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함북 외화벌이식당 복무원은 팔방미인
중국 요녕성에 외화벌이식당 1호점을 낸 함경북도는 생필품 난을 해소하는데 식당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본계현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입지조건과 임대료 등을 따져 안산시로 정했는데, 그조차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안산시에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방금시에 안착했다. 방금시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고 돈 있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신흥 도시다. 함경북도 도당의 한 간부는 중국에 보낼 복무원들을 뽑는 데만 반년이 걸렸다고 했다. 일차로 집안에 중국이나 한국에 도주한 사람이 있거나 중국에 연고자가 있으면 안 된다. 출신성분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60cm 이상의 키에 인물이 곱고 목소리도 예뻐야 한다. 또 춤과 노래, 악기에 능해야 한다. 관내 군당에서 심사해 도당에 올렸고, 도당의 최종 심사를 거쳐 뽑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복무원으로 뽑아달라는 뇌물이 많이 오갔다. 뇌물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힘 있고 잘 사는 집의 여자들이 대거 신청했는데, 주로 회령과 청진 등 함경북도 관내 큰 도시 출신자들이 많이 뽑혔다
꽈배기 팔아 생계부양
평안남도 양덕군에 사는 심영미(가명)씨는 꽈배기 장사를 해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데,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한다”고 자조한다. 올해 스물다섯 살인 심씨는 원래 남편과 같은 직장에 근무했다. 일하면서 서로 친해졌는데, 남편 집이 가난해 심씨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집을 뛰쳐나와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직장도 그만두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2년 전에는 아들을 낳았는데,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자신은 꽈배기를 만들어 판다. 꽈배기 만드는 법은 심씨와 친하게 지내던 동네 언니에게 배웠다. 하루 일과는 새벽 3시부터다. 밀가루와 사탕가루(설탕), 효모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모양을 빚어 튀기면 보통 아침 9-10시가 되어야 끝이 난다. 그때서야 아침을 때우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옥수수밥 먹을 때보다 죽을 먹을 때가 많다. 아침 10시나 11시쯤 장사하러 나갔다가 밤 9시나 10시까지 팔고 들어온다. 장사가 안 되는 날에는 밤 12시까지 전지 하나 켜들고 버틸 때도 있다. 하루에 꽈배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양은 밀가루 3kg 정도인데, 여기에 기름, 효모, 설탕값 등을 빼면 종일 팔아서 남는 돈이 3천 원 정도 된다. 3천원으로 그날그날 먹을 것을 사서 들어가는데, 요즘 옥수수 값이 엄청 뛰어 근심이 깊다. 옥수수쌀 1kg에 오이, 가지, 풋고추 등 반찬감이라도 사면 3천원이 금세 없어지고 만다. 장사가 잘 된 날은 남편이 좋아하는 술이라도 한 병 사들고 가기도 하지만, 요즘엔 400원 하는 술을 사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심씨는 “부모님 말을 안 듣고, 이 남자를 만나 고생을 하고 살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꿋꿋이 생계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 형편 때문에 아직도 결혼식을 못했다.
“술을 뽑으니 밥술이나 먹는 건데”
평안남도 신양군 농촌마을에 사는 강정희씨는 술을 뽑지 말라는 인민반 강연을 듣고 심경이 복잡하다. 해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소리지만, 마음 편히 술장사를 해도 얼마 못 버는데 이런 지시가 내려오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강씨는 자기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돼지를 키우면서 사는데, 술을 뽑아 술죽(술깡치)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1년에 열 마리 이상 키우는 집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한 두 마리를 기른다. 스무살 송혜경(가명)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와 둘이 살다가 오빠가 군입대한 뒤 혼자 살고 있다. 송씨는 신양읍에 살면서 밀주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 역시 인민반 강연을 듣기는 했지만, “술을 뽑으니 밥술이나 떨구지 않고 먹는 데 그만 둘 이유가 없다”고 무시했다. 신양군은 예로부터 물이 맑아 술맛이 좋기로 유명해서 밀주가 그 어느 지역보다 성행한다.
“귀중한 낟알로 술 만들지 말라”
중앙당이 집에서 술을 만들어 팔지 못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가을 수확이 끝나는 시기에 밀주 현상이 급증하기 때문에 전국 인민반마다 강연을 통해 “귀중한 낟알로 술을 만들어 파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식량을 극력 아끼고 절약하라. 술장사 행위를 하는 것이 곧 식량 낭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불법 술장사 행위를 발견 즉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인빈반 강연을 다니는 한 일군은 주민들에게 술을 만들어 팔지 말라는 얘기를 입이 닳도록 말해왔지만,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술을 파는 집들은 대개 돼지도 같이 키우는데, 옥수수나 도토리 등으로 술을 빚고 남은 술깡치를 돼지에게 먹인다. 돼지를 키워 파는 재미도 쏠쏠한데, 그것을 누가 포기하겠냐는 것이다. 요즘 옥수수술이 감소하는 것은 강연회 때문이 아니라 옥수수 값이 예전 쌀값만큼 뛰어 술을 빚기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옥수수값은 9월 kg당 1,400-1,500원대에서 11월초 2,300원까지 올랐다. 평양 10월 초순 쌀값이 2,300원대였다.
다음은 “식량 낭비, 누가 조장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현 시기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없습니다. 쌀이 많아야 인민들에게 식량을 넉넉히 공급할 수 있고 강성대국도 건설할 수 있으며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식량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절약하고 더 많이 저축하기 위한 투쟁을 전 군중적으로 힘 있게 벌려야 하겠습니다. 나라의 식량사정이 긴장한 조건에 맞게 모든 시민들은 나라와 인민을 위하는 애국의 마음 안고 어떻게 하면 식량을 극력 아끼고 절약해야 합니다. 특히 귀중한 낟알을 가지고 술을 만들어 파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지금 비법적으로 계속적으로 술장사 행위를 함으로써 식량낭비를 조장시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시 동대원구역 동신1동 33인민반에서 부양인 민선옥은 선교각 주변에서 술을 들고 다니며 비법적으로 팔다가 단속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선교구역 등메1동 33인민반에 거주를 해놓고 등메 2동에 가서 살고 있는 류행난 역시 같은 장소에서 비법적인 술장사 행위를 하는 망탕들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위법행위들입니까? 선교각 주변에 매일같이 나가 술장사 행위를 했기 때문에 술판 먹자판을 조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식량사정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으며 수도의 건전하고 혁명적인 분위기를 심히 흐려놓았습니다. 술풍을 철저히 없애지 않으면 혁명적인 생활기풍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자들의 내부와해 전략에 말려들어 안이해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동대원구역 동신1동 33인민반 민선옥과 선교구역 등메 1동 33인민반에 거주를 해놓고 등메 2동에 가서 살고 있는 류행난 동무들은 매일같이 선교각과 대동강 주변을 맴돌면서 술장사를 했으니 이들에게 도대체 국민적 양심이 있고 수도시민의 자랑이 있습니까?
지금 온 나라 전체 인민은 위대한 장군님의 현지지도 강행군길에 신나게 박동을 맞추며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하루를 값있게 보람 있게 살겠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아글타글 애쓰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게 한 보람찬 투쟁에 애국인 열정을 깡그리 바치고 있는 때에 어쩌면 동무들은 대낮에 술장사 행위를 해서 술판 먹자판을 조장할 수 있습니까? 어쩌면 그토록 긴장한 나라의 식량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제 돈주머니를 불릴 생각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식량난을 조장하는 장본인은 다름아닌 민선옥, 민행란과 같이 아직까지 돈에 환장되여 술장사 행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비법적인 장사행위를 한 민선옥 리행란 동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반성을 심각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도 시민으로써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합니다. 이들의 비법적인 장사행위를 놓고 말할 때 리행란의 남편 박을갑, 선교구역 등메 1동 사무장 리송일, 동대원구역 동신1동 사무장 리종렬 동무들도 단단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동무들은 지금 식량사정이 얼마나 긴장한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비법적인 술장사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사업과 장악통제사업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실속 있게 잘 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박을갑, 리성일, 리종렬 동무들이 자기 아내 교양과 주민 교양을 매우 무책임하게 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안의 모든 일군들은 술장사 행위는 단순한 비법행위가 아니라 나라의 식량사정을 긴장하게 만들고 부강조국 건설에 저해를 주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고 교양사업과 장악통제사업을 강도높이 보여야 합니다. 모두가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비법적인 술장사 행위를 없애기 위한 일대 선풍을 일으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통제를 풀어야 경제가 살아날 것”
전국 생필품난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일부 무역일군들은 국내 시장 경기가 내년 2월이 지나야 풀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무역성 검열 여파로 거래가 주춤하면서 새로 교체된 일군들이 빨리 자리를 잡는다 해도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 인력배치가 아직 끝나지 않는 무역회사들은 그만큼 회복 시일이 늦어질 것이다. 중국 심양과 단동을 오가는 한 무역일군은 “더 이상 정부에서 일방적인 탄압과 검열, 통제를 해서는 안 된다. 통제하면 할수록 경제는 안 살아난다. 대방들을 접촉해서 과감한 투자를 끌어내려면 우리 쪽에서 신뢰의 표지를 주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현금이 있나, 뭐가 있나. 각자 재주껏 능력껏 대방들을 구워삶든 교류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뭐라도 찔러주기도 해야 하고, 법에 안 맞는 일을 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번번이 중앙(당)에서 산통을 다 깨뜨린다. 기껏 신뢰를 쌓아놓은 일군들의 목을 쳐버리면 아무리 재주 좋은 놈이라도 별 수 없다”고 통제와 검열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역을 활성화하는 길이라고 했다.
“올해는 장사꾼들이 망하는 해”
올해는 “장사꾼들이 망하는 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화폐교환조치에서 살아남은 장사꾼들도 잘못하면 망한다할 정도로 불경기에 식량악화, 경제난이 심각하다. 2004년도에는 “지주 마누라가 산에 가는 해”라는 말이 돌았다. 떵떵거리며 머슴을 부려먹고 살아야 할 지주 마누라가 산에 풀을 뜯으러 가거나 뙈기밭 농사를 지으러 다녀야 할 정도로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2005년도에는 “백만 장사, 행방 다니는 해”라고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돈을 긁어모으던 큰 장사꾼들(북한 돈 백만 원 이상 소유한 돈주들)도 달리기 장사꾼들처럼 돌아다녀야 겨우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2008년도에는 “지주 마누라도 동냥 다니는 해”라고 자조했다. 그해 춘궁기에는 곡창지대 농촌지역의 식량난이 최악이었는데, 아무리 돈 있는 집들도 산에 갈 형편도 못 돼 구걸을 다녀야 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악화됐다. “올해는 장사꾼들도 망하는 해”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것은 화폐 개혁 조치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리다. 평성시에서 한 때 돈주로 이름 날렸던 강석주(가명)씨는 “화폐개혁 이후 다들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었다. 자본금을 날려서 예전처럼 장사를 크게 할 수가 없는데, 물가는 화폐 개혁 이전으로 돌아갔다. 살기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우리 집은 중국 돈이 있어 다행히 장사를 다시 시작하긴 했는데, 예전처럼 물량이 많지도 않고 사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올해는 장사꾼들이 망하는 해’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민초들의 고통을 모른 체 하면서 어떻게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냐. 내년 강성대국건설 원년이라고 선포하려면 적어도 올 겨울 굶어죽고 얼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민생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중앙당에 관심을 촉구했다.
전국 시장 쌀값 폭등세
가을걷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국에서 쌀값이 일제히 3,000원을 넘어섰다. 올해 농사가 그나마 잘 된 축에 든다는 함경북도 회령, 청진 등 도시에서는 kg당 3,500-3,600원에, 농촌지역에서는 3,000원 넘게 거래된다. 평양에서는 최고 3,800원까지 올랐다. 12월이면 5,000원까지 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수해피해가 극심했던 곡창지대에서는 올해 작황이 지난해 대비 40% 이상 감산했다. 지방 간부들조차 중앙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올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고 아우성칠 정도이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한 간부는 “우리 관내 농촌에서 가을걷이를 끝냈는데 (수확량이) 생각보다 더 한심하다. 아직 집도 안 지어져서 천막을 못 벗어난 세대가 수두룩하다. 칼바람 부는 날에도 옷과 신발이 없어 맨발에 맨살 드러내놓고 다닌다. 너무 추운 날은 얼어 죽는 사람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은 먹는 것, 입을 것 전부 부족해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평양 빼고 나머지 지역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것인지, 평양에서만 노랫소리와 풍악소리가 울리고 있다. 평양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생계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중앙당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2011년 평양 식량과 달러 가격 변동
(단위 : 북한 원)
9월 | 10월 | 11월 | ||||
1 달러 | 2,870 | 3,450 | 4,000 | |||
쌀 1 kg | 2,500 | 3,200 | 3,800 | |||
옥수수 1 kg | 1,400 | 1,700 | 2,300 |
올해는 장사꾼들도 망하는 해
지주 마누라가 산에 가는 해, 지주 마누라가 동냥하는 해, 백만 장사꾼이 행방을 다닌 해를 지나 이젠 장사꾼들도 망하는 해라고 한다. 거기다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심해져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없이 잘 산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그들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며 고단한 하루를 보내야한다. 새벽3시에 일어나 집을 나선 사람들은 땔감을 구하러 먼 길을 걷고, 장사준비를 하거나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 낟알 한 알이라도 더 주우려고 깜깜한 어둠을 헤쳐야한다. “귀한 낟알을 술 만드는데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교육은 생계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통제와 단속을 하루빨리 중단하고, 주민들을 보듬어주는 어머니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한 정부도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인도주의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 경제활동
함북 외화벌이식당 복무원은 팔방미인
중국 요녕성에 외화벌이식당 1호점을 낸 함경북도는 생필품 난을 해소하는데 식당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본계현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입지조건과 임대료 등을 따져 안산시로 정했는데, 그조차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안산시에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방금시에 안착했다. 방금시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고 돈 있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신흥 도시다. 함경북도 도당의 한 간부는 중국에 보낼 복무원들을 뽑는 데만 반년이 걸렸다고 했다. 일차로 집안에 중국이나 한국에 도주한 사람이 있거나 중국에 연고자가 있으면 안 된다. 출신성분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60cm 이상의 키에 인물이 곱고 목소리도 예뻐야 한다. 또 춤과 노래, 악기에 능해야 한다. 관내 군당에서 심사해 도당에 올렸고, 도당의 최종 심사를 거쳐 뽑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복무원으로 뽑아달라는 뇌물이 많이 오갔다. 뇌물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힘 있고 잘 사는 집의 여자들이 대거 신청했는데, 주로 회령과 청진 등 함경북도 관내 큰 도시 출신자들이 많이 뽑혔다.
꽈배기 팔아 생계부양
평안남도 양덕군에 사는 심영미(가명)씨는 꽈배기 장사를 해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데,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한다”고 자조한다. 올해 스물다섯 살인 심씨는 원래 남편과 같은 직장에 근무했다. 일하면서 서로 친해졌는데, 남편 집이 가난해 심씨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집을 뛰쳐나와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직장도 그만두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2년 전에는 아들을 낳았는데,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자신은 꽈배기를 만들어 판다. 꽈배기 만드는 법은 심씨와 친하게 지내던 동네 언니에게 배웠다. 하루 일과는 새벽 3시부터다. 밀가루와 사탕가루(설탕), 효모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모양을 빚어 튀기면 보통 아침 9-10시가 되어야 끝이 난다. 그때서야 아침을 때우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옥수수밥 먹을 때보다 죽을 먹을 때가 많다. 아침 10시나 11시쯤 장사하러 나갔다가 밤 9시나 10시까지 팔고 들어온다. 장사가 안 되는 날에는 밤 12시까지 전지 하나 켜들고 버틸 때도 있다. 하루에 꽈배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양은 밀가루 3kg 정도인데, 여기에 기름, 효모, 설탕값 등을 빼면 종일 팔아서 남는 돈이 3천 원 정도 된다. 3천원으로 그날그날 먹을 것을 사서 들어가는데, 요즘 옥수수 값이 엄청 뛰어 근심이 깊다. 옥수수쌀 1kg에 오이, 가지, 풋고추 등 반찬감이라도 사면 3천원이 금세 없어지고 만다. 장사가 잘 된 날은 남편이 좋아하는 술이라도 한 병 사들고 가기도 하지만, 요즘엔 400원 하는 술을 사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심씨는 “부모님 말을 안 듣고, 이 남자를 만나 고생을 하고 살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꿋꿋이 생계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 형편 때문에 아직도 결혼식을 못했다.
“술을 뽑으니 밥술이나 먹는 건데”
평안남도 신양군 농촌마을에 사는 강정희씨는 술을 뽑지 말라는 인민반 강연을 듣고 심경이 복잡하다. 해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소리지만, 마음 편히 술장사를 해도 얼마 못 버는데 이런 지시가 내려오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강씨는 자기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돼지를 키우면서 사는데, 술을 뽑아 술죽(술깡치)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1년에 열 마리 이상 키우는 집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한 두 마리를 기른다. 스무살 송혜경(가명)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와 둘이 살다가 오빠가 군입대한 뒤 혼자 살고 있다. 송씨는 신양읍에 살면서 밀주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 역시 인민반 강연을 듣기는 했지만, “술을 뽑으니 밥술이나 떨구지 않고 먹는 데 그만 둘 이유가 없다”고 무시했다. 신양군은 예로부터 물이 맑아 술맛이 좋기로 유명해서 밀주가 그 어느 지역보다 성행한다.
“귀중한 낟알로 술 만들지 말라”
중앙당이 집에서 술을 만들어 팔지 못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가을 수확이 끝나는 시기에 밀주 현상이 급증하기 때문에 전국 인민반마다 강연을 통해 “귀중한 낟알로 술을 만들어 파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식량을 극력 아끼고 절약하라. 술장사 행위를 하는 것이 곧 식량 낭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불법 술장사 행위를 발견 즉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인빈반 강연을 다니는 한 일군은 주민들에게 술을 만들어 팔지 말라는 얘기를 입이 닳도록 말해왔지만,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술을 파는 집들은 대개 돼지도 같이 키우는데, 옥수수나 도토리 등으로 술을 빚고 남은 술깡치를 돼지에게 먹인다. 돼지를 키워 파는 재미도 쏠쏠한데, 그것을 누가 포기하겠냐는 것이다. 요즘 옥수수술이 감소하는 것은 강연회 때문이 아니라 옥수수 값이 예전 쌀값만큼 뛰어 술을 빚기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옥수수값은 9월 kg당 1,400-1,500원대에서 11월초 2,300원까지 올랐다. 평양 10월 초순 쌀값이 2,300원대였다.
다음은 “식량 낭비, 누가 조장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현 시기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없습니다. 쌀이 많아야 인민들에게 식량을 넉넉히 공급할 수 있고 강성대국도 건설할 수 있으며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식량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절약하고 더 많이 저축하기 위한 투쟁을 전 군중적으로 힘 있게 벌려야 하겠습니다. 나라의 식량사정이 긴장한 조건에 맞게 모든 시민들은 나라와 인민을 위하는 애국의 마음 안고 어떻게 하면 식량을 극력 아끼고 절약해야 합니다. 특히 귀중한 낟알을 가지고 술을 만들어 파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지금 비법적으로 계속적으로 술장사 행위를 함으로써 식량낭비를 조장시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시 동대원구역 동신1동 33인민반에서 부양인 민선옥은 선교각 주변에서 술을 들고 다니며 비법적으로 팔다가 단속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선교구역 등메1동 33인민반에 거주를 해놓고 등메 2동에 가서 살고 있는 류행난 역시 같은 장소에서 비법적인 술장사 행위를 하는 망탕들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위법행위들입니까? 선교각 주변에 매일같이 나가 술장사 행위를 했기 때문에 술판 먹자판을 조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식량사정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으며 수도의 건전하고 혁명적인 분위기를 심히 흐려놓았습니다. 술풍을 철저히 없애지 않으면 혁명적인 생활기풍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자들의 내부와해 전략에 말려들어 안이해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동대원구역 동신1동 33인민반 민선옥과 선교구역 등메 1동 33인민반에 거주를 해놓고 등메 2동에 가서 살고 있는 류행난 동무들은 매일같이 선교각과 대동강 주변을 맴돌면서 술장사를 했으니 이들에게 도대체 국민적 양심이 있고 수도시민의 자랑이 있습니까?
지금 온 나라 전체 인민은 위대한 장군님의 현지지도 강행군길에 신나게 박동을 맞추며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하루를 값있게 보람 있게 살겠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아글타글 애쓰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게 한 보람찬 투쟁에 애국인 열정을 깡그리 바치고 있는 때에 어쩌면 동무들은 대낮에 술장사 행위를 해서 술판 먹자판을 조장할 수 있습니까? 어쩌면 그토록 긴장한 나라의 식량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제 돈주머니를 불릴 생각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식량난을 조장하는 장본인은 다름아닌 민선옥, 민행란과 같이 아직까지 돈에 환장되여 술장사 행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비법적인 장사행위를 한 민선옥 리행란 동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반성을 심각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도 시민으로써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합니다. 이들의 비법적인 장사행위를 놓고 말할 때 리행란의 남편 박을갑, 선교구역 등메 1동 사무장 리송일, 동대원구역 동신1동 사무장 리종렬 동무들도 단단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동무들은 지금 식량사정이 얼마나 긴장한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비법적인 술장사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사업과 장악통제사업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실속 있게 잘 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박을갑, 리성일, 리종렬 동무들이 자기 아내 교양과 주민 교양을 매우 무책임하게 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안의 모든 일군들은 술장사 행위는 단순한 비법행위가 아니라 나라의 식량사정을 긴장하게 만들고 부강조국 건설에 저해를 주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고 교양사업과 장악통제사업을 강도높이 보여야 합니다. 모두가 식량낭비를 조장하는 비법적인 술장사 행위를 없애기 위한 일대 선풍을 일으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통제를 풀어야 경제가 살아날 것”
전국 생필품난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일부 무역일군들은 국내 시장 경기가 내년 2월이 지나야 풀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무역성 검열 여파로 거래가 주춤하면서 새로 교체된 일군들이 빨리 자리를 잡는다 해도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 인력배치가 아직 끝나지 않는 무역회사들은 그만큼 회복 시일이 늦어질 것이다. 중국 심양과 단동을 오가는 한 무역일군은 “더 이상 정부에서 일방적인 탄압과 검열, 통제를 해서는 안 된다. 통제하면 할수록 경제는 안 살아난다. 대방들을 접촉해서 과감한 투자를 끌어내려면 우리 쪽에서 신뢰의 표지를 주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현금이 있나, 뭐가 있나. 각자 재주껏 능력껏 대방들을 구워삶든 교류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뭐라도 찔러주기도 해야 하고, 법에 안 맞는 일을 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번번이 중앙(당)에서 산통을 다 깨뜨린다. 기껏 신뢰를 쌓아놓은 일군들의 목을 쳐버리면 아무리 재주 좋은 놈이라도 별 수 없다”고 통제와 검열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역을 활성화하는 길이라고 했다.
“올해는 장사꾼들이 망하는 해”
올해는 “장사꾼들이 망하는 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화폐교환조치에서 살아남은 장사꾼들도 잘못하면 망한다할 정도로 불경기에 식량악화, 경제난이 심각하다. 2004년도에는 “지주 마누라가 산에 가는 해”라는 말이 돌았다. 떵떵거리며 머슴을 부려먹고 살아야 할 지주 마누라가 산에 풀을 뜯으러 가거나 뙈기밭 농사를 지으러 다녀야 할 정도로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2005년도에는 “백만 장사, 행방 다니는 해”라고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돈을 긁어모으던 큰 장사꾼들(북한 돈 백만 원 이상 소유한 돈주들)도 달리기 장사꾼들처럼 돌아다녀야 겨우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2008년도에는 “지주 마누라도 동냥 다니는 해”라고 자조했다. 그해 춘궁기에는 곡창지대 농촌지역의 식량난이 최악이었는데, 아무리 돈 있는 집들도 산에 갈 형편도 못 돼 구걸을 다녀야 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악화됐다. “올해는 장사꾼들도 망하는 해”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것은 화폐 개혁 조치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리다. 평성시에서 한 때 돈주로 이름 날렸던 강석주(가명)씨는 “화폐개혁 이후 다들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었다. 자본금을 날려서 예전처럼 장사를 크게 할 수가 없는데, 물가는 화폐 개혁 이전으로 돌아갔다. 살기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우리 집은 중국 돈이 있어 다행히 장사를 다시 시작하긴 했는데, 예전처럼 물량이 많지도 않고 사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올해는 장사꾼들이 망하는 해’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민초들의 고통을 모른 체 하면서 어떻게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냐. 내년 강성대국건설 원년이라고 선포하려면 적어도 올 겨울 굶어죽고 얼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민생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중앙당에 관심을 촉구했다.
전국 시장 쌀값 폭등세
가을걷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국에서 쌀값이 일제히 3,000원을 넘어섰다. 올해 농사가 그나마 잘 된 축에 든다는 함경북도 회령, 청진 등 도시에서는 kg당 3,500-3,600원에, 농촌지역에서는 3,000원 넘게 거래된다. 평양에서는 최고 3,800원까지 올랐다. 12월이면 5,000원까지 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수해피해가 극심했던 곡창지대에서는 올해 작황이 지난해 대비 40% 이상 감산했다. 지방 간부들조차 중앙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올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고 아우성칠 정도이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한 간부는 “우리 관내 농촌에서 가을걷이를 끝냈는데 (수확량이) 생각보다 더 한심하다. 아직 집도 안 지어져서 천막을 못 벗어난 세대가 수두룩하다. 칼바람 부는 날에도 옷과 신발이 없어 맨발에 맨살 드러내놓고 다닌다. 너무 추운 날은 얼어 죽는 사람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은 먹는 것, 입을 것 전부 부족해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평양 빼고 나머지 지역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것인지, 평양에서만 노랫소리와 풍악소리가 울리고 있다. 평양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생계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중앙당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2011년 평양 식량과 달러 가격 변동
(단위 : 북한 원)
9월 | 10월 | 11월 | ||||
1 달러 | 2,870 | 3,450 | 4,000 | |||
쌀 1 kg | 2,500 | 3,200 | 3,800 | |||
옥수수 1 kg | 1,400 | 1,700 | 2,3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