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소금 없어 반년식량 김장 비상
함경남북도 일대에서는 소금 부족으로 올 겨울 김치 장만에 비상이 걸렸다. 함경남도 도당의 한 간부는 “우리 (함경북)도무역국에서 수입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된다. 식량 위기 때문에 식량 외에는 일체 다른 물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소금 수입도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겨우 200톤 정도 수입했다”고 했다. 도 무역국장과 부국장 등이 중국에 건너가 소금을 계속 들여오려고 했으나, 후불제를 받아들이는 회사가 없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금 부족도 부족이지만, 올해 채소 농사가 잘 되지 않아 반년식량이라는 김장을 담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늘과 고춧가루가 kg에 쌀 5kg, 옥수수 8kg 값이 넘어가고 있다. 간부들이야 어떻게든 채소와 김장 재료를 분배받겠지만, 주민들은 김장을 담구기 어려울 전망이다.
함북 일부 농장 수확량, 다소 증가
함경북도 일부 농장에서는 올해 수확량이 다소 증가해 농민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기가 감돈다. 함북 도당의 한 간부는 “올해 중국에서 들어온 비료를 많이 가져간 농장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비료를 충분히 가져간 농장들의 수확량이 개인 소토지 농사보다 더 많았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농장 일군은 “우리 지역은 산간지역이 많아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얼마 만에 만져보는 알곡인지 자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좋아서 웃음이 난다”고 했다. 농민들도 올 1년 동안 주린 배를 쥐어가며 일한 보람이 있다며 기뻐하는 모습이다. 회령시 협동농장 관리원인 김판석(가명)씨는 농사가 잘 되어 기분이 좋은 것도 잠깐, “주요 곡창지대들이 올 여름 수해 피해로 쫄딱 녹았는데, 우리 쪽만 기이하게 농사가 잘 되고 보니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뼈 빠지게 농사지은 것을, 탈곡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 여기저기서 가져가려고 들이닥치는 통에 정신이 없다. 이리 저리 뜯기면, 반년 먹을 식량이라도 남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반면 같은 함경북도라도 비료를 충분히 주지 못한 농장들에서는 작황률이 높지 않았다. 경성군에서는 비료 부족에 병충해와 가뭄 등으로 농사를 망친 농장들이 많아, 협동농장들마다 추수할 것이 없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지방에 비하면 수확량이 나은 편이다.
남조선 간 딸에게 지원요청 방법 막혀
함경북도 새별군에 사는 김정님(가명)씨는 몇 년 전에 한국으로 간 큰 딸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잘 지내왔는데, 화폐개혁으로 거의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물설고 말 설은 타지에서 딸이 고생고생해서 번 돈일 텐데 어떻게 마음대로 쓸 수 있겠느냐며 그동안 아끼느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모아둔 돈이다. 막내딸과 아들아이가 결혼할 때 쓰려고 했던 것이라 더욱 속상하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탁탁 치며 잠 못 이루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에 탈북자 가족들을 검열한다고 온 식구들을 닭 잡듯이 잡아들여서 어찌나 닦달하는지 40일 넘게 시달리다가 겨우 풀려났다. 그나마 있던 살림살이들을 다 내다 팔아서 뇌물을 바치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야말로 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연락할 길이 없다. 작년 말부터 손전화기 단속을 세게 하는 바람에 전화기가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벌써 1년 넘게 딸과 연락을 못했다. 딸이 부탁하던 브로커가 중국으로 달아나 찾을 길이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여기에 있으면 십중팔구 잡힐 것 같아, 남조선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하루빨리 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세 식구가 다 죽게 되었는데 연락할 길을 못 찾겠다며 괴로워했다.
식량난에 도강 가족 증가
올해 춘궁기가 한창일 때부터 가족해체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더니, 가을철인 요즘 다시 늘고 있다. 식량 때문에 싸우다가 헤어지는 가족, 굶주리는 자녀를 살리려고 부모가 각각 하나씩 맡아 갈라지는 가족, 먹을 것을 사느라고 집 기물을 다 팔고 집까지 넘긴 뒤에 이혼하는 부부 등 갈라서는 가족들이 많다. 극빈층에서 가족해체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대개 꽃제비가 되어 유랑 걸식하는 신세가 된다. 각 지방당에서는 방랑하는 사람들을 붙잡아 제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대체로 다른 도시나 마을에서 흘러들어온 꽃제비들이 많아, 제가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방랑자가 그 지역 사람이라면, 해당 인민반에서 돌보도록 조처하고 있다. 인민반장들에게 몇 세대씩 돌보게 하는데, 1개 인민반마다 이런 방랑자 가족이 2-3세대 정도 된다.
가족이 서로 뿔뿔이 흩어져 꽃제비로 떠도느니, 같이 죽고 같이 살자는 심정으로 도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과 온성 등지에서는 워낙 국경경비가 심해, 새로운 도강 길을 찾아 나선다. 중국에 넘어가기 전에 만난 김영철(가명)씨는 “앞으로 살 길이 안 보여 자식들을 위해 탈북하려고 한다. 새 지도자가 나왔다고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통제와 억압만 더 심해지는 꼴이다. 먹을 것은 안 주면서, 중국에서 밀수도 못하게 하니 뭘 먹고 살라는 말이냐. 몇 푼 나오지도 않는 직장에 매일 출근하라고 강요하는데, 밥이 나오나, 옥수수가 나오나. 올해는 비료 살 돈이 없어서 소토지 농사도 망쳤다. 옥수수 거둔 것이 50kg 나마 되는데, 도둑 맞히고 빚 낸 거 갚고 하다나니 손에 쥐어지는 게 얼마 없어서 올 겨울을 버티지도 못하겠더라. 가만히 있다가는 딱 굶어죽겠어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느니 뜨자고 결심이 섰다. 흑룡강 성에 먼 고모뻘 친척이 살고 있는데, 거기 가서 살려달라고 해볼 참이다. 여기서는 우리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죽을 것 같아 도저히 못 있겠다”고 했다. 그가 탈북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 단위 도강자가 많아진 것은 강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최순남(가명)씨는 “요즘 인민반 강연회에서 누구, 누구 집이 없어졌다고 예를 들면서 비판하는 말을 매일 듣다보니, 자신도 가족들을 데리고 도강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의 비판과 처벌 내용은 귀에 안 들어오고, 누구네 집도 갔더라는 얘기와, 누구네 집은 탈북한 딸이 보내준 돈으로 잘 산다더라 하는 얘기만 크게 들린다. 떠나는 사람들이 머리가 깬 사람들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든다. 요새 부쩍 도강 단속과 처벌이 심해져 혼자 넘어가면 남은 가족이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므로, 가족들을 전부 데리고 뜨고 싶다”고 했다. 국경연선지역에서는 보위부원과 담당 보안원이 탈북자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데, 관할 지역에서 탈북자가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 부장과 서장이 처벌된다. 회령과 온성이 막혀 무산으로 도강자가 몰리자, 무산시 보위부장이 중앙당의 질책을 받고 해임되기도 했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보위부장과 보안서장 등은 자기 목이 걸리게 되자, 탈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도강 단속에 도강비 폭등
국경연선지역에서의 도강자와 손전화기 사용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도강비도 따라 오르고 있다. 전문 브로커들조차, 북한 국경경비대와 중국 변방대 선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중국 변방대의 한 군인은 근래 중국 조선족들이 북한에 사는 친척들의 도강을 청탁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아직도 여자들을 데려오려는 전문 브로커들의 청탁이 많지만, 친척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도강시키려는 중국인 친척들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경연선지역을 검열하고 평양에 돌아온 일군은 “도강자와 도강을 도와준 군인들, 그리고 손전화기 사용자를 처벌하는 것은 더 큰 탈북을 막기 위해서 탈북 경로를 아예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지 일군들 얘기를 들어보니, 보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더 비싼 가격에 넘기는 브로커들이 생겨 그 사람들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고 하더라. 브로커한테 뇌물을 받는 즉시 처벌을 당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지방 일군들도 많지만, 이참에 더 큰 돈 만져보자고 대담하게 도와주는 간부들도 있는 것 같다. 국내 식량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아무리 막자고 해도 막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각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손전화기 사용자에 대한 대대적 색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회령, 온성, 무산 등지에서는 손전화기 사용자를 잡아들이는 족족 도보안국에 호송하고 있다. 이번에 걸린 사람들은 도강과 밀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최소 10년 전의 일까지 철저하게 심문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겨울 탈북난민 발생할 듯
중앙당 일각에서는 강이 얼면 도강자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국경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단순 도강자가 아니라, 탈북난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친척에게 중고 옷 등의 도움을 받으려거나 보따리장사를 하러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도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목숨을 건 탈북행렬이 걷잡을 수 없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검열하고 돌아온 평양 검열 일군은 “주민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그 처참한 모습을 평양 간부들이 직접 봐야 한다. 그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죽으라는 말과 같다. 살 수만 있다면 누구든 도강하려고 할 것이고, 기회가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검열 일군이 걱정할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냐. 고난의 행군 때처럼 갑작스럽게 대량 탈북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올 겨울은 특히나 사생결단하고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보호해주거나, 하다못해 탈북자의 아이들이라도 돌봐줄 수 있는 은신처가 시급하다. 앞으로 더 큰 탈북대오가 형성될 것인데, 해외에 뜻있는 인사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걱정을 전했다. 무사히 국경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에서 유리걸식하다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해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바람을 전했다.
탈북자 단속만이 최선인가
한국 정부가 수해지원 물품으로 초코파이와 라면, 과자, 영양식 20만 개를 얘기했는데, 북한 측의 답이 없어 지원 절차를 종료했다고 한다. 북한 주민 3명의 1명꼴로 영양실조라는 WFP보고서도 나왔듯이, 지금은 식량지원이 시급한 때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하루 빨리 식량원조에 나서야 한다. 북한 당국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일단 받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청해야 한다. 동시에 주민들이 스스로 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주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배급은 안 바라니, 통제 좀 하지 말라는 거다. 체제 불안 요소를 단속하겠다고 생계벌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옭아매면 맬수록 사람들은 탈출구를 찾는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최후의 수단으로 조용히 가족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것이다. 그들이라고 민족의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고 강을 건너고 싶겠는가. 타국에서 숨도 못 쉬고 숨어 다니면서, 비인간적 처우를 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탈북자를 만들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통제정책을 풀어 생계활동을 자유로이 보장해주어야 한다. 예년보다 이른 한파가 찾아오고 있다. 남북한 당국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 협력해주기 바란다.
■ 식량소식
소금 없어 반년식량 김장 비상
함경남북도 일대에서는 소금 부족으로 올 겨울 김치 장만에 비상이 걸렸다. 함경남도 도당의 한 간부는 “우리 (함경북)도무역국에서 수입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된다. 식량 위기 때문에 식량 외에는 일체 다른 물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소금 수입도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겨우 200톤 정도 수입했다”고 했다. 도 무역국장과 부국장 등이 중국에 건너가 소금을 계속 들여오려고 했으나, 후불제를 받아들이는 회사가 없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금 부족도 부족이지만, 올해 채소 농사가 잘 되지 않아 반년식량이라는 김장을 담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늘과 고춧가루가 kg에 쌀 5kg, 옥수수 8kg 값이 넘어가고 있다. 간부들이야 어떻게든 채소와 김장 재료를 분배받겠지만, 주민들은 김장을 담구기 어려울 전망이다.
함북 일부 농장 수확량, 다소 증가
함경북도 일부 농장에서는 올해 수확량이 다소 증가해 농민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기가 감돈다. 함북 도당의 한 간부는 “올해 중국에서 들어온 비료를 많이 가져간 농장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비료를 충분히 가져간 농장들의 수확량이 개인 소토지 농사보다 더 많았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농장 일군은 “우리 지역은 산간지역이 많아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얼마 만에 만져보는 알곡인지 자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좋아서 웃음이 난다”고 했다. 농민들도 올 1년 동안 주린 배를 쥐어가며 일한 보람이 있다며 기뻐하는 모습이다. 회령시 협동농장 관리원인 김판석(가명)씨는 농사가 잘 되어 기분이 좋은 것도 잠깐, “주요 곡창지대들이 올 여름 수해 피해로 쫄딱 녹았는데, 우리 쪽만 기이하게 농사가 잘 되고 보니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뼈 빠지게 농사지은 것을, 탈곡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 여기저기서 가져가려고 들이닥치는 통에 정신이 없다. 이리 저리 뜯기면, 반년 먹을 식량이라도 남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반면 같은 함경북도라도 비료를 충분히 주지 못한 농장들에서는 작황률이 높지 않았다. 경성군에서는 비료 부족에 병충해와 가뭄 등으로 농사를 망친 농장들이 많아, 협동농장들마다 추수할 것이 없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지방에 비하면 수확량이 나은 편이다.
식량난에 도강 가족 증가
올해 춘궁기가 한창일 때부터 가족해체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더니, 가을철인 요즘 다시 늘고 있다. 식량 때문에 싸우다가 헤어지는 가족, 굶주리는 자녀를 살리려고 부모가 각각 하나씩 맡아 갈라지는 가족, 먹을 것을 사느라고 집 기물을 다 팔고 집까지 넘긴 뒤에 이혼하는 부부 등 갈라서는 가족들이 많다. 극빈층에서 가족해체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대개 꽃제비가 되어 유랑 걸식하는 신세가 된다. 각 지방당에서는 방랑하는 사람들을 붙잡아 제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대체로 다른 도시나 마을에서 흘러들어온 꽃제비들이 많아, 제가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방랑자가 그 지역 사람이라면, 해당 인민반에서 돌보도록 조처하고 있다. 인민반장들에게 몇 세대씩 돌보게 하는데, 1개 인민반마다 이런 방랑자 가족이 2-3세대 정도 된다.
가족이 서로 뿔뿔이 흩어져 꽃제비로 떠도느니, 같이 죽고 같이 살자는 심정으로 도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과 온성 등지에서는 워낙 국경경비가 심해, 새로운 도강 길을 찾아 나선다. 중국에 넘어가기 전에 만난 김영철(가명)씨는 “앞으로 살 길이 안 보여 자식들을 위해 탈북하려고 한다. 새 지도자가 나왔다고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통제와 억압만 더 심해지는 꼴이다. 먹을 것은 안 주면서, 중국에서 밀수도 못하게 하니 뭘 먹고 살라는 말이냐. 몇 푼 나오지도 않는 직장에 매일 출근하라고 강요하는데, 밥이 나오나, 옥수수가 나오나. 올해는 비료 살 돈이 없어서 소토지 농사도 망쳤다. 옥수수 거둔 것이 50kg 나마 되는데, 도둑 맞히고 빚 낸 거 갚고 하다나니 손에 쥐어지는 게 얼마 없어서 올 겨울을 버티지도 못하겠더라. 가만히 있다가는 딱 굶어죽겠어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느니 뜨자고 결심이 섰다. 흑룡강 성에 먼 고모뻘 친척이 살고 있는데, 거기 가서 살려달라고 해볼 참이다. 여기서는 우리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죽을 것 같아 도저히 못 있겠다”고 했다. 그가 탈북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 단위 도강자가 많아진 것은 강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최순남(가명)씨는 “요즘 인민반 강연회에서 누구, 누구 집이 없어졌다고 예를 들면서 비판하는 말을 매일 듣다보니, 자신도 가족들을 데리고 도강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의 비판과 처벌 내용은 귀에 안 들어오고, 누구네 집도 갔더라는 얘기와, 누구네 집은 탈북한 딸이 보내준 돈으로 잘 산다더라 하는 얘기만 크게 들린다. 떠나는 사람들이 머리가 깬 사람들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든다. 요새 부쩍 도강 단속과 처벌이 심해져 혼자 넘어가면 남은 가족이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므로, 가족들을 전부 데리고 뜨고 싶다”고 했다. 국경연선지역에서는 보위부원과 담당 보안원이 탈북자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데, 관할 지역에서 탈북자가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 부장과 서장이 처벌된다. 회령과 온성이 막혀 무산으로 도강자가 몰리자, 무산시 보위부장이 중앙당의 질책을 받고 해임되기도 했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보위부장과 보안서장 등은 자기 목이 걸리게 되자, 탈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 사회
남조선 간 딸에게 지원요청 방법 막혀
함경북도 새별군에 사는 김정님(가명)씨는 몇 년 전에 한국으로 간 큰 딸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잘 지내왔는데, 화폐개혁으로 거의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물설고 말 설은 타지에서 딸이 고생고생해서 번 돈일 텐데 어떻게 마음대로 쓸 수 있겠느냐며 그동안 아끼느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모아둔 돈이다. 막내딸과 아들아이가 결혼할 때 쓰려고 했던 것이라 더욱 속상하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탁탁 치며 잠 못 이루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에 탈북자 가족들을 검열한다고 온 식구들을 닭 잡듯이 잡아들여서 어찌나 닦달하는지 40일 넘게 시달리다가 겨우 풀려났다. 그나마 있던 살림살이들을 다 내다 팔아서 뇌물을 바치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야말로 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연락할 길이 없다. 작년 말부터 손전화기 단속을 세게 하는 바람에 전화기가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벌써 1년 넘게 딸과 연락을 못했다. 딸이 부탁하던 브로커가 중국으로 달아나 찾을 길이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여기에 있으면 십중팔구 잡힐 것 같아, 남조선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하루빨리 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세 식구가 다 죽게 되었는데 연락할 길을 못 찾겠다며 괴로워했다.
도강 단속에 도강비 폭등
국경연선지역에서의 도강자와 손전화기 사용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도강비도 따라 오르고 있다. 전문 브로커들조차, 북한 국경경비대와 중국 변방대 선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중국 변방대의 한 군인은 근래 중국 조선족들이 북한에 사는 친척들의 도강을 청탁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아직도 여자들을 데려오려는 전문 브로커들의 청탁이 많지만, 친척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도강시키려는 중국인 친척들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경연선지역을 검열하고 평양에 돌아온 일군은 “도강자와 도강을 도와준 군인들, 그리고 손전화기 사용자를 처벌하는 것은 더 큰 탈북을 막기 위해서 탈북 경로를 아예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지 일군들 얘기를 들어보니, 보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더 비싼 가격에 넘기는 브로커들이 생겨 그 사람들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고 하더라. 브로커한테 뇌물을 받는 즉시 처벌을 당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지방 일군들도 많지만, 이참에 더 큰 돈 만져보자고 대담하게 도와주는 간부들도 있는 것 같다. 국내 식량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아무리 막자고 해도 막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각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손전화기 사용자에 대한 대대적 색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회령, 온성, 무산 등지에서는 손전화기 사용자를 잡아들이는 족족 도보안국에 호송하고 있다. 이번에 걸린 사람들은 도강과 밀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최소 10년 전의 일까지 철저하게 심문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생활
올 겨울 탈북난민 발생할 듯
중앙당 일각에서는 강이 얼면 도강자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국경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단순 도강자가 아니라, 탈북난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친척에게 중고 옷 등의 도움을 받으려거나 보따리장사를 하러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도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목숨을 건 탈북행렬이 걷잡을 수 없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검열하고 돌아온 평양 검열 일군은 “주민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그 처참한 모습을 평양 간부들이 직접 봐야 한다. 그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죽으라는 말과 같다. 살 수만 있다면 누구든 도강하려고 할 것이고, 기회가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검열 일군이 걱정할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냐. 고난의 행군 때처럼 갑작스럽게 대량 탈북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올 겨울은 특히나 사생결단하고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보호해주거나, 하다못해 탈북자의 아이들이라도 돌봐줄 수 있는 은신처가 시급하다. 앞으로 더 큰 탈북대오가 형성될 것인데, 해외에 뜻있는 인사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걱정을 전했다. 무사히 국경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에서 유리걸식하다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해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