은 새로운 배급 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양곡 300만톤은 더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2 – 함경북도의 식량 구매권
출근자만 입쌀 1kg 45원에 구매 가능
함경북도 지역에서도 11월 1일부터 새 배급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새 배급제 내용에 따르면, 노동자인 세대주는 입쌀을 1kg에 45원, 옥수수는 1kg에 22원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구매권을 받게 된다.
배급표가 있어야 구매권을 받을 수 있다. 배급표는 배급소에 등록할 때 사용하고, 식량은 구매권으로 구입한다. 직장에 출근하지 않거나, 직장에 소속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구매권이 없다.
세대주(남성)의 부양가족인 아내는 일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간주, 배급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주. 예전에는 부양자 여성들도 300g의 배급을 받았었다). 이에 반해 부양가족이지만 노동력으로 간주되지 않는 자녀와 노인들은 현 시장가격보다 100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만약 입쌀 1kg당 시장가격이 700원선에 거래된다면, 자녀와 노인들은 배급소에서 600원으로 구매가능하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3 – 함경북도의 개인경작물 배급 간주
개인 경작물이 국가의 배급?
아직 본격적으로 새로운 배급제가 실시되지는 않았으나, 10월 현재 개인의 경작물을 국가에서 1차 배급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뙈기밭에서 경작한 개인 농산물 전량을 국가 배급으로 간주하고 공급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회령에서는 동사무소 직원과 인민반장이 뙈기밭 경작지의 개인 수확물을 계산하고 있고, 온성에서도 각 동사무소의 인민반 반장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통지되었다. 이는 뙈기밭이나 소토지 생산물의 약 20%만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 소유를 허락했던 종전의 방침과 달라진 것이다.
온성의 경우 뙈기밭에서 개인 경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배급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더라도 아직까지는 큰 타격이 없는 편이다. 반면 회령 쪽은 사정이 좋지 않다. 뙈기밭 경작을 하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올해 비가 많이 와서 농사가 잘 안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사를 하는 주민들의 수가 많아 1차 배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장에서의 쌀 매매행위가 금지되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4 – 함경북도의 쌀값 상승
쌀 매매 금지 이후 가격 상승
함경북도 회령, 온성, 종성 등지에서 쌀 판매를 단속한 이후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을 수확철에는 보통 곡물가격이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판매가 금지되면서 공급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다. 9월 중순 1kg에 750원까지 내려갔던 북한산 쌀 가격이 10월 방침이 내려간 뒤 1,000원으로 뛰어올랐다.(아래 표 참조)
한국쌀은 900원 선을 유지하다가 식량 판매를 금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0월 이후에는 한국쌀과 북한쌀, 중국 수입쌀 등의 가격차이가 없어지면서 쌀값 자체가 1,000원으로 인상되었다.
9월에는 한국에서 보낸 쌀과 비료 등이 풀리고, 중국에서의 쌀 수입량이 많아 가격이 내려갔었다. 게다가 추석 전후 6자 회담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부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상인들이 감춰둔 식량을 내다 팔면서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10월 말 현재, 쌀 단속이 심하다보니 시장에서 쌀을 구할 수가 없어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서 겨우 구입하느라 쌀 가격이 올랐다. 시장에서는 쌀 구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규찰대가 감시해서 보안원에게 알려주면, 보안원이 쌀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분석글
새로운 배급제 실시 배경
얼마 전 북한 정부가 10월부터 배급제를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는 WFP의 긴급보고서가 나왔다. 북한 내부에서는 배급제 전면 실시에 대해 이미 8월 이전부터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황해도에서는 8월에 새 정책에 대한 말이 돌기 시작했고, 함경북도에서는 9월초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에게 배급제에 대한 교양이 진행되었다. 10월에는 지역에 따라 배급량과 배급 방식에 조금씩 차이를 두고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북한 정부는 사실상 배급제가 중단된 지 10년이 넘은 이 시점에 왜 다시 배급제를 실시하려는 것일까?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국정가격으로 배급하고, 생계활동을 할 수 없는 학생이나 노인 등 부양가족에게는 시장가격보다는 낮지만 국정가격보다는 높게 배급하도록 되어있다. 단 40세 미만의 전업주부의 경우 장사를 하거나 생계활동을 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간주된다.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근처 농장에서 임시 농장원으로 일을 하게 되면 배급을 받을 수 있으나 가사노동만 할 경우 배급에서 제외된다. 장마당에서의 식량(쌀과 옥수수) 판매는 금지한다. 농토도 뙈기밭까지 포함한 전체 농지를 국가 소유로 끌어들인다. 농장원의 경우, 출근한 사람에 한해 임금과 식량을 지급하고 농장도 각 단위별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것은 집단농장도 농장 기업으로 전환하며, 현재 농장원들도 농장의 농업 노동자로 육성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이미 보도된 바 있듯이 쌀 가격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경제적 조처로 볼 수도 있으나, 사회정치적 측면에서 새 배급제는 사회의 안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북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 주민들은 10년 넘게 장사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사)좋은벗들이 2000년도에 발표한 『북한 주민의 북한 사회·경제에 대한 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탈북자 1,027명 중 92.5%가 북한에서 장사한 경험이 있으며, 전체 응답자 100%가 장마당 장사가 생계에 도움이 되고 있고 식량난이 해결된 이후에도 존속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하였다. 북한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2002년 7·1 새경제관리조치를 실시, 장사의 자유화, 시장 개편 추진을 통해 일정하게 반영하여 왔다.
그러나 공공 산업의 정상화 속도는 매우 느린 데 반해 사경제 활동만 비약적으로 활발해지다 보니, 자발적, 구조적 실업자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교사, 의사, 공장 노동자, 농민, 군인 등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너나할 것 없이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직 생활이 느슨해지고 사회의 통제력이 그만큼 약화된 것이다. 열악한 교통상황에도 유동 인원은 크게 증가하였고, 판매인은 많지만 수매인은 적은 장마당의 공급 과잉, 유통망 장악을 통한 매점 매석, 그리고 돈주들에 의한 독점 판매, 금지 품목 거래 등은 실업자 문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다.
이에 북한당국은 사회불안과 유동인구, 외부의 정보유통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실업자 및 유휴노동력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통해 사회질서 유지와 함께 농업생산력의 증대를 꾀하고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배급제 시행 결정을 내리기까지 배급에 필요한 추가분 식량 300만톤의 확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주민에 대한 사회통제 강화에 대한 외부의 비판 등 논란은 분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올해 작황이 좋아 풍년이라는 점,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안정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시행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배급제의 시행이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시행을 위해 북한 정부는 매년 300만톤의 식량을 추가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업과 농장에서도 원자재와 전기 부족, 비료와 농자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독립채산제 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배급제 재개 정책은 배급이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을 공장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결국 집단농장과 공장?기업소에서의 생산량 증대가 관건이다. 산업 가동률이 증대되고 그로 인한 상품 유통이 활발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와 농민들은 잠재적인 실업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 게다가 배급마저도 원활하지 않다면 새 정책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새 배급 정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 정부는 배급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씻어내고 산업 가동률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경제활동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1 – 황해도 배급위한 조사 착수
황해도, 새 배급제도 위한 조사 착수
지난 8월, 황해도에서 일대 농장을 개편한다는 소식이 돌았다. 2006년 1월 1일부터 새 배급제도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각 농장들과 도, 군, 리까지 농장 면적을 논 면적이 얼마이며, 옥수수밭 면적이 얼마인지 총체적으로 다시 조사를 하고 있다.
우선 중앙 량정관리국과 외화벌이 단위에서 소유하고 있는 양곡의 양, 농장에서 수확하고 탈곡한 정곡의 양과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양곡의 양을 추산하고 있는 중이다. 외부 지원 식량, 국내 생산량, 밀수량, 무역 거래량 등을 총 파악하려는 것이다.
또한 현재 2호 창고(군량미를 보관하는 창고)가 텅 비어있어 배급분이 없으므로 재고량을 조사 중이다. 그 계산에 근거하여 군량미 비율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농장 생산량의 20%를 군량미 명목으로 책정했는데 그 비율을 새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한편, 량정사업소의 중간 간부들은 새로운 배급 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양곡 300만톤은 더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2 – 함경북도의 식량 구매권
출근자만 입쌀 1kg 45원에 구매 가능
함경북도 지역에서도 11월 1일부터 새 배급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새 배급제 내용에 따르면, 노동자인 세대주는 입쌀을 1kg에 45원, 옥수수는 1kg에 22원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구매권을 받게 된다.
배급표가 있어야 구매권을 받을 수 있다. 배급표는 배급소에 등록할 때 사용하고, 식량은 구매권으로 구입한다. 직장에 출근하지 않거나, 직장에 소속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구매권이 없다.
세대주(남성)의 부양가족인 아내는 일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간주, 배급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주. 예전에는 부양자 여성들도 300g의 배급을 받았었다). 이에 반해 부양가족이지만 노동력으로 간주되지 않는 자녀와 노인들은 현 시장가격보다 100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만약 입쌀 1kg당 시장가격이 700원선에 거래된다면, 자녀와 노인들은 배급소에서 600원으로 구매가능하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3 – 함경북도의 개인경작물 배급 간주
개인 경작물이 국가의 배급?
아직 본격적으로 새로운 배급제가 실시되지는 않았으나, 10월 현재 개인의 경작물을 국가에서 1차 배급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뙈기밭에서 경작한 개인 농산물 전량을 국가 배급으로 간주하고 공급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회령에서는 동사무소 직원과 인민반장이 뙈기밭 경작지의 개인 수확물을 계산하고 있고, 온성에서도 각 동사무소의 인민반 반장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통지되었다. 이는 뙈기밭이나 소토지 생산물의 약 20%만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 소유를 허락했던 종전의 방침과 달라진 것이다.
온성의 경우 뙈기밭에서 개인 경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배급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더라도 아직까지는 큰 타격이 없는 편이다. 반면 회령 쪽은 사정이 좋지 않다. 뙈기밭 경작을 하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올해 비가 많이 와서 농사가 잘 안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사를 하는 주민들의 수가 많아 1차 배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장에서의 쌀 매매행위가 금지되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특집 4 – 함경북도의 쌀값 상승
쌀 매매 금지 이후 가격 상승
함경북도 회령, 온성, 종성 등지에서 쌀 판매를 단속한 이후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을 수확철에는 보통 곡물가격이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판매가 금지되면서 공급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다. 9월 중순 1kg에 750원까지 내려갔던 북한산 쌀 가격이 10월 방침이 내려간 뒤 1,000원으로 뛰어올랐다.(아래 표 참조)
한국쌀은 900원 선을 유지하다가 식량 판매를 금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0월 이후에는 한국쌀과 북한쌀, 중국 수입쌀 등의 가격차이가 없어지면서 쌀값 자체가 1,000원으로 인상되었다.
9월에는 한국에서 보낸 쌀과 비료 등이 풀리고, 중국에서의 쌀 수입량이 많아 가격이 내려갔었다. 게다가 추석 전후 6자 회담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부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상인들이 감춰둔 식량을 내다 팔면서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10월 말 현재, 쌀 단속이 심하다보니 시장에서 쌀을 구할 수가 없어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서 겨우 구입하느라 쌀 가격이 올랐다. 시장에서는 쌀 구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규찰대가 감시해서 보안원에게 알려주면, 보안원이 쌀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배급제 재개에 대한 분석글
새로운 배급제 실시 배경
얼마 전 북한 정부가 10월부터 배급제를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는 WFP의 긴급보고서가 나왔다. 북한 내부에서는 배급제 전면 실시에 대해 이미 8월 이전부터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황해도에서는 8월에 새 정책에 대한 말이 돌기 시작했고, 함경북도에서는 9월초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에게 배급제에 대한 교양이 진행되었다. 10월에는 지역에 따라 배급량과 배급 방식에 조금씩 차이를 두고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북한 정부는 사실상 배급제가 중단된 지 10년이 넘은 이 시점에 왜 다시 배급제를 실시하려는 것일까?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국정가격으로 배급하고, 생계활동을 할 수 없는 학생이나 노인 등 부양가족에게는 시장가격보다는 낮지만 국정가격보다는 높게 배급하도록 되어있다. 단 40세 미만의 전업주부의 경우 장사를 하거나 생계활동을 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간주된다.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근처 농장에서 임시 농장원으로 일을 하게 되면 배급을 받을 수 있으나 가사노동만 할 경우 배급에서 제외된다. 장마당에서의 식량(쌀과 옥수수) 판매는 금지한다. 농토도 뙈기밭까지 포함한 전체 농지를 국가 소유로 끌어들인다. 농장원의 경우, 출근한 사람에 한해 임금과 식량을 지급하고 농장도 각 단위별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것은 집단농장도 농장 기업으로 전환하며, 현재 농장원들도 농장의 농업 노동자로 육성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이미 보도된 바 있듯이 쌀 가격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경제적 조처로 볼 수도 있으나, 사회정치적 측면에서 새 배급제는 사회의 안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북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 주민들은 10년 넘게 장사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사)좋은벗들이 2000년도에 발표한 『북한 주민의 북한 사회·경제에 대한 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탈북자 1,027명 중 92.5%가 북한에서 장사한 경험이 있으며, 전체 응답자 100%가 장마당 장사가 생계에 도움이 되고 있고 식량난이 해결된 이후에도 존속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하였다. 북한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2002년 7·1 새경제관리조치를 실시, 장사의 자유화, 시장 개편 추진을 통해 일정하게 반영하여 왔다.
그러나 공공 산업의 정상화 속도는 매우 느린 데 반해 사경제 활동만 비약적으로 활발해지다 보니, 자발적, 구조적 실업자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교사, 의사, 공장 노동자, 농민, 군인 등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너나할 것 없이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직 생활이 느슨해지고 사회의 통제력이 그만큼 약화된 것이다. 열악한 교통상황에도 유동 인원은 크게 증가하였고, 판매인은 많지만 수매인은 적은 장마당의 공급 과잉, 유통망 장악을 통한 매점 매석, 그리고 돈주들에 의한 독점 판매, 금지 품목 거래 등은 실업자 문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다.
이에 북한당국은 사회불안과 유동인구, 외부의 정보유통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실업자 및 유휴노동력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통해 사회질서 유지와 함께 농업생산력의 증대를 꾀하고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배급제 시행 결정을 내리기까지 배급에 필요한 추가분 식량 300만톤의 확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주민에 대한 사회통제 강화에 대한 외부의 비판 등 논란은 분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올해 작황이 좋아 풍년이라는 점,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안정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시행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배급제의 시행이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시행을 위해 북한 정부는 매년 300만톤의 식량을 추가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업과 농장에서도 원자재와 전기 부족, 비료와 농자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독립채산제 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배급제 재개 정책은 배급이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을 공장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결국 집단농장과 공장?기업소에서의 생산량 증대가 관건이다. 산업 가동률이 증대되고 그로 인한 상품 유통이 활발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와 농민들은 잠재적인 실업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 게다가 배급마저도 원활하지 않다면 새 정책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새 배급 정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 정부는 배급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씻어내고 산업 가동률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2005년 10월, 북한의 주요 도시 8-9월 시장 가격
북한의 주요 도시 8-9월의 시장 가격표입니다.
2005년 10월, 서해 군인들의 식사
서해바다 군인들의 식사 ‘와르래기’
서해바다를 지키는 해안경비대의 배급 상황이 열악하다. 하루 세 끼 배급을 받지만 입쌀밥이 아니라 ‘와르래기’라고 하는 옥수수쌀로 지은 밥이다. 군대는 통옥수수로 배급을 받고 그걸 정미소에 가서 직접 분쇄한다.
해안경비대 소속의 자체 경작지가 있다. 많은 곳은 100정보, 적은 곳은 최소 2-3정보 정도의 경작지를 운영한다. 군인들이 근무 중 교대로 옥수수와 남새(채소)를 심는 등 농사를 직접 짓는다. 그러나 자체 경작지 수확물로는 배급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가을철에는 일반 협동농장에 나가 10정보 이상의 수확물을 가져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열악한 배급 상황으로 인해 사병들이 영양실조로 제대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10월, 평안북도 룡천군의 모습
활기 찬 룡천군 시장
평안북도 룡천군은 지난해 룡천역 폭발 사고 잔해가 말끔히 치워지고, 마을이 새로 단장되었다.
최근 룡천 시장에는 비좁은 장마당에 상인들이 300명, 구매자까지 포함하면 약 7-8백명 이상이 모여들어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룡천군 시장에는 최근 중국산 상품이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약 10% 가량이 일본산이고 미국산도 약 1-2% 가량 판매되고 있다. 미국산은 주로 담배류가 많다.
그 외 북한산 상품은 주로 마늘, 곡물류, 폐타이어로 만든 고무신 등이다. 폐타이어나 파고무를 고무신 공장에 보내주게 되면 생산 물품의 50%는 공장이 가지고, 나머지는 파고무를 제공한 사람에게 준다. 완제품이라고 해도 품질은 떨어진다. 이런 고무신은 주로 노인들이 판다.
2005년 10월, 함경북도 하면군의 상품유통업자 ‘달리기꾼’
새별군 하면탄광의 ‘탄 달리기’
함경북도 새별군 하면 탄광은 일제시대부터 개발된 탄광이다. 그런데 예전처럼 탄광 갱도의 구조 도면이 없어 작업 중대별로 대충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탄을 찾고 있다. 농업대학이면 농업대학, 장 공장이면 장 공장 등 새별지역의 각 단위나 공장에서 동원된 약 1천 명 이상의 인력들이 70여개의 굴을 파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찾아낸 탄을 사수리에서 새별읍까지 유통시키는 이른바 ‘탄 달리기'(탄을 다른 지역에 가져가 파는 행위)가 성행한다.
새별군의 다양한 ‘달리기 선수’
새별에는 여러 지역 도시로 달리기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새별-청진 달리기 선수’들은 새별에서 쌀, 옥수수, 콩 등을 사서 청진에 팔고, 청진에서 맛내기(조미료), 옷, 공업품 종류를 사와 새별에 팔고 있다.
‘새별-라진 달리기’는 달걀 달리기로도 유명하다. 주로 새별이나 온성에서 달걀을 사와 라진에 판다. 그러나 라진에서는 중국 달걀이 많이 들어온다. 중국산 달걀이 국내산에 비해 10% 정도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새별-남포 달리기 선수’들은 새별에서 담배 잎으로 쓰는 독초를 가져가고 대신 외부에서 지원된 비료나 공업품들을 가져온다. 남포항에 쌀이 들어올 때는 쌀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새별-평성 달리기 선수’들은 청진 등지의 화교들 집에서 중국 화장품 등을 싸게 사서 평성에 팔고 평성에서는 공업품을 사 와서 판다.
새별에서는 라진 달리기를 제일 많이 하고 그 다음이 청진 달리기이다. 돈주들은 먼 거리까지 달리기를 하고 자본금이 적은 사람들은 가까운 곳으로 달리기를 한다. 달걀장수의 경우 보통 500~1,000알 가량 파는데 판매액의 30% 가량이 순이익으로 떨어진다.
2005년 10월, 함경북도 라선시의 일용직 선원 생활
라선 항구의 일용직 선원, ‘삯벌이’
함경북도 라선시 송평동 부두에는 일을 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이 많다. 오징어잡이를 떠나는 배에 고용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그날그날 고용되는 일용직 선원을 삯벌이라고 하는데 이들 중에는 가끔 군당 지도원도 끼여 있다. 송평 부두, 항 부두에는 삯벌이 희망자들이 1,500명 이상 모이기도 한다.
선봉 부두에서만 어업을 하는 배가 150대 가량 된다. 200마력짜리 배는 꽤 큰 배에 속한다. 선원을 모집하는 배들은 한정되어 있고 삯벌이를 하려고 나온 사람들은 많다보니 선주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간혹 65세 이상의 고령자도 삯벌이에 나서기도 하는데 선주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면 욕설을 듣거나 당장 해고당하기 쉽다. 고령자들이 고용되는 것은 오랫동안 배를 탄 경험 때문인데, 체력의 한계로 일을 잘 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선주가 20대 중반의 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연령에 상관없이 ‘선장님’ 으로 깍듯이 존대한다.
삯벌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밤에 졸지 않고 입질을 부지런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쉽게 해고당한다. 그래서 삯벌이들 사이에서도 찌를 던지는 위치를 서로 잘 가르쳐주지 않는 경쟁심리가 있다.
배들의 중간 정박지인 ‘알섬’
오징어잡이는 주로 밤에 하기 때문에 날이 밝으면 배들은 알섬에 정박한다. 선원들은 낮에 알섬 바위 곁에서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작업을 하러 바다로 나간다.
오징어잡이를 나간다 해도 만선을 하기란 쉽지 않다. 선봉 앞바다의 수산 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 때 만선을 하지 못하면 항구로 바로 귀환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들은 선봉 앞바다에 있는 ‘알섬’(일명 등대섬)이라는 섬에 배를 정박한다. 선봉 항구에서 배로 1시간 거리에 주민 7-8세대가 살고 있는 섬이다.
알섬에 배를 정박하는 이유는
첫째, 일단 배가 출항하는 절차가 까다로워 바다로 나오기가 어렵다. 여러 관계 기관에서 바다 출입증을 발급받거나 뇌물을 줘야 하는 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기름을 절약할 수 있어서이다.
셋째, 수확이 적을 경우에는 귀항하지 않고 중간 정박지로 활용할 수 있다. 배는 알섬에서 술과 담배, 그리고 마실 물 등 필요물자를 보급 받을 수 있다.
선주와 일용직 선원, 7대 3 배분
선주와 일용직 선원들은 배를 타기 전에 계약을 하는데 인심이 좋은 선주는 5 대 5나 6 대 4로 나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2004년부터는 7 대 3으로 배분하고 있다. 즉 하루에 100마리를 잡으면 삯벌이들이 30마리를 나눠 가지는 식이다. 계약 조건이 불리하지만 그런 조건에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마력 이상의 큰 배들은 기업소의 명의를 빌려 오징어잡이를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명의를 빌린 해당 기업소의 노동자들을 선원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보통 40명 가량이 승선하면 기업소 노동자 선원들과 삯벌이 선원을 절반 정도씩 고용한다. 기업소 노동자들의 계약조건은 삯벌이 선원에 비해 나은 편이다. 오징어잡이 실적과 무관하게 선주와 5 대 5로 나누어 갖는다.
밥 한 끼가 오징어 세 마리
작은 배들은 도시락을 싸가거나 자신들이 손수 지어먹지만, 큰 배들은 대체로 ‘식모’(밥을 해주는 여성)를 고용한다.
식모는 식사를 지어주는 대가로 오징어 2-3마리를 받는다. 항구 매매가로 식사 한 끼니에 1,000-1,500원 정도인 셈이다. 알섬에서는 오징어를 더 싸게 팔기 때문에 알섬 가격으로 따지면 400-600원 선이다. 음식은 밥 150그램 정도에 돼지고기 서너 조각 들어간 국이 전부이다.
바다 출입증 없으면 오징어 압수
바다에 나가려면 일종의 통행증명서처럼 누구나 바다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배가 출항할 때에는 해안 경비대가 가만히 있다가 귀항할 때 단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선장과 기관장 등 몇몇 외에 대다수 선원들은 바다출입증이 없어 십중팔구 단속에 걸려든다. 해안경비대는 보통 오징어 50~100마리 정도를 압수하거나 그 날 잡은 양에 따라 가져간다.
만약 수확량이 적어 압수할 양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무장한 병사 한 명이 배에 올라타 밤새 고기를 잡도록 감시한다. 다음날 아침에 밤새 잡은 수확물을 싣고 소속 부대(선봉 주둔 59전 지휘부)로 배를 돌리도록 한다. 그런데 경비대가 오징어만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어선도 압수하는데 배를 찾아가려면 디젤유 기름을 바쳐야 한다.
단속할 건수는 이외에도 많다. 선봉 앞바다보다 러시아 국경 쪽으로 가면 오징어가 잘 잡힌다. 그래서 배들 중에는 일부러 러시아 해역으로 가서 잡다가 러시아 해안 경비대에 쫓겨 도망쳐 나오기도 한다. 어선이 국경선을 넘어가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 북한측 해안 경비대 역시 이 구실을 들어 배를 압수한다.
서수라 쪽에 탐지기 초소가 있어 철선은 쉽게 걸린다(단, 목선은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다). 탐지기에 걸려 경비대가 출동하면 일단 선주들은 배를 압수당할까 봐 긴장한다. 어떤 경우에는 경비대의 묵인 하에 위법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안 경비대 중에는 돈주로 불릴 만한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상관에게 뇌물을 상납하면서 제대하기까지 대략 100-500만원 이상 자기 몫을 단단히 챙기기도 한다.
꽃제비 잠수공
잠수공들은 주로 17~25세의 청년들이 많지만 게중에는 꽃제비 아이들도 있다. 이들은 얕은 바다에 들어가 소라, 멍게, 해삼 등을 채취한다. 잠수공들 중에는 수심 40미터까지 들어가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전한 작업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25미터를 조금 넘어도 잠수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게다가 이제는 연안 부근에서 점점 먼 바다 쪽으로 나가야 한다. 어린 해산물까지 잡아버려 연안에서의 수확량이 적은 탓이다.
중국 어선, 동해 어장 고갈시켜
중국 어선들은 어군 탐지기를 동원해서 물고기를 싹쓸이한다. 어군 탐지기가 없는 북한 어선에 비해 수확량이 절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배들은 북한의 동해안 해역에서 2년간 어업 활동을 허락해주면 향후 어선을 북한 측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들어와 있다.
2005년 10월, 북한의 작황과 농사 소식
약초의 고장, 삭주군
평안북도 삭주군은 북한의 100대 약초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이름 있는 약초들이 많이 난다. 약재 거래로 삭주군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전체 수입의 약 30% 가량을 차지한다. 삭주군의 농토는 다른 지방에 비해 부식토 성분이 많아 질이 좋은 편이다. 비료를 적게 써서 옥수수를 재배하더라도 옥수수가 사람 팔뚝만한 크기로 자랄 정도이다. 주민들은 토질이 좋아 약초들도 잘 자라고 농사도 잘 되는 편이라고 말한다.
창성군 벼, 쭉정이가 절반
창성군은 다른 군 지역에 비해 생활수준이 괜찮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농장의 쌀 작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벼 한대에 낱알 35알 정도인데, 그 중 18알 정도가 결실을 맺고 나머지는 거의 쭉정이들이다.
뙈기밭 소작농, 일당 옥수수 500g
새별군의 어느 1,500평 뙈기밭에서는 옥수수를 2t 가량 수확하기도 했다. 수확량이 많다보니 식사 한 끼와 옥수수 500g을 주는 조건의 일당으로 사람을 구해 수확을 하기도 한다.
집단농장에서도 일손이 부족할 때는 근처 가동이 중단된 탄광 노동자들을 일시적으로 고용한다. 집단농장에서는 분조장들이 전년도 수확철에 작업반에서 2-3t 가량 남겨둔 양식으로 일당을 준다.
농민들의 원성을 사는 농장 4․8 그루빠
북한 당국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농장에서 양곡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민군대를 동원하여 4·8 그루빠를 결성했다. 이들은 가을철 농장에서 생산되는 생산물 관리와 누수되는 양곡 감시, 회수 및 단속자 처벌 등의 임무를 띄고 활동한다.
농장 4·8 그루빠 검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것은 농장원들이 농장에서 낱알을 훔치는 것이다. 농장원들이 퇴근할 때 그루빠 성원들이 농장원들의 주머니를 검사하고 몸을 수색한다. 이 때 이삭을 주머니에 주어오던 사람들이 많이 단속된다.
그런데 4·8 그루빠 성원들이 오히려 비리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압수한 양곡을 자신들이 착복하거나, 농장 분조장 또는 반장에게 적발 사례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철수할 때 돈이나 쌀을 따로 챙기기도 한다. 어떤 성원은 분조장에게 검열 기간이 끝나는 대로 쌀 100kg이나 돈 5만원 정도를 준비해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다.
한편 그루빠 성원들과 농장 관리원들이 야합을 하는 경우도 많다. 외부에서 지원된 비료가 내려오면 그루빠 성원들이 눈을 감아주고 농장 간부들은 농장 몫으로 비료를 빼 돌린다. 그렇게 빼돌린 비료를 그루빠 성원들과 농장 간부들이 나눠 가진다. 이렇게 감시를 해야 할 단위가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행위가 잦아지자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농장 4·8 그루빠를 없애라는 목소리가 높다.
황해도 농장의 낮은 옥수수 생산량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도에서도 농토의 산성화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옥수수의 경우, 황해도의 정보당 수확량이 그저 1-2톤 정도에 불과하다. 농사가 안되는 때는 정보당 수확량이 700-800kg 정도에 불과할 때가 많다.
이는 함경북도 새별군 뙈기밭 수확량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적은 양이다. 북한의 어느 지역의 농토에서든지, 잘 가꾼 뙈기밭 생산량은 집단농장의 생산량보다 3-5배나 높다는 사실이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