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직하농장원 순희씨의 일과
농장원 김순희씨는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밥을 짓는다. 얼마 전에 결산 분배를 받아 아침과 점심 식사는 옥수수밥을 지어 먹고 저녁만 옥수수국수를 먹는다. 가끔 옥수수가루를 뜯어 빈대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한 번 먹는데 옥수수가루가 500g 정도 든다. 하루에 먹는 양을 계산해보면, 식구 한 명당 옥수수쌀 1kg씩은 먹는 것 같다. 입쌀은 명절 때만 혹은 남편이나 시어머니 생일날에만 지어먹는다. 신정 때는 분배를 받지 못한 때여서 별 특색 없이 지나갔지만, 구정에는 입쌀밥에 달걀과 돼지고기, 수산물에 술까지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올해는 석탄 한 달구지에 4만5천원이 넘어 차마 구하지 못하고 대신 장작개비를 땐다. 순희씨가 다니는 직하농장에서는 림산사업소와 계약을 체결해 산에서 단체로 땔나무를 할 수 있어 한 세대 당 한 달구지씩은 나눠가진다. 더 필요한 땔나무는 아이들이 그때그때 산에 가서 삭정이를 주운 것을 등짐이나 구루마(밀차)로 가져온다. 농장의 겨울 일과는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은 12시부터 2시까지이고 퇴근은 5시에 한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는 아침 6시에 시작해 퇴근은 저녁 8시가 넘기 일쑤인데, 겨울철은 확실히 여유가 있다. 순희씨는 농사철에 바쁘게 일한 보람이 있다며 내심 만족해한다. 얼마 되지 않지만 텃밭농사 수확물이 있어 뒷심이 생긴 기분이란다. 작년에 텃밭에 콩과 열콩, 옥수수, 배추 등을 심었는데, 콩 300kg에 옥수수 200kg, 열콩 10kg, 배추 70포기 정도를 수확했다. 그래서 시장에서 부식물을 사먹지 않아도 된다. 일이 없는 요즘엔 흙보산비료를 만들고, 닭 키우는데 공을 들인다. 추운 날 닭들이 알을 낳도록 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닭을 세 마리 키우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날에는 달걀 두 알이면 옥수수 1kg을 바꿀 수 있다. 닭 세 마리가 번갈아 달걀을 낳아 주니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다. 순희씨의 남편도 같은 농장원인데 손재간이 있어서 농장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자전거 수리나 열쇠, 우산 수리, 전동기, 각종 가전제품 등을 수리한다. 간혹 보수로 현금을 받을 때도 있지만, 다들 사는 게 고만고만해서 술을 받을 때가 많다. 술이라도 시장에 나가 팔면 옥수수 1kg라도 바꿀 수 있기에 부지런히 일거리를 찾는다. 부지런히 부업거리들을 손대고 있지만 살림살이가 좀처럼 펴지 않는다. 식구들이 새 옷을 사 입어본지도 무려 5년이 넘었다. 그래도 순희씨는 명절날 입쌀밥 먹어본 게 어디냐며 푸짐한 미소를 짓는다.
청진 직하농장 수확량, 정보당 3톤 내외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직하농장의 작년 벼 수확량이 정보당 3톤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군은 작년에 옥수수는 정보당 1톤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농사 작황이 나쁘다고 했다. 직하농장에서는 벼와 옥수수가 주요 작물이고, 콩이나 열콩, 담배, 남새(채소) 등을 소소하게 하고 있다. 5개 작업반에 주요 농자재로는 뜨락또르(트랙터)가 10대, 작업반별로 부림소가 3마리씩 있다. 트럭이나 승용차가 없어 농작물을 운반하거나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이 많다.
“우리 농장은 다른 농장과 마찬가지로, 초급 당비서와 부비서, 관리위원장, 부기장, 부기원, 담당 주재 보위부원과 담당 주재 보안원, 사로청 비서, 녀맹위원장 등이 있고, 작업반 별로 세포 비서와 작업반장, 통계원 등이 있다. 통계원(회계)은 매일 농장원들의 로동 일수를 기록해 점수를 매기고 현금을 관리한다. 선동원은 한명 있는데, 행사나 각종 전투 때 방송 해설을 담당한다. 2009년이래로 해마다 계획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어, 농장원들은 제대로 현금 분배를 타지 못하고 식량도 다 타지 못한다. 식량은 한꺼번에 주지만, 현금은 분기별로 나눠준다. 얼마 전에 결산을 했는데, 농장원이 5명 있는 한 세대의 경우 현금 7만원 상당에 식량을 벼와 옥수수를 3대 7 비율로 약 1톤 정도 가져갔다. 한 농장원 당 200kg 정도 가져간 셈인데,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더 못 가져간 사람들이 태반이다. 현금 분배도 받은 데로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식량대, 남새대, 부식물대로 1만원 상당, 사로청맹비와 농금맹비, 돌격대원 건설자 지원비를 한 달에 300원씩, 1년이면 각각 3,600원씩을 내야한다. 이러저러하게 내고 나면, 7만원을 받는 세대라고 해도 실제 받는 돈은 5만원도 안 된다. 식량 분배를 1톤 가까이 받은 집도 고스란히 다 가져가는 게 아니다. 춘궁기에 먹을 게 없어서 고리대로 식량을 꾼 집이라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값을 물어주어야 한다.”
결혼식에 신혼집은 불가능한 꿈
혼례식을 치르려면 최소 50만원은 있어야해 결혼식을 못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사는 송명희(가명)씨는 올해 스물일곱이 되는 외동딸 결혼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귀는 남자는 있지만 신랑 양복에 례단감과 이불장 등 혼수품을 마련할 길이 없다. 최근 몇 년 새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어느 것 하나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양복지 한 벌에 35,000원이고 한복 저고리 감도 32,000원이다. 바느질삯을 더하면 신혼부부의 옷을 마련하는 데만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불장이니 TV, 자전거 등 갖추고 싶은 살림살이야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로 줄여도 최소 50만원은 있어야 한다. 사위될 사람도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월 임금 2,200원에 수당금을 더해도 5천원도 안 나오는 직장이라 남자 쪽도 뾰족한 수가 없다. 신혼집을 구해 결혼식을 올리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싶다면 냉수 그릇 떠놓고 부부맞절한 뒤에 그냥 사돈집에 얹혀살 수밖에 없다. 송씨가 결혼식을 올릴 때만 해도, 본가(친정)에서 한 번, 남편(시가)집에서 한 번, 합해 두 번을 올렸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남편과 예물도 주고받았다. 하객들은 피로연까지 남아 축가를 불러주고 떠들썩하게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하해주었다. 살림집도 국가에서 배정해준 주택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시절이 바뀌어 이제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렸다. 송씨는 딸아이가 결혼을 못하는 것이 부모를 잘 못 만난 탓 같아 미안할 뿐이다.
식량난에 “전통의례, 간소하게 치르라”
식량 사정이 날로 어려워지면서 북한 당국은 돌잔치나 결혼식, 회갑잔치, 장례식 등 경조사를 간소하게 치르라고 거듭 지시하고 있다. 돈이나 지위가 있는 집들조차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버젓하게 행사를 치르지 못한다. 가난한 일반 주민들은 혼례를 치를 때에도 술이나 옥수수 한 사발을 대접할 뿐이다. 게다가 주민들이 모여앉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보안일군들의 감시가 심해 손님들도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주민들은 아무래도 여럿이 앉아있으면 먹고 사는 얘기를 하게 되니, 식량 사정과 관련해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염려해 보안당국의 감시가 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술 한두 잔 마시고 국수 한 사발 후루룩 먹고 집에 일이 있다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죽으면, 기본 3일장을 치른다. 부자들은 수의(壽衣)를 미리 준비하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고인이 살아생전 입던 옷 중에 가장 괜찮은 상태의 옷을 빨아 입힌다. 상례(喪禮)를 주관하는 기구도 없고, 수의를 파는 곳도 따로 없으니 각자 자기 형편대로 한다. 관은 소속 직장이나 농장에서 주문해주는 대로 치른다. 직장 동료들의 부의금은 한 사람당 1,000원이 표준이다. 술과 음식은 친인척과 직장 상사 및 상례를 치르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 몇몇에게만 대접한다. 일반 조문객들은 인사만 하고 돌아간다.
새 지도부의 정책, 3월부터 본격 가동
새 지도부의 정책이 2월 말쯤 재편되고 3월 초순에 공보 돼 본격 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가동됐던 새 지도부의 위상이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 달라질 수밖에 없어 정책 재편이 불가피하다. 김위원장 생전에는 원래의 정책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선에서 정책이 구상되고 집행되었다면, 앞으로는 좀 더 김정은 지도부의 색깔이 드러나는 정책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유훈을 지키는 선에서, 당분간 큰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 강화이다. 그동안에도 단속과 통제는 늘 있어왔지만, 강도가 훨씬 세졌다. 경제 부문은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과 합작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를 우선 복구하는 방향이 설정되었다. 국내 경제 복구를 최우선순위에 둔만큼 중국의 협력과 협조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외교 부문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북방삼각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에 급속한 의존을 경계해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는 대화와 평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해졌는데, 국내 정세와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의 새 지도부 역시 정권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므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으면 중국에 의존하는 것도 감안하고 있다. 세부 정책은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상태이다.
남북한, 교류협력 재개 노력해야
세부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새 지도부의 정국 운영 방향이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김정은 부위원장을 위시한 새 지도부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새 정책들을 내놓기는 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을 때의 위상과 이후의 위상이 달라져 정국 운영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알려진 바로는 중국의 경제협력과 지원을 받아 국내 경제 발전에 주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는 대화를 통해 평화를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내심 한숨 돌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정은의 새 지도부가 안착하는데 그만큼 시간을 벌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남한의 올해 정치일정을 보면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기에 노력해봐야 별 소득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북한의 새 지도부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늦춰서는 안 된다. 남한 정부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이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한 정부도 여러 차원의 실무협의나 회담을 통해 새 지도부의 성격을 파악하고,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새로운 교류협력의 통로를 만들어가야 한다.
■ 사회
직하농장원 순희씨의 일과
농장원 김순희씨는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밥을 짓는다. 얼마 전에 결산 분배를 받아 아침과 점심 식사는 옥수수밥을 지어 먹고 저녁만 옥수수국수를 먹는다. 가끔 옥수수가루를 뜯어 빈대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한 번 먹는데 옥수수가루가 500g 정도 든다. 하루에 먹는 양을 계산해보면, 식구 한 명당 옥수수쌀 1kg씩은 먹는 것 같다. 입쌀은 명절 때만 혹은 남편이나 시어머니 생일날에만 지어먹는다. 신정 때는 분배를 받지 못한 때여서 별 특색 없이 지나갔지만, 구정에는 입쌀밥에 달걀과 돼지고기, 수산물에 술까지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올해는 석탄 한 달구지에 4만5천원이 넘어 차마 구하지 못하고 대신 장작개비를 땐다. 순희씨가 다니는 직하농장에서는 림산사업소와 계약을 체결해 산에서 단체로 땔나무를 할 수 있어 한 세대 당 한 달구지씩은 나눠가진다. 더 필요한 땔나무는 아이들이 그때그때 산에 가서 삭정이를 주운 것을 등짐이나 구루마(밀차)로 가져온다. 농장의 겨울 일과는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은 12시부터 2시까지이고 퇴근은 5시에 한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는 아침 6시에 시작해 퇴근은 저녁 8시가 넘기 일쑤인데, 겨울철은 확실히 여유가 있다. 순희씨는 농사철에 바쁘게 일한 보람이 있다며 내심 만족해한다. 얼마 되지 않지만 텃밭농사 수확물이 있어 뒷심이 생긴 기분이란다. 작년에 텃밭에 콩과 열콩, 옥수수, 배추 등을 심었는데, 콩 300kg에 옥수수 200kg, 열콩 10kg, 배추 70포기 정도를 수확했다. 그래서 시장에서 부식물을 사먹지 않아도 된다. 일이 없는 요즘엔 흙보산비료를 만들고, 닭 키우는데 공을 들인다. 추운 날 닭들이 알을 낳도록 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닭을 세 마리 키우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날에는 달걀 두 알이면 옥수수 1kg을 바꿀 수 있다. 닭 세 마리가 번갈아 달걀을 낳아 주니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다. 순희씨의 남편도 같은 농장원인데 손재간이 있어서 농장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자전거 수리나 열쇠, 우산 수리, 전동기, 각종 가전제품 등을 수리한다. 간혹 보수로 현금을 받을 때도 있지만, 다들 사는 게 고만고만해서 술을 받을 때가 많다. 술이라도 시장에 나가 팔면 옥수수 1kg라도 바꿀 수 있기에 부지런히 일거리를 찾는다. 부지런히 부업거리들을 손대고 있지만 살림살이가 좀처럼 펴지 않는다. 식구들이 새 옷을 사 입어본지도 무려 5년이 넘었다. 그래도 순희씨는 명절날 입쌀밥 먹어본 게 어디냐며 푸짐한 미소를 짓는다
청진 직하농장 수확량, 정보당 3톤 내외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직하농장의 작년 벼 수확량이 정보당 3톤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군은 작년에 옥수수는 정보당 1톤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농사 작황이 나쁘다고 했다. 직하농장에서는 벼와 옥수수가 주요 작물이고, 콩이나 열콩, 담배, 남새(채소) 등을 소소하게 하고 있다. 5개 작업반에 주요 농자재로는 뜨락또르(트랙터)가 10대, 작업반별로 부림소가 3마리씩 있다. 트럭이나 승용차가 없어 농작물을 운반하거나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이 많다.
“우리 농장은 다른 농장과 마찬가지로, 초급 당비서와 부비서, 관리위원장, 부기장, 부기원, 담당 주재 보위부원과 담당 주재 보안원, 사로청 비서, 녀맹위원장 등이 있고, 작업반 별로 세포 비서와 작업반장, 통계원 등이 있다. 통계원(회계)은 매일 농장원들의 로동 일수를 기록해 점수를 매기고 현금을 관리한다. 선동원은 한명 있는데, 행사나 각종 전투 때 방송 해설을 담당한다. 2009년이래로 해마다 계획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어, 농장원들은 제대로 현금 분배를 타지 못하고 식량도 다 타지 못한다. 식량은 한꺼번에 주지만, 현금은 분기별로 나눠준다. 얼마 전에 결산을 했는데, 농장원이 5명 있는 한 세대의 경우 현금 7만원 상당에 식량을 벼와 옥수수를 3대 7 비율로 약 1톤 정도 가져갔다. 한 농장원 당 200kg 정도 가져간 셈인데,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더 못 가져간 사람들이 태반이다. 현금 분배도 받은 데로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식량대, 남새대, 부식물대로 1만원 상당, 사로청맹비와 농금맹비, 돌격대원 건설자 지원비를 한 달에 300원씩, 1년이면 각각 3,600원씩을 내야한다. 이러저러하게 내고 나면, 7만원을 받는 세대라고 해도 실제 받는 돈은 5만원도 안 된다. 식량 분배를 1톤 가까이 받은 집도 고스란히 다 가져가는 게 아니다. 춘궁기에 먹을 게 없어서 고리대로 식량을 꾼 집이라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값을 물어주어야 한다.”
결혼식에 신혼집은 불가능한 꿈
혼례식을 치르려면 최소 50만원은 있어야해 결혼식을 못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사는 송명희(가명)씨는 올해 스물일곱이 되는 외동딸 결혼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귀는 남자는 있지만 신랑 양복에 례단감과 이불장 등 혼수품을 마련할 길이 없다. 최근 몇 년 새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어느 것 하나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양복지 한 벌에 35,000원이고 한복 저고리 감도 32,000원이다. 바느질삯을 더하면 신혼부부의 옷을 마련하는 데만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불장이니 TV, 자전거 등 갖추고 싶은 살림살이야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로 줄여도 최소 50만원은 있어야 한다. 사위될 사람도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월 임금 2,200원에 수당금을 더해도 5천원도 안 나오는 직장이라 남자 쪽도 뾰족한 수가 없다. 신혼집을 구해 결혼식을 올리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싶다면 냉수 그릇 떠놓고 부부맞절한 뒤에 그냥 사돈집에 얹혀살 수밖에 없다. 송씨가 결혼식을 올릴 때만 해도, 본가(친정)에서 한 번, 남편(시가)집에서 한 번, 합해 두 번을 올렸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남편과 예물도 주고받았다. 하객들은 피로연까지 남아 축가를 불러주고 떠들썩하게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하해주었다. 살림집도 국가에서 배정해준 주택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시절이 바뀌어 이제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렸다. 송씨는 딸아이가 결혼을 못하는 것이 부모를 잘 못 만난 탓 같아 미안할 뿐이다.
식량난에 “전통의례, 간소하게 치르라”
식량 사정이 날로 어려워지면서 북한 당국은 돌잔치나 결혼식, 회갑잔치, 장례식 등 경조사를 간소하게 치르라고 거듭 지시하고 있다. 돈이나 지위가 있는 집들조차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버젓하게 행사를 치르지 못한다. 가난한 일반 주민들은 혼례를 치를 때에도 술이나 옥수수 한 사발을 대접할 뿐이다. 게다가 주민들이 모여앉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보안일군들의 감시가 심해 손님들도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주민들은 아무래도 여럿이 앉아있으면 먹고 사는 얘기를 하게 되니, 식량 사정과 관련해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염려해 보안당국의 감시가 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술 한두 잔 마시고 국수 한 사발 후루룩 먹고 집에 일이 있다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죽으면, 기본 3일장을 치른다. 부자들은 수의(壽衣)를 미리 준비하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고인이 살아생전 입던 옷 중에 가장 괜찮은 상태의 옷을 빨아 입힌다. 상례(喪禮)를 주관하는 기구도 없고, 수의를 파는 곳도 따로 없으니 각자 자기 형편대로 한다. 관은 소속 직장이나 농장에서 주문해주는 대로 치른다. 직장 동료들의 부의금은 한 사람당 1,000원이 표준이다. 술과 음식은 친인척과 직장 상사 및 상례를 치르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 몇몇에게만 대접한다. 일반 조문객들은 인사만 하고 돌아간다.
■ 정치생활
새 지도부의 정책, 3월부터 본격 가동
새 지도부의 정책이 2월 말쯤 재편되고 3월 초순에 공보 돼 본격 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가동됐던 새 지도부의 위상이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 달라질 수밖에 없어 정책 재편이 불가피하다. 김위원장 생전에는 원래의 정책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선에서 정책이 구상되고 집행되었다면, 앞으로는 좀 더 김정은 지도부의 색깔이 드러나는 정책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유훈을 지키는 선에서, 당분간 큰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 강화이다. 그동안에도 단속과 통제는 늘 있어왔지만, 강도가 훨씬 세졌다. 경제 부문은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과 합작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를 우선 복구하는 방향이 설정되었다. 국내 경제 복구를 최우선순위에 둔만큼 중국의 협력과 협조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외교 부문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북방삼각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에 급속한 의존을 경계해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는 대화와 평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해졌는데, 국내 정세와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의 새 지도부 역시 정권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므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으면 중국에 의존하는 것도 감안하고 있다. 세부 정책은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상태이다.